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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58호] 코로나 시대 공연예술 종사자

코로나 시대 공연예술 종사자

홍석현 기자

 

https://news.nate.com/view/20200229n06265?mid=e1300

 

언택트 상황 속 공연계의 일상


코로나의 시대가 열리고 약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공연계에는 브레 이크가 걸려있는 상태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체온을 확인하고, 손 소독을 하며, 마스 크를 쓴 채 연습을 이어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예상할 수 없는 다양한 곳에서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크고 작은 공연들이 무산되거나 무기한 으로 연기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무수히 많은 위험을 안고 공연을 진행하 더라도 국가의 거리두기방침 단계가 올라감에 따라 판매할 수 있는 티켓의 수가 줄어들 면서 공연계는 큰 손실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공연은 계속해서 무대 위에 올라가고 있으며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한 희망을 가진 채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공연계를 지키고 있는 수많은 공연 관계자들이 있다. 필자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를 뒤 덮기 전인 2020년 3월에 공연예술학과 대학원에 입학하여 공연을 직접 연출하면서 현재까지 재학 중에 있다.1 또한 학업을 병행하면서 대학로 공연 현장에서도 스텝으로서 다 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코로나가 공연계에 미친 영향을 교육과 상업 현장 동시에서 몸소 체험했다. 코로나 시대 이후 변화된 공연계의 일상에 대한 필자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고 앞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 이후 기대할 수 있는 공연계의 상황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마스크’와 함께하는 연습실의 풍경

 

코로나 시대 이후 가장 크게 변화한 공연계의 일상은 바로 연습실의 풍경이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의무화됨에 따라 배우들은 연습실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자유롭게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연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배우들은 마스크라는 수갑을 차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기보다는 서로를 경계하고 거리를 두며 연습을 이어 나가 고 있다. 서로의 표정을 바라볼 수 없기 때문에 연기하는 배우들도 힘이 들고 배우의 연기를 보며 코멘트를 해야 하는 연출가 입장에서도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다. 또한 뮤지컬 같은 경우는 배우가 노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이 불편해 노래를 제대로 부르기가 힘들다.

 

교육현장은 코로나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연습을 진행하기가 더 어려웠다. 연습실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물론 학교에서 한 명이라도 밀접 접촉자가 발생할 시 학교 전체가 폐쇄되어 연습을 진행하던 도중에 학교를 나가야 했던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습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입이 보이는 투명 마스크를 구입하여 배우들에게 지급하는 노력도 해보았지만 안전성의 우려와 금방 습기가 차는 문제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일반 마스크를 착용하고 불편을 감수 하며 연습을 어렵게 진행했다.

 

필자를 포함하여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방역을 위해 노력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 확진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2천명을 넘어섰다. 불편과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을 해왔던 그동안의 노력들이 별다른 의미가 없었음을 깨 닫게 되었다. 공연계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는 국민을 위한 세부적인 방역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가올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기존의 일괄적인 방역 지침과는 달리 업계 특성을 반영한 세부적인 지침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안전한 상생을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새로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백신 접종 이후 기대할 수 있는 공연계의 상황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고자 한다.

 

 

혼란스러운 ‘좌석 거리두기’ 정책

 

이제는 일상화된 공연장 방문 수칙인 체온 측정, QR 체크, 좌석 거리두기는 코로나 이전 시대에서는 공연장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문 수칙들이 자리잡기 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부의 좌석 거리두기 정책은 공연 관계자들로 하여금 업무의 혼란과 과중을 초래했으며 매출에 큰 타격을 입혀 공연 계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관객들은 자신이 예매했던 표가 좌석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취소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자 공연 관람을 아예 포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특히 공연계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방역정책이었다. 정부 규정에 맞춰 공연 준비를 하더라도 지자체의 판단에 따른 각기 다른 방역지침에 대한 해석으로 인해 기준 자체가 매번 바뀌어 공연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필자는 코로나가 시작된 작년부터 올해까지 대학로에서 1개2의 뮤지컬과 2개3의 연극 공연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나마 공연규모가 큰 뮤지컬 같은 경우는 변화되는 좌석 거리두기에 대한 지침을 각 제작사 프로듀서들끼리 공유를 하며 혼란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지만 자체적으로 공연을 올리는 작은 규모의 연극 같은 경우는 이조차도 쉽지 않았다. 변화되는 정부 지침을 확인하려면 각 구마다 정책이 달라 일일이 극장이 속한 구청 문화부에 문의해야만 방역 지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현장은 특히나 더 방역지침이 일관되지 않아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더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가 계속 변화됨에 따라 학교 상황에 맞는 방역지침이 나오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으며 좌석 거리두기는 물론 관객수용 가능인원도 계속 변동되어 학생들에게 많은 혼란을 초래했다. 필자가 지난 5월 학교에서 공연을 올렸을 당시에도 입장 가능 인원이 계속 변동되어 관객을 수용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4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갔을 시기에 했던 학교 공연 중에서는 관객을 아예 받지 못하고 비대면으로 라이브 스트리밍 하는 공연도 있었을 만큼 상황이 어려웠다. 

 

공연장은 시간 단위의 시설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자가진단키트를 사용하는 등 어느 분야보다도 높은 방역규칙을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처럼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상황이 있는 장소도 아니다. 공연장에서 좌석을 한 칸을 띄워 앉는 것과 두 칸을 띄워 앉는 것의 차이는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는 데 있어서 실효성이 없었음을 현재 코로나 확진 환자 숫자는 말해주고 있다. 실효성이 없는 방역지침을 계속 변동하기 보다는 공연 관계자들과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일관된 방역지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백신 접종’ 이후의 기대


팬데믹 상황이 2년째 지속되면서 공연계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올해 들어 뮤지컬 같은 경우에는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기준, 올해 7월 공연시장 매출액은 2019년 7월과 비교해 오히려 30%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 났다5. 코로나로 인해 여행과 여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20대 관객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 매출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공연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좁은 소극장에서 이루어지는 연극 같은 경우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114억9119만원)이 2019년 도의 50% 정도 수준에 그쳐 양극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6

 

결국 양극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하여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그러나 연일 보도되는 백신에 대한 부작용과 백신 오접종 소식은 국민들로 하여금 백신 접종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공연계 또 한 백신 접종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코로나 시대 이후 새로운 형태의 공연 방식에 대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형태의 공연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나가야 한다.

 

 

 

1   필자는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공연예술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
2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2020.10.27 ~ 2021.01.24, 대학로 티오엠 1관, 조연출
3  연극 <갈매기>, 2020.12.04 ~ 2020.12.13, 열린극장, 사운드 디자이너   연극 <벚꽃동산>, 2021.08.05 ~2021.08.08, 열린극장, 사운드 디자이너
4   연극 <스웨트>, 2021.05.14 ~ 2021.05.15, 이해랑예술극장, 연출
5  <데일리안>, 박정선 (2021.09.24), 코로나19로 똑같이 충격 받았는데…뮤지컬은 살고, 연극은 여전히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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