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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31호] 메리토크라시, 그 지독한 혼돈을 넘어서 메리토크라시, 그 지독한 혼돈을 넘어서 장은주_ 경기도교육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영산대학교 교수 ‘일베’라는 한국 교육의 적자(嫡子) 지난 9월 초,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던 광화문 광장에는 최소한의 시민적 양식을 갖춘 이라면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들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그 농성을 조롱하며 ‘폭식투쟁’이란 걸 벌였던 것이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최근 은 이런 폭거를 자행한 일베의 회원들, 곧 이른바 ‘일베충’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내 놓은 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그들은 그저 무식한 ‘루저’나 ‘지질이’가 아니라 나름의 논리 체계와 정의 관념을 갖.. 더보기
[131호]여성주의 경제학: 휴머니즘을 위한 경제학과 젠더의 조우 여성주의 경제학: 휴머니즘을 위한 경제학과 젠더의 조우 홍태희_조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성 편향적인 경제학 사회과학인 경제학이 사회 절반의 목소리를 담지 못한다고 비판받는 이유는 기존의 경제학이 여성의 경제행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근대의 공간 속에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경제학의 노력은 인정해야 한다. 사실 경제학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복지에 기여한다는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는 유일한 인문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경제적 문제를 물어보면 겨우 차별 문제는 정치학이나 사회학으로 가서 물어보라는 대응을 한다. 경제학의 녹록잖은 사정은 이러하다. 근대 경제학이 태동한 스코틀랜드에는 당시 뉴턴 같은 물리학자들이 나와 자연과학의 법칙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경제학도.. 더보기
[131호]빈곤의 변화, 신빈곤과 근로빈민의 발생 빈곤의 변화, 신빈곤과 근로빈민의 발생 김영란_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 신빈곤, 빈곤을 보는 새로운 렌즈 1970년대 중반 이래 유럽 각국에는 새로운 형태의 빈곤이 나타났다. 인구 중 새로운 집단이 빈곤 속으로 빠져 들게 되었는데 특히 피고용자와 자영업자들의 수가 전통적인 빈곤에 비해 새로운 빈곤층에서 크게 증가하였다. 이들은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로 과거 ‘일을 통한 빈곤 탈피’라는 공식을 무너뜨리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이들은 위험과 경험의 형성과정에서 새롭게 부상한 사람들로 ‘신빈곤’으로 언급하기 시작하였다. 신빈곤의 발생은 1960년대 복지국가의 황금기 이래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노동의 유연화, 고용의 불안정, 복지제도의 전반적인 후퇴, 경제적으로 산.. 더보기
[131호]빈곤의 정치사회학적 의미 빈곤의 정치사회학적 의미 이주하_동국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 George Bernard Shaw는 1905년 희곡 의 서문에서 “죄악 중에서 가장 악하고, 범죄 중에서 가장 독한 것이 빈곤이다”라고 역설하였다. 사실 빈곤이 퇴치되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은 근대적 사고의 산물이며, 과거 빈곤은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는 것으로써 인식되어졌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복지제도의 획기적인 확충으로 인해 빈곤은 지속적으로 완화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빈곤의 근절은 여전히 요원한 문제이다. Jeffrey Sachs(2005)가 에서 지적하였듯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8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빈곤 때문에 죽어가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6분의 1은 절대적인 빈곤에 사로잡혀 있다.. 더보기
[130호] 무속의례(巫俗儀禮)와 꽃장식 무속의례(巫俗儀禮)와 꽃장식 이수자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나주대학 교수·안성여자기능대학장·중앙대학교 민속학과 겸임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및 문화재위원 등 역임) 우리 무속에서 꽃을 볼 수 있는 경우는 편의상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제단에 놓이는 꽃, 신체나 신격으로 존재하는 꽃, 독립된 의례 속에 존재하는 꽃 등이다. 제물을 진상하는 제단에 놓이는 경우 이들은 대개 제단, 곧 전안의 후면에 놓이거나 아니면 제단의 전면 좌우 양쪽 끝에 놓이면서 황홀한 아름다움으로 무속의례를 빛내고 있다. 황해도 굿에는 봉죽, 서리화, 제석꽃, 꽃갓꽃, 칠성쟁비꽃, 만감흥꽃, 만도산꽃, 군웅꽃, 조상꽃, 수팔련(살잽이꽃) 등의 꽃이 있고, 평안도 다리굿에도 많은 꽃이 있다. 서울굿에서 .. 더보기
[130호] '귀환하는 영웅처럼 당당하게' ‘귀환하는 영웅처럼 당당하게’ 강진옥_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무속의례는 신과 인간이 소통하는 현장이다. 인간은 소망을 충족하기 위해 신들을 청하고 신은 초대에 응해 굿청이라는 공간에 내려온다. 강림을 통해 이루어진 신과 인간 간의 소통 내용들은 무속적 신성관념과 신의 존재태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무속의 의례구조를 관찰하면, 신과 인간은 특별한 상황, 즉 제의의 시공간을 제외하고는 함께 할 수 없는 관계로 관념되고 있다. 신은 굿의 의례적 절차에 따라 초대를 받고 인간과 소통한다. 그 지점은 인간세계의 한 지점이자 신성공간인 굿청이다. 굿청의 공간성이 중요시되는 것은, 상시적인 의례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여타 종교와는 달리 무속에서는 일상적 생활공간을 의례공간으로 사용하므로 신성.. 더보기
[130호] 한국의 미신담론, 상이한 세계관의 경합의 결과 한국의 미신담론, 상이한 세계관의 경합과 결과 김동규_ 서강대학교 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근 대중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무당의 고단한 삶이나 무속의례의 다채로운 장면들이 무속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을 교정하는 효과를 지니며, 동시에 근대성 및 종교에 대한 한국인의 변화된 시각의 결과라는 점에는 재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한국무속 전반에 대한 시각의 변화로 간주되거나, 한국의 종교문화에서 무속이 가지는 위상의 총체적인 변화로 이해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여전히 무당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꺼려하며, 설사 무당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하더라도 공식적으로 그 관계를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무속은 바람직하지 못한 미신 혹은 사기행위일 뿐.. 더보기
[130호] '동일하지만 다른' 죽음 ‘동일하지만 다른’ 죽음 이용범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교수 죽음이 발생했을 때 죽음을 어떻게 수용하고 처리하는가?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죽음의례에 의존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도 여러 죽음의례가 존재한다.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죽음의례로 자리잡은 유교 상장례를 비롯해서 49재와 같은 불교의 천도재가 있으며, 근대 이후에는 그리스도교나 신종교에 의해 거행되는 죽음의례도 나타난다. 이와 함께 빠트릴 수 없는 것이 무속 죽음의례이다. 무속 죽음의례는 오랜 시간 한국사회에서 유교와 불교 등 타종교의 죽음의례와 함께 죽음의례 가운데 하나로 기능해왔다. 이런 점에서, 무속은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죽음의례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한국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무속 죽음의례가 어떻게 하나의.. 더보기
[130호] 대(大)재난과 상처 받는 사회 대(大)재난과 상처 받는 사회 이경엽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법성포 무속 수륙재 현장 사진 인간사회는 크고 작은 재난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무방비 상태의 끔찍한 재해를 피하고자 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재해를 겪을 때마다 사회안전망과 방재시스템의 문제를 되짚어 거론하곤 한다. 그런데 이와 함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사회적 치유에 관한 것이다. 재난으로 인해 빚어진 죽음과 상실은 제도나 시스템으로 다 채워지지 않는다. 자연재해건 인재이건 억울한 죽음은 필연코 크나큰 원한으로 남기 마련이다. 특히 최근의 세월호 참사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죽음이라면 더욱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를 안긴다. 이는 죽은 이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런 까닭에 그것을 풀어가기 위한 사회적 장치.. 더보기
[129호]요시모토 바나나의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사유 『죽음 보다 깊은 잠(白河夜船)』 요시모토 바나나의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사유 『죽음 보다 깊은 잠(白河夜船)』 김용안_한양여자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요시모토 바나나는 시인이자 평론가인 아버지 요시모토 타카아키(吉本隆明)와 만화가인 언니 하루노 요이코(ハルノ宵子)를 둔,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문필가 집안 태생이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 시대의 흐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재능, 감동을 받아도 순간적으로 분석의 시선을 가질 수 있는 힘 등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고 밝히고 있으며 1988년과 1989년 사이에 쓴 5개의 소설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는 진기록을 세우며 이른바 ・을 일으켰다. 인기의 배경에는 당시 젊은 여성 독자들에게 만연된 고독과 방황, 위무 받고 싶은 소망에 바나나 소설이 복음의 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