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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호] 사랑에 대한 정의

서강대학교 석사 졸업생

심 승 범

 

<출처: pixabay>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하는 것을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사랑을 매우 어려운 것으로 느끼기도 한다. 기대 속에서 시작하기도 하고, 두 번 다시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보이는가 하면 실패 후 극복하는 모습도 보인다. “인생에 있어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받는 것이다.” (영화 물랑 루즈 中 대사). 

 

이처럼 삶에서 중요한 것으로 설명하기도 하며, 무엇을 열렬히 좋아할 때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사랑하는 모습, 이유, 방식 등 다 제각각이다. 사랑 이야기가 담긴 수많은 영화와 노래를 보고 들으며 사랑은 너무나 익숙한 개념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다. 학부 시절 전공 수업을 듣던 중 교수님이 하셨던 말이 있다. “유적 실체가 없는 것은 사람마다 사용하는 개념이 다릅니다. 그러니 마음껏 정의하십시오, 유적 실체가 없는데 그것이 틀렸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은 실체가 없다. 그래서 더욱 사랑을 정의해보고자 한다.

 

사랑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일생에 관계를 맺은 누군가를 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사랑인 것이다. 사랑의 어원을 한자어 생각할 사(思), 헤아릴 량(量)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사랑하는 데 있어 얼마나 그 대상을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영어로 사랑을 뜻하는 love는 ‘기뻐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lubet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사랑하는 것은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언어학적 의미를 살펴보면 사랑은 대상을 향한 마음이나 생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랑은 누구나 겪게 되는 경험이다. 사랑을 어떤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랑은 행위이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고, 그러므로 정당화시킬 확률이 높다. <사랑의 기술>의 저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실천하는 것이고, 실천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사람이 혼자 살 수 있도록 내 일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선 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모든 문제는 혼자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한다. 인간은 혼자 있을 때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회피하기 위해 무리에 속하기 원하며 타자를 추종하곤 한다. 고독은 이것과 다르다. 벨 훅스는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것이고, 고독은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돌아보는 것이다. 고독한 사람이 모두 외로운 사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으며 어떤 사람은 수많은 사람과 함께 있지만 늘 외롭다. 외로움으로 타자에 의존해서 살아가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거짓된 자아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반면, 고독은 자신의 참된 자아를 들여다보는 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 또한 있는 그대로 존중하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독립에서 경제적으로 혼자 살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필요한 셈이다. 요컨대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사랑의 기술을 배우기 전 가져야 할 자격이 아닐까 싶다.

 

사랑은 또한 주는 것이다. 준다는 행위는 내가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의 문제가 아니다. “사랑? 웃기지 마. 이제 돈으로 사겠어. 얼마면 될까.” 드라마 맥락을 떼어놓고 보면 얼마나 웃긴 대사인가. 우리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물질적으로 익숙해졌기 때문에 소유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다. 받은 만큼 주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는 것은 ‘얼마나’가 아니라 ‘무엇을’이 더 중요한 것이다. 프롬은 사랑을 자기 자신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4) 그는 자신 속에 살아있는 것의 모든 표현을 주는 것으로 사랑을 설명한다. 자신을 주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이것은 얼마나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가로 사랑을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은 중요한 계명 중 하나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를 기록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듯 다른 사람을 사랑하라는 의미가 핵심이지만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겪게 되고, 그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만 나를 알기 위해서는 지금 놓인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해 괴로워한다고 하더라 그 일을 없앨 수 없다. 지금 생각하면 과거의 실수가 부끄럽게 여겨지겠지만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을 다 한 것이다. 또한, 미래의 일은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걱정한다고 해서 미래의 일을 막을 수 없다. 현재를 성실하게 살면 미래에 닥칠 문제들도 잘 감당할 수 있다. 즉,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 나를 사랑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

 

벨 훅스는 사랑을 상대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6) 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하면 상대의 진짜 본모습을 보게 되고, 사랑을 통해 서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성숙시킨다고 말한다. 상대의 모습을 알아보는 것은 그 사람의 그 사람됨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널 좋아한 이유는 네가 너이기 때문이야” (영화 패스트라이브즈 中 대사). 사랑의 실천은 상대의 삶에 참여하는 것이지 간섭이 돼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자신을 위해 원하는 행위는 이기심이고, 원하는 대로 상대방을 바꾸는 것은 존중이 없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과 같다. 나 자신도 나의 사랑의 대상이 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모든 사람에게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했던 대로 사랑에 대해서 틀린 것은 없다. 객관적인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생각하고 믿는 대로 사랑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은 사랑을 실천하는 데 필요하다.

 

<참고문헌>

1)국립국어원. 사랑.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 2024년 3월 30일에 검색함

2)박재성. (2018년 7월 19일) 박재성 박사의 <時事漢字>(14) 사랑. 한자신문. http://www.hanj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93

3)Jim Cocola. Redefining Love. The Harvard Crimson. https://www.thecrimson.com/article/1998/2/9/redefining-love-pi-adore-you-i/

4)에리히프롬. (1956). 사랑의 기술. 문예출판사

5)라이언 홀리데이. (2020). 스틸니스. 흐름출판

6)벨 훅스. (2012). 올어바웃러브. 책읽는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