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고

[161호] 행복은 가까이에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최근원

 

한국말로 토끼풀인 클로버(Clover)의 꽃말은 ‘행복’이다. 그리고 수많은 클로버들 속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변종인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지금도 가끔 찾아볼 수 있지만, 2000년대 초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 책, 글귀 등에서는 “네잎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지만,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행복인 세잎클로버들을 밟고 다니지는 말자. 이는 행운을 위해 행복을 짓밟는 것이기 때문이 다.”라는 문구가 종종 보였다. 이는 가까이 있는 행복을 무시하고, 보지 못하며, 멀리 있는 행운만을 쫓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요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행운을 쫓으며 살아간다. 비트코인(bitcoin)과 같은 수많은 종류의 코인, 주식, 로또 등과 같이 한방을 노리거나 역전의 기회만을 기다리며 하 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모두 나쁘다고 이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이러한 행운 말고 현재 우리 인생 에 명확한 해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고 스펙을 요구하는 사회, 취업난, 높은 물가, 불안정한 사회 등 근심 과 걱정을 가져오는 소식들이 가득하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대 부분의 평범한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로또와 같은 행운 말고는 큰 해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행복이라는 사전적 정의가 ‘좋은 운수 또는 행복한 운수’이며, 운수의 사전적 정의가 ‘이미 정하여 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과 기수’를 뜻하기에 행운은 나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나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행운에만 100% 의지하며 내가 주인공인 나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 행운을 바라는 것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행운은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다. 그러나 행운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은 한 번 더 생각해 볼 문제 이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너무 추상적이고, 손에 잡 히지 않을 수 있지만 주변에서 찾아 나갈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방법을 나누고자 한다.

 

첫 번째는 ‘소확행’ 찾기다. 몇 년 전에 우리 사회에서 유행 했던 ‘소확행’이라는 말이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의 줄임말로, 바쁘고 고된 일상에서 찾아가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한다. 이번 6월 1일 지방선거에서도 몇몇 후보자들이 소확행과 관련된 다양한 공약을 내걸며 자신을 어필하였다. 소확 행이 유행하던 과거에 비해 현재 이를 찾거나 실천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소확행은 필요하 다고 생각한다. 친한 친구와의 평일 저녁 약속을 잡아 두고 무엇 을 먹을지 고민하는 순간, 보고 싶었던 영화를 시험 끝나고 보기 위해 예매하고 기다리는 순간, 학교 끝나고 집에서 매일 한 편의 OTT를 보는 순간 등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우리가 만들기 나름이다.


두 번째는 ‘마인드’ 바꾸기이다. TV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 1기 오프닝 중에 다음과 같은 노래 가사가 있다. “큰맘 먹고 세차하면 비 오고 소풍 가면 소나기 급하게 탄 버스 방향 틀 리고 건널목에 가면 항상 내 앞에서 빨간불” 우리가 일상을 살아 갈 때 위 노래 가사처럼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 있을지도 모 른다. 내가 원하는 것과 항상 반대로 되는 것 같고, 머피의 법칙 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꼬이기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생각해 보면 매일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잘 풀 리지 않는 날이 있으면, 잘 풀리는 날도 있는 것이다. 어떤 날은 내 앞에서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고, 내가 서 있는 줄이 더 금방 줄어들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주차 자리가 생길 수도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순간에 집중하기보다는, 잘 풀리는 순간들에 집중 하고 기억해 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생각보다 그러한 순간이 아주 많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는 ‘비교하지 않기’이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 그 중에 서도 SNS의 발달과 활성화로 인해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 되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고, 소통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SNS에 글이나 사진을 업로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불행과 좋지 않은 모습보다는 최고의 순간, 행복한 순간 등을 업로드한다. 여행, 명품, 자동차, 값비싼 음식 사진을 함께 업로드하며 자랑을 하거 나, 그때의 행복했던 감정을 표현하는 글을 쓰기도 한다. 이로 인 해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행복 혹은 자랑을 보며 자신 의 삶과 비교하고, 상대적 불행을 느끼기도 한다. 극히 소수를 제외 하고 우리는 매 순간 행복할 수 없다. 매 순간 여행을 갈 수도 없 고, 매 순간 맛있는 것을 먹을 수도, 매 순간 쇼핑을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SNS는 마치 매 순간이 행복해 보이는 사람 투성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조금 더 내 삶에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 내가 주인공인 나의 삶을 누군가와 비교하기보다는 지금의 나에게 초점을 맞춰보자.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영화 쿵푸팬더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and today is a gift. That’s why we call it the present.” 위 대사는 쿵푸팬더가 개봉하기 전인 2006년에 브라이언 다이슨 (Brian G. Dyson) 코카콜라 엔터프라이즈 회장이 졸업식 연설에서 이야기한 문구로써, 영화 쿵푸팬더를 통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그 이후 영화를 넘어 다양한 곳에 인용되는 위 문구는 선물 인 현재를 누리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렇다고 매일매일을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마인드 를 바꿔라, 행복은 가까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도 잔인한 것이며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운만을 기다리며 행운 하나에 나의 인생을 맡기기보다는, 조금 더 나 자신이 행복 해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시도해 보는 것은 결코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Present는 현재이며 선물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3가지 방법들이 어쩌면 당연한 방법들이 거나 이미 알고 있는 방법들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서, 혹은 강연에서, 혹은 책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들어보고,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 다. ‘습관’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좋은 습관은 우리의 삶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고, 나쁜 습관은 우리의 삶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행복을 위 한 작은 습관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 일부를 이야기하며 글을 마무 리하고자 한다. 가수 추가열의 ‘행복해요’라는 노래다.

 

숨 쉴 수 있어서 바라볼 수 있어서 만질 수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말할 수도 있어서 들을 수도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이 중에서 하나라도 내게 있다면 살아있다는 사실이죠 행복한 거죠.

 

행복이라는 것 자체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수많은 것들 로 인해 이미 채워지고 있지만, 항상 더 큰 행복만을 원하고, 행운 만을 쫓다 보면 삶이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근에 사랑니를 발치하고 약 3주간 한쪽으로만 음식을 먹은 적이 있다. 그때 생각 보다 많은 것이 불편했고, 양쪽으로 음식을 씹을 수 있다는 사실 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다. 우리 삶에는 생각 보다 가까이에 이미 누리고 있는 많은 클로버들이 있다. 네잎클 로버를 찾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찾기 위해 클로버들을 짓밟고 무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람 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