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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1호] 아마추어가 가도 실패하지 않을 근교 출사지

사진작가 Kyron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오프라인 여행에 대한 수요도 많이 늘었지만, 초연결 사회 속에서 SNS 사진을 통한 디지털 여행도 여전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한스포토방탱같은 국내 여행 작가나 봄별같은 해외 스냅 작가들이 10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인스타 내에서 예쁜 여행지를 탐방하는 랜선 여행자들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이러한 SNS 내의 랜선 여행자들의 영향과 더불어, 점차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예쁜 출사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나도 몇 스폿들을 공유해 볼까 한다. 물론, 나는 앞서 말한 여행 스냅 작가들과는 달리 아마추어 작가에 불과하지만,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누가 가도 실패하지 않을 근교 출사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느낄 수 있는 곳, 수원 행궁동

 

행궁동은 요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한 스폿이다. 행궁동을 둘러싼 화성행궁과 그 안을 가득 채운 아기자기한 카페와 가게들이 거리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초 종영한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촬영지로 활용되면서 드라마 팬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행궁동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봄에는 만개한 산수유와 벚꽃이 아기자기한 골목과 조화를 이뤄 따스한 봄 분위기를 자아낸다. 푸르러진 녹음으로 버드나무로 가득 차 찌는 듯한 여름에는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넓은 그늘을 선물한다. 한편, 가을에는 단풍이 수원 화성의 기와지붕과 서까래와 어우러져 조선 고궁의 멋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나무들이 움츠러든 겨울에는 유일하게 꿋꿋한 소나무와 알록달록한 카페 골목이 무채색의 계절을 보다 다채롭게 만들어준다.

이처럼 행궁동은 모든 계절마다 고유한 특색을 보여주기 때문에 근교로 나가서 색다른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을 때 마땅히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면 행궁동을 가길 추천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거리 풍경을 제하고도 코지(Cozy)한 카페와 아기자기한 식당의 인테리어도 매력적이라 인스타 감성이 묻어나는 사진을 남기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또한, 골목마다 즐비한 인생네컷이나 하루필름과 같은 즉석 사진관에서 친구 혹은 애인과 좋은 추억을 남기기에도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광활한 갈대숲이 펼쳐진 시흥 갯골생태공원

 

외출이 힘들던 3년 동안에도 시흥 갯골생태공원에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와도 밀집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갈대숲이다 보니 코로나로 유동 인구가 줄어든 시기에도 갯골생태공원엔 주차장 입구에는 주차를 위해 기다리는 차들이 줄지어 있곤 했다.

 

갯골생태공원에는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나선형 전망대가 있다. 목조로 이루어진 듯한 갈색의 전망대는 갈대숲 사이에서 높게 튀어 올라 밋밋해 보일 수 있는 갈대숲을 색달라 보이게 만든다. 특히, 푸른 이파리와 연갈색 갈대가 바람에 맞춰 흔들리는 갯골생태공원에서 유일하게 고동색을 띠며 흔들리지 않는 전망대의 모습은 주변 풍경과 다른 이질감을 뿜어대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래서 흔들리는 갈대숲과 함께 전망대를 같은 프레임 안에 두고 찍으면 정적인 느낌과 동적인 느낌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한, 전망대 위에 올라 갈대숲을 내려다보면,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그에 맞춰 춤추는 갈대들의 군무를 드론으로 찍은 것 같은 항공 샷도 담을 수 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다시 분주한 일상생활이 되돌아오는 지금,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평일을 보냈다면 주말에 시흥 갯골생태공원으로 떠나보는 걸 추천한다. 현생에 지친 마음을 바람에 날려 보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랜드마크와 감성 넘치는 갈대밭을 찍어 SNS에 올린다면 가볍게 눈팅(눈으로만 포스트를 지켜보던)만 하던 인스타 팔로워들의 손가락을 멈춰세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