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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5호] 좋은 마음을 이끌여름 국내 여행지PICK 5

여행작가 윤 상 협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며 지난 3년 동안 막혀 있던 여러 갈래의 하늘과 바닷길이 코로나 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었다. 이 회복세를 타고 그동안 버킷리스트처럼 품어둔 해외여행의 꿈을 너도나도 이루 려 분주하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해외여행에 집중된 것 같지만,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국내 여행의 열기 역시 예사롭지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개인의 즐거움과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여행에도 반영됐다는 점이다. 인기 있는 여행지, 즉 명소의 개념은 어떤 가치 측면에서 바라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의 알고 리즘으로 개인의 취향을 파악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처럼, 여행 역시 내 관심사에 따라 그 계획과 동선이 좌우된다. 이전부터 자극적인 SNS 콘텐츠로 인한 국내 여행의 획일화를 다소 우려했던 내 입장에선 이러 한 변화가 제법 반갑게 느껴진다. 어디든지 여행을 떠난다는 건 마냥 좋고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걸 찾아가는 여행을 더 많은 이들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보름이나 일찍 핀 벚꽃, 이른 더위를 통해 확실하게 체감하게 되는 이번 여름은 결코 만만치 않게 흐를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더위를 즐기느냐 시달리느냐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하여, 이왕이면 마음 잘 먹고 힘껏 즐겨보는 건 어떨까? 일상에서 가까운 곳부터 용기를 내서 수고롭게 다가가야 하는 먼 곳까지 이 여 름은 좋은 느낌으로 이끌 수 있는 곳을 권역별로 꼽아 소개해 드린다. 이번 여름이 다 지날 무렵 잊고 싶은 짜증보단 내내 기억하고 싶은 추 억이 더 많이 남도록 대한민국 구석구석으로 열심히 떠나보자. 

 

 

1. 하이커 그라운드 (서울)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잠시 더위를 피하면서 그 잠시를 각별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1~5층에 마련된 한 국 관광 홍보관 ‘하이커 그라운드’다. 세계인들의 관심과 애정을 한 몸에 받는 K-콘텐츠와 K-컬처의 원동력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여러 공간이 마련된 하이커 그라운드는 특히 MZ세대들의 취향에 맞게 만들어졌다. 이전 세대보다 나를 표현하는 것에 꽤 적극적인 MZ세대에 맞춰진 여러 체험과 포토존은 눈으로 보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위치 /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1~5층 (청계천로 40)

●운영 시간 / 매일 오전 10시~9시 ●입장료 / 무료

 

 

 

2. 하조대 (강원 양양)

 

양양은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통해 서울에서 가장 간편하게 닿을 수 있는 동해안에 위치해 있다. 강릉과 속초 사이에 위치한 양양은 서핑의 성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바닷냄새와 파도 소리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제각각의 매력을 뽐내는 여러 해변을 두루 누비는 7번 국도 드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중 백미는 역시 하조대 다. 하조대는 바다에 솟은 기암괴석에 뿌리내린 소나무를 절경으로 꼽는다. 그다음으로 스카이워크 전망대, 해수욕장 순으로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즐길 거리가 즐비하다. 이 외에도 남애항, 휴휴암, 죽도·인구해변, 낙산사 등 강원 양양을 대표하는 여러 명소가 7번 국도 중간마다 있으니, 직진만 하지 말고 양옆으로 열심히 살펴보자.

 

●위치 / 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 일대

●여행 순서 / 하조대해수욕장 ↔ 하조대전망대 ↔ 하조대

 

 

 

3. 활옥동굴 (충북 충주) 전국 지자체 중 유튜브 구독자가 가장 많은 지역은 충북 충주다. 한 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충주의 관광 자원은 충주호와 월악산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해서 날씨에 민감한 여 행객이 찾는 활옥동굴은 충주 시내와 가까운 충주호 권역에 속해 종 댕이길, 계명산, 충주댐과 곁들여 둘러보기 좋다. 한편 활옥동굴은 국 내 유일의 백옥, 활석, 백운석 광산으로 일제강점기 때 활발히 개발되었으나, 값싼 중국산 활석 수입으로 경쟁력을 잃어 폐광되었다가 2019년에 동굴 테마파크로 다시 문을 열고 대중에 공개되었다. 활옥 동굴이 보통 관광 동굴과 가장 차별화된 점은 동굴 카약 체험과 고추냉이 동굴농원이 대표적이다. 또한 계단이 없고 폭이 굉장히 넓어서,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도 편히 휠체어를 탈 수 있다.

 

●위치 / 충북 충주시 목벌 안길 26

●운영 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입장료 / 어른 기준 1만 원(동굴 카약 + 3천 원)

 

 

 

4, 지리산 대원사계곡길 (경남 산청)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함양·산청·하동으로 걸쳐 있는 지리산 국립공원은 1967년에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대원사 계곡 길은 경남 산청 지리산국립공원 구역에 있는 편도 3.5km 규모의 탐 방로로, 계곡 바로 옆으로 놓인 데크로드를 따라 걷게 된다. 특히 경 남 양산 석남사, 충남 예산 견성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비구니 참선 도량인 대원사 부근을 지날 땐 방장산교 아래 계곡 구간에 한해서 입 수할 수 있다. 한여름 무더운 오후에도 이 계곡물은 얼음장처럼 차가 워, 온몸에 몽글몽글 맺힌 땀방울을 일시에 잠재운다. 대원사 계곡길 트래킹 중 잠시 발 담그고 쉬어가는 식으로 계곡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트래킹 준비물로 작은 발수건을 하나 챙기면 유용하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발의 피로가 해소되는 느낌이 확실해서, 왕복 7km에 달하는 여정이 가뿐하게 느껴진다.

 

●위치 / 경남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산 8-14 (대원사계곡길 시점)

●코스 / 유평주차장 ↔ 대원사 ↔ 방장산교(입수 가능 지점) ↔ 유평마을 (편도 3.5km)

 

 

 

 

5.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 (전남 나주)

 

나주곰탕의 든든한 맛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남 나주는 예로부터 전북 전주와 함께 전라도 권역의 중심 도시로 발전했다. 나주 여행은 나주곰탕거리가 있는 금성관 일대와 나주 혁신도시 권역으로 나눠 전통과 현대 도시의 면모를 두루 즐길 수 있다. 전라남도 산림자원연구소는 나주 혁신도시와 인접한 곳으로, 거닐기 좋은 산책로와 SNS 유명 포토존이 여럿 있어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특히 더운 여름날 엔 우거진 숲에 머물며 휴식하는 재미가 있다. 여름날 오후 1~4시는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시간대이므로, 뜨거운 여름의 숨결을 잠시 피 해 숲 속 그늘의 서늘함을 기분 좋게 누려보시기를 바란다.

 

●위치 / 전남 나주시 산포면 다도로 7

●운영 시간 /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

●입장료 / 무료

 

여기까지 강렬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여름철 국내 여행지를 몇 개 꼽아 소개해 드렸다. 많은 사람이 국내 여행하면 바다나 계곡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여행작가인 필자의 경험을 되짚어 살펴보면 국내 여행의 색깔은 셀 수 없이 다채롭고, 시원함을 만끽하는 방법 역시 다양하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더 행복한 여행을 위해서는 여행의 기준을 철저히 나 자신에게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향해 모두 힘껏 나아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