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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호] 어떻게 노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노는지 모르겠어요.

 

레크레이션 지도사 최근원

<사진1. 출처:pixabay>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7년째 활동하며 수많은 청소년을 만나왔다. 7년 동안 수련회, 수학여행, 특강 등 많은 행사에서 청소년과 함께하며 든 생각을 짧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행사 중간 중간에 쉬는 시간, 게임 전후 시간, 간식 시간 등을 활용하여 학생들과 짧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다. 그때 학생들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있는데, “너희들 요즘 뭐 하고 놀아? 놀 때 뭐해?”라는 질문이다. 학생들은 그 질문에 대답을 쉽게 하지 못한다. 게임 하기, 인생네컷 찍기, 마라탕 먹기, 친구들 만나기 등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학생들이 자주 하지 못할뿐더러 놀이가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행사를 다니며 만난 학생들의 말을 몇 가지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행사 담당자 선생님, 혹은 부모님의 동의하에 짧은 대화를 나눴다.)

 

두 달에 한 번 친구들과 노는데 그거 말고는, 노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학교 끝나면 숙제하고 학원 가느라 많이 바쁜 것 같아요. 핸드폰 게임 할 때가 있는데 핸드폰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자주는 못 해요.

(안산J초등학교 6학년 양OO)

 

같이 운동장에서 축구할 수 있는 친구들이 없어서 축구하려면 축구 학원가서 해야 돼요.

(수원Y초등학교 3학년 최OO)

 

코인노래방에 가거나 인생네컷 찍으며 놀긴 하는데, 자주는 힘들어요. 시험 끝나면 한 번씩 그렇게 놀아요. 이거 말고는 뭐 하고 노는지? 잘 생각은 안 나요.

(안산S중학교 2학년 이OO)

 

(노는 건) 딱히 없는 거 같아요. 사실 놀고 싶어도, 바쁜 것도 있지만 같이 놀 친구도 없어요. 다들 학원가고, 과외하고 그러니까 친구들이랑 모일 시간이 없어요. 코로나 때는 집에서 게임 좀 자주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어려워요.

(대전S중학교 3학년 이OO)

 

학생들에게 어떻게 노느냐의 질문을 했을 때 들은 답변이다. 고등학생은 수능과 입시 준비 때문에 바쁘더라도 초중등 학생도 이처럼 노는 것을 어려워한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 최OO군의 말에 따르면 축구를 하고 싶어도 이제는 같이 할 친구가 없어서 학원에 가서 해야 된다. 그러나 학원에 가서 축구를 하면 자유롭게 할 수 없다 보니 자신에게 놀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놀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들과 상당히 연관이 깊은 요소이다. 요한 하위징하(Johan Huizinga, 1938/1993)에 따르면 놀이는 행복과 즐거움이 있는 정신적 또는 육체적 활동이다. 하위징하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이라고 정의하며, 인간은 놀이를 통해 감정을 느끼며 우리는 재미있게 살고,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 말한다. 정리하면 결국 우리는 놀이를 통해 행복과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놀이는 스트레스 감소와 문제 행동 감소에도 영향을 준다. 나상미와 김혜순(2011)의 연구에 따르면 신체 놀이 활동이 유아의 일상적 스트레스와 문제 행동을 줄여주는 데 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오은영 박사도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프로그램에서 자녀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노는 법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아이가 어릴 경우에는 부모가 함께 놀아줄 것을 제안 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노는 것을 어색해하며, 노는 방법을 어려워하는 것은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놀이를 통해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노는 것을 어색해하게 된 것은 지나친 경쟁사회의 영향도 있겠지만,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 전과 비교되는 모습 중 하나는 함께 하는 것의 어색함이다.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며 2019년에 만나던 학생들과 지금 만나는 학생들의 차이점은 팀을 이뤄 협동하는 게임보다는 개인플레이 하는 게임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던 시간이 길던 학생들은 집에서 혼자 놀거나,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현실에서 아는 친구보다는 인터넷상에서 알게 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현재 청소년들에게는 어색한 것이다.

 

놀이의 방식과 문화는 시대가 흐르며 당연히 바뀐다. 그러나 방법이 바뀔 뿐, 놀이가 없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청소년들에게는 놀이가 어색해지고 있으며 점점 노는 것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이 놀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의 수업 중 일부를 할애하거나, 가정에서 도움을 주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 다만, 이때 중요한 것은 어른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기보다는 건강하게 놀 수 있는 방향 내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그것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에 소개하는 두 가지 사례는 청소년들의 놀이 문화 향상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 좋은 사례이다.

 

경기도 안성시 교육청의 경우 2023년 올해 하반기에 학교로 찾아가는 동기 강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도입하여 안성시 관내 공립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정규 수업 시간 내에 학생들에게 놀이를 알려주고,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현재 진행중에 있다. 더불어 대전 새로남 기독학교의 경우 정규 수업 시간 중 주 2회를 학교 체육관에서 학생들이 함께 뛰어 놀며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건강과 놀이를 모두 챙기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이처럼 학생들이 현시대에 맞게 놀 수 있도록 개선되는 부분이 있지만, 아직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학교, 가정 그리고 정부가 함께 학생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며 속상한 것 중 하나는 일시적이라는 것이다. 2시간 동안 학생들과 신나게 웃고, 떠들고, 놀면 레크리에이션을 시작하기 전과의 얼굴과 표정과는 비교가 안 되게 아이들이 밝아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행사가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같이 특정한 장소에서 진행된 경우가 아닌 다시 수업에 가야 하거나 일상으로 복귀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걱정과 근심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즐겁게 놀아도 결국은 그때뿐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2시간만이라도 신나게 놀면서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해소되겠지만, 그 후에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버거운 학업과 일상이다. 학생들에게 동기를 심어주며 공부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주고, 용기를 주지만 이러한 동기부여가 스트레스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하며, 근래에 행사를 마무리할 때 학생들에게 해주는 몇 가지 조언이 있는데 이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함께 노는 법을 배우고 알게 되면 그 재미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게임, 운동, 산책, 독서, 맛집 투어 뭐든 좋다 혼자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꼭 찾아라. 둘째, 기대되는 일을 찾자. 생텍쥐페리의 작품 어린 왕자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사랑하는 사이, 친구 사이에서 이 말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는 우리의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 수학여행 가기 전날 우리는 설렌다. 여행을 가기 전의 설렘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체육대회 전날 기대되는 마음이 크다. 이처럼 우리는 다가오는 뭔가를 기다리고 기대하며 행복을 느낀다. 우리에게 이러한 기대감을 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공연, 전시회, 맛집 방문, 야식 뭐든 좋다. 오히려 사소한 것일수록 자주 할 수 있기에 더욱 좋다. 마지막 셋째, 하나 이상의 작지만, 눈에 보이는 실천을 하자. 수능, 영어성적향상, 대학 입학은 우리에게 너무 크고 머나먼 목표이다. 크게 와 닿지도 않고, 노력했는데 그 노력이 눈에 바로 보이지도 않는다. 작지만 바로 성과가 보이는 일을 꼭 하나는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이불 정리하기, 영어단어 5개 외우기, 달력에 계획 적기 등 눈에 보이는 실천을 함으로써 자존감 향상과 더 큰 목표로 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실천은 성인인 우리에게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한 작은 실천들과 올바른 놀이가 융화된다면 청소년들에게도 얼굴에 웃음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무엇 때문에 공부하는지, 무엇 때문에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아는 대한민국의 청소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꼭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하루빨리 우리나라의 다음 세대가 지금보다 더 밝은 세대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Huizinga,J.(1938). Homo Rudens 이종인 () (1993). <호모 루덴스>. 연암서가.

나상미·김혜순. (2011). 신체놀이 활동이 유아의 일상적 스트레스와 문제행동에 미치는 효과. 한국유아체육학회지, 12(1), 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