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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7호] 캠핑이 끝나고 난 뒤

오유선 기자

 

출처: http://travel.chosun.com/m/article.html?contid=2017020802066

 

  ‘감성캠핑’, ‘차박’, ‘글램핑’, ‘홈 캠핑’, ‘캠린이’, ‘불멍’...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의 브이로그, SNS 등에서 위와 같이 캠핑과 관련된 단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새 1년이 훌쩍 넘도록 이어지면서, 덩달아 이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된다’는 것의 익숙함은 캠핑의 유행과 맞닿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아니, 단순히 맞닿는 정도가 아니라 캠핑은 해외여행도 5인 이상 모임도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안성맞춤인 여행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바닷가에서 노을을 볼 수도 있고, 숲속에서 고요한 밤을 지새울 수도 있고, 계곡에서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이할 수도 있는 등, 캠핑은 소위 말하는 ‘이 시국’에 여행의 낭만을 즐길 수 있어 전에 없는 유행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면 캠핑의 유행으로 인해 이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다양해지는 캠핑과 캠핑 시장의 성장 

 

  우선 시장의 측면에서 캠핑 시장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추산하는 국내 캠핑 인구는 지난 2019년 기준 600만 명을 기록했고, 이는 최근 2년 사이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욱 급증한다고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캠핑 시장의 규모는 2016년부터 매년 30% 이상 성장해왔으며, 2018년 기준 2조 6,000억을 기록,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에는 4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캠핑 시장에는 캠핑에 필수적인 텐트, 테이블, 의자, 조리 기구 등과 
더불어 식품, 외식업계에서도 다양한 ‘캠핑 굿즈’를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코카콜라, 맥도날드, 파리바게트, 던킨, 엔젤리너스, 카페베네 등이 캠핑 업체와 협업하여 캠핑 굿즈를 출시하였으며, 백화점에서 캠핑 용품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캠핑 시장의 성장은 다양해진 캠핑의 종류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기존에는 캠핑이라고 하면 텐트를 챙겨가서 설치한 후 라면과 고기를 먹는 이미지가 강했던 반면, 최근에는 ‘차박’, ‘글램핑’, ‘홈 캠핑’ 등 그 종류가 다양해졌고 이를 즐기는 모습 또한 각양각색이다. 이러한 캠핑의 종류를 알아볼 때 우선 최근 가장 많이 증가한 캠핑의 형태는 ‘차박’일 것이다. 차박은 이름 그대로 차에서 숙박하는 것을 뜻하며, 일반적인 캠핑과 달리 텐트를 설치하지 않고 요리, 캠프파이어 등의 활동보다는 차에서 하룻밤을 자는 데 의미를 둔다. ‘글램핑’의 경우 SNS 인증 등을 통해 비교적 친숙해진 개념으로, ‘화려하다’라는 뜻의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이 합쳐진 단어이다. 이는 텐트, 음식, 조리기구, 그 밖의 소품들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세팅된 장소에서 즐기는 캠핑을 의미한다. ‘홈 캠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집안에서 즐기는 캠핑으로, 집안에 텐트를 치고 캠핑 테이블, 의자 등을 놓고 이루어진다. 홈 캠핑은 최근 유행하고 있으며 개인 가구만이 아닌 주거 단지 내에 캠핑 공간이 생기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이 외에도 ‘노지캠핑’, ‘오토캠핑’, ‘바이크캠핑’ 등 다양한 종류의 캠핑이 존재하는데, 각 종류별로 특색 있는 캠핑 굿즈가 소비됨을 예상할 수 있다.

 

 

캠핑 예능과 SNS 인증의 증가 

 

  미디어에서 또한 캠핑과 관련된 게시물들이 크게 증가했다. 먼저 SNS 중에서는 인스타그램에는 차박, 글램핑 등 캠핑을 경험한 후 이를 인증하는 게시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올 4월 기준 인스타그램에 캠핑 해시태그가 포함된 게시물은 500만 개 이상이었다. 최근에는 캠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입문자를 의미하는 ‘캠린이(캠핑+어린이)’라는 신조어 또한 생겼는데, 이를 해시태그로 단 게시물 또한 30만 개를 넘겼다.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캠핑 관련 영상이 존재하는데, 캠핑 브이로그, 캠핑 먹방 영상, ‘감성 캠핑’ 등의 감성을 중점으로 하는 영상들, 캠핑용품 후기 영상 등 종류별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배우 5명이 1박 2일 캠핑을 떠나는 유튜브 예능 시리즈 ‘슬기로운 캠핑생활’이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고, 이는 방송용으로 편집된 후 TVN에서 방영된 바 있다.

 

  TV에서는 이와 같이 캠핑 관련 예능 프로그램이 2020년부터 크게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시즌 2로 한창 방영 중인 ‘바퀴 달린 집 2’, 5명의 출연자들이 국내의 이국적인 장소에서 매회 특색 있는 캠핑을 즐기는 컨셉츄얼 프로그램 ‘갬성캠핑’, 동계 캠핑과 겨울 차박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나는 차였어’, 야생의 캠핑 장소에서 퀴즈쇼를 진행하는 ‘와일드와일드퀴즈’, 그리고 다가오는 6월 방송 예정인 ‘골라자봐’ 등 짧은 기간 안에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영됐다. 캠핑 관련 프로그램은 캠핑의 유행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볼 수 있는데, 프로그램을 보고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 또한 많겠지만 애초에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해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고 이에 공감하는 측면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육아 관련 프로그램,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 등 유행하는 소재에 대한 프로그램은 빠르고 다양하게 만들어지는데, 캠핑 관련 프로그램 또한 기존 사례와 마찬가지로 해당 프로그램만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면 식상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다양한 프로그램과 SNS 게시물에서 캠핑이 주요 소재로 자리 잡았고 그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캠핑이 끝나고 난 뒤

 

  지금까지 캠핑 시장의 규모, 미디어에서의 비중 등 캠핑의 발전 양상과 주요 문화로 자리 잡은 모습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환경과 관련하여 캠핑 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캠핑과 관련된 환경 문제로는 금지 구역에서의 무분별한 캠핑과 쓰레기 문제가 존재한다. 캠핑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문제로는 캠핑 장소에 남겨지는 쓰레기가 가장 심각하다. 각종 술병, 음료수 캔, 음식물 쓰레기 등 캠핑이 끝난 후 남아 있는 쓰레기들로 주민들은 많은 곤란을 겪고 있다. 상당수의 캠핑족은 종량제봉투가 아닌 일반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버리거나 심지어는 봉투조차 없이 곳곳에 쓰레기를 투기한 상태여서 남은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게 만드는 상황 또한 빈번하다. 캠핑족들이 많이 찾는 바닷가에서 그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데, 울산의 경우 5월부터 지자체에서 시간제 공공 근로자를 보다 많이, 자주 투입하고 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무질서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쓰레기 문제와 더불어 캠핑 구역 측면에서 또한 문제가 발생하는데, 우선 차박과 관련하여 금지 구역에서의 캠핑과 이른바 ‘알박기’라 불리는 주차장 점유 행위가 문제시된다. 차박은 캠핑 가능 지역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자동차 진입 불가 지역 혹은 공영주차장에 불법주차까지 감행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인근에 ‘해수욕장 주변, 계곡, 공원에서 야영행위 금지’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음에도 곳곳에서 취사를 하는 경우 또한 발생한다. 지자체에서는 최근 이를 제한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 중인데, 먼저 위험성과 관련하여 캠핑카처럼 차량 내부에 취사시설이 있어 발화
성·인화성 물질을 적재한 차량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 이 밖에도 공영주차장 출입구에 차량 출입 높이를 제한하는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캠핑카 전용 유료주차장을 만드는 등의 방안을 고려 중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캠핑을 희망하며 

 

  이번 기사에서는 시장, 미디어, 환경 차원에서 캠핑의 변화와 발전을 살펴보았고, 이와 관련해 환경의 측면에서 발생한 문제와 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캠핑 장소의 쓰레기 문제와 관련하여 알아보던 도중 발견했던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자손들에게 정말 아파트만 물려줄 생각이냐’는 내용으로, 이를 보면서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결국 우리 자손들이 살아갈 공간과 상황을 만들어간다는 점이 와닿았던 댓글이었다. 캠핑은 분명 매력적인 활동이다. 글의 시작 부분에서 말했듯 캠핑을 하며 바닷가에서 노을을 볼 수도 있고, 숲속에서 고요한 밤을 지새울 수도 있고, 계곡에서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바다와 숲, 계곡이 어떠한 상태의 어떠한 공간이 될지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자연과 공존하는 캠핑 문화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기를, 이로 인해 미래에도 아름다운 환경에서의 캠핑이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