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3.01.08 15:08

 

왜 웃느냐고요? 좋아하니까!

 

이요셉 (한국웃음연구소 소장)

 

인터뷰 및 편집 김아영

 


웃다보면 행복해지고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성공 스토리에서 늘 반복되는 일종의 ‘트루이즘(truism)’. 즉 뻔한 소리다. 그러나 그 뻔한 이야기가 구체적인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에 녹아든다면 그리 뻔하지만은 않다. 한편 같은 말을 시간차를 두고 반복적으로 듣게 되면 나중에는 ‘그게 그런가보다’ 하게 되는 게 인간이다. 허허허 하다보면 ‘정말 즐거운가보다’ 하게 되는 것도 우리의 뇌다. 이 모든 이야기들을 가장 잘 증명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세상에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있었다. ‘하하하’라는 의성어를 괄호 안에 넣기가 무색할 정도로, 대화의 절반이 웃음이었으며 웃다가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를 긍정바이러스라는 열쇳말로 녹여낸, 보통의 자기계발서와 맞먹는 하이 테크놀로지다. 이 고급기술에 당신은 알고도 당하리라.


 

경영학과를 졸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웃음이라는 키워드에 몰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공부를 안 했습니다. 당연히 학점도 안 좋았고요. 대신 사회생활을 많이 했어요.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 해서 옷 장사, 신발 장사 이런 저런 장사들도 해보고 백화점에서도 일 했었죠.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요.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고 졸업한 뒤 회사에 원서를 썼는데 다 떨어지더라고요. 학점이 안 좋으니 그럴 수밖에요. 그러다가 어떤 분을 알게 됐는데 그 분이 병원에 와서 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경영학과 전혀 관계없는 일인데 내가 그 곳에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그 병원이 암환자를 위한 병원이었거든요. 아픈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에 문득 대학 때 레크리에이션을 했었던 게 떠올랐어요. 이것을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간단하게 활용해봤거든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자, 박수 세 번 해보세요. 시작!” 하면 환자들이 같은 박자로 짝짝짝 해요. 이어서 “그럼 박수 다섯 번 해보세요.”라고 주문하면 또 똑같은 박자로 다섯 번을 쳐요. 그런데 박수 다섯 번을 이렇게 보여주는 거예요. 짝짝 짝짝짝 마이너스 짝. 이렇게 했더니 환자분들이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그 이후로 이분들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한 본격적인 웃음과 유머 연구를 시작했어요. 혼자 공부 하고 있었던 저를 위해 병원에서 작은 대체학과도 만들어주셨고요. 덕분에 책들을 사 보면서 점점 실력이 쌓이기 시작했죠. 그러던 중 ‘웃음은 운동’라는 것을 고안하게 됐어요.

 

‘웃음이 운동이다’를 어떻게 가르쳐주셨나요?

운동은 아침, 점심, 저녁 언제든 할 수 있잖아요. 늘 웃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들게 된 거죠. 거울을 봐도 하하, 땅을 봐도 하하, 그냥 미친놈이 되는 거죠. 누구 웃겨주려고? 암 환자들 웃겨 주려고요. 병원에 들어갈 때도 길게 웃었어요. 연습하는 과정이었으니까요. 저는 웃음이 유산소 운동이라는 것을 가르쳐줬어요. 웃으면 심장과 폐가 튼튼해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장 운동이 돼요. 사실 개그콘서트 보고 웃는 거나, 혼자 웃는 거나 똑같아요. 우리 뇌는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을 구별하지 못하거든요. 웃고 나면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해요. 관계가 가까워지고요.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SERI에서 CE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나 했는데요, 85%가 넘는 CEO들이 유머가 있는 사람, 표정이 밝은 사람을 채용하겠다고 했어요. 이게 뭐냐면, 그 사람 마인드를 본다는 거거든요. 제가 하는 것은 그냥 웃는 것이었어요. 한 번 보여드릴게요. 지금 운동하는 거예요. 뭐 한다고요? 운동! 피부가 좋아지고 혈액순환이 좋아지는 운동이에요. 먼저 한 단어를 길게 하는 게 좋아요.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거 보세요. 지금 어이가 없어서 웃고 있잖아요? 그런데 재밌는 게 뭐냐면 지금 운동을 했거든요. 이제 “아 좋다” 한 번 해보세요. 기분이 어때요? 좋아지죠? 바로 이거예요. 이 기분으로 공부를 하는 거예요. 시험을 치는 거예요. 면접을 보면 어떨까요? 떨어질 수가 없죠.

 

그런데, 그렇게 정신없이 웃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되레 무서워했을 것 같은데요?

제가 막 웃으면 의사나 간호사들이 지나가다가 그 웃음소리를 듣고는 무슨 좋은 게 있는가 싶어 문을 열어보곤 했어요. 그런데 제가 웃음을 연구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 취급 받지는 않았고요. 제가 왜 이야기를 하냐면, 지금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이 말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12번도 넘게 등장했다). 저는 매일 웃는 것을 100일 동안 연습했어요.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생겼고요. 웃음은 바로 자신감과 연결되어있어요. 옛날 장군들이 장수를 보자마자 제일 먼저 웃는 이유가 그런 거죠. 상대를 기선제압하기 위해서도 그랬지만, 사실 자신의 두려운 마음을 떨쳐 내기 위함이었어요. 그래서 우리 말 중에 ‘웃어버린다’는 게 있잖아요. 자신감이 없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어요. 유머는 마음에 여유를 만들어주고요, 그 사람 안에서 힘 있는 자신감을 만들어 줍니다.

 

웃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어요. 그런데 우리가 짓는 표정 중에는 무표정이 가장 많거든요.

맞아요. 그런데 보세요. 사람의 첫인상은 4초 만에 결정된다고 해요. 상대방을 보자마자 무의식에서 그 인상을 찍어버리거든요. 한국인들의 무표정은 심각하죠. 외국인들은 볼골대가 올라가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웃는 표정이거든요. 우린 반대에요. 가만히 있으면 화난 것 같죠. 그런데 이 첫인상을 바꾸려면 200시간이 필요하대요. 우리가 면접하러 갈 땐 어떻게 하죠? 자, 문을 엽니다, 들어갑니다, 앉습니다, 앉아서 면접관을 봅니다. 이 과정만 해도 벌써 4초가 지나가요. 사람들은 상대를 볼 때 가장 먼저 자세와 얼굴 표정을 봐요. 웃는 표정이 정말 중요하지 않나요?

 

선생님 성격이 원래 그렇게 낙천적이고 적극적이신가요?


아뇨.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동네 슈퍼마켓도 혼자 못 들어갔던 사람이에요. 일로 만날 땐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누굴 만나면 굉장히 어려워요. 내성적인 성격 때문이죠. 그렇지만 지금 성격테스트를 해보면 외향적으로 나와요. 훈련을 하다 보니 성격도 바뀌더라고요.

 

연구기간은 얼마나 걸리셨나요? 이런 저런 책도 엄청나게 보셨을 것 같은데요.


웃음과 유머와 관련된 책이라면 다 봤어요. 10년 동안 1억 정도 썼죠. 정말 관련된 것들은 다 본거예요. 레크리에이션, 유머 세미나 좋다는 데는 다 가보고 다 배웠어요. 그런데 공부하다보니 사람 마음을 또 알아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심리학도 공부하고 심지어 영성까지 봤죠.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이 있을까요?


네, 제가 하는 방법이 있어요. 매년마다 하는 건데 보통 사람들은 이걸 안 해요. 근본적인 것부터 질문해봅시다. 제가 왜 병원에서 그런 일을 했을까요. 스펙을 얻는 것도, 월급 받는 것도 아니었어요. 제가 왜 암환자들을 웃기려 했을까요? 좋아서요. 자, 중요한 것 세 가지가 있는데요. 일단 좋아하는 것을 적어보세요. 남자친구 사귀는 거, 영화 보는 거, 좋아하는 책 다 적으세요. 100개를요. 두 번째는 하고 싶은 것을 적어보세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적으면 어떻죠? 기분이 좋아지죠. 좋아하는 것을 적으면? 역시 기분이 좋아져요. 마지막으로 되고 싶은 것을 적어보세요. 이건 많이 나오지는 않아요. 이제 이 세 가지 영역, 즉 정말 좋은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에서 각각 10개씩 골라 점수를 매겨보세요. 공통분모가 나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선생님은 어떤 것을 적으셨나요?

저는 작년에 판소리, 영어 등 몇 가지를 적었는데 실행에 옮기기 위해 목표를 정했어요. 목표 정하기, 이게 왜 중요하냐면. 자기개발서 작가로 유명한 구본형씨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좋아하면서 돈도 많이 받는 일은 선택하기 쉬운 게 아니라고요. 젊은 나이에서 그런 삶을 누리려면 재벌 2세 아들 아니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택할 수가 없죠. 차선으로 돈은 별로 못 벌지만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잖아요? 이건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리지만 아웃라이어에서도 이야기했듯, 시간이 투자가 되어야 프로로 인정을 받죠. 그런데 사실 프로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은 10년까지는 안 걸리고요 5년, 더 빠르면 3년 정도 걸린다고 봅니다.

 

3년만 완전히 미치면 된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완전히 미쳐야 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은 벌지만 좋아하지 않는 일을 택해요. 그래서 구본형씨는 돈은 좀 적게 벌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죠. 저도 좋아하다보니 그게 제 일이 됐어요. 많은 사람들은 대학에 들어갈 때 부모나 선생님이 정해주는 과를 가요. 본인이 정한다고 해도 지금 뜨고 있는 과에 들어가죠. 졸업은 5년, 10년 후에 하고요. 졸업하고 나면 또 다른 게 유행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좋아하지 않는 것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하지 않나요? 좋아야 에너지가 나오고,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붙기 때문에 바로 여기서 전문성이 나오는 거예요. 세상은 어떻게 바뀔 지 아무도 몰라요. 삼성도 위기설이 있고요, 애플도 마찬가지잖아요. 대기업이 그렇다는데 하물며 개인은 말할 것도 없어요. 그렇다면 답은 한 가지뿐이에요. 좋아 하는 것을 하는 것이죠.


논문 쓸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정말 좋아한다고 좋아하는 것만 써도 될까요?

제가 경영학을 공부했는데 그 전체 중에 딱 하나가 기억에 남아요. 바로 ‘파워’입니다. 어떤 집단이든 리더가 있고, 일반적으로 소속된 사람들이 있죠. 그런데 누가 파워를 쥐고 있느냐는 거예요. 당신의 파워를 알 수 있는 방법, 딱 한 가지 질문을 해보면 알 수 있어요. 본인이 빠지고 보면 알아요. 내가 빠졌는데 조직이 잘 돌아간다는 말은 나라는 사람이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 쉽다는 거죠. 그렇다면 나에 대한 파워는 약하다고 봐야 해요. 파워를 쥘 수 있는 방법은, 돈은 원하는 만큼 못 가지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거죠. 저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들을 많이 하거든요. 1년에 하나씩 배워나가는 데, 그러다보니 창조를 할 수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볼게요. 판소리를 배우면 장단을 배우잖아요. 이걸 비트박스와 조합했더니 굿거리 비트박스가 되더라고요. 전혀 다른 게 나오죠.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것. 이건 좋아하는 것을 가질 때 만들 수 있어요. 다른 쪽에서 볼 수 있는 안목과 관점도생겨나고요.

 

페이스북에 올라온 동영상 잘 봤습니다. 헐리웃에서 판소리 공연 하는 동영상 말이에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 시간만큼은 “내가 바로 헐리웃 스타다”하는 생각으로 노래를 하시더라고요.


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영어를 못한다는 거였어요. 올해 초 미국에 갈 때만 해도 아예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죠. 실패하자. 제 목표가 ‘실패하자’였어요. 공연을 잘 하자가 아니었죠. 실패했던 것을 나만의 스토리로 삼자는 거였어요. 그러자 걱정이 사라졌어요. 보통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잘 하자’, ‘완벽하게 하자’고 하지만, 처음부터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가서도 이렇게 했어요. “저는 한국의 이요셉입니다. 저를 따라해 보세요.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이렇게 하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어이가 없어서 낄낄낄 웃죠. 이런 일들을 통해 배운 게 뭐냐면,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하는 완벽한 나’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즐거운 마인드를 줄 수 있는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거예요.

 

오, 그런 자신감이 헐리웃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나 보네요.

아뇨, 자신감이 있어서 한 건 아니에요. 그 때도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옆자리에 외국인이 앉아 있었어요. 영어로 말을 걸까 말까 13시간을 고민하다 말 한마디 못 해보고 그냥 내렸거든요. 정말 가슴이 떨려서 입을 못 떼는 거예요. 그게 저의 원래 모습이에요. 즉 타고난 자신감이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 넌 영어 잘하지만 난 한국말 잘 한다.’ 안 되면 한국말 하고 오겠다는 거예요. “여러분~” 하고 오는 거죠. 생각을 바꾸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강의 중간에 하면 사람들이 굉장한 도전을 받아요.

 

 

선생님은 강의하실 때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시나요?

저는 웃음에 대한 강의를 하지만 웃기기 위해서 가는 건 아니에요. 어떤 관점과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러 가는 겁니다. 강의는 재밌어야 하지만 재미만 있으면 안 돼요. 싸이가 왜 떴나요? 재미와 웃음이 없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어림도 없는 이야기죠. 싸이보다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요. 싸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확실히 집어넣었어요. 흥, 춤, 이런 것들이 싸이의 강점이죠.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별 차이가 없다면 강점을 발휘하지 못해요. 앞으로 어떤 일을 진행 해나갈 때 나만이 좋아하는 강점을 하나 만들어줘야 해요.

 

그런데 안동출신이시던데요. 안동은 유교의 본고장 아닌가요?

유교적인 게 아주 강하죠. 저는 안동에서 본다면 완전히 미친놈이에요(하하하). 게다가 전 안동 토박이고요, 재수하러 서울에 처음 올라왔어요. 안동은 크게 웃는 것에 대해 금기시하는 게 있어요. 철저한 유교문화죠. “크게 웃으면 남자답지 못하다, 체통이 없다”고 해서 크게 웃는 게 문화적으로 잘 안 돼요.

안동에서도 지금처럼 크게 웃으시나요? 아니면 분위기에 맞추시나요?
아니요 분위기에 맞추죠. 물론, 분위기에 맞춥니다(하하하).

 

그렇다면 개발된 자신감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웃음과 유머가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해주고 자신감을 만들어 주죠. 그런데 자신감에는 뿌리가 있어요. 저는 이걸 주로 다루는데요. 바로 자존감이에요. 자기를 얼마큼 좋아하는가. 사랑하는가. 자존감은 바로 알아볼 수 있어요. 사실 자신의 점수는 자신이 주는 것이지만, 부모나 주위 사람의 영향을 받아 자라온 점수예요. 이게 그 사람의 인생이 되어버려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는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거예요. 유머도 마찬가지예요. 따라 해보세요. 비결은? “안 웃겨도 웃는다.” 사람들은 웃긴 이야기를 좋아하죠. 하지만 막상 웃긴 이야기하는 사람은 얼마나 긴장하는지 몰라요. 웃어줄까 안 웃어줄까. 내가 안 웃긴 이야기를 했는데도 웃어주면 기분이 어떨까요? 기분이 좋죠. 이걸 제일 잘 하는 사람이 강호동이나 유재석이에요. 재미없는 상대의 말에도 웃어줘요. “나 이거 알거든?” 하면 상대는 대꾸하지 않죠. “와 이거 진짜 웃기다”고 해야 화답을 해요. 중학교 때 일인데요, 한번은 친구 어머니가 웃는 저를 보시고는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이야, 네 웃음은 600만 불짜리다”.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 다음부터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또 가서 계속 웃었죠. 안동에서 웃음치료를 했던 요인 중 하나가, 친구 어머니에게 들었던 그 한 마디, 자존감을 살려준 그 한 마디였어요.

 

지금 가수 ‘디쌤버’와 왕따 예방, 자살 예방을 위한 청소년 힐링 콘서트를 하고 계시지요.

사실 디쌤버가 소속된 CS해피엔터테인먼트 전창식 사장님이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오셨었어요. 인연이 된 김에 제가 좋은 일 좀 해 보자고 제안을 했죠. 저는 성인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면 2시간 내내 웃기고 울리고 할 수 있어요. 개그나 코미디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바꾸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청소년들은 “너나 웃어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대상이 중고등학생이죠. 다행히 랩이나 비트박스를 배워뒀던 게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힐링콘서트가 좋은 게 뭐냐면, 공연이 끝난 후 디쌤버와 우리 모두가 상담을 해 주거든요. 아이들에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죠. 내년 1월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힐링캠프를 3일간 무료로 진행하려 해요. 아직까지 다른 가수들을 생각하진 못했지만, 아마 기획사도 싫어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슈가 되니까요. 오늘도 춘천, 대구, 부산, 경주, 여수 이렇게 힐링콘서트 스케줄을 잡아 놨어요.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원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에 전현무씨가 <스타특강쇼>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KBS에 합격하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방송사 면접을 볼 땐 질문이 정해져 있대요.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선배가 누군지, 왜 좋아하는 지, 이렇게 세 가지를 물어본다는 거예요. 그런데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다 똑같이 대답한대요. 당시 전현무씨 옆에 앉은 사람은 “저는 전 국민 모두가 시청하는 열린음악회를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했대요. 자신은 보지도 않는데 그렇게 이야기 한다는 거예요. 반면 전현무씨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해요. “하루는 공부를 하고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포장마차 주인아주머니를 보게 됐는데, 작은 텔레비전을 쳐다보시며 막 웃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싶어 텔레비전을 들여다봤더니 개그콘서트였어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제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든지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 아주머니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진행자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자 면접관 세 명이 씩 웃더라는 거예요. “합격”이었죠. 본인이 연구하는 분야와 미래의 직업이 연결되는 그 포인트를 찾아보세요. 처음부터 무리하게 접합지점을 만들 수는 없어요. 95%는 비슷하게 가되, 5%는 다른 부분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하루 정도 시간을 다 비워 보세요. 자신만을 위해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재밌는 영화도 보고요. 2~3만원이면 되잖아요? 그러면서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고 상상해보세요. 그럴 때 한 번씩 “씨익” 웃게 되거든요.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날 설레게 만드는 것,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는지, 그걸 왜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이렇듯 자꾸 질문을 하다보면 삶 속에서 놀라운 긍정의 힘, 웃음의 힘들이 나올 거예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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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병진 2015.03.09 01:01  Addr  Edit/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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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3.01.08 14:55

2012 전국 대학원 총학생회 협의회(준) 출범


이해수 기자

 

지난 10월 13일 전국 대학원 총학생회 협의회 준비 위원회(이하 전원협)가 출범식을 열었다. 이 행사는 본교 대학원 총학생회 ‘동행’을 주축으로 강원대,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상명대, 한국외대, 항공대, 홍익대 총 12개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단 및 집행부가 참석하였다. ‘동행’은 지난 7월 이미 신촌 지역 세 학교(서강대, 연세대, 홍익대)만의 연합을 시도한 바 있다. 이번 협의회는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서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마련하고, 연합의 규모를 전국적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등록금 문제 개선, 학술 연대 방안 등 중점 논의 

 

본 협의회는 전원협의 취지를 알리고, 기존 안건에 대한 각 학교의 입장을 파악하는 것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각 총학의 학내 위치와 운영 제도, 성과 내용을 소개하고, 원우들과의 소통 정도 등을 바탕으로 총학의 현주소를 짚어보았다. 이 날 구체적인 논의는 크게 세 가지였다. 등록금 심의 위원회에 총학생회 참여 문제, 공동학술연대 방안 모색, 그리고 전원협 정식 발족 시기와 장·단기 발전계획 논의하는 순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각 학교마다 입장과 상황 차이가 커서 조율이 쉽지 않았다. 학교별로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 방식, 학생의 권한 및 운영방식이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등록금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해 등록금을 책정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전원협은 공동성명의 필요성에 대해 계속 논의 중이며 이를 구체화하여 향후 정책 방향을 도출할 예정이다.

한편, 전원협은 학교 간 교류 뿐 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문적 관심을 높이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 했다. 논집 발간, 학술 세미나와 교류행사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전원협은 정식 발족을 위한 인수인계 체계화 방안도 모색 했다. 앞으로 협의회는 이 모임이  명목상으로 끝나지 않도록 구두합의를 문서화하여 차기 회장단과 집행부가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출범식 이후 전원협은 11월 10일 두 번째 모임을 통해 다시한번 입장을 정리했지만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장단 임기 만료와 교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차기 회장단의 취임 여부를 떠나 구체적인 사안들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동행’의 한택수 회장은 “한 달에 한 번 전원협을 지속적으로 개최함으로써 학교 간 소통을 원활히 하고, 각 총학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세 번째 모임은 12월 8일 고려대학교에서 가질 예정이다.

 

26대 대학원 총학생회 ‘동행’ 사업 평가

 

26대 대학원 총학생회(회장=한택수)의 임기가 석 달 가량 남은 현 시점에서 그 동안의 활동을 되짚어 보았다. 올해 총학은 문화지원 사업을 신설하여 문화적 욕구는 충족시켰지만, 대학원 총학생회의 주요한 사업인 학술사업이 부진했다. 그러나 불필요한 사업에 대한 예산은 줄이고 참여율이 저조한 사업은 과감히 폐지함과 동시에 학우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론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 하계방학 특강으로 “SPSS 프로그램 활용” 강좌를 열었다. 논문에서 SPSS가 많이 활용되고 있으나 고비용의 외부 강좌는 원우들에게 부담이었다. 과정별로 5만원씩의 수업료를 받았으나 지각 및 결석이 없는 경우 전액 환급 하는 방식으로, 원우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 김조광수(영화 ‘친구사이’ 감독) 강연을 개최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그의 영화 이야기를 듣고,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변화와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자리가 되었다.

 

◆ 외국인 유학생 원우들을 위한 사업을 활발히 진행했다. 유학생 템플스테이, 상하반기 외국인 유학생 간담회, 외국인 유학생 한국역사문화탐방(경주) 등을 통해 유학생의 한국 적응을 도왔다.

 

◆ ‘문화 활동 지원 프로젝트’는 올 해 새롭게 신설된 사업이다. 학업에 치여 공연, 연극, 전시 등 문화생활을 접하기 힘든 원우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지난 10월 24일부터 3일간의 접수 끝에 선발된 20명의 원우들은 11월 10일 장진 감독의 <서툰 사람들>을 함께 관람했다. 본 프로젝트는 매 학기마다 약 2회에 걸쳐 진행되며, 공연, 연극, 전시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 단체 점퍼 공동 구매 사업이 성황리에 끝났다. ‘동행’의 대표적인 기획사업 중 하나인 이번 사업은 접수 21시간 만에 선착순 200명 모집이 조기 종료됐다. 이후 원우들의 추가구매 요청이 이어졌으며, 지난 11월 15일부터 양일간 2차 공동구매가 이어졌다. 총학생회는 점퍼비용 4만3천원 중 3만3천원을 지원했으며, 만 원 단위의 개인부담금으로 점퍼를 구매한 원우들은 점퍼 구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 ‘동행’은 학교측에 협소한 연구 공간 실정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 했으며 이를 위해 올해 초 각과 연구 공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하반기에는 X관 열람실 리노베이션 완공에 따라 일반대학원 전용 열람실 운영을 재개했다. 지정석은 11월 1일부터 배정됐다. 연구 공간 확보는 공간 자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 차기 회장단은 대학원 연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열람실 개편 공간 문제 해결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동행’의 총학생회는 내년 1월까지 △12월 1일 유학생 DMZ 탐방 △12월 4일 이병률 작가 기획 특강 △연구 환경 개선 물품 배부 △질적 방법론 동계 특강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할 예정이다.

 

 

26대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 한택수

 

“학생회에서 해오던 기존 사업을 없애고 새로운 사업으로 대체한 부분의 반응이 좋았다고 봅니다. 작년의 풋살 대회나 식당 블로거 사업 같은 경우엔 학생들의 참여율도 높지 않았고 극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던 사업이었습니다. 그래서 26대 학생회장 후보 당시, 보다 많은 원우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춰 풋살 대회, 식당 블로거 등의 사업을 폐지하고 단체 점퍼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10월과 11월, 총 2차에 걸쳐 250명의 신청을 받았으며 반응은 예상보다 너무나도 뜨거웠습니다. 1차(200명) 신청은 21시간 만에 종료되었고 2차(50명)신청 역시 5시간 만에 종료 되었기에 기존에 해오던 어떠한 사업들보다 더욱 뜨거운 관심을 이끌었다고 느꼈습니다. 학업에 지친 원우들이 조금이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새롭게 시도한 문화 지원 프로젝트 역시 반응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혜택을 드릴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학술적 사업을 다소 놓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체 점퍼 사업에 들어갔던 예산을 학술적인 사업(타교와 연합 세미나, 컨퍼런스 주최)으로 집중 했다면 그것 역시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제 본교 학생회에서 전국 대학원 총학생회 협의회(준)의 초석을 타교 학생회와 함께 세워나갔고 타교와 연합 학술 행사를 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으니 앞으로 연합 세미나 등의 형식을 갖춘 학술 관련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아직 겨울방학의 사업이 남았지만 원우들과 동행하기 위해 4계절 동안 다산관 404호에서 물심양면 노력해준 26대 집행부원들에게 사랑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26대 대학원 총학생회 ‘동행’을 응원해주시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신 일반대학원 원우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26대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 한택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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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3.01.08 14:50

내면의 교류에 목마른 우리에게 내려진 단비

 

김하늘 기자

혁명가 트로츠키는 스탈린에 쫓기는 신세에서도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로 말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 말에 큰 감명을 받았다는데, 그것이 영화의 제작 동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혁명이나 좌익과는 거리가 먼, 아쉬울 것 전혀 없이 잘 나가는 영화감독인 그에게 트로츠키의 말이 그의 마음에 어떤 혁명의 불씨를 당겼던 것일까.

 

# 가벼움과 무거움

 

요즘 세상은 가벼움에 지배당하고 있는 듯하다. 무거움 혹은 진중함과 양립하지 않는 가벼움은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럼 연약하고 무의미하다. 문화적인 자극을 위해 개봉 영화들의 이국적이고 화려한 배경과 현란한 그래픽에 눈을 뺏기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이 끝나있다. 어느 때보다도 화려한 영상을 뽐내는 영화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는 갈증을 떨치기 힘들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의 아무 생각 없이 취하는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차고 넘치지만, 문화적인 자극을 바라는 영화팬들에게 생기는 갈증은 고질병이 되어 버렸다.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는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의 대립쌍은 모든 대립들 중에서 가장 신비스럽고 타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세상이 양분법적 대립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에 반대하여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의 완벽한 분류는 무의미할 뿐 아니라 우리 삶은 그 두 가지를 다 필요로 하고 있다고 보았다. 베니니의 영화는 가벼움과 무거움의 비율을 알맞게 버무린 영화이다. 극대화된 슬픔을 보여주는 것은 눈물도, 오열도 아닌 웃음이었다. 그는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우리나라에서 개봉한지 벌써 10년도 넘은 영화이다. 그 세월이면 잊혀질만도 한데 몇 번을 보아도 새로운 대사를 음미하게 되는 '볼 때마다 새로운 영화'이다. 유쾌함의 극치를 보이는 주옥같은 대사의 향연과 대조되는 시대적 배경은 비극적이고 암울하다. 베니니는 이탈리아인들에게도 가슴 아픈 역사인 홀로코스트를 자신의 필름에 담아냈다. ‘홀로코스트’라는 말은 원래 그리스어로 ‘번제’를 뜻하지만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은 이 말을 ‘유태인 대학살’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만들어 버렸다. ‘민족의 수난’으로 치자면 우리나라도 빠지지 않지만 유태인에 비견할 만큼은 아니었다. 유태인은 숫자가 적고 그들의 나라조차 갖고 있지 않음에도 미국이나 유럽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유태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다. ‘베니스의 상인’의 악랄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으로 대변되기도 하고, 세계인의 책장에서 여전히 지혜의 상징으로 꼽히는 ‘탈무드’의 지혜를 가진 민족이기도 하다가, 선민의식으로 똘똘 뭉친 답답하고 이기적인 민족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등의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민족이기도 하다. 현재는 시오니즘을 실현하기 위한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세계 뉴스를 장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언론과 재계를 좌지우지하고 있기도 한 엄청난 저력을 가진 민족이기도 하다. 그들의 존재감 때문일까. 우리 역사에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악랄한 범죄는 유태인을 대상으로 일어났다. 홀로코스트는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로부터 시작해 가장 최근 개봉작인 '사라의 열쇠', '소피의 선택' 등 유태인 말살정책을 다룬 영화는 많지만 베니니가 그린 홀로코스트의 비극에는 단지 슬픔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것들과는 다르다.

 

이탈리아식 유머를 통해 베니니의 개성을 한껏 뽐낸 ‘인생은 아름다워’는 193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한창일 때이지만 따뜻하고 푸르른 시골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평화로운 배경과는 대조적으로 주인공의 등장은 처음부터 어수선하기만 하다. 어떤 영화인지 전혀 모르고 본다면 이러한 어수선함에 적응이 되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내심을 조금만 가지면 ‘마시멜로 이야기’처럼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아껴 두었던 마시멜로를 맛보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 Buon giorno, principessa! (안녕하세요, 공주님!)

 

홀로코스트에 의해 희생된 한 가족의 이야기는 “Buon giorno, principessa! (안녕하세요, 공주님!)이라는 한 마디로 시작된다. 레스토랑 웨이터인 귀도와 초등학교 선생님인 도라는 언뜻 보기에도 잘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지만 귀도는 적극적이고 끈질긴 구애 끝에 도라의 관심을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여러 번의 우연한 만남에서 귀도는 도라와 마주칠 때마다 “안녕하세요, 공주님!” 을 외친다. 그의 진실한 마음을 느낀 도라는 귀도의 마음을 받아 들여 조수아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초반부를 귀도와 도라의 사랑 이야기로만 알고 넘어가면 섭섭하다. 가진 것은 없지만 당당하고 위트가 넘치는 귀도라는 인물에 주목해 본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의 생활양식과 파시스트에 대한 베니니의 풍자는 귀도라는 인물을 통해 재현된다. 귀도는 상류층들을 자기 마음대로 비웃고 있는 듯하지만 정작 그는 그런데는 관심조차 없는 순박하고 유쾌한 인물이다. 또한 영화 곳곳에서 지금까지 거의 드러내지 않았던 베니니식의 정치관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례를 보자면 도시로 상경해 숙부를 찾은 귀도는 숙부가 젊은이 몇의 행패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쫓아버리지 그랬냐는 귀도의 말에 숙부는 "침묵만큼 큰 저항은 없다"고 조용히 대답한다. 베니니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이런 방식으로 나타냈을지 모를 일이다. 귀도가 도라를 만나기 위해 학교에 찾아가 로마에서 온 장학사 흉내를 내는 장면은 마치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흥미롭다. 이탈리아인의 우월함을 아이들 앞에서 설명하라는 교장 선생의 다소 파쇼적 발언에 귀도는 천연덕스럽게 웃통을 벗고 순수 혈통 아리아인의 '배꼽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이렇게 영화 중간중간 펼쳐지는 언어유희와 역설적인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은 이 영화의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해준다. 또한 베니니는 영화 곳곳에서 민족적 ‘우월감’을 갖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인들의 민족적 ‘자부심’을 드러내는데는 주저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탈리아인으로서'로 시작하는 수 많은 대사들과 관공서나 학교 등 어디를 가나 가장 훌륭한 장식처럼 걸려진 삼색기(Tri colore)가 그렇다.

 

# 유태인과 개는 출입금지

 

운명의 여신은 행복한 자를 질투한다 했던가. 도라가 다른 남자와 약혼식을 하는 날 누군가 숙부의 말에 ‘유태인의 말’이라고 써 놓은 것에서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그러나 귀도는 그런 일에 전혀 개의치 않고 ‘유태인의 말’을 타고 개선장군처럼 도라를 원치 않는 삶으로부터 구해낸다. 우여곡절 끝에 아들 조수아를 낳고 조그만 서점도 차려 꿈을 현실로 실현시켰지만 그 행복도 잠시, 이탈리아에도 홀로코스트의 어두운 그림자가 덮치기 시작한다. ‘유태인과 개는 출입금지’ 표시가 붙은 상점이 점점 늘어나고, 귀도가 차린 조그만 서점에도 ‘유태인의 가게’라는 글귀가 붙어 모든 책을 반값에 팔아도 손님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도라의 어머니로부터 결혼을 인정받고 조수아의 생일이기도 한 날, 어머니와 함께 외출했다가 돌아온 도라는 남편과 아들이 수용소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갔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도라는 유태인이 아님에도 남편과 아들을 따라 같은 기차에 몸을 싣는다.


한편 수용소에 도착한 귀도는 조수아에게 생일 이벤트로 오랫동안 계획한 게임이라고 말하며 안심시킨다. 호기심 어린 조수아의 눈과 아들에게 끊임없이 우스갯소리를 하는 귀도 주위로 비통함과 절망에 잠긴 사람들의 얼굴이 교차된다. 결국 귀도는 죽는 순간까지도 아들이 이 비극적인 현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조수아를 즐겁게 해줘 조수아는 끝까지 이 상황이 진짜 게임을 하는 상황이라 믿는다. 독일이 패망하고 수용소에 정적만 남았을 때, 조수아가 자신의 은신처에서 나오자 진짜 탱크가 조수아를 향해 다가온다. 조수아는 탱크를 타고 1등의 기쁨을 누리고 엄마와 재회한다. 그리고 성인이 된 조수아의 '이것이 자신의 이야기'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영화에서는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도 우연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베니니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데 일상의 특징들을 이용한다. 도라 역시 이런 에피소드를 겪으며 이 우연들이 마치 귀도와의 필연이라 여기게 된다.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에피소드들은 영화의 동화 같은 면을 부각시킨다. 혹자는 홀로코스트라는 무거운 주제를 너무 희화화한 것이 아니냐고 말 할지 모른다. 하지만 베니니는 그만의 스타일로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충분히 상기시켜주고 있으며,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극단의 상황에 처해있는 인간을 ‘절망’이라는 시각만으로 조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깬 부분일 것이다.

 

 # 베니니식 혁명

 

지난 2011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원작자 루비노 로미오 살모니가 세상을 떠났다.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살아남은 유태인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역사의 증인들은 이제 세월의 흐름 속에 잊혀져 가고 있다. 부끄러운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잊기 보다는 자주 끄집어 내 상기시켜야 할 것이다.


빠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잊혀져 간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계인에게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는 측면에서 베니니의 영화는 가히 혁명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비극을 희극적으로 연출하겠다던 야심찬 시도, 어둡고 암울한 블랙유머가 아닌 유쾌한 농담처럼 파시스트들을 조롱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블랙 유머는 인간 존재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전제로 해 어둡고 무거운 어조를 지녔다는 특징이 있지만 그의 유머는 어둡지 않다. 오히려 아무런 악의가 없어 보이는 농담들처럼 느껴져 조소나 풍자한 장면을 보려면 영화를 다시 한 번 돌려 보며 일일이 찾아봐야 할 지경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뼈가 없어 보이는 유머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이나 세태에 좌절하지 않고 절대 굴하지 않는, 심각한 일도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는 강인한 인간을 나타내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영화는 깐느 영화제에서 특별대상 수상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극장에 개봉했을 당시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입소문만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사랑하고,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가슴으로 함께 느꼈다.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탈리아 영화 천재의 역작이라는 찬사와 채플린의 아류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는 판단은 잠시 미뤄두고 웃다가 울다가 정신없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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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3.01.08 14:45

응답하라 8090!

김아영, 이해수, 김하늘 기자

70,80년대의 체적을 지나 대중문화가 만개한 90년대 후반은 뭐니 뭐니 해도 아이돌의 시대다. 스타의 손짓 한 번에 쓰러지고, 목 놓아 우는 등 헐리웃 액션을 마다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와 열어 보는 서랍 속에는 볼수록 가슴 뭉클해지는 물건들이 저마다의 추억을 내뿜는다. 어디 그 뿐인가. ‘돌청진’에서부터 ‘등골브레이커’까지 각 시대를 주름잡던 패션 아이템들은 즐거운 회고의 대상이다. 아! 이 모든 것들을 소환해보고 싶은 것은 정녕 우리들만의 생각일까.

 

 

아이돌 문화의 태동, H.O.T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와도 같았던 H.O.T.와 젝스키스. 이 양대 산맥이 무수한 소녀팬들을 양분했지만, 현재까지 전승되는 아이돌 문화의 본격적인 태동은 H.O.T.로부터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얀 풍선을 드날리며 과감한 영역표시로 우월감을 과시하던 소녀들. 그들에게 H.O.T를 제외한 다른 가수에 빠져 있는 아이들은 계몽돼야 할 무지몽매한 백성, 즉 불가촉천민이었다. 그렇게 세상은 H.O.T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로 나뉘었다. 때론 이들은 젝스키스 팬들로부터 ‘에쵸티’, ‘핫’으로 불리는 수모를 겪어야 했지만, ‘10대들의 승리(High Five Of Teenager)’라는 이름은 왕좌의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학교 앞 서점과 문구점에서 쏟아지는 각종 하이틴 잡지와 스티커, 노트, 엽서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만약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물건들을 사들였다면 엄마에게 등짝을 맞았으리라.) 이뿐만이 아니다. 광풍처럼 휘몰아친 H.O.T 특수효과는 HOT 음료수, HOT 향수, HOT 미미인형, 급기야 3D 입체영화까지 강타했다. 그러나 98년, 이들 앞에 새로운 국면이 찾아온다. 10대일 수 없는, '20대 H.O.T'의 시험무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IMF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3집은 (어설픈 자작곡이 9곡이나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 3개월 만에 1백 6만장이라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1집과 2집에 이어 밀리언셀러에 올라섰다. H.O.T의 음악적 역량을 평가하는 일은 여전히 난해한 일이지만, 90년대 후반 우리 가요계 최고의 경쟁력 있는 문화상품임이 확인된 것은 분명하다. 서태지의 공백으로 선택한 불가피한 대체제가 아닌, 진정한 골수팬들을 만들어 낸 10대들의 우상이었던 것이다.

 

음이탈의 본좌, Y2K

 

 

 

1999년에서 2000년으로 가는 세기 말,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3인조 남성그룹이 등장했다. 바로 한일합작밴드 Y2K다. 아직도 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는 연관검색어는 ‘삑사리’. 혹시 기억하는가.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발라드를 부르던 중 발생한 그 초대형 음이탈 말이다. 당시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쌍둥이 형 유이치는 “미아내~(미안해)”라는 외마디 비명으로 민망함을 조속히 처리했다. Y2K는 데뷔 이래 3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돌연 해체를 선언한다. 이후 마츠오 형제는 2007년 그룹 스완키 덩크로 데뷔한 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생들의 어설픈 한국어 실력과 음이탈까지 감싸줘야 했던 네모 미남 재근오빠는 뮤지컬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라고. 신화 속의 미소년 ‘아도니스’가 팬클럽 이름이었던 Y2K. 그들은 밀레니엄의 왕자님이었음에 틀림없다.

 

‘태사자 인 더 하우스, Uh!’, 태사자


 

얼마 전 종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제작발표회가 있던 날 출연배우 은지원은 보고 싶은 아이돌 그룹으로 태사자를 꼽았다. 아이돌이 그리워하는 아이돌, NRG와 쌍벽을 이루던 남성 4인조 댄스 그룹 태사자를 생각하면 아직도 기억나는 가사 한 줄이 있다. “아~예 태사자 인 더 하우스 (어!)” 바로 이 대목에서 철천지 원수였던 '에쵸티팬'과 '젝스키스팬'들은 하나가 되었다. 80년대 출생한 소녀들을 일치단결 시키는 신비의 주문, ‘도(道)’는 그런 노래였다. 한편 H.O.T, 핑클 등 글로벌 네이밍의 아성을 마다한 태사자(太四子)는 ‘네 명의 큰 남자들’로 진정한 오리엔탈리즘의 색채를 보여주었다. 허당 이미지를 내보였던 천(天) 김형준, 영득이라는 본명도 잊게 만든 미모의 풍(風) 김영민, 랩 좀 한다던 우(雨) 이동윤과 운(雲) 박준석까지. 유노윤호, 믹키유천 이전에 호를 선점한 아이돌이라 하겠다. 뻣뻣한 댄스로 ‘전봇대’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리드싱어 김영민은 2006년 가수와 연기자 겸업을 선언했지만 재기에는 실패했다. 같은 해 김형준은 모델출신 여자친구와 쇼핑몰을 개업해 한 해 6억 원의 매출을 올린 사장이 됐다. 한편 2008년 미국에서 극비리에 결혼을 했던 이동윤은 4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는 가슴 아픈 사실. 2PM, 비스트가 대세인 오늘날, 우리 8090세대에게 지고지순한 몰입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음은 그 때 그 시절의 강력한 추억 때문이 아닐까.

 

소녀들의 필수품 누드다이어리

 

 

어린 시절의 다이어리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1)비닐류 표지로 되어있다. 2)똑딱이 단추가 붙어 있다. ‘다이어리’ 라는 말이 무색하게 글을 쓰는 건 맨 뒷장 프로필 혹은 친구 주소록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무언가 적지 않아도, 문구점에 들러서 빼 놓지 않고 사 모으던 다이어리 속지. 속지 뿐 아니라 좋아하는 아이돌 엽서를 펀치로 구멍을 뚫어 다이어리에 끼워 두었다. 친구들과 속지를 교환하느라 여러 번 끼웠다 뺐다 등으로 인해 많이 구겨지고 그림이 벗겨지기도 했지만 교환의 횟수는 인기의 척도였다. 용도와 크기를 불문하고 무조건 빵빵하게 채우기 위해 다이어리 속지를 모으는 데 열을 올렸는데, 다이어리가 터지는 경지에 이른 친구들은 “아, 어떡해.” 말 하면서도 내심 뿌듯한 표정을 짓곤 했다.

 

눈물이 방울방울 전설의 만화들

 

 

 

어릴 적 어렴풋이 떠오르는 추억의 만화들, 얼마나 기억할까? 웨딩피치, 세일러문, 뾰로롱 꼬마마녀, 천사소녀 네티, 베르사유의 장미, 슈퍼 그랑죠, 통키, 슛돌이 등은 8090 세대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숭배 했을 법한 만화 주인공들이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의미가 짙은 만화들이 있었다.

생태주의를 다루는 만화, <출동! 지구특공대>. 땅, 불, 바람, 물 마음을 상징하는 지구의 다섯 대륙에서 모인 각각의 다섯 명의 학생들이 각자 개인 적으로 특화된 초능력을 사용하다가 모두가 모이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만화이다. 다섯 개의 반지가 모이면 드디어 히어로인 캡틴플래닛이 등장하는데, 사실 그의 능력은 반지의 그것과 비교하면 초라할 만큼이나 별 쓸모가 없다. 그는 환경을 파괴하는 적들을 상대로 싸우는데, 오염 물질에 치명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 준다.

머털도사 인기에 빛을 발하지 못한 만화, <흙꼭두장군>. -그러나 매년 설문조사에서 다시 보고 싶은 만화 1위로 꼽힌다.- 한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2012년 전 건설된 왕릉이 발견된다. 도굴꾼으로부터 왕릉을 홀로 지켜오던 수문장 흙꼭두장군이 열두 살 빈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고려 공민왕릉의 역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만화는 흙꼭두장군과 빈수의 우정, 심장병이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도굴에 합류하는 아버지의 부정(夫情) 등 한국적 정서가 녹아든 여러 사연이 얽혀들어 높은 몰입감을 부여하고 있다. 흙꼭두장군의 달구지의 왼쪽 바퀴가 닳아 없어지자 자신의 지우개를 조각해 달아주던 빈수의 모습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 못한 기억이 난다. 감동과 눈물을 넘어 당시 한국의 도굴꾼의 문제를 지적하고, 사적지의 무분별한 발굴을 비판한다는 사회적 메시지까지 환기시켰던 만화다.

 

DIY액세서리, 감각적인 나만의 아이템

 

 

 

‘국민가방'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이스트팩과 잔스포츠 가방. 지퍼 끝에는 늘 각종 열쇠고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고리 모양의 캔 뚜껑을 모으거나 물에 삶아 부피가 줄어들은 요구르트 병 등이 대표적이다. -고리를 끼우기 위해 송곳을 불에 달궈서 요구르트병 입구에 구멍을 내는 작업은 신중함을 요했다.- 남는 운동화 끈으로는 엮어 스쿠비두(Scoubidou)를 만들기도 했다. 이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운동화 끈은 형광 고무 끈으로 진화했는데, 시작은 늘 어려워서 문구점 아주머니와 부모님께서 3층까지 쌓아주시곤 했다. 운동화를 사면 하나씩 사은품으로 주던 열쇠고리. 나이키부터 아식스, 프로스펙스, 미즈노, 죠다쉬, 슈퍼카미트, 위크엔드 등 다양한 브랜드의 스포츠화 열쇠고리는 운동화만큼이나 갖고 싶었던 선물이었다.

 

다시 보고픈 꺼벙이와 친구들

 

 


 

인터넷이 미처 이 땅에 도착하지 않았던 90년대 초반까지, 그 무렵의 10대들은 각종 책과 함께 자랐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20권의 책으로 출시됐던 대교출판사의 만화일기 시리즈. 꺼벙이를 주축으로 따옥이, 돌배, 팔방이, 얄숙이, 꾸러기 등 전 권의 캐릭터들이 사랑을 받았다. 당시 어린이권장도서에서 235만부라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책장에는 친지들이 모이면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빨간책이 꽂혀있었다. 우리의 눈을 마비 시켰던 ‘월리를 찾아라’. 커다란 안경, 호리호리한 몸매, 빨간색 줄무늬 셔츠 차림에 4계절 내내 털모자를 쓰고 있던 월리를 기억한다. 여러 명이 모여 월리를 먼저 찾기 위해 책 한권을 둘러싸고 옥신각신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미스터케이(Mr.케이)’에 들어있는 콩콩이 입체 편지지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쓴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8090년 세대! ‘엠알케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는 것은 ‘Mr.’를 왜 ‘미스터’라 읽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짧은 영어실력의 반증이다. 청소년용 무가지였던 ‘마니또’은 이 달의 신곡, 가요 순위, 가사 등이 수록되어있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음원을 다운로드 할 수 없었던 시절, 전화 700-9872를 통해 음악도 듣고, 국내외 스타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인기남이 되기 위해서는 유행하는 몇 개쯤의 시리즈와 삼행기를 꿰고 있어야 했다. 배우 최불암 특유의 ‘파하~’ 웃음소리와 함께 말장난과 허무개그로 난무하는 ‘최불암 시리즈’는 다년간 다져진 연기로 근엄한 아버지상을 대표했던 그의 이미지를 깨뜨리는데 일조했다. 이는 금융위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기성새대를 조롱하는 유머 시리즈들의 산파 역할을 했다는 것이 고전 유머 학계의 정설이다. 현재 ‘버전 업’된 그의 소식도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 올라오고, 어플도 만들어졌지만 미니북 한 장 한 장 아껴 읽던 그 당시의 감수성을 대신할 수 없다. 90년대를 강타했던 수많은 유머 시리즈는 시들어가지만, 앞으로도 그들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80년대, 자유를 향한 저항의 날갯짓

 

 

이전까지의 암울한 역사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80년대는 눈에 띄게 자유롭고 당돌한 이미지가 인기를 끌었다. 꽤나 보수적이던 우리나라 패션 역사로 보아서는 가히 파격적이라 볼 만하다. 머리카락을 어찌나 잘게 볶았던지 마치 사자처럼 부풀린 일명 ‘미스코리아 머리’는 이 시대 도발적인 여성의 상징이었다. 김완선 머리에 게슴츠레하게 뜬 눈이면 그것이 섹시인줄 알던 시절이다. 돌청진(스톤워시드 진)에 어둠 속에서도 번뜩이는 형광색 티셔츠, 가을바람에 어울리는, 어깨 뽕이 잔뜩 들어간 바바리는 보기만 해도 무거울 지경이다. 여기에 민해경의 미니스커트도 빠뜨리면 섭섭하다. 김완선이 특유의 신비스러움과 섹시한 분위기로 인기를 끌어 그녀의 패션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면, 이 시기의 민해경은 적극적이고 활달한 여성의 상징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쌍두마차라고 볼 수 있겠다.

이 후 영화 ‘비트’는 97년도 개봉작이지만 80년대 후반의 패션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존심으로 한껏 띄운 닭벼슬 같은 앞머리와 헐렁하고 색 바랜 청자켓, 밑단이 좁아지는 바지를 입고, 빅뱅 하이탑 운동화의 시초격인 발목까지 오는 리복 운동화를 신는다면 ‘당신도 패셔니스타’가 될 수 있었다.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 스타일 중에도 물 건너온 gap이나 polo의 맨투맨 티셔츠를 입었다면 있는 집 자식 대접을 받기도 했다. 수입품이 경제력을 대변하던 때였으니 오죽하랴. 남자들은 한쪽 눈을 반쯤 가린 앞머리와 반항적인 눈빛으로 시대의 반항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야 뭘 좀 안다하는 오빠였고, 언니들은 꼭 윤기 나는 젤로 고정시킨 닭벼슬 앞머리를 누가 높이 띄우나 경쟁을 했다. 그러나 무서운 언니보다 더 높이 띄우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었다. 80년대에는 스타일의 다양성은 그리 보장받지 못했다. 쫄티에 청자켓을 입으면 그만이었고, 스타일 연출의 성공 유무를 좌우하는 것은 그저 눈빛에 달려 있다. 우수에 차 있거나, 반항적이거나.

 

90년대, 남과 북의 패션피플

 

 


90년대 후반 패션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남과 북의 편 가르기가 아닐까 싶다.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의 패션스타일은 남과 북으로 갈렸다. 강의 남쪽은 미국 세미힙합이. 북쪽은 복고풍이 유행을 했으니 말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이제와 인기를 끌었지만 이때부터 강남과 강북의 지역적 분위기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 나가보면 힙합바지로 바닥을 쓸고 다니는 언니들과 깻잎을 이마에 돌돌 말은 언니들 사이의 신경전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머리끄덩이 잡는 싸움만 나지 않았을 뿐 분위기는 매우 팽팽했다.


우리들의 학창시절, 옷 좀 입는다는 친구 녀석들이 하나 둘씩 매고 온 이스트팩과 잔스포츠는 어느새 학생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예전에는 외국에 사는 친척이 있는 경우에만 공수할 수 있었던 이 미국 애들 책가방은 그 인기에 힘입어 우리나라 백화점에 입점했다. 엄마를 졸라 가방을 사러 백화점에 가기라도 하면 같은 학교 학생들 서넛은 마주칠 정도였으니 그 인기가 대단했다. 요즘 학생들이 노스페이스 패딩으로 계급을 나누듯 이 가방에도 소심한 계급 나누기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가방 바닥에 가죽이 깔려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였다. 이렇게 똑같은 교복에 똑같은 가방을 매는 학생들 중 유행이 앞서는 친구들은 닥터마틴에 폴로 쫄쫄이 양말을 신어 스타일을 완성했다. 물론 나중에는 이마저도 교복패션의 하나가 되었지만 말이다. 좋아하던 남학생의 이스트팩 앞주머니에 삐져나온 이어폰도 떠오른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SONY 휴대용 CD플레이어로 클래식 음악을 들을 것 같던, 남몰래 좋아했던 같은 반 남자 아이. 알고 보니 일본판 슬램덩크 마니아였지만, 그 애가 슬램덩크 주제곡을 직접 녹음해 선물한 카세트 테이프를 늘어지도록 들었었다. 그 애는 서태웅의 광팬이었는데.

 

2000년대, 편한 듯 튀게

 

 

2000년대 초반, 번화가를 수놓은 불꽃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화려한 원색의 아디다스 져지에 곱게 수 놓아진 불꽃 문양으로 후끈 달아올랐는데, 그거 하나 사 입겠다고 성인이 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다. TV를 틀면 연예인들도 저마다 각기각색의 져지를 입었고, 거리 또한 아디다스의 물결이었다. 외출하면 나와 똑같은 져지를 입은 사람 두셋은 마주쳤다. 아디다스 일반 매장은 색이 별로 예쁘지 않다고 친구를 따라 당시엔 하나 뿐이었던 압구정 아디다스 오리지널 매장을 찾아, 열심히 모아 둔 용돈을 탈탈 털어 져지 한 벌을 장만했다. 그렇게 사고도 아까워 입지는 못하고 쳐다보기만 했던 기억도 있으니, 져지 사랑 참 유난했다. 누군가는 이 져지와 함께 트레이닝 세트를, 여성들은 치마를 입기도 했지만, 여기에 어울리는 국민 바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리바이스 엔지니어드 진이다. 엔지니어드 진은 독특한 재봉선과 소재로 인해 단기 유행 아이템이 될 만한 가능성이 농후했으나, 예상을 뒤엎고 2000년대 중반까지도 사랑을 받았던 제품. 리바이스 501이 리바이스의 스테디셀러로 리바이스 '청바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엔지니어드 진은 2000년대 초중반의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젊은이들을 상징하는 단편적인 '패션의 역사'를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행을 이끄는 건 패션 피플도, 대학생도 아닌 중고등학생이다. 이들의 마음에 들기만 하면 브랜드의 흥행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인터넷에 떠돌던 노쓰페이스 패딩점퍼 계급에 대한 글은 엄청난 공감을 얻으며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내 자식이 남들에게 뒤처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님의 마음과 그들의 계급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고픈 그 나이대 아이들의 허세에 신이 난건 아웃도어 브랜드 뿐이다. 일명 ‘등골브레이커’는 이제 유행의 정점을 찍다 못해 마치 학생들의 교복처럼 느껴져, 중고딩이 아닌 우리는 추워도 노쓰 패딩은 어쩐지 민망스러워 입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추워도 부르지 못하는 이름, 노쓰페이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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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3.01.08 14:32

정치와 유머라는 언어미학

                          

 한승헌(변호사, 전북대 석좌교수)

 

감동, 친화력, 인기, 동락(同樂) - 유머 또는 해학의 이런 효험은 인간의 삶을 훈훈하고 아름답게 감싸주는 묘약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름 아닌 정치의 요체와도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 내지 정치권에서 유머는 성인교육이라도 받아야 눈이 뜰 수 있는 소외 종목이 되고 말았다. 정치의 장(場)과 정치인의 입에서는 직설, 막말, 야유 또는 비속어가 난무한다. 정치의 수준이자 인격의 수준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직구와 와일드피칭만 가지고는 야구의 재미도 없고 관중도 권태롭고 경기에서도 이기기가 힘들다. 언어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양 사람들은 유머로 스피치를 윤택하게 하는데 동양 사람은 통속적 어휘로 스피치를 꺼칠하게 만든다.  미국 클린턴 정부의 노동장관 라이슈는 체구가 작은 사람이었다. 그는 보도진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Contrary to your impression, I am standing." (여러분에게는 그렇게 안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지금 서 있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 정치에 입문하려는 친구가 사무실을 마련하고 집들이를 할 때였다. 그는 키가 매우 아담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축사를 했다. “김 위원장은 다른 사람과 달리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여러분을 계속 우러러 볼 것입니다.”

한 나라 정상들의 유머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다. 백악관을 방문한 후진타오 주석에게 한 기자가  중국의 인권문제에 관한 질문을 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시종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다음 차례의 기자가 왜 함구하고 있느냐고 묻자 후 주석은 이렇게 받아넘겼다. “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줄 알았다.” 기자회견장은 폭소로 넘쳐났다.

프랑스가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과 보수파인 시라크 수상의 공동정부에 의해 통치되고 있을 때의 이야기. 미테랑이 “프랑스에서 출산율이 높아진 것은 사회당 정책의 성공 덕분이다.”라고 하자 시라크 수상이 이 말을 받아쳤다. “출산율이 높아진 것은 프랑스 국민 개개인의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대통령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은근한 표현 같으면서도 날카로운 반론이 번쩍이지 않는가? 링컨이나 처칠의 유머는 널리 알려진 고전이 되어서 여기서는 재탕을 피하기로 한다.
한국 정치인 중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해학을 내세울만하다. 그 분은 황당한 ‘내란음모사건’으로 복역하던 중 추방반 망명반으로 미국으로 간 지 2년 만에 전두환의 저지를 무릅쓰고 귀국을 강행했다. 같은 비행기에 몇 나라의 정치인, 외교관, 언론인, 학자 들이 동승하고 입국한 사실을 들어 정부측에서 ‘사대주의’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서 디제이는 “내가 그들의 뒤를 따라다녔다면 몰라도 그들이 나를 따라왔는데 왜 내가 사대주의란 말인가?”
멋진 일격이었다.

근엄한 자리에서 긴장을 푸는 유머는 그것대로 소중하다. 국가원수의 근무공간인 청와대에서 내가 살짝 유머를 날린 경험이 있다. 청와대에서 지난날 민주화운동으로 고난을 겪은 인사들을 초청하였다. 오찬이 끝난 뒤 좌중이 돌아가며 한 말씀 씩 했는데, 한 분이 ‘청와대는 감옥과 같은 곳’이라고 했다. 외부와 단절되어 있고, 부자유스럽기도 하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달리 볼 수도 있기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 감옥은 들어갈 때에는 기분 나쁘고 나올 때는 기분이 좋은 곳인데, 청와대는 이와 반대로 들어갈 때에는 기분이 좋은데, 나올 때는 기분이 별로 안 좋은 곳이다.”

정치인은 유머를 구사해야 할 주체이지만 오히려 그 객체 또는 대상으로 동원(?)되기도 한다. 전에 어떤 최고위직 인물이 ‘석두’라는 별명으로 회자된 시절이 있었다. 덩달아 그런 호칭을 입에 담다가 붙들려 간 사람이 처벌을 받았는데, 죄명이 명예훼손이 아니라 국가기밀누설죄였다는 이야기. 함께 끌려갔던 친구는 겁이 나서 ‘석두’라는 말 대신 ‘위대한 지도자’라고 했더니, 무죄 석방은커녕 ‘너는 허위사실유포죄다.’라며 잡아가두더라는 것.

정치인과 돈의 관계는 여러 부조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회의원과 강도 중에서 누구를 만나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정답은 ‘강도’라고 한다. 강도는 한 번 털리면 끝나지만, 국회의원은 두고두고 손을 내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우리 정치인 중에서도 수준급 유머를 남긴 이들이 있다. 장관 후보자의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청와대 비서실장이 야당 수뇌부를 찾아왔다.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한 인선이니 허물이 있더라도 너그러히 덮어달라는 것이었다. 듣고 있던 야당 대표가 말했다. “그 많은 허물을 다 덮자면 아주 넓은 담요가 필요하겠는데요.” 여당의 한 간부는 정치 철새에게 공천장을 준 것을 비난하면서 “사람을 공천해야지, 왜 새를 공천하느냐?”고 비꼬았다.
핏대를 올리며 험구를 늘어놓는 것보다는 훨씬 운치가 있어서 좋다.

유머는 먼저 상대에게 어떤 예단이나 의문 또는 궁금증을 갖게 하고, 막판에 비약, 의외성으로 역전을 시키는 수순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노동자가 어렵게 사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밀린 월급을 주십사’고 간청을 했다. 뜻밖에도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자네를 내 자식, 우리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네.” 이 말에 감격한 그 젊은이는 ‘더구나 그렇다면 밀린 월급을 주셔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한다. 그러자 사장 왈, “아 이 사람아, 가족끼리 일 해주었다고 돈을 내라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의외성과 역전의 한 보기다.

 

선거를 앞두고 두 여자가 주고받는 말. “난 후보자들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투표하러 갈 생각이 없어!” 다른 여성은 이렇게 말한다. “난 후보자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투표할 마음이 없다” 참 시니컬한 말이 아닌가? 언론의 황당한 정치기사를 꼬집는 이런 유머도 재미있다. 워싱턴의 한 밤중에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자다가 일어난 꼬마가 국회의원인 아버지를 깨웠다. 그리고 왜 이렇게 천둥이 치냐고 물었다. “누군가가 엄청난 거짓말을 하니까 하늘이 진노해서 벼락을 치는 거란다.” 아버지의 이런 대답에 꼬마는 다시 묻는다. “모든 사람이 다 잠들어 있는 이 한밤중에 누가 거짓말을 해요?” 아버지의 대답은 이러했다. “바로 지금 위싱턴 포스트의 윤전기가 돌아가고 있는 참이거든.”


집권세력은 흔히 전 정권에 책임을 떠넘긴다. 요즘의 대선에서도 그런 억지가 유행이다.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역대 대통령 중 전임자 탓을 하지 않은 사람은 조지 워싱턴 한 사람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초대(初代)였으니까. 유머에는 이런 묘미가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유머는 모르면서도 유머 이상으로 ‘그야말로 웃기는’ 언동을 들어내기도 한다. 연평도가 북의 포격을 당한 뒤 군복을 입고 현지에 나타난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보온병 두 개를 들고 카메라 앞에서 “이 게 바로 북에서 쏜 포탄입니다. 포탄!”이라고 외쳐서 큰 화제가 되였다. 그도 모자랐는지 그는 젊은 여성 연예인들 앞에서 지속적으로 히트를 쳤다. ‘룸에 가면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자연산을 더 좋아한다.’고.


이런 식의 저질 개그는 어쩌면 이 나라 정치인 내지 정치의 수준을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거치른 정치풍토의 개선을 위해서도 정치인의 언어 구사에 좀 더 격조와 품격이 배어나야 하고, 부드러운 유머로 친화력과 공감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날카로운 비판도 점잖은 비유와 상징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교양과 여유를 갖는다면 살벌한 정치현장의 소음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어찌 정치인뿐이겠는가?  각계의 국민 모두가 넉넉하고 교양 있는 언어생활을 통하여 평화와 운치를 누릴 줄 알아야 세상이 좀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그런 삶의 내면이 유머 또는 해학이란 언어의 미학으로 가꾸어진다면 정치를 비롯한 공동체사회 전반이 훨씬 평화롭고 화목해지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도 유머나 해학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과목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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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3.01.08 14:28

정치유머의 흐름과 형태
                                             
김재화(유머작가/ 언론학박사)

 

전통적으로 풍자와 해학을 아는 우리 민족은 웃음의 유산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정치혼란과 1948년 제헌을 겪으면서 우리의 상상력과 풍자의 정신은 급격히 둔화되고 말았다. 이승만 시절의 살벌했던 민간인 학살과 부역자 처벌이 지배한 시대에는 유머를 쉽게 드러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정치가 퇴화하면 사람들의 여유와 그 여유가 주는 유머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한 시기라 할 수 있다. 평화통일을 주장했던 이승만의 정적 조봉임. 그의 자연스러운 정치행위가 적과 내통한 것으로 몰려 사형을 당해야 했던 현실은 그 자체가 비극을 담은 희극이자 희극을 담은 비극이라는 복잡한 현실이었다.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정치를 폈던 박정희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라는 개성 없는 출생의 의미를 부여 받은 국민들은 정치(인)유머의 부존재 시대를 살며 사회적 웃음을 잃어갔다. 제3공화국 시절 ‘스마일 운동’이라는 관주도의 우민화 이벤트가 있긴 했으나, 그 또한 문명국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정신유린책에 지니지 않았다. 군사정권의 쌍생아로 태어난 전두환 시대에 시작한 대통령을 등장시키는 유머는 불법이었지만 구전으로나마 많은 종류가 전래되었고, 정체성이 모호했던 노태우 시절에는 특징 없는 유머가 노점상 상품처럼 간간이 등장했다. 문민의 기수 김영삼 시대에 이러서야 정치유머가 합법화되어 전해졌다. 적당한 참가와 표현방식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던 유머는 인권 대통령 김대중과 참여정치를 표방한 노무현 시대에 이르러서야 다수 대중에 의해 생산되고 소비되기 시작했다.

 

한국 정치유머의 역사

 

8.15 광복으로 모처럼 국민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 웃음이 가시기도 전에 소련군이 평양에 진주했고, 나흘 뒤 미군이 인천에 상륙했다. 이 때 명진과 박응수라는 코미디언은 미국인들과 비슷한 하이컬러 양복을 입고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미국 놈 믿지 말고, 소련 놈에게 속지 마라. 일본은 일어나니 조선아, 조심하라!’ 이 개그는 국민들의 분노를 반일감정으로 승화시켰다. 이후 일본인들을 골탕 먹이는 코미디는 반세기가 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
복진통일을 외쳤던 이승만 대통령은 민족 최대 비극인 6·25 전쟁은 막지 못했지만, 당시 그가 외쳤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문장은 코미디언 지망생들의 성대모사 예문이 되었다. 전쟁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부패는 극에 달했다. ‘빽’과 ‘돈’은 그때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불만을 자극했다고 하겠다. 전방에서 총에 맞은 병사들이 ‘빽’ 하는 비명을 지르고 죽는다는 자조 섞인 우스개가 그 시절의 시대상을 대변한다. 한편 이승만은 ‘사사오입’이라는 전대미문의 억지 산술을 유행시켰다. 제적의원 202명 중 3분의 2는 135명인데, 이는 사사오입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담꾼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무대 위에서 적극 활용했다.

“이봐 친구, 꿔간 돈 갚아야지.”
“여기 있네.”
“아니, 60환뿐이잖은가? 난 100환을 빌려줬는데.”
“이 사람, 사사오입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구먼. 60을 반올림하면 100이 되지 않는가?”

이승만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누가 훔쳐 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밤잠을 제대로 못 잔 소심함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에게서 유머를 기대한다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였다. 선거 때마다 ‘이번 이승만 대통령 선거에 누가 출마한대요?’라는 식의 가치 의식이 실종된 말들이 유행했다. 1인 독주에 혐오를 느낀 이들은 입담꾼들의 혀를 빌려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풍자를 해봤지만, 기득권층은 어용 코미디언을 동원해 ‘갈아봤자 별 수 없다!’라고 받아쳤다. 기운을 잃은 사람들은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으며, 당시 이런 한국의 정치유머를 본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길 바라는 것”이라고 조롱했다.


의도적이었건 아니었건, 박정희는 코미디언을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철저히 이용했다. 어쩌면 5공 정권은 박정희의 수법을 대물림했는지 모른다. 온 국민이 바보로 전락했던 그 시절, 1등공신은 단연 코미디였고, 전 국민의 우민화 작전 총 사령관은 배삼룡이었다. 연세대 최정호 교수는 배삼룡에 대해 “한국 현대화의 전위적인 ‘지진아’ 배삼룡은 그의 얼간이 짓으로 우리로 하여금 변화하는 시대를 충격 없이 받아들이게 해주었다”며 “그에게 위안을 받지 않은 근대화의 기수들이 어디 있을까”라고 표현했다. ‘합죽이’ 김희갑 역시 박정희를 도운 희극인이었는데 정권 홍보로 치자면 그 역시 배삼룡 못지않은 수훈갑이다. 그는 누군가 현 사회 행태를 따지거나 각종 규범의 독소조항을 건드리기라도 하면, “에이 모르는 소리!”라는 핀잔을 주었다. 이와 같은 말은 당시 중앙정보부 취조실에서나 들을 수 있는 추상같은 호령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김희갑은 ‘팔도강산 시리즈’로 지방 각 도시의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는 공보담당 역도 완벽하게 수행했다. 구봉서 역시 1963년 6월부터 라디오에서 “이거 되겠습니까? 이거 안 됩니다!”라고 날마다 외쳤다. 산업화로 가는 길에 재를 뿌리는 반정부 인사에 대한 무언의 충고였다. 그러나 정권홍보의 선발대로 거론한 배삼룡, 김희갑은 국민의 편에 선 때도 많았다. 좌충우돌 방식으로 서민들이 감히 저지르지 못하는 미필적 고의사고를 내는 것이다. 파출소에서 경찰에게 대든다거나, 돈 많은 부자들을 골려 주는 코미디를 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서민들은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닭 모가지를 비틀었지만 새벽은 왔다. 긴급조치 시대가 끝나고 ‘서울의 봄’을 지나 5공화국이 탄생하면서 전두환과 이주일은 황제로 등극했다. 전두환이 헛기침이라도 하면 이 사회가 온통 뒤집어지곤 했으니, 정치의 연금술사였고, 이주일의 말은 온 인구에 회자됐으니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우상이었다. 5공 정권은 이주일의 머리카락을 빗댄 코미디나 저질 오리궁둥이 춤이 현직 국가원수를 모독하고 건건한 국민정서에 역행하며, 어린이들에게도 위해하다는 이유를 들어 방송출연 정지령을 내렸다. 비슷한 시기 배추머리 김병조 역시 지적 언어구사로 하이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주었지만, 그런 그도 변절하고 말았다. 민정당(민주정의당)을 ‘정을 주는 당’, 통민당(통일민주당)을 ‘고통을 주는 당’이라고 말했다가 노도와도 같은 국민들의 힘에 한동안 방송을 떠나야만 했다. 그의 용비어천가는 실로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36%의 지지를 얻고 당선된 대통령 노태우는 늘 불안했다. 보통사람의 수수함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대통령 선거 이듬해부터 곤욕을 치렀다. 민심은 13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노태우의 ‘믿어주세요’는 성대모사의 달인 최병서의 입에서 딴죽이 걸리곤 했다. 노태우는 “나를 코미디 소재로 삼아도 좋다”고 말한 유일한 대통령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코미디 소재로 삼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이윤박최돌물깡…

 

사람들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지는 우리 통치권자 계보에 노태우를 ‘물’로 묘사했다. 훗날 그의 천문학적인 비자금이 탄로났을 때 코미디언들은 노태우의 ‘물’을 ‘식은 숭늉’이 아닌 ‘펄펄 끓는 물’로 고쳐 불렀다.


김영상 정권에서는 그의 사투리가 저절로 개그가 되었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던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을 무식한 사람으로 표현하는 코미디를 아주 싫어했다. 그런 YS의 심복 박종웅은 유머를 빌어 그의 주군을 변호했다. “YS가 당시 그린벨틀를 잘못 이해한 것은 사실이지요.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 최고 지성인을 배출한 S대학 출신 아닙니까? 그의 머리를 의심해선 안 되죠.” 젊은 말재주꾼 엄용수, 심형래, 김형곤은 ‘밀실개그’를 통해 감히 김영삼의 머리에 자꾸 시비를 걸었다. 김영삼 대통령을 소재로 한 우스갯소리 모음집도 불티나게 팔렸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코미디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김대중 후보는 선거전에서 부드러운 유머를 구사하면서 냉철하고 이지적으로 보이는 이회창 후보와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DJ는 다변가에 달변가다. 그는 우리나라 대통령 중 코미디언을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영국에서 돌아와 정계에 복귀한 뒤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해 총재로 있을 때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이경규가 간다’ 코너에 깜짝 출연해 코미디언 이경규와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일화는 유명하다. 초기 김대중을 소재로 한 코미디는 주로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걷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그쳤다. 이후 엄용수와 심현섭, 배칠수 등은 DJ 성대모사로 인기를 얻었다. 이런 코미디는 정치인 김대중이 대중 곁으로 다가서는 데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었다고 본다.


‘문전박대(文戰朴大)’를 넘어서


 지금 이 나라에서는 문전박대가 장난이 아니다. 문전박대(門前薄待)가 아니다. 문전박대(文戰朴大)이다. 문재인과 박근혜가 대통령을 하기 위해 싸우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주고받는 말 속에는 차가운 겨울 칼바람이 불지만 간혹 유머가 싹트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얼마 전 박근혜 후보는 대학생들과 하는 토론회에서 이런 개그를 했다. “심장의 무게가 얼마인지 아세요? 정답은 ‘두근두근’ 네 근이에요. 여러분을 만나러 오면서 제 마음이 바로 그랬습니다.” 이 대목에서 상당한 갈채를 받았다. 한편 문재인 후보는 전국상공인과의 대화에서 애교 있는 푸념을 했다. “오랫동안 등산을 못했다.” 사람들이 의아해하자 “내년부터 북악산(청와대 뒷산)으로 등산을 다닐 수 있게 도와 달라”며 지지를 부탁했다. 안철수 전 후보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학교 때 성적이 반에서 중간쯤이었다. 수·우·미·양·가 중에서 수는 딱 한 군데 안철수라는 이름 속에만 있었다.”는 수준 높은 개그를 선보였다.


오늘날의 우리들 역시 거대한 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유머라는 작은 비틀음으로 사회를 비판할 수 있다. 정치유머는 어떤 사안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관심을 도모하며 갈등의 해법을 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유용한 도구다. 정치유머의 생산자인 국민이나 웃음 산업 종사자, 그리고 유머를 구사하는 정치인은 정책 제언이나 일상적 발언에서 유머라는 활력제를 주입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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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3.01.08 14:23

대학원생들에게 一笑를 허하라!

 

이해수 기자

 

대학원 생활 가운데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문제는 대학원에서의 적응이다. 적응도는 얼마나 많은 기초과목을 듣고, 영어 실력을 갖추었는지, 공부하고자 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바로 ‘유머’이다. 만나는 사람이 비교적 한정되어 있고 비슷한 일상이 치열하게 되풀이되는 이곳에서 유머는 인간관계를 개선시키는 지적인 무기이자, 지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 나아갈 수 있는 최고의 도구 일 수 있다. 원생만이 이해할 수 있는 고단한 생활에 대한 자조적인 농담과 공감, 유머와 웃음은 퍽퍽한 대학원 생활을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심각할 수 있는 대화를 부드럽게 하고 자유로운 대화와 정보 교환이 쉬워져 막혔던 생각이 터지기도 한다.
그러나 원생 중 대부분이 웃음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 발제문 한 문장 쓰는 데도 지나치게 걱정하고 고민을 한다. 칸칸이 나뉜 연구실 책상 앞에 앉아 암묵적으로 ‘말 걸지 말아주세요’의 뜻을 밝히며 책과 이어폰으로 무장한다. 끝내지 못한 과제가 신경을 건드리니 괜한 농담 하나에도 마음을 상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물론 웃음이나 유머로 문제 –학업·업무부담, 경제적 어려움, 진로·가치관 문제 등- 그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웃는 동안에 적어도 그 문제를 해결할 여유를 찾게 된다.

 

우리들에게서 웃음을 빼앗는 것들

 

“힘들어 죽겠네”, “답답해 죽겠네”. 원생들이 자주 내 뱉는 말 중에 가장 입에 익숙한 말 중 하나는 ‘죽겠네’ 이다. 하루 4시간 수면, 교수님의 잦은 호출, 주말도 없는 일정, 가히 웬만한 직장 생활보다 힘든 생활이다. 오늘은 자리 잡고 논문에 집중해 보리라 마음 먹어보지만, 갑작스럽게 닥치는 일들은 계획을 흔적도 없이 쓸고 간다. 흡연, 과음, 운동부족, 영향 불균형들로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많아지니 점차 웃음이 사라진다. 문득 문득 거울을 통해 얼굴을 볼 때마다 석고 같은 표정에 흠칫 놀란다.
동기가 모 교수님의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소식에 귀 기울이기, 교수님 이름과 출신 대학 외우기와 같은 지적 경쟁(?)은 원생들의 웃음을 빼앗는다. 공부 외적인 일에 집중하는 학생들은 그 나름대로 타성에 젖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수업만 듣고 집에 돌아가는 ‘아웃사이더’를 자청한다. 석사 과정을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공부하는 사람’ 이라는 타이틀의 무게도 한 몫 한다. 신중하고 논리정연한 대학원생에게 유머의 사용은 점잖지 못한 듯 보인다.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이미지를 지켜주기 위해 유머를 멀리해야 한다는 이상한 압박을 받는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도 ‘죽겠다’라는 말이 먼저 나오니, 바깥에서 보기에도 이 집단은 웃음과는 멀다고 여긴다.

 

대학원 생활의 윤활유, 막간의 재치

 

배꼽 빼는 유머 감각이 없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유머는 절대로 지식이나 논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남을 웃기기만 하는 재주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유머는 경직된 마음을 녹여내는 순간의 재치다. 선후배 그리고 동기들이 서로 공감하고 맞장구를 칠 수 있는 순간의 재치가 훌륭한 청량제로 작용한다. 사람에게는 때때로 피식 웃게 하는 기분 좋은 위트 한마디가 필요하다. 예민하고 까칠해져 있을 논문학기에는 더욱더 절실하다. 논문 학기 동료들에게 "논문 감 잡으세요." 말하며 감 하나를 건네 보자. 이런 정도의 유머라면 잠시 경직되었던 연구실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 손색이 없다.

 

 

“논문 감 잡으세요!” 때로는 유머 센스가 훌륭한 조언보다 사람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다.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막간의 대화중에도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명감에 둘러 싸인 채, 원생들은 점차 '소박한 것들'에 기쁨을 느끼고 웃게 된다. 원생들은 이런 소소한 웃음이 때로는 얼마나 위안이 되고 또 필요한지 알고 있다. 웃으며 한숨 놓고 평상심을 찾고,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 나만 힘든 것이 아니야’ 서로가 유대감을 갖게 하는 힘. 웃음에는 그런 힘이 있다. 가볍게 읽히는 이 글마저 무표정으로 읽고 있다면, 오늘이 가기 전에 꼭 한 번 웃어 보길 바란다. 웃음은 노곤했던 하루를 달래주고,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한 리셋 버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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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3.01.08 14:18

재미의 원리

이현비(‘재미의 경계’ 저자)

 

(1) 내가 설명하려는 것은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길을 가다 저만치 앞에 수많은 요괴들의 무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손오공은 즉각 ‘머리카락 분신술’을 이용해 여러 명의 손오공을 만들어 내 요괴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열심히 싸우다 얼핏 보니 웬 나이 드신 할아버지께서 열심히 싸우고 계신 것 아닌가?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워진 손오공은 성함이라도 알라보려고 그 할아버지께 누구시냐고 여쭤 보았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 하시는 말씀,
“주인님, 저 새치(흰 머리카락)인데요….”
이것이 웃기는 유머의 전형적인 예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이 짧은 이야기는 정확히 어떤 이유에서 웃기는 것일까? 이 글에서 바로 그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유머가 웃기는 이유,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이야기가 유머가 되는 조건 말이다. 그것을 간단히 ‘유머의 논리적 구조’라 하자. 이것은 어떤 이야기의 ‘재미’와 일맥상통하며, 사실상 영화나 드라마, 소설의 재미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유머와 재미’, 이것이 이 글에서 내가 설명할 내용이다.

 

(2) 유머의 4가지 조건


앞에서 본 손오공의 이야기는 4가지 조건을 갖춤으로써 유머가 된다. 그것은 ①긴장의 축적과 해소, ②이야기의 2중 구조, ③숨은 이야기의 공유, ④유쾌한 감정의 자극이라는 네 조건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손오공 이야기는 긴장의 축적과 해소를 중심에 두고 있다. 여기서 긴장은 언제 축적되는가? 요괴들을 만나는 것?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오공을 위해서 싸우는 할아버지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긴장은 마지막에 짧게 해소된다. “주인님, 저 새치인데요…”라는 짧은 한 마디로 말이다. 이것이 긴장의 축적과 해소가 의미하는 바이다. 여기서 ‘짧은 한 마디’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는? 잠시 후에 설명할 것이다.
둘째, 손오공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 있는 까닭은 맨 마지막 결정적 한 마디가 두 가지 모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결말이면서도 동시에 ‘합리적으로 이해되는’ 결말이라는 점이다. 이런 결말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두 겹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드러난 이야기와 숨은 이야기의 두 겹 말이다. 드러난 이야기에서는 손오공이 요괴와 머리카락 분신술로 싸우고 웬 할아버지를 발견하며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 숨은 이야기에서는 손오공의 머리카락 중의 하나가 새치이고 이것이 분신술로 인해 할아버지가 되어 요괴와 싸우다가 손오공에게 답한다. 이 두 이야기가 결말에서 만나는 것이다.
셋째, 그런데 이 숨은 이야기는 유머에서 드러내 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이해하고 웃을까? 그것은 사람들이 그 숨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고, 혹은 이미 경험하여 익숙한 부분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공유 경험’이다. 여기서 ‘익숙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는? 이것 역시 잠시 후에 설명할 것이다.
넷째, 유쾌한 감정의 자극은 최종적으로 드러난 결말이 어떤 감정과 연관되느냐 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슬픈 감정을 자극할 수도 있고, 때로는 공포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 그것은 ‘재미있지만’ 유머는 아니게 될 것이다. 혹은 지나치게 야하거나 외설적인 상황을 보여줄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유머가 재미있지 못하고 오히려 큰 결례로 끝나기도 한다. 대학원생들 정도의 나이라면 유사한 경험을 보고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3) 인지적 충격과 감정의 폭발

이 개념들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머가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웃음’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인지적 충격에 의해서 유쾌한 감정이 폭발하는 것이다. 유머가 목표로 하는 것이 ‘인지적 충격’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재미있는 유머를 재미없게 표현하기 쉽다. 예를 들어 손오공 이야기의 끝을 이렇게 표현할 가능성이 크다. “그 때 할아버지가 뭐라고 했냐 하면, 자기가 사실은 머리카락 분신술에서 섞여 들어 있던 흰 머리라고 말했대, 하하하!!!” 자신만 웃고 다른 사람들은 웃지 않는다. 뭐가 잘못 되었는가?
긴장과 해소가 이루어졌고, 숨은 이야기가 결말에 개입되었다. 문제는 긴장의 해소가 너무 완만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지적 ‘충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앞에서 “주인님, 저 새치인데요…”라고 짧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 때문이다. 긴장이 축적된 후에 급격히 해소되어야 한다. 그래야 인지적 충격이 크고, 쾌감의 폭발도 크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유머를 잘 하기 위해서 걱정해야 할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초등생들에게 이 유머를 들려주면 재미없을 것이다. 왜? 초등생들은 흰 머리가 나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미리 설명해 주면 어떨까? 이것으로도 부족하다. 왜 그런가? 단지 아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경험’이 공유되어야 유머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긴장은 축적되었다가 ‘급격히’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결말이 갑작스럽게 반전되는 것이다. 그것을 듣고이해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해야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공유되는 것이 ‘암기된 지식’이 아니라 ‘익숙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문화와 경험이 총체적으로 다른 외국인들, 혹은 낯선 사람들을 웃기는 것은 더욱 어렵다. 상대가 가진 익숙한 경험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머에 대한 설명에서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그것은 긴장의 축적 능력이다. 유머가 재미있기 위해서는 긴장의 축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긴장의 해소도 없고 2중 구조와 공유 경험도 모두 힘을 잃는다. 이 때 말하는 긴장이란, 이야기 속 사람들의 갈등, 궁금증, 야한 것에 대한 상상 등이다. 손오공의 예에서 축적된 긴장은 궁금증이었다. 그런데 긴장의 축적은 논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표현이나 연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유머를 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해야 한다. 여러분이 TV에서 개그 프로를 본다면 이 점을 주목해 보자. 개그맨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렇게 논리적으로 대단히 참신하지는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신에 그들은 적절하게 연기를 한다.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축적되어야 하는 긴장은 감정적인 긴장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평범한 비밀을 알려줄까? 유머를 재미없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매우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고, 냉정한 사람이다. 그들은 연기하지 않고 유머 이야기의 논리적인 내용만 전달하는 것이다. 긴장 축적에 실패하는 것이다.

 

(4) 유머에서 재미로


이와 같은 유머의 논리적 구조는 다양하게 검증가능하다. 4가지 조건들을 가지고 조금씩 변형을 해 보면 어떤 사소한 차이는 유머를 매우 재미없게 만든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또한 영어로 된 유머를 읽고 왜 우스운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기억도 이해된다. 뿐만 아니라, 나는 아주 생산적인 것도 하나 발견했다. 그것은 유쾌한 감정을 자극해야 한다는 4번째 조건을 변형하면 유머는 아니지만 다른 종류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재미의 발견이다.
이것은 이야기(혹은 스토리텔링)와 콘텐츠의 부가가치가 커지는 오늘날 매우 중요한 지식이 될 수 있다. 이미 옛말이 되었지만, 흥행 영화 한편의 수익이 1년 동안 자동차 수출액과 맞먹는 시대가 아닌가. 물론 그런 세계적인 흥행 영화를 재미에 대한 지식만으로 쉽게 따라갈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영화를 조금씩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전체적으로 그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공포영화를 만든다고 해 보자. 공포 영화라고 다 무서운 것은 아니다. 어떻게 관객에게 짜릿한 공포를 선사할 수 있을까? 잔인한 장면에서 피만 튄다고 공포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긴장의 축적과 급격한 해소, 그리고 2중 구조와 같은 재미의 핵심 조건들을 갖춘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것은 나의 책(『재미의 경계』)에서 여러 사례분석을 통해 뒷받침했다. 사랑 이야기나 감동적인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의 유머와 재미의 개념적 관계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표를 보면, 재미의 조건이 유머의 조건보다 더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재미’의 개념이 ‘유머’의 개념보다 더 추상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의 다양한 장르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추상적인 개념의 장점이 그것이다.

 

(5) 유용하고 정확한 지식을 위해


‘재미’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그럴 듯한 대답들이 있다. 예를 들어 라프 코스터에 의하면, ‘재미’는 ‘패턴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온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대답이 싫다. 그럴 듯한 말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대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패턴을 학습하는 과정이지만 재미없는 것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따분한 수학이나 영어 공부에도 패턴 학습은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이와 같이 그럴듯한 지식들이 많이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유머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고 하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확하고 추상도가 높은 지식은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내용이 아니어야 한다. 그리고 유머든 뭐든,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탐색한다면 단순히 재능과 우연에만 의지하는 것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룰 것이다. 재미와 유머에 대한 이 글의 설명도 그런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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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2.11.05 14:57

캄보디아 탐방후기
-찬란한 문화유산, 앙코르와트의 감동-


장준호(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단연 으뜸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석조 건축물, 앙코르와트. 영국 BBC 방송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로 선정한 신비의 땅 앙코르와트에 다녀왔다.


  캄보디아에 도착하자마자 난생 처음 마주한 열대기후에 휩싸였다. 몇 분이 지났을까. 낯선 공기를 실감할 때쯤 세계적 관광지의 관문이라기에는 다소 조촐하고 아담했던 시엠립 공항이 눈에 들어왔다. 내 눈에 비친 캄보디아의 풍경은 마치 우리 부모 세대가 살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과 같이 느껴졌다. 파란 색 수성물감을 진하게 풀어놓은 듯한 하늘, 라테라이트성 적색토의 비포장 도로, 그리고 사방에 드넓게 펼쳐진 논과 그 주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의 모습은 마치 그림과도 같았다. 여행 도중 뜬금없이 퍼부었던 열대성 강우 ‘스콜’도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였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캄보디아 여행의 백미는 역시 앙코르와트와 앙코르 톰이었다. 사암을 가공하여 정성스럽게 만든 사원의 외형과 그 벽면에 새긴 부조의 조형미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기이했다. 나는 이토록 찬란한 문명을 완성한 크메르인의 위대함에 숙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캄보디아를 여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이렇듯 찬란한 문화유산을 가진 민족이 그들의 언어로 기록한 역사서를 하나조차 남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선조가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을 둘러싸고 공무원들의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사실은 내게 씁쓸함을 더해주었다.


  이번 캄보디아 여행은 크메르인들의 역사적 전통과 풍속을 경험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평소 잘 알고 지내지 못 했던 타 전공 원우들과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는 것도 큰 소득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탐방은 동남아시아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편견들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되었다. 이는 캄보디아 여행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으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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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2.11.05 14:55

2012 학술문화탐방, 그 이후

김아영 기자, 김하늘 기자

 

대학원생들의 학술 교류 및 공유를 위해 매년 진행되는 학술문화탐방에 대학원 행정팀과 후생복지위원회, 그리고 총학생회가 나섰다. 지난 7월 10일부터 14일까지 3박 5일간 진행된 이번 학술탐방의 행선지는 바로 캄보디아. 선발된 22명의 원우들은 지원동기, 과대표자 여부, 학기 수, 과별 형평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절차들을 통과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관심사에 맞는 연구주제로 6월 말 1차 프로포절을 제출했으며, 7월 29일 최종 보고서를 완성했다. 한택수 총학생회장은 “짧은 시간 동안 캄보디아의 모든 것에 자신의 학술적 고민을 결합시킨 양질의 보고집을 제작하게 되었다.”면서 “더 나은 학술문화탐방을 기획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말을 전했다. 원우들은 이번 학술문화탐방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이는 탐방 보고서 작성에 큰 자양분이 됐다. 과연 그들은 어떤 보고서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을까.

 

※ 원우들의 알찬 이야기들을 압축적으로 소개하는 본 글은 추후 발간될 <학술문화탐방보고집>의 예고편격임을 밝혀둡니다. 

 

캄보디아의 혼인법제
법학과 석사과정 곽병의

 

본 연구는 최근 캄보디아와 한국 간의 국제결혼 건수가 크게 증가한 현상을 언급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제결혼의 실태에 따르면 1990~2007년 사이 한국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은 총 278,638명이었다. 전체 혼인건수 중 국제결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의 1.2%에서 2007년 11.1%로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를 배경으로 양국의 혼인 관련 법령과 캄보디아 혼인 법제도를 소개하며 양국의 혼인과 관련된 다종다양한 현상들을 분석했다.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이 늘어나는 지금, 상대국의 혼인법제도에 대한 기본적이고도 총체적인 이해를 돕는 보고서라 하겠다.


32개의 지옥도를 통해 본 신화 세계
-사후세계를 중심으로-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강지연

 

앙코르와트의 사원을 일종의 신화적 도상이라는 측면에 주목하여 사원에 담긴 신화의 세계관 즉, 사후 세계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는 데 도전했다. 저자는 힌두교의 3대 주신으로 우주 파괴의 신 시바, 창조의 신 브라마, 그리고 질서 유지의 신 비슈누를 언급하며 신화와 도상에 대한 논의를 펼쳐나간다. 한편 본 글은「퍼스 기호학에 있어 도상기호icon의 재현성」(박연규,2004)를 인용하여 앙코르왓의 벽화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이 상징하는 도상성을 파악하고, 신화 속 이야기의 재현적인 특징을 찾고자 노력했다.

 

캄보디아와 개발원조
-과학기술 ODA를 중심으로-
과학커뮤니케이션 석사과정 권예슬

 

전통공여국과 신흥공여국 중간에 위치한 한국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본 보고서는 평소 자주 접했던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에서 한 발짝 나아가 과학기술ODA에 집중했다. 연구자는 본 보고서에서 우리가 과학기술ODA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주변 강대국들의 국익을 위한 적극적 ODA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위해서이다. 한편 한국형 ODA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함을 강조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 어떠한 협력수요가 있는지를 모색했다.

 

캄보디아 환경정책: 개발과 보존
법학과 석사과정 이현경

 

본 연구는 세계적인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가 심화되는 가운데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보존과 개발의 적절한 균형을 위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일려준다. 특히 캄보디아의 톤레삽 호수를 대상으로 이 호수의 생태학적 가치, 경제적 가치, 환경 보존과 경제성장 사이의 딜레마, 그리고 생태계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캄보디아는 호수 파괴를 이끄는 빈곤 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으로 ADB(Asian Development Bank)가 USEMP(톤레삽 환경관리프로젝트)를 실시한 바 있다. 결국 캄보디아가 톤레삽 호수의 자원 역량을 개발하고 보전하는 사례를 통해 우리의 환경정책을 재점검 해보는 이정표를 제공하고 있다.

 

앙코르 와트에 담겨있는 크메르 문명의 천문학
물리학과 석사과정 최선근

 

앙코르 와트 건축 설계에 내재된 천문학적인 원리에 대해 소개하는 본 연구는 고대 천문학 발전의 배경을 시작으로 앙코르와트에서 관측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현상들을 설명하고 있다. 앙코르와트에서는 춘분과 추분, 하지와 동지에 앙코르 와트의 중요한 부분에서 태양의 일출이 태양과 정렬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춘분 때 서쪽 정문에서 사원의 중앙 탑을 바라보면 태양이 탑 위로 지나가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한편 보고서에서는 고대 천문학에 대한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역사서들에 등장한 천문기록을 되돌아본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삼국시대의 천문기록은 약 240개이며 고려사에는 약 5천 개, 조선왕조실록에는 약 1만 5천개의 천문기록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천문학적 기록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캄보디아 현대정치사의 특징
-크메르 루즈의 공산혁명을 중심으로-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한새해

 

론 놀의 망명 이후 급진적 공산정권이 프놈펜에 들어섰는데 이것이 바로 폴포트의 공산체제이다. 본 연구는 캄보디아에 킬링필드라는 동족대학살이 자행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캄보디아 현대사의 역사적 배경과 그것이 함의하고 있는 의미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폴포트의 급진적 개혁정치, 민주캄푸치아의 몰락 등을 이야기하며 격랑 속에서 진행된 캄보디아 현대정치를 깊이 있게 조망하고 있다.

 

캄보디아 여성의 삶, 어제와 오늘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 권진영

 

이 글은 캄보디아 여성들의 전통적 삶을 알아보기 위해 동남아 지역에서 여성과 관련된 어떤 전통들이 존재했는가를 조사했다. 이러한 전통에 견주어 현대 캄보디아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사회적 지위 및 활동 들이 한국의 그것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등을 살펴봤다. 동남아의 친족체계, 가족제도, 성과 사랑 그리고 결혼이라는 섹션으로 나누어 세밀하게 살펴본 결과 (삭제)시대의 흐름과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와 자유를 부여했던 동남아의 전통은 흐려져 왔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 캄보디아를 비롯한 많은 수의 동남아 여성들이 일자리와 좀 더 나은 삶을 찾아 선진 국가들로 이동하여 이른바 ‘외국인 노동자’ 혹은 ‘외국인 신부’가 된지 오래다. 이는 여성들의 권리와 자율성 등과 관련해 많은 문제들을 낳고 있다. 이 보고서는 과거와 현대의 캄보디아 여성들의 삶과 활동 그리고 지위 등을 살펴보아 캄보디아의 이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과의 비교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캄보디아의 IT 분석

컴퓨터공학과 석사과정 박의제

 

이 보고서는 캄보디아의 IT기술이 어떨까하는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통신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했다. IT관련 정책과 기술을 육성하는 정부 기관에 대한 조사를 통해 캄보디아의 유선 통신과 이동 통신을 세부적으로 알아보고 이를 주변 국가들과 비교해 캄보디아의 IT현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결론적으로 캄보디아는 유선통신망이 열악해 이동전화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국가이다. 지금까지는 유선광대역 서비스의 속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무선광대역 서비스가 캄보디아의 열악한 유선 인프라 상황에 주요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연구자는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캄보디아에게 IT기술에 있어서 많은 원조를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쳤다.

 

3킬링필드 사건과 캄보디아 과거청산 문제
-크메르루즈 전범재판과정을 중심으로-

사학과 석사과정 이은지

 

캄보디아를 이야기 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주제는 앙코르와트와 함께 캄보디아 대학살(킬링필드)일 것이다. 캄보디아 역사를 통사적으로 서술하는 경우나 캄보디아 현대사만을 살피는 경우 내용의 전체가 킬링필드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킬링필드는 캄보디아의 현대사 전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킬링필드 사건의 원인과 전개과정, 크메르루즈 정권의 몰락과 전범재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제까지의 앞선 연구를 바탕으로 현재 크메르루즈에 대한 인식과 크메르루즈로 인한 킬링필드에 대한 피해를 어떻게 처벌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통해 우리나라의 과거청산 문제와도 비교해 생각해 볼 것을 권장한다.

 

캄보디아 문화 유산 답사기

종교학과 박사과정 이대훈

 

캄보디아의 문화유산은 앙코르와트를 중심으로 각각 힌두교와 불교의 영향 속에 민간 신앙을 간직한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이 글은 크메르 문명에 대한 간단한 소개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아가 각각 힌두교와 불교의 영향을 재조명해 두 거대한 종교를 병존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후, 그 시선을 애니미즘과 조상숭배 등으로 대변되는 민간 신앙으로 돌리자는 취지로 쓰였다. 이 종교와 저 종교를 그대로 병존해 서로 간에 갈등 없는 민간 신앙으로 조정하는 것. 큰 나라의 문화적이고 영적인 지배마저 회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 이들 모두는 앙코르 와트를 중심으로 한 크메르 문명에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포함한 열린 시간에 놓여 있다는 저자의 관점이 흥미롭다.

 

대중적 신애(信愛) 운동으로 바라본 앙코르 유적

종교학과 석사과정 박재한

 

앙코르 왕조는 인도의 대서사시 내용을 통해 자신들의 통치를 정당화하고 신격화시킴으로써 백성들의 자발적 헌신을 끌어낸 데에 꽤 성공한 듯 보인다. 신왕인 데바라자에 대한 신앙과 마하바라타의 영웅들에 자신을 투영시킴으로써 자신은 신적인 초인으로서 세상을 통치한다는 것이다. 마하바라타, 기타에 나오는 신들의 이야기는 대중적 신애 운동의 모체가 되었으며 이러한 박티 사상의 강조는 중세기 새로운 신애 운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한 토대가 되었다. 이 글은 대중적 신애 운동의 관점에서 앙코르 유적을 서술하기 위해 앙코르 왕조의 역사부터 민간신앙에서 바라본 대중적 신애 운동에 관한 전반적인 해석, 행위와 신애의 관계, 신애운동의 원천 : 신들의 이야기, 앙코르 왕조의 왕권과 신왕 숭배사상, 효심의 종교적 승화에 대해 다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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