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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7호] MZ세대의 놀이공간

MZ세대의 놀이공간

박 우 승 기자

 

조 바이든의 동물의 선거캠프 / 출처 : Biden Vicory Fund

 

 MZ세대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밀레니엄(M)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Z세대’가 결합한 합성어이다. 각종 디바이스와 디지털 플랫폼 활용에 매우 능숙한 MZ세대는 현 시장에서 영향력 높은 소비 주체로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새로운 소비문화를 추구하는 주요 소비층으로 볼 수 있다.

 

 MZ세대는 크게 5가지의 소비패턴을 가지고 있다. 첫째, 과시적인 소비이다. MZ세대는 ‘Swag’,’ Flex’ 등의 과시적인 소비를 통해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지위나 권위를 인정받으려 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주는 일종의 보상, 자기만족형 소비로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비패턴을 보인다. 둘째, 차별적인 소비이다. 차별적인 소비에는 다소 모순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차별되기 위해 새롭고 다채로운 소비를 추구하지만, 많은 MZ구성원들이 새롭고 차별된 소비를 원하기 때문에 결국 차별적인 소비가 일종의 밈(Meme)적으로 퍼지며 주요 소비로 이어진다. 셋째, 가성비적 소비이다. 2021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2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 형태에서 약 50%의 응답자가 자신의 수입에 맞는 가성비적 소비를 선호 소비성향으로 꼽았다. MZ세대들은 자신들의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소비를 극대화하는 것보다 소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소비하는 패턴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넷째는 공간적 소비이다. 기존의 공간이 재구성되며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 공간, 혹은 새롭고 차별화된 온-오프라인 공간을 MZ세대는 경험하고 향유하고자 하는 소비 패턴이 있다.

 

 우리가 MZ세대의 트렌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MZ세대 구성원들이 누구보다 활발하게 소비와 재생산을 하는 중요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MZ세대는 기존의 세대와는 다르게 온라인 네트워크에 항시 연결되어 있고, 막대한 양의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이들은 새롭고 차별화된 상품과 높은 수준의 참여도를 요구함과 동시에 놀이적인 요소들 또한 추구하기 때문에 많은 플랫폼은 MZ세대의 입맛에 맞춰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시장 내 중요 소비층을 잡으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트렌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I 숏폼(Short-Form) : 틱톡 (TikTok) I

 

 숏폼(Short-form) 콘텐츠는 플랫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분 이내의 영상, 혹은 10분을 넘지 않는 길이의 영상을 숏폼-콘텐츠라고 본다. 쏟아지는 막대한 양의 콘텐츠 속에서 간략하면서 자극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삼는 숏폼-콘텐츠는 ‘와이즈앱’의 2020년 1월 국내 사용자 분포 조사에 따르면 51%의 10대, 20대 비율을 자랑하는 등 국내 MZ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숏폼 콘텐츠가 최근 들어서 유행되고 개발된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에도 흔히 ‘움짤’이라고 불리는 gif 형태의 파일부터 짧고 밈(meme)적인 영상들이 각종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었다. 이러한 인기를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 시켜 콘텐츠 시장에 도입한 회사는 바로 2012년 창업한 <틱톡>이다. 틱톡은 2021년 월간 사용자 12억 명에 도달, 2020년 1분기 전 세계 앱 다운로드 1위 (자료: Sensor Tower(2020.04))에 들어서는 등 현재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틱톡을 포함한 다양한 숏폼 플랫폼이 대중들에게 주목받는 큰 이유는 바로 가성비적 소비이다. 숏폼 콘텐츠는 짧은 시간 소비보다 극대화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영상 인터페이스로 별다른 시간적 투자와 어려움 없이 스티커, 립싱크, 모션 등의 다양한 효과 콘텐츠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기의 발전으로 인해 동영상 소비 패턴의 변화로 이젠 많은 사람이 이동 중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한다는 점에서 콘텐츠 소비하는 시간에 대해 많은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짧은 길이의 숏폼 콘텐츠는 MZ세대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가성비적 소비라고 판단된다.

 

 숏폼 콘텐츠의 영향으로 예능, 드라마. 캠페인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콘텐츠를 ‘숏’하게 제작하려는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짧은 영상 속에 하이라이트 내용, 핵심 메시지만 담아 유튜브, 카카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에 공개하며 MZ세대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시도들은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 큰 변화 양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I 오디오 플랫폼 : 클럽하우스(Club House) I

 

 지난해 네이버 ‘오디오 클립’이 팟캐스트, 오디오북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항목을 선호 이유로 선택했듯이, 오디오 콘텐츠는 일상 행위를 하면서도 청각을 통해 쉽게 즐길 수 있는, 화면을 봐야 하는 영상 시청보다 멀티태스킹이 보다 더 쉽게 가능하다는 점에서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오디오 기반 소셜미디어부터 팟캐스트, 오디오북 등의 오디오 콘텐츠들은 최근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팟캐스트 플랫폼인 ‘팟빵’은 약 1,000만 명의 사용자 수와 2억 시간이 넘는 연간 청취 시간을 넘어섰고,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의 통계에 의하면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 라디오’는 2020년 월간 이용자(MAU) 300만 명 이상을 확보하며 오디오 플랫폼 중 ‘유튜브’(73%) 다음으로 높은 25.2%의 이용 현황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는 2020년 4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0개월 만에 약 598만 명의 사용자 수가 증가하고 지난해 4월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 건을 기록한 바 있다.

 

 최근 급성장세로 많은 언론에게 주목받고 있는 <클럽하우스>는 예술, 정치, 건강, 이슈 등의 다양한 분야에 관해 토론을 주고받는 음성형 SNS이다. MZ세대들 사이에서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받는 비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차별화된 소비이다. 클럽하우스가 초대만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조건을 내걸며 선택받은 ‘인싸’들만 들어갈 수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이용자들의 포모(FOMO)를 자극한다. 이용자들은 특별한 조건을 통해 차별화된 소비를 하고 있다고 믿으며 콘텐츠에 대한 만족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가성비적 소비이다. 쉽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화면이 아닌 음성을 활용하여 이용자가 쉽게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성비적 소비를 할 수 있다는 특징이다. 세 번째 특징은 높은 수준의 참여도이다. 클럽하우스는 다양한 셀러브리티들과의 실시간 대화, 일반인이 원한다면 오디오 DJ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부분에서 쌍방향적인 소통으로 높은 수준의 참여도를 느낄 수 있다. 정리하자면, 클럽하우스는 가성비적 소비, 차별적 소비, 높은 수준의 참여도 등의 특징으로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I 메타버스(Metaverse) I

 

 MZ세대에서 유행하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접두사 meta와 현실 세계,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결합어로, 가상과 현실이 동시에 공존하는 3차원 현실-가상 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아바타(Avatar)’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되기도 한 1992년 미국의 작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공상과학 소설인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소설이 발표되었을 당시 소설의 개념인 ‘아바타’와 ‘메타버스’를 뒷받침해줄 기술이 부족하였으나, 2003년 미국에서 매타버스 개념을 처음 선보인 <세컨드 라이프 (Second Life)> 부터 본격적으로 메타버스의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세컨드 라이프>를 시작으로 현재 메타버스의 대표 서비스들로는 <마인크래프트>, <포트 나이트>, <로블록스>, <제페토>, <디센트럴랜드> 등이 있다.

 

 메타버스는 이용자가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 등을 통해 가상 세계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가상의 자아를 생성하며 자신이 투영된 가상의 존재에 원하는 외모, 의류 등을 반영시킨다. 이러한 부분에서 메타버스는 서비스를 소비하는 이용자에게 높은 수준의 참여도를 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메타버스와 기존의 단순 가상 세계의 차이점은, 가상세계에서의 일이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고 현실 못지않은 참여도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진행된 버클리 대학교의 졸업식, <동물의 숲>에서 진행된 조 바이든의 선거 캠프, <제페토>에서 진행된 연예인 팬 미팅 등 기존 현실 세계의 일들이 메타버스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가상과 현실을 구분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이 현실 세계의 수익으로도 연결되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 또한 단순 가상 현실과 큰 차이점으로 볼 수 있다. <포트나이트>에서는 미국의 유명 가수 트레비스 스캇이 가상현실 콘서트를 개최하여 1,200만 명이 접속, 게임 내에서 입장권과 굿즈를 팔아 216억의 수익 창출을 걷은 바가 있고, 사용자들이 게임을 직접 제작, 교환, 이용할 수 있는 게임 <로블록스>에서는 게임 개발, 의류 디자인 등을 통해 약 200만명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 외 메타버스를 통한 뮤직비디오 제작, 팬 미팅, 브랜드 협찬, 가상 부동산 투자 등으로 다양한 경제적 이윤을 현실에서 남기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구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이유에는 메타버스 내 단순 소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메타버스에 내재되어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놀이 콘텐츠들을 이용자들이 향유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MZ세대들은 현실과 가상을 경계를 무너뜨리는 놀이 공간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국내 사례의 예시로는 네이버사의 <제페토>에서 실제 한강공원의 체험 공간, 구찌 브랜드의 구찌 빌라(Gucci Villa) 공간, 아이돌 블랙핑크의 블핑하우스 공간 등의 놀이 공간을 통해 막대한 조회 수와 소비 이윤을 창출한 바 있다.

 

 메타버스의 놀이적인 공간을 통한 경제적 가치 창출은 일종의 최신식 ‘탈물질화가 진행된 하이브리드 소비’ 라고 볼 수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기존현실 세계의 물리적인 공간의 제한과 시간의 공시력은 더욱 사라지게 되었고 공간과 시작의 응축으로 인해 디지털 소비수단이 더욱 다양화되고 가속화되었다. 메타버스의 사이버 머니, 코인 등은 물질적인 수단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비물질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소비 수단이 ‘탈물질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메타버스 공간 내에서의 소비는 더 이상 단순한 소비행위가 아닌 사용자들의 다양한 행위를 향유하는 공간으로 꾸며지게 된다. 즉 소비가 행해지는 공간에서 재미, 이벤트적인 요소들이 함께 행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학자 장 보드리야르와 발터 벤야민이 근대 초기의 드럭스토어와 아케이드에 대해 단순한 소비장소가 아닌 구경거리와 유희적인 방랑이 담긴 공간이었다고 주장하였듯이, 이전부터 흔히 우리 주변에 존재한 재래시장, 쇼핑몰, 놀이동산에서는 단순 소비행위만 행해지는 것이 아닌 풍물패, 야바위, 아동놀이시설, 건축물, 조명, 구경거리 등의 재미와 놀이 요소들이 함께 작동되어 왔다. 단순한 소비가 아닌 놀이와 이벤트 등을 통해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여러 소비 형태를 지닌 하이브리드 소비는 공간과 시간이 응축된 메타버스 공간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MZ세대들이 좋아하는 새롭고 차별화된 요소, 높은 수준의 참여도, 재미와 이벤트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뜨거운 인기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일종의 작은 니치(Niche:틈새)처럼 보였던 공간들이 현재에는 ‘플랫폼 시대’라는 이름 아래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공간이 되어버렸다. 과거의 미디어는 대량 상품화의 포드주의적 방식으로 대중들을 단순한 덩어리 형태로 취급하고 있었지만, 현재의 미디어는 포드주의를 벗어나 유연하게 대중들을 개개인으로 인식하고 수많은 카테고리와 데이터로 분화 시켜 대중을 ‘소중’으로 취급하며 세분화 시키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들이 현재 시장의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에 맞춰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해선 대중들의 관심사와 변화하는 환경의 흐름을 더욱더 빠르게 파악하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