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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5호] 해외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

여행작가 세 쿨 이

 

한국에는 아름다운 여행지가 많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의 자연, 각각의 매력이 있는 삼면 바다, 역사와 특색을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도시들까지. 매년 새로운 테마의 관광지들이 만들어지며 국토가 넓지 않기에 어디든지 손쉽게 방문할 수 있다. 관련 정보들도 충분하여 준비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없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고 누구나 언제든지 편하게 떠날 수 있는 것이 국내 여행의 매력이다

 

반면, 해외여행은 너무나 많은 부분을 조율하고 고려해야 한다. 기본 적으로 언어 장벽이 있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기본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계획해야 한다. 또한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에 대한 앞선 준 비도 필요하다. 소통과 문화적 차이,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은 국내를 여 행하는 것과는 비할 바가 없다.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노력을 투자해야만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항공권, 숙박비 등을 생각하면 절대 쉽게 떠날 수 없는 어려운 발걸음이다.

 

그런데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매력은 삶에 원동력을 선사해 주기 때문이다. 신화와 역사가 켜켜이 살아있는 유적과 압도하는 풍광 앞에서 경건해지던 순간들, 대문호나 화가들이 영감을 얻어 던 작품 속의 현장에서 그 심상을 느끼는 등 여정에서 충만한 기쁨을 안고 돌아오면 단조로운 일상과 복잡한 현실을 견디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또한 여행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이런 점은 국내 해 외 따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로 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세 계에 대한 인위적 진입이며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의지해야 하는 용기와 한계의 실험장이다. 그렇기에 해외로 떠나는 자체가 이미 자신의 틀을 최 대로 확장하는 행위이다. 안정적인 반복과 누군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와 사회를 마주함으로써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깊이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에 대해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도전 의지와 추진력 그리고 용기를 탑재하게 된다. 단순히 시야와 지식의 확장뿐 아니라 삶의 지평을 넓혀주 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분별력과 결단력까지 발달하게 해 준다.

 

낯선 나라로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갖게 되는 설렘, 여행지 곳곳에서 상상 이상의 무언가를 접하며 갖게 되는 자극과 감탄, 다녀온 후에 남는 보람과 추억까지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고유성 은 국내의 일상성에 약간의 변화로 갖는 충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게 얻은 충만한 행복감은 영혼을 차오르게 한다. 반면 불안감과 걱정이 주었던 스트레스, 전혀 다른 세계의 문화와 사람들 속에서 지속되는 긴 장감은 여정이 끝남으로써 후련한 해방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경험의 확장과 사고의 성장, 감정과 감성의 빛깔까지 확대되는, 여행이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해외여행의 매력인 것이다.

 

편리해진 해외여행, 이제는 떠나보자

 

대학교 2학년, 입대를 앞두고 약 40일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었다. 홀로 떠나는 첫 여행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이라 한국에서 모든 것을 준비해야 했다. 어떻게 하 면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을까 끊임없이 걱정하며 여행 준비에 많은 시 간을 할애했던 기억이 난다. 스마트폰이 있는 지금과는 비할 수 없을 만큼 그 시절은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언어적 한계에 봉착하면 간단한 단어와 손짓 발짓으로 대화해야 했고 준비했던 것과 내용이 다르면 현장에서 새 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어야만 했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을 때 항상 제 일 먼저 했던 일은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 근처의 여행자 센터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여행 지도와 팸플릿을 얻어 한국에서 준비했던 일정과 비교해 보며 그날의 일정을 만드는 작업을 했었다. 늘.

 

도시 간 이동을 하는 날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루라도 일정이 꼬이면 여행의 전체 일정에 지장을 주었다. 게다가 다음 국가 숙소에 연락 수단도 없었으므로 기차역 혹은 버스 터미널에서 내가 타야 할 교통수단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안내 전광판만 들여다보아야 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노숙도 해야만 했었다. 지금 다시 저런 조 건 속에서 여행해야 한다면 선뜻 시도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 자유여행에 대한 난이도가 상당히 많이 낮아졌다. 정보의 홍수 속에 넘쳐나는 다양한 후기들이 누적되어 있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현지에서도 얼마든지 정보 검색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여행 준비 과정부터 여행지에서의 문제 해결까지 도움이 되는 app들 도 많이 개발되어 있다. 번역기 덕분에 의사소통도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 다. 예전에 비하면 정보가 적은 국내 여행지 정도의 난이도가 된 것이다.

 

자유여행이 자신이 없다면 다른 선택지도 존재한다. 멋진 코스의 패키지여행도 많고 현지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들도 좋은 투어 상품을 제 공하고 있다. 게스트 하우스, 호스텔 등 저렴한 여행자 숙소 위주로 다니 는 여행도 있지만 호텔 등에 머물며 다니는 여행이 비용 측면에서 패키지 혹은 업체에서 진행하는 단독 투어 이용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 많은 품을 들이지 않고 업체의 조건만 잘 찾아봐도 여행은 절반 이상 준비 가 끝난다. 이제는 정신적이든 경제적이든 훨씬 편하게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코로나도 종식되어 가고 있는 지금, 이제는 훌쩍 떠날 시기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꼭 가보기를 추천하는 여행지 4곳

 

지금까지 55개국 550여 개의 도시 및 자연 관광지를 여행하였다. 여러 차례 방문한 국가나 도시도 있고 멋진 기억이 가득한 여행지, 애정이 가 는 여행지들이 많다. 그중에서 누구나 쉽게 떠날 수 있는 곳 싱가포르와 머지않아 가라앉아 갈 수 없게 될 몰디브, 그리고 아주 특별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 등을 선정하였다.

 

출처: 월간중앙

 

1. 싱가포르(Singapore)

 

말레이 반도 남쪽에 위치한 국가 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큰 정도의 작은 도 시국가이다. 일 년 내내 비슷한 기온 분포를 가지고 있어 시즌을 많이 타지 않는 여행지이다. 한국만큼이나 치안이 안전하고 교통도 잘 발달해 있는 나 라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루지, 아쿠아리움 등 다양한 액티비티와 볼거리 가 있는 센토사섬,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지는 머라이언 파크, 랜드마크이자 쇼핑까지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까지 도시 여행지가 가 져야 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특히 인천공항의 세계 1위 명성을 빼앗아 간 창이 공항의 인공폭포는 대단한 명소다. 숙박비가 비싼 것이 흠이 지만 자유여행을 처음 가는 이들도 쉽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2. 몰디브(Maldives)

 

1192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 신혼여행지로 알려져 있고 여행비용이 값비싼 나라로 인식된다. 하지만 리조트에 묵을 경우 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로컬 섬으로 가면 저렴한 비용으로 체류하며 섬나라를 즐길 수 있다. 널스샤크와 돌고래, 만타 가오리, 고래상어까지 희귀한 해양 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투어프로그램이 다양하 게 있으니, 바다를 좋아한다면 꼭 방문해 보기 바란다. 이슬람 국가로서 상당 히 보수적인 곳이기에 로컬 섬으로 여행을 갈 경우 음주는 불가능하다. 또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고 있어 환경보호에 더욱 유념해야 한다.

 

3. 스코틀랜드(Scotland)

 

영국 북쪽에 위치한 스코틀랜드는 고풍스러운 도시와 아름다운 자연을 가 진 국가이다. 수도인 에든버러는 2004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 정된 도시로 북방의 아테네라고 불릴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골짜기와 곳곳에 있는 언덕이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풍 경을 보여 준다.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에든버러성과 도시 동쪽에 있는 아서스 싯, 칼튼힐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은 저절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환상적인 장관을 선사해 준다.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북쪽으로 펼쳐진 자연은 하이랜드라는 지역으로 거친 산맥과 깊은 계곡들이 독특한 자연 지형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하이킹의 유명한 성지이기도 하다. 특히 서북 쪽에 있는 스카이 섬은 절벽과 폭포, 호수들이 어우러지는 천혜의 풍경을 자랑한다. 자연과 도시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멋진 나라이다.

 

 

 

4. 아이슬란드(Iceland)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국가 단 한 곳을 선택하라면 단연코 아이슬란드이다. ‘불과 얼음의 땅’이라는 별칭대로 화산 지형과 빙하 지형이 곳곳에 펼 쳐져 있다. 뉴질랜드의 북섬이 화산섬, 남쪽이 빙하섬이라고 불리는데 아 이슬란드는 뉴질랜드 남북섬을 조물조물 뭉쳐 놓은 뒤, 거친 북대서양 바 다 한가운데에 던져놓은 느낌이 들 정도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펼쳐져 있다. 수도인 레이캬비크를 떠나면 1,332km 길이의 링로드라는 순환 도로를 따라 한 바퀴를 도는 여정이 대표적이다. 링로드를 따라 도는 것 만 해도 대부분의 아이슬란드 자연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다. 수많은 폭 포와 절벽, 빙하호수, 지열지대 등을 길 위에서 마주할 수 있다. 9월~4월 사이에는 오로라를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날씨가 춥고 길이 막히는 경우가 있어 여행이 제한적이다. 반면 5월~8월에는 백야 가 이어지기 때문에 오로라 관측이 어렵다. 그러나 캠핑장이 곳곳에 열 리며 겨울보다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이 열린다. 또한 아주 귀여운 퍼핀과 거대한 고래 등 신기한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름다운 지구를 뿌리 끝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마무리하며

 

미지의 영역으로 서슴없이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건 언제나 특별한 일이다. 정해진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세상을 향해 떠나는 기쁨이란! 노르웨이의 피오르 해안을 보며 웅장한 자연의 위엄을 느끼고 영국의 지구 서쪽 끝 세븐 시스터즈를 마주하며 가없는 우주를 상상하던 순간, 천혜 자연이 고스란히 보전되고 있던 뉴질랜드의 맑은 하늘과 구름에 감탄하며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갖던 날들. 이스라엘과 미얀마 등 분쟁 지역과 재난을 당한 지나온 여행지의 소식을 들으며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던 시간들. 세계 속으로의 여행은 단순한 관광과 경험의 확장만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세계 시민으로서 지구에 대한 책무 감과 의식을 담게 되는 여정인 것이다. 모두 서슴없이 떠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