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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2호] 대안언론을 넘어 대체 언론으로

스픽스 대표 최 정 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내뱉은 욕설·비속어 파문과 이에 대한 언론보도는 한국 언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여야의 치열한 대치에 따라 언론들도 정파적 논쟁 속으로 뛰어들었고, 이데올로기적 판단에 따른 유불리 계산에 급급한 모습이다. 여기다 생존을 명분으로 권력과 자본에 엎드린 채 언론 본연의 사명은 뒷전이다. 대안 매체와 대체 언론의 존재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한국언론


윤 대통령의 적절치 못한 발언이 국내에서 대서특필되고 있었지만 주지하다시피 대통령실은 13시간 이상을 침묵했다. 그러다가 김은혜 홍보수석이 나서서 ‘이00’으로 말한 건 한국 국회, 특히 야당을 지칭한 것이었지, 미 의회는 아니었으며, ’바이든’이라고 말한 부분도 ’날리면‘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렇게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서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의 반격이 시작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보수 매체들의 보도 방향이다. 이들은 김 홍보수석의 공식 해명이 나온 뒤 보수 세력과 마찬가지로 MBC에 공격의 화살을 돌렸다. 보수매체들은 ‘국익 훼손’ ‘한미동맹 침해’ ‘정언유착’ ‘가짜뉴스’를 내세우며 MBC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했다. MBC만 공격대상으로 삼은 건 전체 언론을 대상으로 하면 역공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장 밉상으로 부각된 언론사 한 곳만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힘이 모자라는 진영에서 상대를공격할 때 쓰는 전략인 ‘한 놈만 패면 승산 있다’라는 작전이다.


권력과 자본에 아부하는 한국 언론


언론 본연의 사명은 부정부패 감시와 ‘진실 보도’에 있다. 이는 모두 팩트가 기반이 될 때 가능하다. 보도 이후 일어나는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팩트는 하나인 것이다. 지금 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팩트’를 애써 무시하고 진영논리, 정파성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진보 매체는 가능하면 현 집권 세력의 문제점을 강하게 부각하려 노력한다. 이번 대통령령발언 파문에서도 MBC는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했다. ‘(미국)’이라는 자막을 넣어 친절한 설명을 달아준 것이 역공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반대로 이번 파문에서 보수 매체들은 본질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이 팩트인데 이를 무시하고 ‘왜 이를 왜곡해서 보도했느냐’는 사후논쟁에만 집중하고 있다. 우리 언론의 두 번째 문제는 자본과 권력에 의해 심각하게 지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금의 한국 언론은 상당수가 ‘워치독(Watch dog)’이 아닌 ‘애완견Pet dog)’이 되어가고 있다. 언론도 기업이라 생존을 위해 매출을 올려야 하는 것이 지상과제이긴 하지만 광고주에 너무 취약하다. 국내 레거시 미디어에서 국내 대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삼성’은 완전 ‘금기어’에 가깝다.


지자체장의 홍보지로 전락한 지역 언론


대기업 광고가 사실상 거의 전무한 지방언론에서 삼성과 비슷한 지위를 차지하는 게 지방자치단체장이다. 지방언론을 먹여 살리는곳 이 지자체여서다. 단체장을 잘못 비판했다가는 연간 광고가 날아가 버린다. 지난 7월 홍준표 대구시장이 ‘가짜뉴스’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연합뉴스와의 전재료 계약을 해지해버린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연합뉴스가 대구시에서 받는  전재료 수입은 연간 9천만 원 정도. 연합뉴스는 홍 시장에게 읍소하면서 이를 원상회복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를  지켜본 대구 언론사들은 홍 시장에게 납작 엎드리는 중이다. 대구시가 지역 언론에 지급하는 예산은 연합뉴스와는 단위 자체가 아예 다르다. 비단 대구 언론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언론사가 비슷한 상황이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에 대한비판 기사는 감히 쓸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다. 필자가 기자 생활을  시작했던 90년대 당시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지금 언론계에 만연해 있지만 현직 언론인들은 거의 침묵한 채 묵묵히메아리 없는 기사만 쓰고 있다.

 

온라인 정치경제전문미디어 스픽스가 창립한 이유


스픽스 창립 시도는 2022년 3월 중순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픽스를 창립한 오너는 지난 3월 초 대구의 가장 큰 언론사인 매일신문 인수를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가톨릭 대구대교구는 그들이 소유한 매일신문사 매각을 추진하던 중 이 오너에게도 인수를 타진하기에 이르렀다. 매일신문 기자 출신인 이 오너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 인수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그는 곧바로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생각을 접고, 온라인 방송과 인터넷신문이 결합된 뉴미디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의 목표는 명료했다. 단순히 또 하나의 언론사가 아닌, 기존 언론사의 모자란 부분을 파고드는 대안언론도 아닌, 한국 언론의 새 역사를 쓰는 ‘대체 언론’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진보나 보수에 매몰돼 진영논리만 주장하는 편향된 언론이 아니라, 우리 정치를 혁신시킬 수 있는 ‘개혁 지향적’ 언론을 만들고자 했다. 개혁보수, 개혁진보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정치혁신을  주장하면 결국 우리 정치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정치를 혁신시키면 경제가 혁신될 것이고, 경제적 인식이 바뀌면 사회 문화가 혁신될 것이니 일단 정치부터 바꿀 수 있는 매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권력이나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언론, 지자체나 기업으로부터 광고를 유치하지 않는 언론이 목표였다. 필자가 처음부터 스픽스 창립에 함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픽스가 지향하는 언론은


스픽스는 온라인 방송과 인터넷신문을 병행하기로 하고 지난 5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독자들이 외면하는오프라인 신문은 배제하고 온라인 기사에 집중하면서 국내 정상급 정치평론가들을 유치해 ‘품격 있는 평론’으로 유튜브 시장을 장악해나가기로 했다. 사명을 스픽스(Speaks)로 정한 건 ‘누구든지 스픽스를 통해 자유롭게 말하도록 하겠다’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캐치프레이즈도 ‘세상을 이롭게 하는 미디어’로 정하고 ‘혁신 균형 정의’를 사훈으로 내세웠다. 말은 거창해도 출발이 쉽지는 않았다. 인터넷신문은 포털에 검색 제휴 대상 신청 자격(창간 이후 1년 경과)도 없었기에 특종을 해도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유튜브를 통해 내보내는 방송도 초기엔 구독자가 우리 직원들과 가족 이외는 없었기에 막막했다. 다들 만류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유튜브 방송은 극단 로 치우치지 않으면 구독자 유입이 안 된다. 차라리 극우 방송이나 극좌 방송을 해라. 아니면 먹방이라도 해라.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어려움에 봉착한다.” 그러나 오너를 중심으로 우리는 초심을 잃지 않고 한국의 레거시 미디어를 대신하는 ‘대체 언론’을 꿈꾸며묵묵히 일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오너와 친분이 있던 국내 유수 정치평론가들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여러 사람이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해서 물어 온 말이 또 있다. “경제적 수익모델이 뭐냐”는 것. 답은 없었다. 우리는 걱정을 뒤로 하고 더 나은 콘텐츠 생산에 매달렸다. 오너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너는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 스픽스에 투자할 테니 돈 벌 궁리 하지 말고 좋은 작품 생산에만 매달려 달라”고 주문했다. 이런 노력이 어우러져 우리는 현재 구독자 8만 7천 명(10월 2일 현재)을 기록하고 있다. 개국한 지 석 달에 불과한 매체, 특히 중도 개혁 성향의 매체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성과로 평가받는 중이다. 상당수 영상물이 조회수 수십만 건을 기록 중이며, 많이 나온 것은 70만 건을 넘기도 했다. 이런 기록은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이 매체들이나 달성하는 성과라서 우리 임직원들은 엄청나게 고무돼 있다. 9월까지는 하루 생방송이 3회였는데 10월부터는 4회로 늘어난다. 업로드되는 영상도 하루 4건에서 5건으로 늘어난다. 인기 있는 영상물을 중심으로 한 24시간 재방송체제도 갖춰놓고 있다.


대안매체 아닌 대체 언론으로 간다


온라인미디어 스픽스는 전국을 무대로 하는 정치평론을 한다. 지역은 일단 대구·경북을 주 무대로 택했다. 그래서 대구·경북 민방인 TBC와 매월 1회 ‘정치 본색 플러스’라는 특집방송을 공동으로 제작해 TBC를 통해 내보낸다. (정치 본색은 스픽스의 대표 평론 이름 중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의 현안을 다루는 가칭 ‘이슈탱크 플러스’도 10월부터 격주로 방송한다. 지역언론들이 시장 도지사나 시장 군수가 무서워서 다루지 못하는 그 지역의 이슈들을 스픽스가 대구·경북 전문가들과 같이 집중해부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부산·경남, 호남, 충청, 강원권으로 넓혀 나갈  계획이다. 이런 일련의 작업은 스팍스와 뜻을 같이하는 그 지역의 언론사, 또는 그 지역을 바꿔보고자 하는 활동가들과 같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렇게 지역을 묶어 나가는 작업과 함께 스픽스는 뉴스 제작 프로그램도 만들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기존 레거시 방송에서 하는 틀에 박힌 뉴스가 아니라 ‘한가지 이슈를 집중 분석하는 고밀도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올해 말 구독자 30만 명 목표를 달성하고, 내년 창립기념일(7월 1일)에는 구독자 100만을 확보할 야심찬 포부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수익사업 전개가 가능할 것이고, 다른매체와의 협업 프로그램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는 기존
유튜브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과는 분명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와 동시에 인터넷신문이 포털 검색 제휴사 요건을 갖추는 내년 6월 이후 검색제휴사로 등록시킬 것이다. 현재 스픽스 6명의 기자들이 생산해내는 기사와 칼럼, 자체 생산 방송 프로그램만 해도 검색 제휴사 등록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되면 스픽스는 중도 개혁을 표방하는  온라인 방송과 포털 검색이 되는 인터넷신문이 아우러지는 한국의 대체 언론으로 굳건히 설 것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