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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64호] 섬광기억 유지연 기자 기억이 사진처럼 찍히는 날이 있다. 그날이 그랬다. 아침에 출근해 창가 끝자리에 앉았다.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을 손으로 툭툭털며 아침 기사를 훑었다. 머그잔에 담긴 커피가 목을 타고 짜르르 흘렀다. 눈이 푸석푸석해서 안약을 넣었다. 안경을 차에 놓고 왔다. 꼬고 앉았던 다리를 풀고 책상 아래 떨어진 슬리퍼를 더듬더듬 찾았다. 기획 회의하기 전에 빨리 다녀와야지. 그때였다. 세월호 전원구조 보도를 본 것은. 보도국 천장에 달린 4개의 모니터에 일제히 기울어진 선박의 영상과 함께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헤드라인이 보였다. 볼륨을 높였다.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요. 학생들은 전원이 구조가 됐다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학생이 324명이었고요, 선생님들이 14명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 더보기
[164호] 인간-동물-환경, One Health 박 우 승 기자 코로나19 감염이 최초로 보고된 이후, 2019년 11월부터 현재까지 3년간 세계 누적 확진 수는 약 6억 8천만 명을 돌파하였으며 사망자는 무려 6백 8만 명을 넘어섰다. 인명피해는 물론,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세계 각국의 민간 소비와 기업들의 생산 및 투자율은 크게 하락했고 세계 경기는 큰 상흔을 입은 채 여전히 침체 중이다. 이와 같은 팬데믹(Pandemic) 상황이 인류에게 처음은 아니다. 과거 흑사병으로도 알려진 14세기의 페스트(Plague) 부터 1918년의 스페인 독감(Spanish Flu), 2002년의 사스(SARS) 를 거쳐 신종플루(Influenza A), 메르스(MERS), 에볼라바이러스 (Ebola Virus), 코로나19(COVID-19), 원숭이두창(M.. 더보기
[164호] 강아지는 왜 강아지일까 장혜연 기자 하얀색 피부 앙증맞은 코에 부드러운 머리 결 날 내려 보네 널 안으면 내 맘까지 따듯해 내 어깨에 기대면 잠이 막 쏟아지네 - 크러쉬 ‘우아해’ 중 개는 멸종된 개과 동물(Canine)의 후손이다. 최초의 개과 동물은 약 4,000만 년 전 북미의 대륙에서 출현했다. 이후 800만 년 전쯤에 유라시아에 도착했다. 개들은 사람과 함께하도록 진 화되어왔고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개와 유전적으로 유사한구조를가진종은늑대,코요테,자칼,붉은늑대 등이다. 단순히 생활 습관이나 생김새만 닮았을 뿐 아니라 유전자 구조가 몹시 닮아 이종교배가 가능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개는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했을까. 인간은 개를 가축화(domestication)하며 관계를 맺어왔다. 늑대과 동물 들은 유전적 변화를.. 더보기
[163호] 당신이 남긴 또 하나의 발자국 오 유 선 기자 눈을 뜸과 동시에 머리맡에 충전해둔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시작 하는 하루.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구경한 SNS에 친구들의 새로운 소식이 올라왔을지 기대하며 들어가 본다.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들으며 학교에 가고, 페이퍼를 작성하기 위해 각종 논문과 정보를 검색한다. 중간중간 과제 혹은 프로젝트 관련 메일이 왔는지 확인하러 들어가면, 그사이 새로운 광고 메일들이 도착해 있다. 신문사 부원들과 화상회의를 한 후에 집에 돌아가 OTT 서비스로 동영상을 시청하며 저녁을 먹고, 유튜브와 SNS를 보다가 또다시 하루를 마무리한다. 평소와 같이 보낸 나의 소소하고 일상적인 하루의 행적은 다양한 형태로 결과를 남긴다. SNS를 통한 친구와의 소통, 나의 취향으로 구성된 음악 재생목록, 점차 완성.. 더보기
[163호] 따옴표가 아닌 물음표 유지연 기자 지난 9월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방송 카메라에 포착된 비속어 논란 때문으로 전 국민이 카오스 상황에 빠졌다. 해당 영상 속 발언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으로 들리지 않았느냐는 대통령 홍보수석의 말로 인해 전 국민은 ‘바이든 날리면’ 수수께끼를 풀어야 했다. 적절한 시기에 던져진 수수께끼 질문에 언론은 가장 안전한 방식을 택했다. 다수 언론이 ‘바이든’과 ‘날리면’을 병기하거나, ‘날리면’으로 쓰거나, 양측의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 자체를 뉴스로 전했다. 대통령실은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언론은 고것을 확 ‘물어’분 것이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언론은 거대 세력이 띄운 장기판의 말로 쓰였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정당 대변인, 기업 홍보담당자 또는 정치패널 등은 사실 자체보.. 더보기
[163호] 세상을 보는 눈 장 혜 연 기자 ‘노력도 재능이다?’ 며칠 전 인스타그램의 빽빽한 피드 창을 통해 눈길을 사로잡는 문구를 발견했다. 글은 몇 장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사진 안에는 인터넷 강의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는 유명인과 전문직업을 가진 인물이 등장했다. 단 몇 장으로 구성된 사진 안에는 공부는 ‘재능’이라는 선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자막이 쓰여 있었다. 댓글 창에는 ‘공부는 유전이다. 집중할 수 있는 능력과 노력, 환경 자체가 재능이다’라고 주장하는 편과, ‘그렇지 않다. 대학 진학 시험은 개인의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라는 찬반 논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이 같은 공부 논쟁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다만, 이전의 ‘공부 유전론’에서 발전된 점은 개인의 노력이나 환경도 재능의 영역으로 편입되었.. 더보기
[163호] 플랫폼 자본주의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플랫폼 자본주의의 종착역은 어디일까? 이 지 나 기자 2022년 10월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는 인명 피해가 있었던 화재도 아니고, 불로 인해 자연 훼손이 심각하게 일어났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위험이 전 국민에게 제기되었다. 바로 디지털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데이터센터가 전원을 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두가 체험한 일 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재난’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SK C&C 측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진압 하는 대비책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 별다른 방안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화재 진압을 위해 전원은 차단되었고, 전 국민이 오후 3시 30분부터 만 하루가 넘도록.. 더보기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6년, 언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유지연 기자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한 여성이 살해당했다. 많은 시민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추모공간을 만들어 국화꽃과 포스트잇을 놓으며 함께 분노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언론은 사건 발생의 개요와 변화 국면, 추모 열기를 보도하는 것까지 일제히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그 과정에서 ‘묻지마 범죄’라는 프레임을 씌워 ‘원인도 이유도 알 수 없는 범죄’라 결론을 내게 했으며, ‘조현병 환자의 소행’이라는 점을 강조해 ‘갑자기 발생한 문제적 개인의 이상 행동’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모 일간지는 살해당한 여성에게 ‘노래방 살인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 후로 6년 뒤인 2022년 9월 14일 신당역에서 또 다른 여성이 살해당했다. 피해자는 전 직.. 더보기
[162호] 커져가는(Giant) 보폭(Step)에 바빠지는 발걸음들 오유선 기자 “코로나도 끝나가는데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나 가볼까.” 코로나19의 규제 완화와 연휴 특수 등 활기를 되찾는 듯했던 여행업계 는 최근 다시금 한숨짓게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6월, 2009년 이후로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1,400 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올랐으면 단순히 미국 여행만 피하 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난데없이 필리핀 물가가 급등하고 전반적인 여행심리가 위축되는 등 예상치 못한 변화가 들려온다. 일반적으로 외화 결제 비중이 높은 항공사의 고충은 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환율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면 빠지지 않고 연방준비 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빅스텝(Big Step), 자이언트 스텝(Gi.. 더보기
[162호] 플랫폼으로 예속되는 팬덤, 그 힘은 어디까지인가 편집장 이 지 나 코로나로 인해 일상 속 수많은 대면 접촉이 지양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계 중 하나는 바로 음악 및 공연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중음악 팬덤, 특히나 K-Pop 아이돌 팬덤은 코로나19가 발발한지 3년차인 현재 나름 정상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대면 활동, 즉 콘서트, 음악방송, 팬 미팅, 기타 행사 등을 다시 향유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코로나19 이전부터 활발히 제작되어 온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비대면 콘텐츠에 적응하며 이전보다 더욱 다양해진 온라인 콘텐츠를 향유하는 새로운 팬덤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팬덤 문화는 1990년대에 데뷔한 1세대 아이돌부터 2020년대 현재까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기존에는 아티스트의 오프라인 활동이 있어야만 팬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