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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5호] 한복모델이 들려주는 한복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들

한복모델 김 경 선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한복은 내게 일상을 함께하는 친구 같은 존재였 다. 다채로운 색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내는 색동옷을 입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 기고 의뢰를 받았을 때 ‘한복의 어떤 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까?’란 고민을 했다. 왜냐 하면 한복에 대해선 하고 싶은, 또 알리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나는 한복의 미(美)를 알리는 대한민국의 한복 모 델이자 제자를 양성하는 강사로서 우리나라의 의복인 한복에 대한 기 원과 활용 및 현재의 변화상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또한 K-컬처의 핵심 중 하나인 한복이 전 세계에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에 대해 몸 소 체험한 바를 나누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한복은 언제부터 우리의 의복이 되었을까??

 

이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많지만, 가장 일반적인 한복의 기록은 고구 려 벽화에서 등장한 대로 상의, 허리띠, 하의, 모자로 확인된다. 이후 차 츰 변화하면서 상의는 짧아지고 허리띠는 고름으로 간소화되었다. 거 기에 만주족 복식을 수입하여 만든 마고자와 서양복식인 조끼를 추가하여 지금의 한복 형태가 완성된 것이다. 여기에 한복을 현대문화에 맞게 크게 간소화시킨 생활한복은 고름이 단추로 대체되고 소매가 줄 어드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편리하게 입도록 만든 형태이다. 여성용 저 고리는 짧아지고 치마를 길게 입어서 마치 서양의 볼레로와 드레스를 입은 구조와 비슷하다. 또한 관복과 공복은 중국식 복식을 받아들였으나 상류층 일상에서는 고유 형태의 한복을 함께 입었다. 한복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였고, 기본적으로 남녀 모두 바지와 저 고리를 입고 그 위에 겉옷이나 치마를 입었다. 그 이후로 시대적 변화에 따라서 삼국시대에는 같은 복식을 입었으나 여기에 지역적 특색을 추가하여 입는 정도의 차이가 존재했었다.

 

무용총 무용도 [출처: 동북아역사재단]

한복의 종류

 

어른 한복을 기준으로 저고리 위에 덧입는 배자(조끼), 역시 한복 위에 덧입는 옷이고 기장이 좀 더 긴 마고자는 방한용으로 사용된다. 한복의 기본 상의인 저고리, 남자의 예복인 두루마기는 일종의 방한복이고, 여자의 예복인 당의는 궁중에서는 평상복으로 사가에서는 소례복으로 입었다. 쾌자와 답호는 겉옷 위에 입는 덧옷이고, 치마는 여성 하의로 상과 군으로 나눠서 상은 주름이 풍성하고 치마 길이가 길고 군은 주 름이 풍성하지 않고 길지 않게 일상생활에서 주로 서민이 입는 치마이다. 바지는 남성들의 하의를 일컬으며 발목에 대님을 묶는다. 마지막으 로 혼례를 치르고 난 후에 신랑과 신부가 입는 예복을 활복 또는 활옷이라고 한다. 정리하면, 여성은 속옷을 포함한 한복 구성이 치마 저고 리, 버선, 속적삼, 갓저고리, 속치마, 배자, 두루마기, 마고자, 속곳으로 구성되고, 남성은 바지저고리, 속고의 속적삼, 조끼, 마고자, 두루마기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한복은 일상적인 한복만 존재하는 것일까?

 

한복은 전통한복만이 있는 것이 아닌, 서민들이 일상복으로 입는 한복과 혼례를 치를 때 입는 혼례복으로 나뉜다. 또한 한복의 소재와 계절에 따라서 여름 한복인 모시한복과 실크로 만든 겨울 한복인 실크 한복으로 나뉘기도 한다. 또한, 개량한복과 생활한복도 최근에 빠질 수 없는 트렌드다. 생활의 편리함을 강조하는 시대의 흐름과 대중의 요구에 부합된 한복으로 일상생활에서 입기 좋게 만든 한복을 의미한다. 여자의 경우 투피스나 원피스로 만들어 평상복으로도 입고, 요즘 트렌 드를 반영해 레이스를 활용한 미니드레스나 크롭 등을 활용한 스포츠 한복, 편리성과 기능성을 갖추어 산악회나 음악동호회 등에서 맞추어 입는 동호회복 등 최근에는 전통적인 한복만이 아닌 일상생활을 하기에도 편리하게 만들어진 생활한복을 학교의 교복이나, 회사에서의 유 니폼, 동호회복, 모임단체복 등으로 다양하게 생활 속 한복을 만나볼 수 있다.

 

한복 유니폼 [출처: cook & chef]

 

또한 한복 드레스의 발전으로 드레스적인 요소를 가미한 한복을 입고 웨딩 화보를 촬영하는 유행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 의 한복을 베이스로 만든 한복드레스는 이미 해외시장에서도 큰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복모델인 나 역시 한복드레스 런웨이 무 대에 서게 되는 횟수가 많아져 한복의 인기를 새삼스레 피부로 느끼곤 한다.

 

한복의 무한한 변화! 거기에 아름다움과 기품을 잃지 않는 매력에 대해서 국제적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해외 명품 디자이너 들도 한복의 고유한 선이나 한복에 쓰이는 단청, 한글, 삼이나 베 등의 전통소재, 전통문양, 천연염색제 등의 다양함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GUCCI에서는 경복궁에서 우리의 전통 문양을 모티브로 쇼 를 진행하였고, 샤넬, 펜디, 프라다 등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에서도 한 복 고유의 선을 따서 신상 제작을 하거나 고급 컨셉의 라인을 소량 생 산하는 일들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들이 됐다. 그만큼 한복에 대 한 높은 위상과 세계인의 이목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 이리라. 실제로 본인이 국제적인 SHOW 무대에 섰을 때 느껴졌던 한 복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세계인의 시선들을 몸소 경험한 바 있다.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 [출처: 중앙일보]

 

‘한복은 불편하다’라는 생각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요즘 젊은이 들 사이에서는 간소화된 생활한복을 입거나 한복을 입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사진을 찍 어 공유하는 일이 일상화된 가운데 한복을 입고 셀카를 찍어 올리는 한복놀이가 MZ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의 필 수코스로서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또한 지방의 여러 관광지엔 한복대 여점이 성행을 이루고 있다. 박제된 전통에서 벗어나 재기 발랄한 참신 함을 덧입으며 세계인의 옷으로 거듭나고 있다.

 

영국의 유명 출판사인 옥스퍼드에서 발행하는 학습자용 영어사전에 ‘hanbok’(한복)이란 단어가 새로 등재됐다고 한다. 사이버 외교사절 단인 반크의 노력 덕분이었다. 최근 중국은 한복을 자국의 전통 소수 민족의상인 ‘한푸’라고 왜곡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반크는 각종 해외 사전에 한복을 한국의 전통 복장으로 올리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도 영국 사전인 콜린스에도 ‘한복’이 등재된 바 있다.

 

한복은 우리의 정서만을 담아내는 의복으로서의 기능만 있는 것 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 의복의 세계화, 문화화를 선도하는 하나의 큰 획으로서 의미를 자리 잡고 있다. 날 좋은 날,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며 아름다운 금박봉황이 날고 있는 한복치마를 휘날리며 광화문 거리를 활보하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여성분들과, 은 푸른 빛깔 도포자락을 휘 날리며 멋진 걸음을 힘차게 걷는 한국남성분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 글을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