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7.10.18 11:01

정재원 기자 agnes1026@sogang.ac.kr

 

너희들은 다시 이 광장에 나오지 않길 바랐어.”

나는 지난겨울 광장에서 J의 어머니를 처음 만났다. J와 나는 오래전부터 같이 공부를 하던 사이다. 몇몇 친구들이 모여 난해한 철학책을 읽어보겠다고 덤볐고, 책을 사이에 둔 우리는 책보다 서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고 오랫동안 하게 됐다. 우리는 서로 지난 과거사, 가정사 등을 길게 펼쳐놓았고, J가 그녀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한 것도 그 무렵이다. 내가 J로부터 전해 들은 그녀의 어머니는 과거 5.18 광주민주항쟁 때 그 중심인 전남대에서 가장 열심히, 선두에서 서서 민주화 운동을 하시던 분이다. 그리고 그 이후 지금까지 그녀는 계속 최전방에서 그녀가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운동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50대 중반, 약간은 희끗한 머리에 웃음 자욱이 옅게 남은 얼굴의 그녀는 광장을 채운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나와 J, 그리고 우리의 친구들과 J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들. 뭐라 규정할 수 없는 우리는 광화문을 빼곡히 채운 인파를 겨우 헤치며 광장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말을 꺼냈다. 본인도 대학 다닐 때 함께 책 읽으며 공부했던 친구들과 지금까지 가장 친하다는 말, 너희들은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는 말, 그래서 과거에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이 그렇게 열심히 싸웠다는 말을 남겼다.





사진 1 | 201611월의 광화문 광장

너희들은 다시 이 광장에 나오지 않기 바랐어.”

그녀는 그녀 자신에 이어 자신의 자식들까지 불의와 싸우지 않길 바랐고, 그러기 위해 자신의 청춘을 민주화 운동에 바쳤다고 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이상한 생경함을 느꼈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역사는 나에게 새로운 역사가 아니다. 이미 교과서를 통해, 수많은 책들을 통해, 그 시대를 다룬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오랫동안 접해온, 친숙할 수밖에 없는 역사이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전해 듣는 과거 민주화 운동의 역사는 이상하리만치 생경했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전혀 모르고 있는 내가 아닌데, 왜 유독 그날 그녀에게서 들은 그 과거는 그토록 새롭게 다가왔을까. 나는 이제까지 여성의 입으로 재현되는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들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과거 민주화 운동의 역사는 386 서울 명문대 남성들에 의해 쓰였고, 여전히 50대 남성들의 영역이다.

 

반쪽의 공감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활약은 눈부시다. 출간 7개월 만에 판매 부수 10만 부를 찍으며 상반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82년생 김지영>‘82년에 태어나 홍보대행사에 다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육아 우울증을 겪고 있는김지영의 이야기이다. 동시에 요즘을 살고 있는 대다수 여성의 이야기이다. <82년생 김지영>의 선풍적 인기는 아마도 김지영의 삶에서 자신의 삶을 보는듯한 기시감을 느끼는 여성들에게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연극으로 각색되기도 하고, 영화화가 진행 중이기도 하며, <SBS 스페셜>에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SBS스페셜> “82년생 김지영-세상의 절반 이야기편은 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지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의 삶을 모았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텔레비전 속에 모인 삶들 속에서 또다시 자신의 모습을 찾아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던 날, 나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우리 엄마처럼.

사진 2 | <SBS스페셜> “82년생 김지영 세상의 절반 이야기예고편 중

82년생 지영씨 중 한 명은 어린 남자아이를 키우며, 직장에 다니고 있다. 그녀는 아이를 낳으며 하던 일을 잠시 그만뒀다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시간 맞춰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그녀는 회사에서부터 집까지 구두를 신고 전력 질주를 한다. 양손에는 서류와 노트북을 한 아름 안고, 신호에 걸려 횡단보도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을 때는 발을 구르며 시계를 확인한다. 62년생인 우리 엄마는 82년생 지영씨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기 자신도 아이들 키울 때, 뛰어다니는 습관이 생겼다면서, 그때 구두를 신고 뛰다 넘어져 생긴 오래된 상처들을 되짚는다. 62년생 우리 엄마와 82년생 지영씨 사이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사실이 슬펐다. 두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20년의 세월 동안, 여성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아니 변화하긴 했는지 생각하니 조금은 아득해지기도 했다.

동시에 나는 나 자신이 <82년생 김지영>에 반쪽짜리 공감밖에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서툰 공감의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오래 생각했다. 여성주의 학자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학생이든 아니든 젊은 여성들은 이 남성 지배적 사회에서 가장 대우받은 집단이다. 우리는 여성들을 급진화시키는 인생의 쓴맛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즉 임금노동자가 되어 여성이 어떻게 대우받는지를 알고, 결혼이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아이들을 키우며 혼자서 책임을 도맡고, 아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큰 짐으로 다가오는 노년의 세월을 겪어보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젊은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는 현상을 지적한다. 나 역시 이런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는지, 소설 속 지영이 임신 상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것을 비꼬는 여대생의 모습이 내 안에도 존재하는 것이 아닐는지 의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의 반쪽짜리 공감의 이유는 아마도, 내가 엄마라는 정체성을 겪어보지 못했으며 동시에 나 자신을 누군가의 아내, 엄마, 그리고 딸로 정체화하지도,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누군가의 아내도 엄마도 아닌, 내 삶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공부하는 연구자로 정체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혁명가의 엄마, 아내 혹은 딸

 

여성주의 학자 전희경은 그의 저서 <오빠는 필요 없다>에서 876월 민주항쟁 이후, 90년대 사회운동에 참여한 여성의 역사를 복원한다. 전희경은 90학번에서 96학번, 열여섯 명의 여성 활동가를 심층 면접 방식으로 만나 사회운동에 대한 그들의 기억을 충실하게 기록한다.

전희경은 책의 도입부에서 여성 활동가들에게, 사회운동에 발을 담그게 된 계기를 묻는데 그 대답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수의 여성 활동가들이 그 이유를 재미에서 찾기 때문이다. 그들은 집회에 나가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전희경은 이러한 동기에 주목하여 여성들이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의 의미를 짚어낸다. 전희경은 문승숙을 인용하며,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많은 시민이 집단적 열기가 넘치는 대규모 집회나 행진에 직접 참여하면서 이전까지 노동자, 주부, 회사원, 학생이던 개인들이 시민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 집회에 참여하는 경험은 국가의 동원 대상에서 권리를 지닌 주체로 변화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들의 사회운동 참여도 해석할 수 있는데, 집회의 참여는 여성들에게 그들이 사적인 장에 유폐된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공적 주체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여성들 자신이 어머니, 주부, 딸이라는 사적 영역에 속한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국가와 관계 맺는 시민이 된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주체성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적과 동지를 구분할 수 없는 진흙탕 싸움

 

하지만 여성들의 사회운동 참여는 보다 다층적인 의미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전희경의 책에서 이어지듯, 여성들이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했던 상대는 독재 정권, 혹은 비민주, 민족주의뿐만이 아니다. 여성들은 그것들에 더해 가부장제와도 싸워야만 했다. 더군다나 가부장제는 독재정권과 다르게 선명한 을 상정할 수 없게 한다. 가부장제는 여성으로 하여금 의 피아 구분이 불가능한 진흙탕 싸움, 더 무겁고 어려운 싸움으로 이끌었다. 남성적, 가부장적 사회운동 영역 안에서 인정받고자 했던 여성들의 인정욕구는 자신의 여성성을 본인 스스로 적극 부정하게 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여성 자신이 다른 여성의 적이 되게 하기도 했다. 또한, 모두가 존경하는 남성 선배가 다른 의미에서 나의 적이 될 수도 있다. 여성들은 인권, 민주주의, 인간해방 등의 대의를 말하는 사회운동의 영역에 속해 도리어 가부장제의 질서에 의해 억압되어 대의와 자신의 삶 사이의 괴리를 겪어야만 했다. 여성이 주류 사회 운동 속에서 정치적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 자체에 남성 권력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아주 깊게 개입했고, 그 권력을 문제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부장제 사회운동의 구도 속에서 여성의 역할은 혁명가, 투사들의 상처를 안아주거나, 옥바라지를 해주는 어머니, 아내의 역할에 국한되었다. 여성들은 혁명가의 자리에 서기보다는, 혁명가의 아내, 혁명의 보조자 역할에 가둬졌다. 전희경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별 분업은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니라고 말한다. 성별 분업은 공적 주체로서의 남성을 기준으로 하여 남성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비가시화된 노동으로서 보살핌과 가사노동이라는 여성적 노동을 여성에게 부과하는 위계적 체제라는 것이다. 즉 여성의 노동은 남성이 존재할 때만 의미가 있게 되며, 여성은 노동하면 할수록 평가 절하되는 구조인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하는 너라는 거울

 

전희경은 여성주의 문화연구나 방법론 연구에서 서사를 일련의 경험에 대한 선택과 배제를 통해 과거를 특정한 방식으로 배열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구성적이며 힘의 구조라는 것을 밝혀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과거의 구성은 현재 힘의 구조에 의해 이루어지고, 따라서 과거는 정치적 관심에 따라 계속해서 다시 쓰여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대건 현재를 살았던 여성들은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절반의 여성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은 최근 <영초언니>라는 자전적 에시이집을 발간했다. 서명숙은 대학 시절 함께 자취하던 천영초를 사회적 모순에 눈을 뜨게 해준 사회적 스승이었다고 회고한다. 서명숙에 따르면 천영초는 1970년대 고려대 운동권의 상징적 인물이며, 고려대 역사상 가장 큰 집회를 이끈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가장 앞장선 인물이고, 여성들의 학습운동조직을 이끈 인물이다. 서명숙은 지금 많은 남성 정치인들이 소위 운동권 팔이를 하며 먹고 살지만, 영초언니는 완벽하게 잊혔다는 것이 슬퍼 영초언니를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한다.

사진 3 | 허정숙·주세죽·고명자(왼쪽부터) [한겨레출판 제공]

영초언니의 시간에서 조금 더 과거로 올라가면, 조선희 전 씨네 21 편집장이 최근 출간한 소설 <세 여자>의 주세숙, 허정숙, 고명자를 만날 수 있다. 소설 <세 여자>는 일제 강점기 공산주의 혁명가였던 세 여자의 삶을 다룬다. 주세숙은 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부인이었고, 허정숙은 나중에 북한 정권의 사법상과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을 지냈으며, 고명자는 박헌영의 동지인 공산주의 활동가 김단야의 연인이었다. 소설 <세 여자>는 철저한 고증과 상상력을 교차시켜, 세 여자가 역사를 통과하는 과정 그리고 역사 속에서 한 명의 인간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희는 1925년 고명자, 주세숙, 허정숙 세 여자가 단발머리를 하고 청계천으로 짐작되는 개울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진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전한다. 아마도 조선희는 단발머리에 맨발로 바로 선 신여성들을 보며 그들을 역사 속에서 복원해 당당히 위치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을는지도 모른다. 이 사진은 책 표지로 사용되었다.

역사 속에서 영웅적인 역할을 한 여성들의 삶을 복원한 <영초언니>, <세 여자>와 달리 여성주의학자 김은하는 80년대 민주화운동 이후 자괴감에 사로잡힌 활동가들이 자전적으로 적어낸 후일담 소설을 분석했다. 특히 김은하는 후일담 소설이 주로 남성 작가의 서사로 구성되었음을 지적하며,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여성 작가들의 자기 고백을 분석하고 그 존재를 복원하려고 노력한다. 김은하에 따르면 후일담 소설은 80년대 혁명 세대들의 치욕적 현존에 관한 자기 고백적 보고서로서, 90년대에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와 수적으로도 상당할 뿐 아니라, 장르문학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일정한 관습을 공유한다. 386세대의 후일담 소설이라 하면, 김영하, 김영현, 김소진 등 남성 작가들이 주로 언급되는데, 이는 386세대의 학생운동, 민주화 운동이 청년-남성 지식인 주도의 변혁운동으로 기억되어 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김은하는 여성 386세대가 자전적으로 기록한 후일담 소설은 혁명이 좌절된 뒤 비로소 여성들이 자신들의 성별에 눈뜬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문제적이라고 지적한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소환의 형식이 되면서 성별화된 기억의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 여성 386 세대는 고백적, 체험적인 젠더 서사를 보여줌으로써, 지난 날의 자신을 반추하며 현재의 좌절한 자기를 응시하는 후일담의 글쓰기가 여성의 젠더 체험과 어떤 관련성을 맺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잊혀졌다.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대한 망각’, 바꿔 말하면 선택적 기억은 여성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여성들은 인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나 세상의 일과 의무의 절반을 수행했고, 역사에서 능동적인 동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인류 발전 과정에서 단지 주변적인공헌만을 한 존재들로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보는 것은 남성 역사가들이 가부장적 가치들을 근거로 해서 내린 선택적 기억입니다. 여성들은 항상 역사 속에서 살았고, 역사 속에서 활동했으며,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여성사는 잃어버린 절반을 재구성하고 여성들을 능동적인 동인으로 사건의 중심부에 위치시키는 임무를 떠맡았습니다.

거다 러너(Gerda Lerner), <왜 여성사인가>, 149

거다 러너는 뒤이어 역사 속에서 소외되고, 지워진 소수자들이 여성 뿐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여성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 역사에서 지워진 소수자들의 역사를 복원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적었다. 왜 여성사인가를 묻는 질문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역사 속에서 세상의 절반을 복원하는 일이며 동시에 권력에 의해 기억하기를 선택받지 못한 소수자들의 역사 역시 복원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겨울 <문라이트>라는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역사에 길이 남을 해프닝 이후 돌아간 상이기에, 그 해프닝이 수상 소감보다 더 주목 받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흑인이면서 성소수자인 주인공 샤이론의 삶을 고요하게 따라간 영화 <문라이트>의 감독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이크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을 비추는 거울 따위는 이 세상에 없다고 믿는 사람들, 우리는 당신을 우리를 더 많이 보여지도록 할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 상은 당신을 위한 거에요.”

내가 나 자신으로 정체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인이라는 거울이 필요하다. 미디어든 역사에서든 나와 비슷한 누군가를 만나보지 못한 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 당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렇기에 한 명의 시민이 되고 싶은 여성들에게도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필요하다. 그리고 역사의 분기점에서 한 명의 시민, 한 명의 혁명가 자리에 섰던 여성의 삶은 그들에게 거울이 되기도, 위로가 되기도 할 것이다.

62년생 우리 엄마와 82년생 지영씨 사이에 깊은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것은 사실 슬픈 일이다. 강산이 두 번 변할 세월을 사이에 두고도 서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는 두 세대 사이에 슬픈 공감대 위에 문제의식이 생겨나고, 그 공감의 고리를 (긍정적인 의미에서) 끊기 위해 우리 사회가, 우리 모두가 공들여 노력해야 한다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상상력을 싹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90년대에 태어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궁금하고, 내가 속한 사회가 더 나은 곳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세상을 공부하고 싶고, 또 그 속에서 내 두 발로 설 자리를 찾는 나는, 나의 거울을 찾아 켜켜이 먼지 덮인 역사 속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여성들을 찾았다. 그리고 나는 나 이전의 많은 여성들이 나와 같은 작업을 오랜 시간 해오고 있었음을 알았다. 그들을 거울삼아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2017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이런 나에게 공감하지 않았으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들을 비추는 맑은 거울이 사방에 즐비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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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7.06.08 12:15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정치와 예능, 그 시대와의 싸움
- 지금은‘대중정치(정치예능)’의 시대

 

바야흐로,‘ 정치예능’1)의 시대라고들 부른다. 종편의 출범과 함께 범람하고 있는 정치예능은 연일 화제 속에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예능과 정치. 전혀 친하지 않을 것 같은 둘의 만남이라니…. 상반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 두 분야의 협업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던 나는 정치예능에 대해 파헤쳐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예능은 한 번도 정치를 외면한 적이 없었다(!). 다만 시대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 해왔을 뿐이다. 예능과 정치의 만남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면‘정치예능’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어떻게 변해 온 것일까. 제대로 된 기능은 하고 있는것일까.‘ 정치예능의 시대’라는 것은 바로‘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는 어떤 시사점을 주는 것일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질문들을 따라서 정치와 예능의 콜라보레이션을 추적해보기로 했다.

글 신윤희

 

 

시대가 바뀌면 많은 것이 변한다.


여기 두 가지 장면이 있다. 두 장면 모두에 한 여자와 남자가 있고, 배경이 되는 시대는 다르다. 여자와 남자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 그러니까 다시 말해‘커플’이다. 첫 번째 커플은 서로 멀찍이 떨어져 걷고 있다. 반면에 두 번째 커플은 서로 팔짱을 낀 채 걷고 있다. 이따금씩 뽀뽀도 한다. 첫 번째 커플이 보면 아주 놀랄 장면이다. 그들이 두 번째 커플과 같은 애정행각을 하려면 모르긴 몰라도 사람들이 안 보는 곳에서 은밀하게(?) 했어야 할 것이다. 두 장면 사이에는 시간의 흐름이 있었다. 이에 따라 두 커플의 행동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사실 그 저변에 그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과 생각이 바뀌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 예능과 정치, 이 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위에 나오는 남자와 여자처럼, 둘은 어떤 때에는 몰래 숲 속에서 만나야 했을 것이고, 어떤 때는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하는 길거리에서 손잡고 다니기도 했을 터이다. 물론 그와 동시에 그들의 만남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변화가 있었다. 사회는 생각보다 급작스럽게 변화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진단하고 비평하던 이들과 그들에게 공감하는 여러 사람들이 만나야 비로소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예능과 정치의 만남 사이에도 이러한 변화과정이 있었을까?

 


시대 속의 오래된 친구, 정치와 예능


예능과 정치. 이 둘 사이에는 아주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다. 웃음과 정치, 이들은 사람들의‘일상’이다. 즉, 사람들의‘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퍽퍽한 사회에서 웃음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고, 퍽퍽함의 강도가 셀수록 예능에게는 그 임무가 가중될 것이다.
그러는 한편 사람들의 웃음을 앗아는 것은 정치이고, 또 앗아간 웃음을 되찾아주는 것 또한 정치이다. 정치는 사람들의 일상을 좌지우지한다. 그래서 웃음은 자기 존재의 유무를 좌지우지하는 정치를 늘 감시해야한다. 잘못하고 있을 때는 풍자로 꾸짖기도 하면서…. 그러한 측면에서 예능과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이들처럼 붙어 있는데도 함께 의식하지 못하는 관계도 드물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하고, KBS TV가 개국(1961년 12월 31일)한 지도 60여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텔레비전은 우리사회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 밀접한 영향을 끼쳐왔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텔레비전은 사회기관의 일종으로서 사회를 반영하며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사회의 변화에 의해 바뀌어오기도 했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텔레비전은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다 같이‘근(根)의 공식(*‘그네 공식’으로 들리기도 한다)’을 외워 보죠.”

“이 반에서 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린 학생이 있어요. 다시는이런 일이 없도록 학교 창문을 없애버리겠어요”
- KBS <개그콘서트>‘ 닭치고(高)’코너 중 약속을 지키는 교장 ‘꼭이오’의 대사 (2014년 7월 6일/ 7월 20일 방송)

KBS <개그콘서트>‘ 닭치고’의 한 장면 [제공: KBS 화면캡쳐]

 

디자이너:“ 젊은 애들이 돈이 뭐가 필요해? 열정만 있으면 되지?”
인턴:“ 최저 임금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
디자이너 :“ 너희들이 배우겠다고 온 거 아니야? (뺨을 때리며) 가세요, 집에 가세요! (곧 이어) 남의 가게에서 잘렸는데 왜 여기 있느냐!”
인턴: (표정을 바꾸며 디자이너의 뺨을 때린다)“ 옷사러 왔어요”
- tvN <코미디빅리그>‘ 갑과을’코너 중 디자이너와 인턴의 대화 (2015년 1월 18일 방송)


 위 두 프로그램 속 일부 대사만 봐도 코미디·오락 속에는 우리사회의 시사적인 이슈와 사회적인 이슈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은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불통의 어느 권력자를 떠올리기도 하고, 일상 속에서 경험한‘을’의 사례에 공감하기도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예리하게 짚어내고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다가도 순식간에 부하직원에서 손님으로 뒤바뀌는‘갑과 을’의 관계를 그려내면서 통쾌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그 상황이 현실과 얼마나 합치하는 내용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잠시나마 권력을 비판하고 전복된 상황을 제시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곧 풍자 코미디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면 그 중에서도 예능·오락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당시의 사회·문화와 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사회경제적 상황이 열악해지면 오락 프로그램이나 오락 요소가 많아지는 반면에, 권위적인 정치 분위기가 확산·정립되면 오락적 요소보다는 체제를 옹호하는 내용의 교양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기도 한다는 점을 짚어내기도 했다.2) 실제로 유신체제의 1970년대 중반의 거의 모든‘프라임 타임’에는 반공이나 새마을 운동과 관련된 교양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했고, 민주화운동이 팽배했던 1980년대와 양적 경제 성장이 활발했던 1990년대에는 오락프로그램이 양적으로 팽배해졌었다.
그러나 코미디 프로그램과 사회적 상황은 단순히 프로그램의 양적 개수와만 연관되지는 않는다. 그 내용과 다루는 소재에 있어서도코미디·오락 프로그램은 사회적 상황과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아왔다. 권력을 향한 비판이 조금씩 무뎌지고 있던 시절을 지나, 최근에대두되고 있는‘정치예능’의 시대까지. 그동안 코미디·오락 프로그램에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그 변화는 시대와 사회적 상황에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정치예능’은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전혀 새로운 소재라거나 급작스러운 포맷의 변화는 아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사회를 진단하고 비평하던 이들과 그에 공감하는 대중이 만나 프로그램이 흥망성쇠를 겪으며 점진적으로 변화해온 산물이다. 그렇다면 국민 정서와 가장 밀접하다고 할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의 변화상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한국사회, 적어도 정치에 대한 국민 정서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정치 예능 이전에 있었다.‘ 텔레비전 풍자 코미디’


정치예능의 시작을 2011년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면서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정치예능을‘종편 장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정치와 예능의 만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먼 옛날로 거슬러 가면 나라님과 양반님에 대해 풍자하던 탈놀이‘양주별산대놀이’도 있지 않았는가. 그런 점에서 텔레비전에서 정치와 예능의 만남은 풍자 코미디를 그 시작으로 볼 수도 있다. 군부독재 시절 이른바‘3S정책3)’은 국민들의 정치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일환이었다. 이때 예능PD들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임무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에 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전두환 독재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TV 예능 프로그램을‘3S정책’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비난하기도 했다고 한다.4) 그런 정치적 상황에서도 계속 권력을 견제하고 이를 풍자하려는 노력은 있었다. 서강대학원 신문 138호에서도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장덕균 코미디 작가가 극본을 쓴‘변방의 북소리’도 그 시대의 대표적인 정치풍자 코미디였다. 또 다른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KBS <개그콘서트>다.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내보낸 <개그콘서트>는 오랜 시간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장수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속 시원한 풍자를 일삼으며 시청자들에게“코미디가 웃음을 주지 않으면 웃을 일이 없다”는 정서를 전파하고 지지받았다. 물론 <개그콘서트>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개그에서 권력에 대한 비판이 다소 사라져갔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MBC <PD수첩>, KBS <추적60분>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크게 축소되는 상황에서 예능PD들도 덩달아 위축되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개그맨 김학도는“도전을 같이 할 만한 PD가 없고,‘ 저랑 같이 하실래요’하는 연기자도 없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또 개그맨 김한석은“5공화국 당시에는 소재의 제약은 많았지만‘네로25시’ ‘변방의 북소리’등 사회 풍자 개그가 넘쳐났다”며“지금은 표현의자유가 보장되는 시기인데 정작 이를 다루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5) 그러나 뒤이어 서수민PD가 <개그콘서트>를 연출하면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하기도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닭치고’등은시청자들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며 풍자 코미디로서의 역할을 재개했다. 그 후로도 여전히 정치풍자 코미디는 정치와 예능 콜라보레이션의 한 기둥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 2012
년 이후 tvN <SNL 코리아>에서는 대선과 같은 굵직한 선거철마다‘여의도 텔레토비’코너를 통해 여의도 동산에 사는 텔레토비(정치인)들의 관계를 그리며 정치풍자를 말 그대로 ‘대놓고’ 했다.‘ 여의도 텔레토비’는 현실 정치를 반영한 센스 있는 대사와 출연진들의 익살스러운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다.

 

‘여의도 텔레토비’를 잇는 tvN <SNL 코리아9>의‘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
[제공 : tvN 화면 캡쳐]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공익프로그램의 등장

 

정치인들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이나 예능적인 편집 요소를 쓰는 시사·정치 프로그램은 국민들의 정치 진입장벽을 낮춰준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예능은‘제도 정치’에 치우쳐진 경향이 있다. 김성윤 문화사회평론가는 최근의 정치예능의 대두 현상을 보며“논의가 제도 정치에 집중돼 있다”며“성, 인종, 민족 등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생활정치라고 해야 할까. 이런 부분은부차적으로 다뤄지거나 아예 다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정치예능 이전에 이미‘제도 정치’보다‘생활 정치’에 더 집중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공익 예능 프로그램의 시초라고 불리는 <!느낌표>
가 그것이다. 1987년 민주항쟁으로 표현의 자유가 피어나면서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었다. MBC의 <!느낌표> 또한 그러한 시도 속에서 탄생했다. <!느낌표>를 연출한 김영희PD는 당시 시대
상을 반영하여 21세기에 주목받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며‘공영 (共榮)적 오락’을 선보였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느낌표>는 21세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을 주요 아이템으로 다루고 있다. 환경, 청소년, 노인, 책 등을 주요 아이템으로 다룰 것인데,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며 이를 위해 거창한 담론이 아닌“작고 사소한 문제로부터 진지한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라고 했다.6) <!느낌표>는 지금도 정치를 포함한 사회의 다양한 면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예능프로그램으로 자주 회자된다. 책을 읽는 문화를 장려하고, 이주노동자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며, ‘칭찬합시다’를 통해 서로 배려하고 칭찬하는 따뜻한 사회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아침을 굶고 다니며 공부하는 고등학생들의 삶을 비추기도 하고, ‘양심 냉장고’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와 같이 <!느낌표>는 사람들의‘생활 정치’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며, 궁극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공익(共益)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도‘공익 예능’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이 이따금씩 나오기는 했지만 <!느낌표>만큼 사회적 호응을 이끌어 내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프로그램은 드물었다.

 

MBC <!느낌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의 한 장면 [제공: MBC 화면캡쳐]

 

 

현실/정치풍자를 하나의 긴 서사로

 

공익 예능의 연장선에서 <무한도전>의 이야기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한국갤럽 조사에서‘한국인이 사랑하는 TV프로그램’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국민예능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 또한 <!느낌표>처럼 사람들의 일상에 관한‘생활 정치’를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여내며 사회적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공익 예능으로서‘생활 정치’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제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전면적으로 정치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을 보며 정치적 메시지를 받는다. 그런 점에서 평론가들은 <무한도전>이 이미 예능 장르 차원의 영향력을 넘어섰다고 평가한다. 가까운 예로 무한도전은 미래 예능을 이끌 차세대 예능주자를 뽑는‘선2014’방송을 통해 현실 정치를 재현하며 이미지정치의 허상을 풍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의 정 치성이 가장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는‘좀비특집’은 5·18민주화운동의 분노 바이러스를 다루며 풍자했다. <!느낌표>가 공익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생활정치를 다루었다면, <무한도전>은 앞서 언급한‘풍자 코미디’의 한 코너를 긴 서사로 늘어트리며 하나의 스토리이자 이미지로 현실을 풍자하는 셈이다. 그러는 한편 무한도전은 점차 풍자를 넘어서 제도 정치를 전면에 다루기도 했다. 지난 4월 1일 국정농단 사태 이후 조기 대선 국면에서 방송된‘국민의원특집’이다. ‘국민위원’200명을 뽑아 국민이 주체가 되어 직접 법안을 만드는 특집이었다. 정치와 국회, 법안의 발의 과정 등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면서, 열악한 노동 처우, 청년, 육아, 환경 문제 등이 언급되며 이에 대한 실제 입법을 예고하기도 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무한도전> ‘국민의원특집’은 예능이 라는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정치에 대한 문턱을 낮춰주었고 법안이 라는 것이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들이라는 걸 확인시켜줬다”며“정치인만이 아니라 국민들 역시 함께 머리를 모을 때 더 좋은 사회를 위한 아이디어들이 나올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MBC <무한도전> 국민위원 특집 [제공 : MBC 화면 캡쳐]

정치예능의 전성시대

 

<무한도전>이 긴 서사의 풍자와 국민 참여를 정치로 이끄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정치예능’은 본격적으로 정치 안건을 다루고 토론한다. 지난해 12월 JTBC <썰전>은 한국갤럽이 발표한‘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조사에서 2위(9.2%)에 올랐다. 1위 MBC <무한도전>과 0.2% 차이였다. 올해 초 무한도전이 7주라는 휴식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표적 정치예능 장르인 <썰전>7)이 이렇게 사랑받는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정치예능의 전성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대표적인‘정치예능’이라 불리는 JTBC <썰전> [제공 : JTBC 화면 캡쳐]

 

 그러나 범람하는 정치예능 속 그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가볍게 인식할 우려나, 정치인들이 이미지 정치로써 예능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부작용을 무시할 순 없다. 그들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행보는 실제와 다를 때가 많고, 때로는 정치에서 실패한 이들이 재개의 일환으로 방송에 나와 비판받기도 했다. 실제로 2013년 <썰전>에 출연한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에게 대두된‘이미지 세탁’에 대해“저는 방송을 통해 정치계에 복귀하려는 사람이다. (이를) 숨기지 않겠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치예능은 종편 출범 등으로 미디어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뉴스에 오락을 접목시켜 시청률을 높이고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의 일환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정보처리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 쉽고 재미있게 포장된 정보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8) 이러한 정치예능은 다매체 시대 시청자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정보를 분류하고 해석하여 지적인 통찰력을 재미있게 제공한다.이렇다보니 정치예능의 가장 큰 순기능은 무엇보다도 정치가 쉬워진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번 대선에서는 대선후보들을 ‘취업준비생’으로 가정하는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이 방송되기도 했다. 굵직한 대선후보들이 출연해 예능의 형식으로 면접을 받고, 후보자 자신에 대한 ‘악플’을 읽기도했다. SBS 모바일채널<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출연해 양세형을 두손으로 안아 들고 귓속말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멀게만 느껴지던 정치인들을 가까이, 친근하게 느끼는 것과 어렵게 느껴지던 정치 사안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은 정치예능의 가장 큰 장점이다.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안희정 편 [제공 : 유투브 화면 캡쳐]

 

 한편 정치예능은 제작진이 필터링한 관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정치예능에는) 제작진이 의도한 강조점과 자막,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가이드를 해주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예능에는 확실히 어렵고 딱딱한 정치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지만, 이러한 점에서 시청자들은 정치예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치예능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은교·금희조9)에 의하면 정치적 관심이나 뉴스 선호도와 관계없이 정치예능토크쇼를 많이 시청할수록 정치 참여 의사가 많아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나 오락적 콘텐츠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오락과 정보를 함께 전달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정치예능은 더 진중한 행보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정치와 예능의 만남이 남긴 것

 

채널A에서 방송하는 <외부자들>에 출연하는 전여옥(전 새누리당 의원)은 프로그램 출연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장사하느라 글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분이 저더러 TV에 나와 정치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러면 올바른 투표를 할 수 있을 것같다고 하더라고요.”


왜 사람들은 정치예능을 보는 걸까? 문화사회학자 엄기호10)는“20대 청년들이 언제 정치적으로 움직이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정치가 사기라는것을 잘 아는 이들이 정치적으로 움직일 때는 정치가 오락이 되거나 혹은 정치가 오락을 방해할 때이다.” 우선 첫 번째의 사례로는 이명박 정부의‘꼰대스러움’을 봐줄 수가 없어서 2010년 지방선거 투표장으로 달려갔다는 이,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를 폐지해야 한다는 국회의원을 보고 투표장으로 향한 이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이 오락을 방해하고 금지할 때,
“이들은 자신의 일상이 정치에 의해서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다고 느끼고 정치적으로 움직인다”. 두 번째로는 정치가 오락이 될 때이다. 트위터를 통해 투표 인증샷을 남기는 행위 등은 정치가 일종의 오락이 된 사례이다. “정치적 냉소에 맞서는 것은 진정성이 아니라 재미, 오락이다”11). 정치예능은 국정농단과 조기대선을 치르며 유례없이 높아진 정치적 관심도에서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엄기호의 분석도 (비록 20대에 한한 분석이긴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예능의 붐 현상과 맞닿아 있다. 정치예능은 정보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정보와 관점을 제공해준다. 일부 분석에서는 정치예능의 인기가 언론이 그 역할을 충실히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전통 시사교양 프로그램 사이의 틈을 새로운 정치예능이 메꾸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를 분석하는 예리함을 아주 쉬운 말로 풀어내는 것도 정치예능이 인기를 끄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간적으로는 애처가이고 자식에 대한 애정이 깊은 사람이에요."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그게 한나 아렌트가 말한‘악의 평범성’이죠
. 나치도 훌륭한 버지고 남편이고 성실한 직장인이었다는 거잖아요.”-진중권 동양대 교수
- 채널A <외부자들> 중


오락 프로그램은 지친 시청자들의 마음에 한 줄기 웃음을 주는 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긴다. 시청자는 그런오락프로그램을 보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속 시원함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공익적 메시지와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한다. 정치적 사안을 비평하는 레비전 속 평론가들의 말에‘좋아요’를 누르기도 하고, 실제 예능프로그램에 참여해 법안을 발의하기도 한다. 처럼 시대적 상황에 따라 오락 프로그램은 포맷과 소재 면에서 화를 거듭해왔다. 지금까지 추적해 본 정치와 예능의 콜라보레이션이 다양한 형태의 결합관계를 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예능이 기존의 것을 대체하면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 프로그램 나름의 흥망성쇠를 겪으며 보존되고 변형된 형태들이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는 꼴이다. 풍자 코미디, 공익예능 등의 잔재가 남아 사회적 환경과 맞닿을 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정치예능’형태라면, 앞으로도 이 모든 다양한 형태의 정치예능이 모두 공존되고 유지, 변형,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선 <무한도전-국민위원특집>과 같은 정치예능이 남긴 것은 더이상 정치가 남의 것, 즉 정치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지점이었다. 우리가 직접 참여하고 논의할 때 정치는 오락이 되고 재미있어진다. 정치와 관련된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의 환경 변화는 어쩌면 그동안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대중들의 원이 만들어낸 변화는 아니었을까. 그런 점에서 현재의 정치예능은‘대중정치’현상의 일부로도 볼 수 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복잡한 정치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역할로서 정치예능이 계속해서 활성화된다면, 정치를 다시 누군가에게 뺏기지 않고 우리들의 정치로 남기는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주1) 정치예능에 대한 보편적·학술적인 정의가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정치예능은 정치 현안을 놓고 여러 전문가 패널들이 나와 입담을 겨루는 토크쇼로 정의할 수 있다. 최근에 정치예능은 그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팽창했다. <외부자들>(채널A), <강적들>(TV조선), <썰전>(JTBC) 등 이른바‘정치예능’을 표방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매주 요일별로 방송되고 있다.


주2) 강태영·윤태진(2002),『 한국TV 예능·오락 프로그램의 변천과 발전』, 서울: 한울, p.23.

주3) 3S, 즉 스크린(screen:영화), 스포츠(sport), 섹스(sex)에 의한 우민(愚民)정책. 대중을 이와 같이 3S로 유도함으로써 우민화하여, 대중의 정치적 자기 소외,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함으로써 지배자가 마음대로 대중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말한다. [출처 : 네이버 두산백과].

주4) 이채훈,「 정치와 예능, 시너지는 가능한가」,『 PD저널』, 2014.8.28.기사.


주5) 원성윤·김도영,「 코미디의 탈정치화“MB는 재미없어요”」,『 PD저널』, 2009.4.21.기사.


주6) 이채훈,「 시대정신을 담아낸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저널』, 2014.9.5.기사.


주7) <썰전>은 사회정치 이슈를 안건으로 보수와 진보 진영의 패널들이 각 1명씩 나와서 사회자를 중심으로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썰전>은 방송사 측에서 시사·교양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예능이었을 뿐만 아니라 <썰전>을‘정치예능’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썰전은 새로운 방식의 예능 혹은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평가받으며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는데 이에 따라 평론가들은 정치예능이 <썰전> 이후부터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주8) 이하늬,「 “어제 썰전 봤냐? 정치예능 전성시대」,『 미디어오늘』, 2017.1.12.기사.


주9) 정은교·금희조(2014),「 정보인가 오락인가: 정치예능 토크쇼의 정치적 효과」,『 한국언론학보』제58권 5호, pp.362-390.


주10) 엄기호(2010),『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경기: 푸른숲, pp.91-93.


주11) 엄기호의 같은 책.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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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7.04.08 16:38

 

언제나 그렇듯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가장 가까운 것에 대한 관심이다.

내가 마주한 공간에서 의미들은 결코 평범하고 작은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를 의미있게 만든다.

 

취재 및 편집 양계영

 

 

 

밀집된 도시, 의미의 부재

 

오늘날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도시의 역사성과 전통양식을 보존하면서 쾌적한 문화도시를 만드는 것이라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현대의 도시는 사람들의 다양한 인간 활동에 의해 살아 숨 쉬던 곳곳을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모두 획일화하고 있다. 급속한 성장 속에서 업무지구, 상업지구, 주거지구의 형식으로 구역이 나뉘어졌으며, 그에 알맞은 건물들로 외형을 채워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외형에 어울리는 콘텐츠를 제작하여 인위적으로 채워 넣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지역의 특성에 부합하는 사람들이 저절로 모여들었다. 결국 한정된 대지조건 속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고층건물은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가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도시는 프로그램의 부재와 경관의 해체 등으로 인해 더 이상 걷고 싶은 거리 혹은 장소로서의 의미를 상실하였다. 단순히 건물을 지탱하기 위한 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 도시 계획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 출신 저널리스트 제인 제이콥스는 이러한 도시의 현상에 대해 언급하며 도시의 생태계가 균형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방법으로다양성을 뽑았다.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따라서 이를 지속할 방향으로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문화관광부에서 공간문화과를 신설하여 도시 생태속 다양한 문화적 공간의 조성과 관련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건설교통부에서는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추진하면서 향후 도시공간정책의 중요한 주제의 하나로문화예술을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논의해 볼 수 있는 지점은 과연 문화가 외부의 힘에 의해서 조성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도시에서 형성되는 문화예술활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복합문화가 실현되는 공간, <숨도>

 

대흥역에 내려 서강대 방향으로 올라오다보면, ‘Soom Island’, 숨도라는 이름의 간판이 눈에 띈다. 안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책만 읽는 북카페만의 공간은 아니다. 가능성이 최대한 열려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 최창혁 기획자가 들려주는 운영방식은 이렇다. 문화공간 <숨도>는 작은 전시관이자 누군가의 꿈을 담는 무대로 변신하기도 하며, 미닫이문으로 공간을 나누게 되면극장소우주라는 영화관도 펼쳐진다. 작은 도서관인 책극장도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규칙이 눈에 띈다.자기 계발서는 지양할 것, 그리고 노트북이나 콘센트와 동반 입장은 삼갈 것.

2층으로 올라가면 미소서식지라는 또 다른 기획의 공간이 마주하고 있다. 이곳은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서식지라는 뜻으로, 1인 문화 생태활동가들을 위한 곳이다. 한 달 단위로 큰 테이블과 작업실을 제공하는 이곳은 프리랜서 작가나 건축가 등 예술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둥지를 튼다. 회의실도 마련되어 있어 작업자들 간의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처음에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어떤 가치를 정해두게 된다면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독선과 아집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최창혁 기획자의 말에 의하면, 문화공간 <숨도>에는 정해진 공간의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극장 같은 경우, 어느 정도 구획은 있지만 공간을 다 트고도 쓸 수 있다. 때론 천을 걸어 공간을 구분을 짓기도 한다. 사물의 배치 또한 고정적이지 않다. 극장소우주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애매모호한 상태라고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 상태를 좋아해요. 공간이 작아서 못하는 게 아닌, 작아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탄생하는 것이죠.”언제든 각자의 의미로 변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숨을 쉴 수 있는 섬이자, 서식지로 부른다.

문화적이고 새로운 것을 할 것, 다른 생명들과 어울릴 수 있는 생태적인 것을 할 것. <숨도>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연관되는 키워드는 세 가지이다. 이를 중심으로 강연이나 체험행사, 문학적 오브제 등 다양한 방식을 결합하여 풀어낸다. <못자리>라는 독립예술가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창작공간을 찾는 공연예술가들에게 공간 및 소정의 창작지원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극장소우주에서 연극 <워리맨>의 무대가 열렸으며, 천막극장 안에서 <책 읽어주는 도마뱀>이라는 인형극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작년 12월에 열렸던 숨도 활생프로젝트인 <축축한 살롱> 같은 경우, ‘습지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그냥 강연 형식으로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어요.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강연자와 토론이 될 정도의무엇이 있어야 하거든요.”최창혁 기획자는 감각을 깨우는 접근의 필요성을 말하며 결여된 감수성을 무엇으로 깨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느끼는 감정이 잘 없는 것 같아요. 감수성이라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이랑 연관이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그 안에서 다양성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각하는 사람들 중 특정 군이 예술가들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분들이 콘텐츠를 잘 펼칠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요.”

이어 최창혁 기획자는 이곳이 문화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도시생활을 숨 막혀 하는 사람들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숨도> 곳곳에는 반쪽자리곰과 숨어있는 목각인형숨은이’,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책용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인간과 동물, 그리고 상상력을 뜻하는 이 친구들이 풍부하게 융합되는 서식지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오늘 날 사람들이쉴 곳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했어요. 10년 전 서강대만 하더라도 잔디밭이 존재했고, 건물들도 그리 빡빡하지 않았어요. 앉아서 쉬는 공간이 있었죠. 그런데 오늘 날 그런 공간이 사라졌을 때, 단순히 그 공간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서식지로 삼고 있었던 생명체가 사라진 것이라고 봐요. 예전에는 그 공간을 좋아했던, 감성을 가진 서강대 학우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학우들이 사라진 거죠. 다른 어딘가로 이주를 해야 하는데, 힘이 들고 점점 캐릭터를 잃어가는 거죠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비단 그 장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삶의 공간에 서서, 의미 바라보기

 

앞서 언급했던 살아 숨 쉬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제이콥스의 제안은 주류 도시계획의 거창한 설계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녀의 지적에 따르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사회는 그저 생존 터전만의 공간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 속에서 감정을 느끼고, 타인과의 관계를 맺으며 자아를 실현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연결되는 부분으로, 예술과 문화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확대는 앞으로도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 숨의 공간이라고도 불리는 <숨도>를 주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과거와 같이 미술관, 영화관, 강연장 등의 관습적 범주가 아니라 서로 복합성을 갖춘 공간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 속에서 비교적 높은 접근성, 그리고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다. 일방향으로 만들어지던 도시 속 공간과 달리, 지역 구성원이 함께 향유하는 공간으로의 공공성을 가진다. 교류를 통해 특정 장소에 모인 사람들은 예술 아카이브를 축적하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자신만의 공간에 대해 재구성해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는 보이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보이지 않는 정신적 가치의 흐름을 읽어낸다.

 

들판에는 여기저기 불이 타고 있다. 어떤 불은 크고 어떤 불은 작다. 어떤 불은 멀리 떨어져 있고, 어떤 불은 가까이에 점점이 붙어 있다. 어떤 불은 밝게 빛나고 어떤 불은 서서히 꺼져 간다. 크든 작든 간에 각각의 불은 주변의 암흑에 빛을 퍼뜨리며, 이런 식으로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중에서

 

 

제이콥스는 도시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다양한 인간 활동이라 말하고 있다. 빛이 만들어 내는 공간과 공간의 모양은 불에서 나오는 빛이 그것을 만들어 내는 정도만큼만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암흑에 형태 및 구조를 부여하는 유일한 길은 암흑 속에 새로 불을 붙이거나 가까운 곳에 있는 불을 더 키우는 것뿐이다. 도시의 경우, 다양성과 복잡성을 장려하고 활기를 이끌어 내는 것만이 도시의 암흑에 빛을 비추고, 그곳을 존재하게 만드는 길일 것이다.

의미를 고민하지 않고 발전해왔던 도시, 그 결과 생겨난 삭막한 무질서와 공허함에 대해 되짚어 보자. 나에게 도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인가. 그리고 다음 질문에 답해보면 어떨지. 그 공간 속에서 나는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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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7.02.14 15:55

 

 올 한해, 서강에서는 유난히 많은 대자보(大字報)들이 눈에 띄었다. 흰색 전지에 검은 매직펜으로 꾹꾹 눌러 쓴 대자보에는 서강대 남양주 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는 글부터, 박근혜 선배님은 지금 안녕한지를 묻고, 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그 내용도, 형식도 다양했다. ‘우리를 움직이는 목소리’, 바로 대자보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취재 및 편집 양계영

 

 


Ⅰ. 서강대 대자보의 역사


 대학교 내의 대자보 역사는 1960년 4.19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대 문리대 학생들은‘우리는 캄캄한 밤중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익임을 자랑한다’라는 구절을 담은 대자보 <4∙19 선언문>을 부착하여 민주화 운동의 개막을 알렸다. 서강대의 경우, 1994년 박홍 총장 사퇴 관련 대자보 사건을 들 수 있다. 1994년 8월 25일 한겨례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총학생회(회장 남계현)는 주사파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박홍 총장에 대해 총장직 사퇴를 촉구하고‘총장님은 더이상 스승의 자격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교내에 부착해 박 총장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주장했다.


 한편 교내에 대자보를 부착하여 소통의 장으로 이용되던 각 게시판들이 없어질 뻔한 사건도 있었다. 2012년 총학생회장 고명우(철학과)학우가 서강대 커뮤니티를 통해 올린 <대자보를 찢는 것의 의미>라는 글을 살펴보면, 2010년 총학생회에서 집행부를 하던 때를 회상하며 당시 학교측이회의에서제안한내용을소개하고있다.“ 학내에넘쳐나는홍보물 때문에 너무 지저분하니 게시판을 철거하고 LED판을 세우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를 가지고 학생 대표자들이 많은 논의를 했습니다.”학교에서 LED판을 통제한다면, 그 때 우리는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고 학우를 비롯한 총학생회의 고민은 이러했다. “이것이 결국은 학교의 입맛에 맞지 않는 사항들에 침묵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결과적으로 LED판을 세우자는 논의는 거부되었고, 대자보 문화는 계속 계승되어 올 수 있었다.


 2013년에는‘안녕들하십니까’대자보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정다운 학우(불어불문학과)는 서강대 학생들이 모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강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정 학우는“나를 세상에 맞추는 게 과연 행복한 삶인가라는 고민을 시작으로 대자보를 쓰게 되었다”고 말하며 스스로“알을 깼다”고 밝혔다. 그녀는 인터넷에 글을 올린 다음날 직접 손으로 쓴 대자보를 처음으로 교내에 게시하기도 하였다. 그녀가 보여준‘담담하게 안부를 묻는 형식’의 대자보는 단순히 쓰고 읽는 행위에 그치지 않았다. “안녕들 하시냐”는 물음에 스스로 대답하게 함으로써, 대자보를 직접 쓰지 않아도 자신의‘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직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교내에 ‘안녕들’시리즈로 이루어진 대자보는 ‘철도 민영화와 파업 노조원 직위해제’, ‘ 밀양 송전탑’, ‘ 불법 대선개입’등 사회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각자의 안녕하지 못한 이유를 담은 내용을 대자보에 서술함으로써 점차 다양한 의제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개인의 삶에 대한 성찰이나 고백을 이야기하고, 질문을 던져 또 다른 이야기를 생산하는 공론의 장으로도 이어졌다.




Ⅱ. 여전히 우리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대자보는 쓰는 시간이 필요하고, 충분히 읽고 반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대자보를 쓴다는 것, 그리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3년간 교내에서 대자보를 제작한 학우들을 찾아, 그들의 고민을 함께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1)

 

 

 

 자신을 ‘세상을 평등하고 행복하게 바꾸는 것이 꿈인 사람’이라고 소개한 이가현 학우는 2013년 <8000서강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의 주인공이다.“ 철도 파업 당시 대학생으로서 그리고 알바노동자로서 힘들었던 점과 불통의 박근혜정부와 서강의 유기풍 총장이 무엇이 다르냐는 내용의 대자보를 작성했어요.”이 학우는 그 당시 처음 대자보를 쓰게 된 이유를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 “2014년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겠다는 대자보를 썼어요. ‘세월호를 정치에 이용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 진실을 목격한 세월호 유가족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 후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이 학우는 온몸이 불타는 듯 뜨거움을 느꼈다. “당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흠뻑 맞았어요. 넘어져 팔이 부러진 친구를 싣고 있는 구급차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는 공권력을 보고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이어 이 학우는 당시 집회의 내용보다는 시위의 폭력성 여부만 언론에 주목 받는 것을 보고 회의감과 절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작하게 된 대자보가 <11월 14일, 국민을 죽이려하는 공권력을 보았습니다>이다. 대자보는 이 학우에게 있어 삶에 대한 고민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고백과도 같았다. 그리고 늘 그 고백의 마지막 문장은‘함께 행동하자’였다.

작은 한 문장과, 한 단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하게 하는 추동력이 된다고 밝힌 이 학우는 이어“대자보를 쓴다는 건, 남들이 결정한 삶을 거부하고 내 뜻대로, 내 생각대로 살겠다는 의사표현인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주체적인 삶의 태도로 표현될 수 있는 대자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신의 삶을 위한 용기를 내는 거죠.”누군가는 반드시 그 대자보의 내용에 동의할 것이라는 게 이 학우의 생각이다.

“사람들은 대자보의 문장력에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의 솔직한 마음에 감동해요.”이 학우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생각해도 일기를 쓰듯이 써 나가면 분명히 진솔한 나의 감정이 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의 삶뿐만 아니라 내 주위 사람들도 더욱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것, 이가현 학우가 계속 대자보를 써 나가는 이유이다.

 

 

 


 

 김태인 학우는 너무나 절망스러운 상황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반복되는 것을 보았다. 뉴스에서는 한 비정규직 경비노동자가 과중노동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고, 며칠 뒤에는 풀무원의 화물노동자들이 과중노동과 노조탄압에 저항하고자 여의도의 한 광고판 위에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배우기로는 우리나라가 점차 국민소득도 상승하고 잘 살게 되었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우리는 사람답게 살지못하는 건지 답답한 마음이 컸어요.”김 학우는 정부가 노동 환경을 더 악화시키려고 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감추려고 하는 상황에 화가 났다. 그래서 그러한 상황과 감정을 대입에서 나오는 말대로 대자보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15년 10월, 김 학우는‘어쩌면 마지막 일지도 모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김 학우는 대자보에서“이제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이들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닌 우리 모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며 당시 정부에서 ‘한국사과목 국정 교과서’와‘노동개혁’을 반대하는 내용을 써서 붙였다. “적어도 서강 대학생이라는 한 편의 다수성을 가진 우리들은, 평소에 주변에서 벌어지는 노동문제들을 보고서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남의 일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크다고 느낍니다. 우연히 주어진 다수성에 안심하며, 경쟁에서 배제되어 고통 받는 소수들을 무시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방식이겠죠.”김 학우는 당시 고통 받는 소수들이 늘어나고 다변화되어 간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소수가 될 것이 두려웠고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우리 이러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어 김 학우는 대자보의 성격에 대해 말문을 이었다. “대자보라는 매체가 참 묘해요. 긴 글들을 굳이 시간을 들여서 읽어 주시는 분들이 어딘가에는 계시더라고요. 그걸 통해 아주 잠깐이라도 대자보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면 제가 대자보를 쓴 소정의 성과는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청년들이 대자보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학우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절박함’을 이야기했다. “주변을 보면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심정에는, 사실‘이걸 말한다고 문제가 쉽게 해결되겠어?’하는 비관도 이미 전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지속하고자 하는 건 절박하니까, 안그러면 이러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렇고요” 대자보의 내용이 무엇이든 자유롭게, 부담 없이 대자보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이 학우가 밝힌
바람이다.

 

 

 

 

 

 

 

 


5월 17일, 성별이‘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평소 다른 여성들에게 무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가해자의 서술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 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를 비롯한 공간들에서 여성들은 침묵을 깨고 말하기 시작했다. 박정하 학우는 “이러한 변화하는 시점에서 무언가를 바꾸어보자는 이야기를 학내 구성원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페미 세력들을 중심으로 달빛 걷기, 추모 집회 등이 열리는데 학교 안에서도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
어요.”
 ‘연락이 오는 학우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박 학우의 고민은 대자보로 이어졌다. 5월 23일, 그녀는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는 말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어구에요. 그 사건을 비롯하여 여성들이 뭉칠수 있는 지점은 분명히 있고 서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연결될 때, 서로를 의지하여 나의 경험과 나의 아픔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박 학우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림으로써 그 목소리는 분명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후, 자신이 쓴 대자보가 뜯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자보가 뜯긴 것을 보고 여전히 나뿐만 아니라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들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여졌어요.”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 내가 뜯길만하게 정곡을 찔렀구나, 그렇게 온순한 이야기를 한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어서 박 학우는 학내 분위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견의 자유로운 개진을 옹호하고 대자보를 뜯는 등의 의견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과 위협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자보뿐만 아니라 온라인 등에서도 활발한 의견 교류가 이루어질 때, 변화의 토대가 쌓이는 구나 생각합니다.”

 

 

 

 



 김평강 학우는‘천호’라는 필명을 쓴 위 대자보의 주인공이다. 김 학우가 대자보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것은 2015년부터였다. 김 학우의 고민은 학우들에게 당시 정부의 성과임금제나 비정규직 늘리기와 같은 사회적 이슈들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이러한 고민의 과정을 거친 이유는 대자보가 얼마나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든 간에 그걸 읽지 않은 이상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제작한 대자보에는 김과장과 정부장, 노동자와 사장이 라는 인물을 바탕으로 풍자적인 대화가 등장한다. 특별히 이러한 형식으로 대자보를 제작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김 학우는 “멋진 내용 보다는 사람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자보를 쓰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학우들의 반응이 정말 괜찮았어요. 심심찮게 주변에서 네가 쓴 자보 재미있게 읽었다고 친구가 그러더라는 이야기가 들려와서 기분이 좋았어요.”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대자보를 본다는 것, 김 학우가 대자보를 제작하며 느낀 바이다.
 “청년들이 대자보를 쓴다는 것은 정치라고 생각해요. 이 청년들의 목소리가 커져서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서 영향력이 생긴다면 주체적으로 행동했다는 점에서 이만큼 좋은 것이 없을 것 같아요”김 학우는 이어 대자보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몇백원짜리 전지에 자신의 생각을 적으면 되는 정말 간단한 작업이에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보를 통해서 적고, 또 그 자보를 본 누군가가 그 자보를 본 자신의 생각을 다시적고, 이렇게 자신의 생각들을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학내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어요.”

 


Ⅲ. 걸음은 떼어도, 발자국은 남는다.


앞서 소개된 학우들의 대자보에서 읽어야 할 것은 비단 대자보 내용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시스템에 대한 재점검 또한 필요하다. 대자보를 제작한 학우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아 하는 말은‘교내에 대자보를 붙일만한 더 많은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였다. 현재 학우들이 주로 대자보를 붙이는 공간은 K관과 로욜라 옆 게시판, 도서관 라운지 게시판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대자보를 볼 수 있다는 K관 앞에는 현재 공사로 인해 공간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각종 광고 유인물로 인해 새로운 대자보가 붙어도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따라서 교내에 많은 학생들이 지나가면서도, 멈추어 서서 대자보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자보판이 관리가 되어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서강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퍽퍽한 세상 속에서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는지, 내가 사는 이곳은 침묵하거나 무관심하길 강요받는 사회는 아닌지 확인하는 중요한 신호이기 때문에 대자보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옳지 못한 것에 분노할 줄 모르고, 현실 사회의 문제점을 이해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바람이 분다. 펄럭, 고요한 침묵을 깨고 흔들리는 대자보는 외롭지 않다. 걸음을 멈추고 눈을 맞추어 줄 당신이 있기에.

 

 


※ 참고
<한겨례신문> 서강대 총학생회 박총장 사퇴촉구 (1994.8.25.)
<오마이뉴스>‘ 민주주의 조용히 붕괴’알린 서강대 대자보 훼손 (2013.06.21.)
<경향신문>‘ 안녕들’대자보 주인공 인터뷰 -서강대 정다운씨. (2013.12.17.)
<시사저널>‘ 순실의 시대’대자보의 부활. (201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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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7.02.14 14:17

서강대학원 총학생회장 인터뷰

 

()()의 날개를 펴다,

30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김종혁과의 대화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2016년 제 30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출범하였다. 학교와 원우들을 생각하고 공동체를 지향하며 함께 내일을 꿈꾸자는 ()()’의 뜻을 들으니 더욱 궁금해졌다. 총학생회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듣고자 김종혁 총학생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 및 편집 양계영

 

 

 

서강대학원신문(이하 서강) 2016년 제 30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총학생회장에 출마하게 된 계기와 당선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종혁(이하 김) 출마하게 된 계기는 제가 학부 때 학생회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학생회에 대한 관심도 많았고, 군대 있으면서 어떤 진취적인 부분에 대해서 억누르고 살아왔다가, 활동적으로 하면서 원우들에게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원우들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학생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 복지적인 차원에서 다뤄졌던 부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학생회가 만들어진 초기 목적이 어떤 자치단체로서 원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거잖아요. 어떤 민주적인 단체로서 이 사회 내에서 하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은데, 학생회가 그 역할을 잘 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저희가 남양주 캠퍼스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회를 연 부분도 있습니다.

 

 

서강 이번 대학원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전체 학생수의 18%에 그쳤습니다. 낮은 총 투표율로 인해 총학생회장으로서의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을 것 같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체 다른 대학원 학생회들과도 이야기를 해 보면 전체적으로 투표율이 낮더라고요. 학생회에 대한 투명성하지 못한 부분들을 보고 왜 학생회를 계속적으로 해야 되지?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 단순히 복지적인 역할들만 하다 보니까 학생회가 왜 필요하지?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학생회가 자치단체로서 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하고, 제정상의 문제에서도 투명한 역할들을 해야 학생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어요. 두 번째로, 예산 문제에 있어서 무분별한 사용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동안 예산 관련 문서도 인터넷에 공개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예산 공개를 지금 생각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세칙을 마련해서 예산 문제를 다루는 게 목표입니다. 이번 과대표장 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오고 갔고요. 과 대표자들도 동의한 상태입니다.

 

서강 홍보 과정이나 선거과정에 있어서도 전반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선거 과정에 있어서는 이게 약간 답답했던 게 뭐냐면 선거과정에 있어서 홍보가 미약하더라고요. 대자보 하나만 붙여주고, 나머지는 그 다음 홍보자가 혼자서 다 붙여야 되고 그렇더라고요. 그런 것을 집중해주는 단체는 원래 학생회가 해야 하는 부분들이거든요. 도움을 주는 역할이 잘 없었던 부분이 있었고. 과대표 자리 회의에서 나왔던 건데, 문자로 홍보하는 게 전날 이뤄졌다고 하더라고요. 그거 하나만 이뤄져가지고 홍보도 미약했고요. 선거과정에 있어서도 후보자 등록기간도 짧고, 홍보 기간도 짧더라고요.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공론의 장이 만들어지기에는 부족한 현실이라, 선거 학칙을 변경해서 학생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고, 홍보에 있어서도 학생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생회비에 관한 부분도 왜 내야 하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학생회비가 안낼 경우 학생회장이 정당성이 없어지는 거죠. 학생회비를 안내게 되면 정회원만 투표를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더 뽑아야 할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고. 그런 의미에서 역시 학생회비에 대한 투명성을 갖고서 이렇게 사용한다는 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면 자기가 학생회비를 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될 테고, 그런 과정들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이번 과대표 자리에서 학생회비 납부에 대한 안건이 나왔고, 결정이 된 부분이 11월 달에 전학대회를 열기로 하였습니다. 안건은 학생회비 납부 방법에 대해서 진행될 것 같아요. 그동안 학생회비가 의무 납부되고 있었는데, 그것이 관례적으로 된 부분이 있는데 학생들의 의견이 다뤄진 적이 없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다루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서강 다른 대학원의 경우에는 학생회비 납부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다른 대학원의 경우에는 자율 납부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학생회 비율이 줄어들고, 납부 비율이 15~30%정도 밖에 안 되니까. 그렇게 되면 또 이런 복지를 누가 받고 안 받고 (의 문제도 생기고), 학생회비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지원해주는 돈이 있는데 이걸 정회원분들에게만 줄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 생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학생회비를 원우들이 다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강 30대 대학원총학생회가 새롭게 구상중인 사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우들이 알면 유용한 사업들도 소개해 주세요.

 

학생회 사업들이 체계적으로 잘 잡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학생들이 잘 참여를 못하는 부분들이 가장 큰 것 같고요. 저희는 좀 약간 기존의 사업들을 하는데, 홍보를 더 많이 해서 학생들이 더 많이 참여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전 학생회가 다져놓은 토대들을 좀 약간 구체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서. 카카오톡 옐로우 페이지도 좋은 시스템이고 페이스북 페이지도 있는데 그걸 통해서 게시글을 올리고 홍보를 하려고 노력을 하거든요. 그리고 이번 과대표회의 자리에서 나온 내용인데 홍보를 할 때, 각 과에 게시판을 이용하기 때문에 공문을 이용해서 보내주면 각 게시판에 올려주겠다고 협의가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 남양주 대토론회 할 때에도 공문을 보내서 각 게시판에 홍보를 해 달라고 했고요. 이번에는 급하게 이뤄지긴 했지만, 앞으로는 홍보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 같고요. 그리고 대학원 총학생회가 그동안 학교 사업에서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 부분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게 사실 어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보다는 대학원총학생회가 목소리를 내야할 곳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사실 그렇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학교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방관자로 있는 게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거운동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까 다른 과는 뭐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각 학기별로 스터디가 이뤄지는데, 직접 가보니까 좋더라고요. 학술대회가 있긴 한데, 공식적으로밖에 안 이뤄지잖아요. 대학원 내에서는 내 동료가 이런 공부를 하고 있구나 하는 게 중요한데, 그런 게 안 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학술 대회를 있는 시스템 내에서 시간 구성을 재편성하던가, 섹션을 크게 나눈다면 학부생들에게도 홍보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하려고 하고 있어요. 스템프 같은 제도나 사은품 같은 걸 넣어서도 서로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고 생각중입니다.

 

 

 

서강 전대에서 서강대 대학원생 권리 장전 제정 및 대학원생 인권실태조사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다루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서울대학교나 고려대학교에서는 권리장전 선언하고 센터까지 만들었는데 우리 학교는 아직 선언하려다가 약간.. 다루지 않고 있는데 이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법을 만들어서 그 법에 명시되었기 때문에 언제든 사태가 일어났을 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과, 법이 없는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야기 하는 건 전혀 다른 상황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 역시 인권권리장전 선언에 대해서 한 학기 한번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말을 꺼냈고요. 과대표 회의 자리에서도 말을 꺼냈습니다. 실행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원우들이 의견을 내주시면 선언하는 데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외에도 대학교 입학금 문제도 대학원생들은 아직까지 돈 있는 사람만 온다는 생각에 든든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없더라고요. 저희도 연대해서 대학원생들이 국가 사회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할 계획입니다.

 

서강 홈페이지에도 장학금 관련 글을 게시해 주셨더라고요.

제가 후보 당시 선거 홍보하러 다닐 때 대학원 원우들에게 들었던 이야기중 하나가 대학원생들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 소식을 종합해서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어요. 이런 식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홈페이지에서도 계속 리뉴얼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회 일정을 다 올리고 있고, 정보공개 제도를 통해서, 할인 혜택 같은 건 옛날처럼 학생회가 수익으로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홍보만 해주면 학생들이 바로 할인을 받는 걸로요. 괜찮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강 학생 입장에서 지금 가장 중요하고도 민감한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네요. 최근 관심이 집중되는 남양주 캠퍼스 사업과 관련하여 대학원 총학생회의 입장이나 역할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원우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하여 논의된 사항이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남양주 캠퍼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들이 없었고, 갑자기 급발이 돼서 거기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어떤 토론회를 열어서 전체적인 학생들의 의견 일치를 이루는 자리밖에 만들 수 없었는데. 그런데 앞으로 계속 되어야 되는 것 같아요. 대학원 사회에서 사실 엄청난 이해관계 속에 있잖아요. 산업협력을 간다거나 사실 그런 문제는 대학원생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이고, 학교 기금이 쓰인다면 사실 대학원생들이 제일 큰 입장이죠. 왜냐하면 사실 어떤 돈이 쓰일 때 어쨌든 가장 피해보는 건 논문비, 연구비이거든요. 그것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한다 해도 대학원생들이 직접적으로 나서기도 쉽지 않으니까 대변할 수 있는 건 학생회 사회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남양주 관련 문제는 의견 일치를 계속 모으면서 대학원 학생회장이 들어가든 또 다른 누군가가 들어가든 계속 자리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남양주 캠퍼스 하면서 느낀 건데 그동안 대학원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 거의 전무하더라고요. 사실 대학원 사회가 남양주 캠퍼스 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안되었다는 게 슬픈 것 같아요. 방법론이 필요한 것 같아요. 대학원 사회에서는 직접적인 참여보다는 의견 제출이 필요한데 그런 통로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 학생회가 필요한 역할인 것 같아요. 사실 대학원생들이 다 바빠서 그런 자리에 다 참여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 자리 참여하라고 있는 게 대학원 학생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그런 부분에서 의견들을 종합할 것이고, 과 대표자들과 설문조사를 통해서 최대한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쨌든 학생 사회가 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주안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과 대표자 회의 때도 다들 공감하고 계시고, 다들 열심히 해주실 것 같은 분위기더라고요. 다 같이 열심히 해주신다면 더 학생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 될 것 같아요. 등록금 심의 위원회에서도 들어갈 때 대학원 사회에 이런 의견이 있다는 걸 가지고 들어갈 것이고, 그걸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방향은 의견을 대변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 같습니다. 어떤 사업들을 새로 벌린다기 보다는. 그것을 소통하는 역할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서강 학생들이 학생회와 소통하고 싶을 때는 어떤 방법을 이용하면 될까요?

 

카카오톡 엘로우 페이지를 통해서 발신도 가능하지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거든요. 그걸 통해서 저희가 성평등위원회도 설치하고 있어서, 거기서 성차별적인 문제들도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외에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창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생회와 관련한 불만 사항이 있을 때도 얘기해 주시면 적극적으로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서강 마지막으로 원우들께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사실 그동안 학생회라는 조직이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호주 사례 같은 경우 2008년에 보수당에서 학생회비를 못 내게 자율납부로 바꾸었고요. 왜냐하면 정치적인 의견이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축소시키기 위해서요. 그러나 그것들에 대해서 피해를 받자, 진보당에서 2011년에 학생회를 강제로 다시 납부하는 법이 통과가 되었고요. 그만큼 학생 사회는 어떤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고, 지성인으로서 정치적인 의견에 대해서도 내야 되는 게 중요한 역할인데, 사실 그동안 학생회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이슈적인 부분, 예를 들면 축제를 연다던지 등등 중요한 역할들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희 학생회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서 최대한 어떤 사안에 있어서 목소리를 내고,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이슈가 있다면 (욕을 먹더라도)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학생회가 자잘 자잘한 것들을 생각보다 많이 해요. 예를 들면 간이 약국을 마련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들이라던가, 학생회 내에서 예산이 생겼을 때 최대한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한 게 복사기가 저희가 렌트하고 있는데, 3~4000장을 뽑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학생들이 종이를 가지고 오면 뽑을 수 있도록, 이런 식으로 돌려드릴 수 있게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는 앞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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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6.06.08 12:20

서강대학원신문 136호에는 지난 3월에 실시되었던 <대학원생 연구환경 및 인권실태 조사>의 결과가 보도되었다. 흔히 대학원생은‘공부하는 게 직업’인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직업 환경 내‘복지’와‘인권’문제 또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은 이에 대한 조사결과에서 더 나아가 관련 문제들의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만들어졌다. 대학원생의 현실과 정체성을 논하기 위해서 학내 구성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연구환경, 그리고 대학원생
신윤희(이하 신문사)> 많은 원우들이‘대학원의 연구 질 개선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으로“대학원생의 학비 및 생활비 지원(75%)”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등록금 및 생활비 관련] 결과를 보면, <대학원 등록금>은 조교(48.1%) 및 연구보조활동(12.5%)을 통해서. <생계유지 비용>은 조교(24.3%) 및 연구보조활동 (12.6%)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결과는 대학원생들이 시간을 어디에 할애하고 있는지, 또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조교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학업 및 연구시간이 감소되는 것(52.9%)”을 꼽기도 했습니다. 결국 학업보다는 타 업무에 집중하게 되는 즉, 연구자로서의 정체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창호> 실제로 저희가 이 조사를 진행했을 때, 저희는 이런 결과가 나온 수치 중에서 상당 부분이 이공계분들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사회과학대학이나 인문대학 쪽 같은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조교 업무라는 부분이 어떤 리서치를 들어가기 보다는 TA활동 정도로, 시간이 뺏기기는 하지만 그게 그렇게 과중하지는 않은‘장학금 혜택을 받는 수준’에서의 활동이라고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른 이공계열 같은 상황은 어떻게 보면‘랩(lab)’ 이라는 특성, 어떤‘장’안에 들어가 있어서 그 안에서 활동이 제한이 되는 이런 부분들이 많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거든요. 특히나 자기 학업연구라는 영역을 정해서 진행을 쭉 해나갈 수 없는, 그 안에서의 틀을 따라가야 되는 거죠. 이런 것 외적으로도 이공계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진행하는 활동들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지난 학기 시작 전에 대표자들이랑 회의를 통해 했었는데요. 거기서 나온 내용들도 전체적으로 이공계학생들이 시간을 할애해서 총학생회의 행사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강을 해도 그렇고 이틀 간 진행되는 어떤 프로그램들은 거의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한 것들을 통해서 그런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김형욱> 정책국장님께서 말씀해주셨지만, 이공계열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도 보면 오롯이 학업에 집중할 수 없고 또, 등록금을 어쨌든 감당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다른 활동을 통해서 학비를 충당하려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공부를 하는 것 보다는 다른 일에 몰두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쪽으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져서 정작 공부에는 몰입을 할 수 없는 대학원생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제가 주변 동료들을 보니까 한 두 케이스가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일단 우리학교 대학원생들도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심종혁> 대학원 생활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나도 서강대학교 물리학과에서 대학원을 다녔는데. 그때 지도교수가 말씀하신 게 뭐냐면, 대학원에서 하는 학문 활동이 사실 실질적인 ‘연구 활동’과, 연구와 공부를 위한‘행정’이라고 이야기하죠. 이런저런, 잡일이라고 하는 것들이요. 이런 것들의 비율이 4:6정도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뭐냐면 연구비를 따려고 하면 연구 계획서를 써야 되고, 여기저기 회의에 가야되고, 그래서 실질적으로 연구하는 행위의 40은 실제연구고, 60은 그런 연구활동과 관계된 부수적 활동이 라는 거고. 그럼 대학원 공부라는 게, 석사와 박사는 다를 텐데. 1/3, 1/3, 1/3로 본다고 하면 1/3은 공부하고 수업 따라가는 것이고, 1/3은 지도교수와 프로젝트 하는 것이고, 그다음에 1/3은 자기가 실제로 하고 싶은 공부 하는 것인 이런 구성이 있죠. 대학원이라는 것은 학부랑 달라서 진학하게 되면 일종의 학문이라는 세계에 발을 딛는 행위잖아요. 그런데 학문이 라는 세계가 지금 얘기한 것처럼 앉아
서 공부하는 것만은 아니고,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학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여러 가지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그냥 이상적으로‘대학원이니까 공부에만 집중하자’고 한다면 이건 현실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제 생각에는 그 변화된 세계 상황에 대해 교수님들도 조금 수정도 해야 할 테고. 학생들은 학생들 입장에서 학문세계에 발 들여놓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현실인식이 조금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김도석> 물리학과 경우에는 조교라는 것이 다른 학과와 비교해서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원장님께서 말씀하셨지만 조교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실제 자기가 몰랐던 학부 과목이라든지 대학원
과목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아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대학원에서는 교육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게는 진짜 조교가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그런 입장에서 생각하
게 되면 조교업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중요하지 않나 말하고 싶고요.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은) 조교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지급하는 장학금이 많았으면 하는 것인데. 아까 말씀하신 대로 현실적으로
(장학금 수혜가) 부족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까 앞으로 기대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민아> 제가 알기로는 지금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현실 인식은 하고 있거든요. 문제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1/3, 1/3, 1/3씩 나눠가지고 현실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고, 각 파트별로
자기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지나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학우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가 이 정도의 설문조사로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구체적 사례라든지 주관식
항목을 보면 어느 정도 불쑥불쑥 그런 것들이 나타나고 있거든요. 그 가운데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저희가 발견을 해서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느끼는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차적으로는 지금
이 정도에 그쳤지만 대학원장님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면밀히 조교실태에 대해서 단순히 어떠한가를 묻는 거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심종혁> 그런 측면에서 교수님들은 교수님대로,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해야겠죠. 하지만 어떤 온도가“춥다”, “덥다”라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잖아요. 춥다고 얘기하는 사람의‘춥다’라는 체감이 얼마만큼 정
당한가, 아닌가를 따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황민아> 그렇죠. 그런데 무시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심종혁> 그러니까 본인도 바꿔야 할 여지가 있다는 거죠.


황민아> 그런데 그 전에 어느 정도 들어봐야 하는 기회가 있어야 되는데, 나는 춥다고 느끼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 그런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창호>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는 그‘조교 업무’라는 부분, 실제적으로는 그게 이상적으로, 원래 규칙대로 맞춰진다면 매우 좋은 연구의 기회이고, 더 나은 단계의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보는데. 지금 여기서 나오는 것들은 연구 외적인 부분에서 시간할애가 많다는 것이죠. 선생님의 가외의 행정업무 같은 부분을 학생들이 넘겨서 받는다던지, 아니면 선배들과의 관계에서 학생들이 부담을 많이 가지게 된다는. 그래서 저희가 최초로 문제제기한 부분도 그러한 불합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부분에서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한 것이고요. 실제로 (설문지) 후반부에 다른 질문들이 있는데. 물론 온도차를 개별로 다르게 체감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런 부분들 도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많은 케이스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종혁> 당연하죠. 올바르지 못한 상황들도 많죠. 그래서 내가 학생들이 뭔가 고민이 많겠다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서 나부터도 대학원 다닐 때 선생님 말씀은 하늘처럼 여겼고, 1년에 이틀만 쉬었어요. 설날이
랑 추석 때. 그리고 대학원의 삶이라는 것은 물론 석사와 박사는 다른데. 대학원에 들어서는 순간 이건 직업이다 이거에요. 풀타임으로 공부하는 거지. 지금도 이공계 어떤 교수님들은 운동이나 산보도 학생들
이 함께 하기도 해요. 운동하면서도 토론을 해야 되니까.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정의롭지 못한 것들도 있어요. 이런 건 고쳐야죠. 당연히.

신문사> 앞서 이야기된 대학원생들이‘조교 및 연구보조 활동’으로 학비 및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은‘장학금 제도’와도 연관되는 문제 같습니다. 장학금이 충분히 보급 된다면 알바 등 외적 활동 시간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을 테니까요. 특히 [교육여건 만족도] 항목을 보시면‘교육을 위한 충분한 학비(장학금)를 지원하고 있냐’는 항목에“그렇지 않다(53.9%)”고 대답한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에 대해 2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먼저 이에 대한 첫 번째 질문입니다. 우리 학교의 장학금 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이재관> 등록금 총 수입의 절반은 장학금으로 나가고 있어요. 장학금 제도에 관한 건 일반대학원 장학금 지급 규정이 있으니까 지금 물어보시는 것 보다 한번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것 같고. 일단 저희가 2014년도 장학금 지급을 타 대학원과 한번 비교해봤는데, 이게 교내장학금, 교외장학금으로 나누어져요. 이렇게 따지면 1인당 장학금이 교내, 교외해서 지금 서강대, 연대, 고대, 이대, 성균관대 이렇게 5개만 뽑아봤
을 때, 1인당 장학금이 총액을 따졌을 땐 2등이고, 교내 장학금만 따지면 1등이에요. 결코 적지 않은데, 문제의 핵심은 제가 생각하기에, 각 학과별로 배정이 되었을 때 수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학과로 배
정되면 학과장님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거든요. 거기서부터 누구는 몇% 주고, 이런 것들은 학과에서 전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알지 못하죠. 배정만 해드립니다 각 학과에 얼마 얼마씩.


김형욱> 저도 막연하게 이공계는 프로젝트를 많이 따오잖아요. 그래서 실제적으로는 자기가 내는 등록금 이상으로 인건비를 받으니까 자부담은 없다시피 학교를 다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알음알음으로 물어보니까 안 그런 연구실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 연구실에 대한 것들이 문제가 되는 것 같고요. 인건비 지급 문제에서도 인건비를 법적으로 정한 (최저)시급보다도 못 받는 게 문제고. 그걸 법적시급으로 정해서 주는 게 아니라 교수님의 재량에 따라서 주다보니 거기서 대학원생이 느끼기에 자기의 노동 가치에 턱없이 모자라게 받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심종혁> 그게 정의롭지 못한 것이라면 고쳐야죠. 그렇지만 이제는 사회가 많이 개방된 사회라 그렇게 못할 거예요. 과거에는 그렇게 많이 했지만.


김도석> 이게 과마다 다른 것 아니에요? 과마다 전달되는 채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황민아> 저도 채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과마다 특성이 다르고, 교수님마다 생각하시는 게 너무 다르니까 총학 입장에서는 전체를 다 보는 학생 대표인데, 모든 과를 어떻게 맞춰야 될지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공계 같은 경우는 학생들 자체도 말할 수 있는 통로가 폐쇄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게, 인문대 학생끼리는 어느 정도 학생회 사업 등을 통해 소통 기회가 있고 상대적으로 열려있는데, 이공계열 학생들은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김도석> 이런 건 제도가 뒷받침되는 게 아무래도 도움이 되죠.


황민아> 그 제도라는 게 저희 학생들끼리 만들 수 없는 거니까 대학원장님과 부원장님이 제도적인 부분을 신경 써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신문사> 이어지는 두 번째 질문인데요. 이와 같은 것들은 전체적으로 장학금 수요는 많은데 그 수혜는 적은‘수요-공급의 불균형 현상’인 것 같습니다. 한계가 있겠지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방법이, 장학금
을 늘리는 측면도 있겠고요. 아니면 대안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활동을 통해서 충당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심종혁> 우리 학교의 경우 대학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이 대략 70%이고, 대학원 총합 등록금 수입의 50%를 대학원 장학금으로 간다고 그러잖아요. 그러다보니 외부 장학금을 많이 늘려야 되겠고, 그것은 이
제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노력해야 되죠. 총장도, 행정도, 나도, 학과장님들도 노력을 해야겠죠. 또 다른 건 교수님들이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거죠. 어쩔 수 없잖아요.
순수하게 등록금만 가지고선 대학원 장학금을 늘려달라고 말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학부와 대비해서 볼 때 정의롭지 못한 거 아닌가요?

김형욱> 학부는 반값등록금 정책이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되어서 정착이 잘 되고 있는데 대학원은 대학원 등록금이 비싸다는 인식이 아직 사회로 공론화까지는 안 된 것 같은데 이제 그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여기 주관식 답변에서도 대학원 등록금이 학부보다 왜 비싼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있었거든요. 수업의 질 같은 경우도 온도차가 있을 수 있지만, 수업의 개수도 과마다 다르겠지만, 선택의 폭에 한계가 있어서..


심종혁> 그것도 어려운 문제가 있어요. 여러 가지 학비 조달을 하는데 정책적으로는 장학금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거고. 그럼 등록금이 비싼지, 싼지는 따질 수 있는 것인가. 한번 계산해보세요.
여러분들이 한 학기에 500만원을 낸다고 치면 수업을 듣는 경우 여러 가지 부대비용들이 있잖아요? 그걸 가져다 한 학기에 3학점짜리 4개를 듣는다. 12로 나눠서 계산해보세요. 선생들은 등록금이 싸
다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등록금이 싼지, 비싼지 질문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학교가 대학원 학문들이 학문 연구 활동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재원을 확대해나갈 수 있는가가 합당한 질문이죠. 교과과정에 대한 만족도들은 나는 대학원에서‘선생이 잘 가르친다, 못 가르친다’는 판단 자체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원은 자기 공부 하는 건데, 이게 가이드라인을 선생이 지도해주고 도움을 주는 스타일이지 그냥 강연하는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학부에서는 이런 만족도가 중요해요. 그런데 대학원에서는 선생이 잘 가르치고 못 가르치고가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비싸다 싸다 이야기도 어렵고요.


김도석> 한 가지 제안은 연대 이대 공동 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아요. 우리학과도 선생님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한 과목 정도는 계속 한 학교에서 열고 다 같이 가서 듣는데, 그것도 좋은 것 같아요.


신문사> 네. 말씀하셨듯이 흔히 대학원생은‘full-time students’라고 하는, 이게 직업인 학생들이라고 말하는데. 대학원생들이 그런 정체성을 스스로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것들에 앞으로도 계속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권, 그리고 대학원생


신문사> [교육여건 만족도] 항목을 보시면, ‘소속기관 내에서 처우와 관련된 갈등이 발생하여 해결이 어려울 때 이를 중재하고 상담해줄 수 있는 담당부서 혹은 담당자가 있냐’는 질문에“있으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에 불과했습니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우선적으로 어디를 찾아야 하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심종혁> 제도적인 측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들은 대학원장실로 많이 와요. 실제로 여기가 대학원 행정실이 아니라 민원부서 같은데. 우리도 선생님들이 한 사람 한 사람 해결하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정작 자기
과에서 발생한 문제들로 여기 와야 할지 안 와야 할지 본인들은 모르는 거죠. 오면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지도교수와 발생한 문제, 혹은 자기 과의 학생들과 발생하는 문제, 이런 것들을 지도교수에 갈지, 학과의 담당교수에게 갈지, 학장한테 갈지 이런 게 어렵잖아요. 제도나 장학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금도 충분히 (대학원장실로) 많이 와서 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비와 관계되는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현재는 제도가 없어요. 앞으로 찾아봐야겠지만 행정체계와 구조를 만들려면 거기엔 비용이 들어가요. 비용이 들어가면 그만큼 등록금이 또 올라가게 돼요. 그런 문제들에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과정 없이 그냥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신문사> 만약에 그런 일이 생겼을 때 행정팀쪽으로 오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해도 되나요?


심종혁> 당연하죠. 그리고 또 많이 오기도 해요. 박사과정 학생들도 많이 와요 나한테.


신문사> [구체 사례 공감도]에서‘지도교수와의 문제’, ‘연구개발활동과 관련 없는 업무에 대한 강요’, ‘군대식 상명하달’등의 문제에 대해“경험을 한 적이 없다(84.3%)”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응답 자체에
서는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 다수이기는 했으나, 주관식 문항에서는 몇 가지 사례들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그런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100%로 나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 같습니다. 또 반대로 해석해보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들이 (더) 있으며 쉽게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음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심종혁> 통합적인 문제인데 분명히 학내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에 인권이라는 측면이 강조되어야 해요. 그러고 사람이 사는 세상이니까‘경험이 없다’에 100이 나와야겠지만 이게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제도적으로 끊임없이 이런 상황에 대해서 계속해서 교수들에게 (이야기해서) 인지하도록 해야 해요. 작년에 대학원 학생회 주도로 대학원 권리장전을 작성하는 작업이 진행되었죠. 근데 뭐가 잘
못돼서 안 됐잖아. 이런 측면에서 좀 전체적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교수는 교수대로, 행정실은 행정실대로 노력을 많이 해야죠.


황민아> 총학생회에서 진행하려 했던 대학원생 권리장전은 왜 무산되
었나요?


김형욱>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라는 정부기구가 있는데, 처음에는 그 기구 측에서 적극적으로‘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제정하려고 했는데, 권리장전 선포식을 개최하려고 하던 부분에서 직속위원장(장관급)의 전 문제를 가지고 다소 문제가 있었습니다. 담당 사무관이 이 문제를 가지고 저희가 판단했을 때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서, 학생회 차원에서 논의한 결과 굳이 저런 모습을 내비치는 곳과 같이 권리장전 선포식을 하기 보다는 우리학교 자체적으로 순수하게 진행하는 것이 취지에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심종혁> 아! 그렇다기보다, 좋은 의도로 했어요. 위원장은 장관급의 예우가 관례인지라 총장님과 학교 본
부 보직자들도 함께 참석하는 행사로 준비했죠. (그런데) 거기에 국장인가 사무관인가가 바뀌는 바람에
그동안 논의하고 합의한 내용들이 원점으로 가서 학생회가 벙 떴던 거지. 어떻게 보면 바보가 된 거죠. 그
러면 싸울 수도 있었을 텐데 권력이 되어서 그런지 싸우지도 못하더라고. 저도 정말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하루아침에 벙 떠서 (많이 아쉬웠죠).


황민아> 이후의 진행에 대해서는 생각이 있나요?


김형욱> 잠정적인 상태입니다.


심종혁> 왜냐하면 그때는 명분이 되었는데 지금은 대학원 학생회 입장에서 이것을 해야 할 만큼 긴박성이라는 게 없을 거예요. 긴박성이 있으면 했겠지. 어쨌든 그때는 우리가 못 한 게 아니었고, 앞으로는 총학생회 문제에 달려있죠.


김형욱> 만약 진행하게 된다면 저희 학교 차원에서 진행을 하려고 생각중인데,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고... 노력을 계속 해보겠습니다.


신문사> 인권 문제 해결 방안의 제도적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면, ‘인식적 측면’또한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대학원생과 교수의 관계가 그 핵심이 될 텐데요. 아까 인터뷰에서 대학원장님이 이야기해주셨던 것처럼 지도교수님과 운동까지 같이 한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그 시간에도 교수님과 토론하면서 함께 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그 관계 설정에 이상적인 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또 그 과정에서 부당하거나 부조리가 발생할 경우 대학원장, 부원장으로서 원우들이 이른바‘을의 위치’로 학교생활을 하지 않도록 어떻게 문제들을 대처하고 해결해나갈 것인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심종혁> 대부분의 선생 학생관계는 건강하다고 봐요. 그런데 이상한 선생님을 만나면 골치 아픈 거잖아요. 선생 입장에서도 이상한 학생 만나면 골치 아픈 거고. 그런 측면에서 선생도 바뀌어야 되고 학생들도 거기에 따라 성숙해야 되고, 어느 한 쪽이 아니라 (같이 가야 되는 문제 같아요). 그 다음에 대학원생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첨예하게 연결이 되는데 대학원생이 독자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자질이나 훈련이 아직 안 되어 있거든요. 박사과정은 몰라도.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지도교수 밑에서 부수적으로 프로젝트같은 것에 참여하며 배우게 되고, 점차적으로 박사 들어가면 교수 지도하에 독자적인 연구를 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학문세계라는 것도 역시 인간사회고, 독특한 것이 있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고. 좋은 것만 보고 살 수는 없잖아요. 부정적이고 어려운 걸 상대해 나가는 것은 결국 자기 자존감이거든요. 그러니까 선생에게도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야죠.

 

황민아> 자기의 성숙함도 중요하겠지만 대학원장님이 말씀하셨듯, 일부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찾아와서 상담도 했었는데, 그런 것들을 언제까지 대학원장님 개인으로 상담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렇다면 대학
원장님이 대학원 학내 리더인 위치에 있어서 실질적 제도 개선이나 과 대표님들과 회의를 해서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심종혁> 그렇죠. 긴박성이 문제인거죠. ‘시스템이라든가 채널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판단까지는 그만큼 소위 말하는 (긴박한) 사건들이 많이 생겨야 되잖아요.


황민아> 예방 차원에서, 잘못하면‘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대학원생 한명이 연구실에서 자살을 하는 그런 사건이 발생했다, 그래서 긴박성을 느끼고 하기보다 그런 걸 예방하는 차원에서 제도적인 개선을 실질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요.

심종혁> 긴박성이라는 말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보면 안 되죠. 긴박성이라는 건‘필요성’이라는 것,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인식이 되어야 하는데, 1년에 1, 2건 발생하는 것을 위해서 시스템 만들어서 행정실 같은 것을 만들어 놓을 거예요? 충분히 기존에 있는 것을 통해서도 상대할 수 있다고 하면 그렇게 해야죠.

신문사> 저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상적인 관계 설정에 대해서 부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싶은데요. 이것이 특히 이공계에서 많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인 게 거기에선 근무형태로 연구실에 학생들이 계속 있
다 보니까 어디까지가 내 일인지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어디까지가 부당한지 잘 모르는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그 부분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도석> 많이 바뀌지 않았나요? 저만 해도 옛날에 지도교수가 이사할 때 도와줬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계속 싫어하는 방향으로 나가니까 그런 것 때문에 바뀌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내 주변에는 학생들에게
사적인 부탁을 하는 교수가 안 계시기에 상당히 적지 않나 생각해요. 그리고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든지, 너무 과도한 단체 생활을 강요한다던지 그런 것은 어떻게 보면 교수님에 따라 다르니
까.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뭐가 바람직한지는, 교수님마다 색깔이 틀리고. 저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지만 그냥 세상이 옛날보다 바뀌었으니까 기준도 바뀌지 않았나 생각해요.


심종혁> 사적인 일이라는 게 경계가 애매한 게 있어요. ‘너 은행 좀 다녀와라, 공과금 내고 와라’이런 걸 시켜서 문제가 된 거 아니에요? ‘너 내 차가지고 내 부인이 어디 가야 되니까 운전 좀 해줘라’이러면
안 되죠. (웃음) 그런데 선생한테 묶여있다 보면 끙끙거리고 그런 걸 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건 교수가 해결해야지.


김형욱> 총학생회실로 전화가 왔었는데, 연구실 청소를 하는데 연구실 숫자는 많은데 청소할 대학원생은 부족한데 하라고 했다. 다른 과도 이렇게 하라고 하느냐면서 어이가 없어하는 듯 말하더라고요. 새벽 6시까지 나와서 해야 되는데, 그 분은 집도 먼 것 같더라고요.


심종혁> 과거에 논문 지도 학생에게 제가 노트한 것을 정리하라고 하면 그게 또 그 학생 공부에 도움이 되어서 논문을 쉽게 잘 써요. 그래서 몇 년 전에는 다른 학생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안 한다고 그래요.
제가 만든 노트를 정리하라니까 개인 일을 시킨 것처럼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럼 내가 다음에 어떻게 반응하겠어요? 그 학생에게는 일을 안시키는 거죠. 일 안 시키면 자기 공부할 기회가 줄어드는 거예요. 내가
노트로 해놓은 걸 워드로 정리하라고 그러는데. 그런 게 개인 일이라고 해서 문제제기 하면 자기 공부하는 기회가 떨어지는 거예요.

 


대학원생의 정체성


신문사> 본인의 장래진로(취업, 진학 등)에 대하여 현재 어떻게 느끼고 있냐’는 질문에 과반수의 대학원생들이 대체적으로“불안하다”고 답했습니다(55.8%). 물론 이 질문은 대학원생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단순한 불안함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해 보자면 이런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은 연구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환경적 요인(경제적 환경)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에서‘대학원생’이 처해 있는 사회적 정체성 또한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생각하시는 대학원생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도석> 대학원생은 늘 그렇잖아요? 세계적으로 대학원생은 자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학교에 풀타임으로 매여 있으니까. 그리고 항상 불안하죠. 과도기 인생이니까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졸업 할 때 쯤 되면 석사는 석사, 박사는 박사대로 훨씬 독립적이게 되니까 그건 대학원생의 속성이 아닐까요?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을 갖는 것. 그렇게 생각을 해요.


심종혁> 과거에는 선생, 학생의 관계가 도제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했죠. 인문사회쪽은 잘 몰라도, 이공계나 경상계에서는 지도교수가 졸업하는 학생의 취직이나 장래 문제에 도움을 많이 줬어요. 지금은 일자리
도 많이 줄었고 상황도 많이 바뀌어 어떨지 모르지만 대략 15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어요. 그리고 교수 학생의 관계에서 친근하고 끈적끈적한 측면이 사라지면서 교수가 염려해주는 측면이 많이 줄어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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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6.04.21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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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1) 기획자 인터뷰


학원생 인권. 때로는 거창하게 또 멀게도 느껴지는 말이다. 대학원 내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등을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더 감춰져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그들의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학원, 그곳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전국 대학 원생들의 사례를 모아 웹툰을 제작했다. 웹툰 제작자들도 아닌 그들이 왜 직접 사례를 모아 웹툰을 제작하게 되었는지, 그들은 왜‘슬픈’대학원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었는지,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번엔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및 편집 신윤희




강태경_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염동규_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학술국장



서강대학원신문(이하 서강)>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하신 것 같다. 웹툰 제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가? 웹툰의 기획의도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염동규(이하 염)> 이야기가 나온 것은 2015년 여름에 있었던 대학원총학생회 집행부 LT2)에서 였습니다. 대학원 관련 정책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저희들은, 일단 대학원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될 수 있어야만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의 문제를 공론화할 방안에 대한 이러저러한 의견들을 내놓고 토론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웹툰’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해보자는 식으로 가닥이 잡혔습니 다. 기존에도 학내의 학생회 조직들은 대자보 등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노력을 다해왔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대자보가 가지는 매체로서의 힘이 떨어지게 된 편이고, 때문에 뭔가 색다른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하던 와중에‘웹툰’을 만들어보게 된 것입니다.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은 사회적으로 공론화가 잘 되지 못하는 대학원 문제들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을 모으고, 이를 통해 대학원생 정책입법으로 이어질 만한‘공론장’을 만들어 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기획의도가 있다면 그것은‘성토의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기도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대학원생들은 자신들이 지닌 문제 들을 발설하기를 극히 꺼려하고 있습니다. 교수에게 잘못 보이면 졸업과 그 이후의 진로가 모두 위험에 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은 자신들이 겪 고 있는 문제 자체가 워낙 거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한다고 하더라도‘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대학원생들은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저희는 대학 원생분들이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남이 겪은 이야기에 공감하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소통의 선환’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강태경(이하 강)> 웹툰의 방향은 선대의 실태조사 결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자 하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실태조사의 과정에서 저희는‘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원우들의 응답 을 제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전공이라고 동일한 것이 아니고, 지도교수 혹은 랩실에 따라서 사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일개 대학원생인 나는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공통의 문제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나름의‘유형’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 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약간의 각색을 통해 대학원생이 겪는 문제를 유형을 분류하여 묶어내고 싶었습 니다. 이를 통해 우리 공통의 문제를 포착하고 선명하게 보이고 원우들의 공감을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서강> 서강대학에서도 <인권실태조사>를 실시했으나 관련 사례를 모으는 게 쉽지 않았다. 인권관련사례들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설명해 달라.


강> 사례 모집에 왕도는 없었습니다. 사실 웹툰의 기획 의도는 사례를 보내줄 만한 성의를 보인다는 취지도 있었습니 다.‘내 억울한 사연을 그래도 속 시원히 만화로 만들어서 몇 만명 이 볼 수 있게 되는 구 나 ! ’라는 기회를 드리면 좀 더 사연을 소상히 알려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정책국장을 맡았던 2015년 1학기에 조교 근무환경 실태 조사를 위해 한 공학계열 건물의 랩실을 다 돌면서 설문조사 QR코드가 담긴 유인물을 나눠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그날 약 5명 정도의 원우들만 응답을 해주시더군요. 삶이 팍팍하기도 하지만 공통의 문제를 찾아내서 문제를 해결해보는 집단적 경험이 없는 대학원생들은 설문조사의 실효성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희는 간식 행사 때 설문 조사를 부탁드리는 방식으로 좀 더 많은 원우들의 응답을 모았습니다. 간식을 받아가기 위해 기다리는 와중에 설문을 부탁드리는 식으로요. 또, 총학생회의 취지를 유인물 혹은 설문을 요청하는 순간의 진정성 있는 표정(?) 등으로 명료하게 저희의 의지를 어필해서 원우분들이 해당 문제를 설문을 통해 토로하고 싶을 만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우분들이 자신의 안 좋은 이야기지만 믿고 말씀을 하실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서강> 웹툰에 등장했던 사건 같은 경우들이 발생했을 때, 해결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강> 일단 가장 처음으로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용기를 내서 지도교수님과 동료 원우들에게 명확히 의사를 어필하는 방법이 있겠지요. 물론 쉽지는 않지만, 인권센터에 공개 문제 제기를 하든, 인권센터가 없어서 가해자를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것이든 직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겠다, 나는 피해를 구제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그것 자체가 정말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히 동료 원우분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유대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면 총학생회 같은 자치단체를 통해 자신의 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함께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이미 제도가 갖춰져서 인권센터 같은 중재기구가 있으면 제도적 문제제기 절차를 따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없다고 하면 사실 교수님들이 문제를 자체적으로 처리하려는 경우가 많지요. 이럴 때는 혼자 앓으면서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말고 자신의 동료들에게 자기를 도와달라고 적극적으로 부탁하셔야 합니다. 저희가 제도적 개선책으로 시도하는 사업은 대학원생 권리장전 안의 선포입니다. 대부분의 원우 분들이 자신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조차 들어볼 기회가 적기 때문에 최소한 원우분들 이 한번은 권리장전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도록 권리장전을 수립하고 싶습니다.


서강> 웹툰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뀌길 기대 하는 학내의 분위기가 있는가? 


염> 궁극적으로 저희가 웹툰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대학원생들이 교수 집단과 학계를‘견제할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학원생이 가지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들을 유린하고 짓밟는 교수, 혹은 학교 당국은 대학원생을‘만만한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 다.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예컨대 학부 등록금을 인하/동결하면서도 대학원 등록금은 인상하는 술수를 부리거나, 공부 시간을 빼앗고 각종 잡일들을 시킨다거나 하고 있습니다. 교수들은 수업 준비를 엉망으로 해오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른 책임은 전혀 지지 않습니다. 반면에 대학원생들은 비판하고 싶은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지요. 저희는 웹툰을 통해 대학원생이 자신들의 권리를 호소할 수 있는 계기들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공론을 형성하여 학교 당국과 교수들이 대학원생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학원에서 학문이 본디 가져야 할 비판정신을 되살리고, 학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으면 좋 겠습니다.





1)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은 http://krgs.org/index.php?mid=webtoon 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주) 2) Leadership Training의 약자.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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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6.04.21 12:41

<대학원생 연구 환경 및 인권 실태> 그 후

- 제29대 총학생회 인터뷰


인터뷰 및 편집 신윤희, 양계영


김형욱_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이창호_서강대학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정책국장


서강대학원신문(이하 서강)> 서강대 자체적으로 실시한 <대학원생인권실태>, 그 첫걸음을 뗀 것 같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조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이창호(이하 이)> 계기는 간단한‘사건’과‘의문’으로 나눌 수 있어요. 대학원생들의 인권이나 생활과 관련된 제보를 받아 웹툰을 제작하는 사업을 고려대 원총에서 진행하고 있는데요.‘전국 대학원 총학생회 협의회’에서 이에 대한 안건을 다루다가 저희가 일부 제작 지원을 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과연 우리학교는 건강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죠. 이번 설문에서는 인권뿐만 아니라 교수님들과의 관계, 미래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등에 대한 다양한 항목들을 물었습니다. 다른 것보다 자신의 전망에 대해 전체적으 로“불안하다”는 여론들이 많았어요. 불안할 때 사람들은 불안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움츠러들기’를 선택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교 안이라는 환경이 특히 사람 들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부조리를 당해도‘교수님에게 찍힐 수는 없지’라는 생각에 말을 못하게 되는 현상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게 놔둘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조사도 일단은 시작한 것에 의미를 뒀다면 앞으로는 연속성을 가지고 계속 목소리를 듣고 내는 채널로까지 발전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강> 연구실 소속 원우들의 경우, 과도한 노동 업무 시간을 요구받는데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런 일종의‘인식’문제는 원우들의 인식 문제인가?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원내 환경의 문제인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우선 과별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인식의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문∙사회계열 같은 경우, 개별 연구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지극히 말이 안된다고 볼 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이공계열의 경우 만약 연구 프로젝트의 성격상 일주일 내내 관찰을 해야 하는 연구라면 연구자 입장에서는 어느정도 당연한 것이라 볼 수도 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위로부터의 억압이 있거나, 과도하게 연구와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것과 같은 부분은 충분히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예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한 교수님이 대학원생은 연구를 하는 게‘노동’이라 볼 수 없다고 한 걸 본 적이있는데, 조교로 연구에 참여하더라도 이는 임금을 받는 노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 니다.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와 함께 작성한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습니다.1) 이문제는 학생과 교수님과의 갭이 커요. 그러나 그런 부분에서‘사람’이 밀려나 버리면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선을 넘어가면 부당한 게 아니냐는 식으로 끊임 없이 주장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설문도 그 러한 목소리를 내기위한 시작이 되는 것이고요.


서강> 조교 활동 시, 연구 활동에‘어느 정도’지장이 있는 잡무활동을 하고 있다는 원우들이 52%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서 충분히 공론화되고 있는가? 


김형욱(이하 김)> 워낙 특수 케이스가 많고 각자 일이 바쁘기 때문에 (공론화되기) 힘들지 않나 생각합니다. 공론화시키기까지는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이 선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기준’이 있어야 될것 같아요. 저번 학기에 총학생회로 전화가 왔는데, 연구실 수에 비해서 청소를 할 인원은 상당히 부족한데 아침 일찍 와서 연구실 청소를 하러 오라는 소리가 합당한 것인지 묻는 전화였습니다. 대학원생들은 선생님과의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의 만족도가 자기 생활의 만족도와 직결되는 것으로 보는데, 선생님들은 (우리를) 과연 그만큼 생각을 해주냐 이거죠.‘별 것도 아닌데 도와 달라’는 식으로 관계 성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보니까... 교수님들이 대학원생을 동등한 연구자로 인정해주고 어떤 점이 힘든지 물어보거나 이해해주시면 문제가 이만큼 커지진 않을 것같아요. 이번 설문의 구체적 사례중에 교수의 폭언으로 학생이 눈물을 터트리자 교수가 해당 학생의 얼굴이 정리될 까지 연구실을 나가지 말라고 했다는 익명제보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학생과 교수님 사이에 권력관계를 이용해 일종의 폭력을 행사한 거잖아요. 직접 겪은 사람은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이> 만약 이런 경우를 당했다. 그럼 이후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죠? 바로 이 부분이 제일 문제에요. 우리학교 내부에 어디에도 이부분을 말할 곳이 없어요. 다산관 404호에 총학생회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어디서든 불거질 수 있는 문제인데, 해결할 곳이 없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강> 학칙강화나 인권센터 도입, 대학원생 권리장전 확대, <대학원평가기준>에 대학원생 인권 실태 및 연구 환경 반영 등 ‘ 대학원 연구 환경 개선 ’에 대한 많은 대안들이 이야기되고 있다. 총학생회는 이와 관련해 어떤 일을 준비 중인가?


김> 인권센터 도입은 저희도 계속 회의 중에 있습니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권리 장전’선언도 계획에 두고 있습니다. 연구 공간 확보의 경우 기획팀에서 전담하고 있는데, 기획팀장님을 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는 하고 있어요. 지난학기에 저희 나름대로 과별 연구 공간에 관한 조사도 한 적이 있었고요. 또 이번 설문을 토대로 대학원장님이나 교수협의회에 연락하여“대학원 생들이 이러한 어려움이 있습니다.”라고 알리는 역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강> 원우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이> 그래서 이번 회장님이 카카오톡‘옐로우페이지’2) 를 만들었습니다. 어떤 질문이 들어오면 해당 부서와 쌍방 소통이 될 수 있게 원우들에게 친구추가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서강> 그렇다면 언제든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총학생회에 문의해도 되는 부분인가?


이> 당연하죠. 어떠한 사안이라도 방문해주시면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고 준비를 하는 편입니다. 학생회실이 너무 외진 곳에 있기도 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모 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는 늘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학생회 사업 만족도 조사라든지, 복지물품 선정과 인권실태에 관련한 설문과 같은 식으로 최대한 원우들의 의사를 반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더불어 문제가 생겼을 때 학생회에 문을 두드리면 함께 대책을 마련할 것이고요. 개인보다는 학생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면 조금이라도 더 해결방안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1) 제8조(조교의 권리) 2 대학원생과 학습조교, 연구조교, 연구과제 연구원 등으로 학문적∙육체적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명확한 근로시간, 근로내용, 임금기준의 정보를 제공하고 준수하여야 한다. 

[출처] 청년위원회와 전국 13개 대학교 대학 원 총학생회가 함께하는《대학원생 권리장전》(편집자주)


2) 제29대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의 옐로우페이지 아이디는“29thsggradsa”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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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6.04.21 12:28

서강대학교 대학원생 연구 환경 및 인권 실태




본지는 서강대학교 제29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와 함께 대학원생 연구 환경 및 인권 실패조사를 실시하였다. 본 설문조사는 대학원생들의 연구 환경과 인권에 대한 점검을 토대로 더 나은 연구 환경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실시된 것이다. 아래 내용은 서강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의 협조로 설문 조사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정리 및 편집 신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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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5.12.08 01:03

 

 

 

 

 

 

 

 

 

 

 

 

 

각 대학원 신문사 소개 및 운영 방식


서강> 저희 신문은 한 학기에 두 번 발행하고, 인원은 총 세 명입니다. 현재는 편집장, 편집위원, 수습편집위원 각 1명씩인데요. 주로 편집장이 기획과 인터뷰를 맡고, 다른 인원이 나머지 면을 맡습니다. 그렇지만 신문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는 매주 회의를 통해 결정해요. 장학금은 교내에서 저희에게 할당된 비율을 인원에 맞춰 나눠요.

 

중앙> 저희는 총 네 명이고, 편집장 1명과 편집위원 3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저희는 한 학기에 4번 발행하는데, 3번은 12면 그리고 나머지 한 번은 특집까지 16면을 발행해요. 저희는 방학 동안 그 다음 학기에 발행 될 4회 신문에 대한 구성을 미리 준비해요. 학술 기사나 학내 기사의 경우 방학동안 논의를 통해 어느 정도 준비하고, 학기 중에 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도 해요.

 

동국> 저희는 기존에 총학생회 산하의 특별기구였지만 2007년에 학교 미디어센터로 소속이 변경되었어요. 그 이후로 전체 예산이 지속적으로 감액되다 보니 제작 환경이 많이 열악해졌죠. 발행횟수와 판형이 축소된 건 말할 것도 없고, 교육 예산이나 활동비, 조판 디자인 예산 등은 전액 삭감됐어요. 저희신문은 총 3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 3명이 기사 작성과 기획, 청탁, 편집 외에 조판 작업까지 직접 해요. 예전에 타 대학원 신문을 대상으로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조판 작업을 편집위원들이 직접하는 학교는 저희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도 3명이 돌아가면서 최대한 취재도 다니고, 보도기사, 학술기사도 작성하고 기획하고 그러죠.

 

‘대학원’신문


서강> 서강대학교의 경우 교내에 6개 정도의 언론사가 있어요. 그래서 유일한 ‘대학원’신문으로서 교내 다른 언론사와 중복되는 지점을 피하고자 학술적인 내용을 많이 싣고 있어요.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도 학술적으로 풀어낸 글을 찾아 싣는 편이죠. 기획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하고 있어요. 교내 대학원에서 진행되는 연구도 많이 다루려고 하고요.

 

중앙> 저희도 교내에 다양한 언론사가 있어요. 그런데 아마 교내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학교에 비판적인 시각에서 기사를 쓰는 곳은 저희가 유일한 것 같아요. 저희도 총 12면 중에서 8~9면은 학술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대학원생들에게 유용한 기사, 대학원생 입장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기사를 싣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예를 들면 중앙대의 경우 대학원생 연구 공간이 열악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기사로 내서 대학원생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할 소재를 찾아요.

 

동국> 저희 역시 교내에 언론사가 많아요. 하지만 각 매체마다 학내 문제를 다루는 논조와 기사 비중은 다르죠. 최근 동국대가 총장∙이사장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데, 관련 문제를 취재하고 비판 기사를 싣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대학원신문의 학내보도 기능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도 여전히 학술기사 비중이 압도적이긴 해요. 이와 더불어 교내 조교 처우 문제나 연구공간 부족, 강사법시행과 같이 대학원생의 삶과 밀접한 문제들도 매호 다루고 있어요.

 

학내 이슈와 사회 이슈 보도


서강> 개인적으로 저는 학내 사회나 사회 이슈를 세세하게 지적하기보다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다뤘어요. 조교 처우, 시간강사 문제 등을 청년 세대라는 큰 기획 안에 녹이는 식이에요.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등록금 인상을 막자는 내용보다, 등록금 심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편이죠. 사실 어떤 문제에 대해 다룰 때 편집진 몇 명의 의견인데, 이것의 ‘서강대학원신문’의 의견이 된다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해요.

 

 

동국> 보도 방향은 편집진의 의견에 따라 천차만별이잖아요. 현재 편집진이라고 해봐야 저희 3명이지만 회의를 하고 쓰고 싶은 내용은 써요. 학기당 3회 발행이라 시의성이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다루고 입장을 밝히고 그에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교’라는 이름의 ‘노동자’>라는 기사를 낸 적이 있는데, 취재 과정에서 한 교직원은 조교가 왜 노동자냐면서 트집을 잡기도 하더라고요. 학술 이슈에 있어서는 편집위원들이 직접 쓰기도 하지만, 주로 원고 청탁을 하기 때문에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적합한 필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고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중앙> 저희 신문은 한 달에 한 번 나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현안이 되는 문제들을 그때그때 내기는 어려
워요. 일단 방학 동안 편집회의가 대부분 끝나니까지면 구성은 많이 끝나있거든요. 그래서 새로 발생하는 이슈를 모두 다루기에는 지면이 부족해요. 그래서 많은 이슈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슈를 뽑아서 깊게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설 칼럼 지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은 해요.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대학원 신문에서 각종 이슈에 지면을 많이 할애하는 것이 적합한지 고민도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 대학원 언론사라는 게 우리가 다 알고 있지만 영향력이 별로 없지 않나요? (웃음)

 

동국> 학내 이슈를 다룰 때 말씀하신 것처럼 신문사의 영향력은 크게 없는데 감수해야 하는 건 너무 많

것 같아요. 동국대 총장 사태로 인한 갈등이 한창 심각할 때 학부 신문은 기자 이름을 빼고 ‘대학부’로 표기하더라고요. 저희는 고민하다가 실명으로 기사를 냈어요. 나중에 선생님들이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혹시 나중에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에요. 져야 할 책임은 제법 큰데, 그에 반해 영향력은 없으니까 괴리감을 느끼기도 해요.

 

서강> 학내 이슈를 다룰 때 대학원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찾는 것도 어려운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학부와 성격이 다르잖아요. 인문, 자연의 구분에 따라서도 그렇고 각 과별로도 상황이 다 다르니까요. 물론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를 찾는 수는 없겠지만요.

 

동국> 저는 대학원생 모두가 다들 말은 못 하고 암묵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 공공연하게 묵인되고 방조되고 있는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의제화시키는 것이 대학원 신문의 책임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해요.하지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희가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정적이고 기사의 파급력도 한계가 있어서 단지 언급하고 마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의제화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운영의 어려움


서강> 대학원신문 운영에 어려운 일은 사실 매우 많죠. 부족한 인력과 예산부터 시작해서 말이에요. 저는 우선 원고 요청을 하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적합한 필진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원고 요청에 대한 답이 없을 때 정말 난감해요. 신문 편집 기간이 빠듯한데 보낸 메일도 읽었고, 메시지를 여러 차례 남겼음에도 답변이 없을 때는 답답해요. 이러다 거절당하면 지면이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 때문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힘든 것은 적은 인원으로 제작에서 배포까지의 거의 모든 과정을 다 해야하는데, 학업이랑 병행하는 게 가끔 힘들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중앙> 저희 신문이 인원도 계속 줄어들고, 학교에서 계속 예산으로 저희를 압박하고 있어서 이걸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는 학생이니까 공부도 해야 하고, 대학원생은 짧게는 2년 정도만 머무르니까 인수인계를 잘 받는다고 하더라도 신문사에 대한 이해가 얕잖아요. 그런데 학교는 학생과 싸우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더라고요. 굵직한 것부터 작은 것까지 하나하나 압박이 들어오는데, 저희와 함께 싸워주는 곳은 없고 저희는 고작 네 명이 운영하는 작은 신문사이다 보니까 어려운 점이 있어요.

 

동국> 저희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어요. 신문 제작에 현실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조차 주지 않고 숨통을 조이면서 말살시키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게다가 편집위원들에게 교직원들이 고압적으로 나오는 때도 적지 않죠. “학교에 돈이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하냐.”, “ 아니면 신문 없애든가”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선택지만 던져주는 경우도 많고요. 학생 사회의 분위기나 목소리에 따라서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게 대학 언론인데, 학생 사회 자체가 패퇴하고 있다 보니까 학내 언론이 힘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대학 언론이 힘이 없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쥐락펴락하려고 하는 거겠죠.

 

대학원 언론에 대한 압박


서강> 저희도 올해 예산 때문에 작년에 참 힘들었어요. 학교 전체 예산이 줄어들면서 대학원신문도 예산 감축 대상에 포함됐는데 다른 곳보다 더 많이 예산을 줄이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다행히 행정팀에서 조언을 해주셔서 저희가 열심히 신문사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료로 만들고 예산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있으니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예산 감축을 고려해달라고 해당 부서에 찾아가서 부탁드렸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른 부서와 유사한 비율로 예산감축이 되었더라고요.


중앙> 저희는 원래 한 학기 5회 발행이었는데, 지난 학기부터 4회 발행으로 줄고 편집위원도 5명이었는데 4명으로 줄었어요. 저희 신문은 학교에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싣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서 전체 예산의 20%를 삭감한다고 압박이 들어오기도 했었죠. 몇몇 대학원신문사에 연락을 드려서 운영에 대한 것을 여쭤보고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대학원신문은 열악하게 운영되고 있더라고요.

 

동국> 맞아요. 전반적으로 대학원 신문이 많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인 것 같아요. 홍대대학원신문이 폐간됐고, 연대대학원신문은 잡지 체제로 변환됐죠. 학생 언론 수요가 없고 투입 예산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시장 논리에 입각한 판단이 학교 운영 본부 측에는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방적으로 예산도 줄이고, 감축도 하는 거겠죠. 저희 같은 경우는 교내 미디어센터에 속해 있다 보니 학교를 비판하는 기사 때문에 미디어센터랑 갈등이 있어왔어요. 저희는 신문 발행 전에 전체 회의에서 세부 기사에 대한 사전 보고를 하고, 최종판을 넘길 때 항상 센터장 승인을 받아야 해요. 일종의 검열을 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헤드, 제목, 사태 분석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저희는 편집진으로서의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으니 갈등이 생기는 거겠죠.


서강> 저희는 학내 기사는 별로 다루지 않아요. 대학원 이슈가 지면을 다 채울 만큼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학술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는데, 저희는 비판적인 기사를 쓰더라도 직접적으로보다는 간접적으로 많이 싣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는 신문지면에 대해 학교에서 압박을 받지는 않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저희가 학교 행정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별로 싣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에 부끄럽기도 하네요.

 

대학원 신문에 대한 무관심


서강> 저희는 대학원생과 관련한 이슈를 꾸준히 다루고 있어요. 대학원생 인권 선언, 등록금 문제, 시간강사 문제 등을 꾸준히 기획과 특집 등을 통해 의제화하고자 노력해요. 그런데 원우들이나 교수님, 교직원 등이 대학원신문에 무관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실제로 사람들의 무관심을 경험한 적도 많고요. 저희는 열심히 만들고 있는데, 대학원신문이 있는지도 몰랐다는 말을 들을 때 참 씁쓸해요.

 

중앙> 저희 신문 같은 경우 약 3,200부를 찍어서 흑석캠퍼스와 안성캠퍼스에 열심히 배포하지만 남아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워요. 특히 대학원생을 위해 만든 신문인데 대학원 건물에 남아 있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깝죠. 반면 선생님들께서 신문을 읽고 피드백을 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점은 감사해요. 저희 신문 같은 경우는 학교 관계자들이 엄청 열심히 읽어요. 저희가 비판적인 기사를 많이 쓰니까요. 열심히 읽고 찾아와서 소리 지르고 가시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저희는 학교 관계자들을 긴장시키는 목적으로라도 신문을 발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독자들을 어떻게 하면 많이 읽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동국> 저희는 미디어센터로 통합된 이후로는 단독 발행을 중단하고 동대신문 내지로 나가요. 학보 안에 함께 들어가는 거죠. 그래도 여전히 발행횟수와 배포상의 한계는 있죠. 그래서 홈페이지로 웹신문을 출판하고 페이스북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가끔 웹신문에 오타나 기사 오류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타대학 교수님께서 이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놀란 적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인문학협동조합’같이 다른 학교 대학원생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에 종종 참석하는 편인데요, 의외로 이런 곳에서 저희 신문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받기도 해요.

 

대학원생의 참여


서강> 사실 대학원생들이 글 쓸 기회가 많이 없잖아요. 그래서 글을 쓸 기회를 제공하고, 원고료를 장학금으로 돌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학원생들에게 원고 부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세미나를 하는 연구소의 대학원생이나 논문상 수상자 등에게 원고를 주로 부탁하고 있죠. 그런데 오히려 학생들에게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중앙> 맞아요. 학생들에게 청탁하는 것이 더 어려워요. 학생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지면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오피니언 지면을 만들었는데 별로 참여를 안 해요. 마지막 면에 공부하면서 위로 받았던 웹툰 등을 소개해달라고 지면 활용을 하기도 하는데, 먼저 쓰겠다고 연락 오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동국> 저희도 대학원생 의견을 취합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오피니언 면에 대학원생 익명 칼럼을 운영하고 있어요. ‘조교 처우 문제’나 ‘연구 환경’에 대해묻는 무기명 주관식 설문조사 꼭지를 만들어서 벽보도 붙이고 직접 설문을 받으러 돌아다니고요. 예상 외로 벽보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남겨지는데, 직접 기고하는 칼럼이나 본인의 연구 성과를 글로 쓰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중앙 2> 주변에서 개인적으로는 의견을 줘요. 예를 들면 신문이 이런 저런 게 나왔던 데 이런 것에 관심이 있다든가, 아니면 요즘에 내가 이런 일이 있었는데 신문에 이런 기사를 쓰는 건 어떠냐고요. 그런데 공식적으로 직접 원고를 주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서강> 인문사회 계열 학생보다 자연과학 계열 학생들은 원고 요청을 거절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본인의 연구나 논문을 글로 풀기가 어렵다는 이유가 많은데, 표나 그림을 사용해주시고 편하게 써달라고 요청 드리면 가끔 써주시기도 하더라고요. 저희 신문이 인문사회 계열의 원고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자연과학 계열 교수님이나 학생들이 원고를 수락해주시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대학원 신문사의 확장 - 홈페이지, SNS 플랫폼 활용


서강> 다들 블로그나 SNS 활용을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저희가 영향력이 별로 없다보니까(웃음) SNS 활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신문사내부에서 사람이 자꾸 바뀌다 보니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저희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방문자수는 꽤 많아요. 그런데 댓글이나 메일과 같이 피드백을 남겨주시는 분들은 적어요. 다른 사람들한테 많이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저희 기사를 통해 생산적인 논의를 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저희가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지 못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동국> 저희도 홈페이지의 웹 출판은 저희가 직접 하고 있고. 페이스북도 재작년부터 운영해요. 처음에는
페이지 구독을 선택한‘좋아요’가 20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650개 이상 돼요. 몇몇 기사들의 링크는 공유 시스템에 의해 발행부수를 훨씬 상회하는 조회수를 보이기도 해요. 그리고 아무래도 신문은 한 달에 한 번 내니까 시의성이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 인터넷 기사로 올린 다음에 SNS로 연동을 하기도 해요. 학내사태 동영상이 포함된 기사를 업로드하면 7만 건 이상의 조회수가 나오기도 하고요. 종이 매체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일단의 방편들인 건데, 고민은 있죠. 그런데 소통의 댓글은 저희도 많지 않아요. 어떤 기사가 하나 실렸을 때 그 이후에 당장의 생산적인 논의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중앙> 중앙대학교 언론사 홈페이지에 대학원신문사 홈페이지가 따로 있는데 거기에 웹 출판을 하고 있어요. 이번 학기부터 저희도 어떻게 소통을 할까 하다가 SNS를 시작했는데 관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사람들이 많이 보게 할 것인지도 그렇고, 저희 신문 자체보다는 특정 기사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니까요. 저희도 댓글은 정말 안 달리는 것 같아요.


대학원 신문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


동국> 아무래도‘대학원 신문’이니까 대학원생들의 삶에 관련된 문제들을 많이 다뤄보고 싶죠. ‘대학원생 사회’라는 표현은 익숙하지 않지만 대학원생들이 발 담그고 있는 지금-여기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와 공통의 어려움들에 대해 때로는 제도적으로 때로는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는 방식으로의 개선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는 계기점들을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대학원생 스스로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인식될 수 있도록 말이죠. 구조적으로나 각 개인들에게나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학술기사 같은 경우에도 학술적인 색채를 놓치지 않되 최근 학계에서 쟁점이 되는 사안들이나 정치사회적인 시의성도 반영할 수 있는 기획들을 꾸려나가고 싶어요.

중앙> 저희 신문도 아까 말씀 드렸듯이 방학 동안 기획회의를 하고 그 안에 신문의 절반 정도가 결정이 나거든요. 대학원 신문은 정말 학술에 강점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 교수님들 글 위주로 실리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랑 같이 만들 수 있을 지를 고민해요. 이번 호에 저희가 총 5면의 지면으로 특집기사를 낸 것이 대학원생에 대한 것이었어요. 대학원생이라는 정체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대학원생의 물질적 조건 같은 게 어떤지 이런 것들도 다뤘어요. 왜 요즘 대학원생들은 패기가 없느냐는 교수님의 말에 반박하는 글도 싣고, 각 계열별로 어떤 어려움을 각기 다르게 가지고 있는지도 다뤘어요. 신문 기사 외에 신문사 운영에 있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신문사 자료 아카이빙이에요. 대학원 신문사의 경우 편집위원을 길어야 2년이니까 연속성이 떨어지잖아요. 지금도 회의록이나 기록을 잘 정리하고자 신경 쓰고 있어요.


서강> 저희 신문은 인문 사회 계열에 많이 치중된 것이 사실이에요. 그리고 학술적인 논의가 많아 어렵다는 의견도 있죠. 그래서 자연 과학 지면도 싣고 학생 사회와 관련한 의제화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싶어요. 그리고 대학원생들이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나 참가할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고 싶어요. 체육대회나 논문상 외에도 서강대학교에는 대학원생이 저렴하게 본인 부담비용을 내고 해외 학술탐방에 다녀올 기회도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알리고자 학술탐방에 다녀온 분들에게 학술탐방을 통해 연구한 글을 기고 받고 있어요.

 

언론으로서의 대학원 신문

 

중앙> 이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항상 고민해왔던 게 우리 신문사가 과연 ‘언론’이냐는 것이었거든요. 어느 정도 합의가 된 지점은 우리는 언론과 학술지 중간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신문사라는 정도에요. 우선 대학원 신문이니 학술적인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겠죠. 대학원신문을 언론으로 바라본다면, 중앙대 대학원생을 위한 매체가 저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중앙대 대학원생이나 조금 더 넓혀서 전체 대학원생을 위한 기사를 생산하고 담론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동국> 저희도 신문을 만들 때마다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게 딱 그 지점이에요. ‘동국대학원신문’이 저희 제호인데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인지 말이에요. ‘동국’에 방점을 찍는 기사와 ‘대학원’에 방점을 찍는 기사들의 비중 조절과 안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사실 대학원 사회 안에서 매체가 많지 않잖아요. 대학원 신문은 소수인 만큼 대학원생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공통의 의제를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특히나 대학원 신문이 점점 없어지는 추세에서요. 저희도 동국대학교의 대학원 신문이기는 하지만, 학술적인 차원에서나 보도적인 기능에서나 대학원생들의 공동의 관심사와 의견을 담아내는 일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죠. 어쩌면 그 줄타기 속에서의 적절한 포지셔닝이 대학원 신문의 생존의 방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강> 이 질문을 하게 된 이유는 결국 저도 이 고민을 많이 했기 때문이에요. 대학원신문이 언론인가에 대해 저는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거든요. 그렇지만 여태껏 해온 것처럼 대학원생들에게 필요한 학술 기사를 제공하고, 서강대학교와 전체 대학원생에게 필요한 논의를 끊임없이 제공하도록 노력해야죠. 오늘 다른 대학원신문사 편집진과 만나서 대학원신문에 대해 논의를 하니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요. 부끄럽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이러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서 대학원신문이 긍정적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네요. 오늘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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