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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62호] 플랫폼으로 예속되는 팬덤, 그 힘은 어디까지인가

편집장 이 지 나

코로나로 인해 일상 속 수많은 대면 접촉이 지양되는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계 중 하나는 바로 음악 및 공연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중음악 팬덤, 특히나 K-Pop 아이돌 팬덤은 코로나19가 발발한지 3년차인 현재 나름 정상화 되고 있는 아티스트들의 대면 활동, 즉 콘서트, 음악방송, 팬 미팅, 기타 행사 등을 다시 향유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코로나19 이전부터 활발히 제작되어 온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비대면 콘텐츠에 적응하며 이전보다 더욱 다양해진 온라인 콘텐츠를 향유하는 새로운 팬덤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팬덤 문화는 1990년대에 데뷔한 1세대 아이돌부터 2020년대 현재까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기존에는 아티스트의 오프라인 활동이 있어야만 팬들끼리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렇게 해서 만나게 된 팬들 사이에서 대면 소통만 가능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온라인 팬덤 활동이 등장했다. 또한 팬덤 내부에서는 단순히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팬들이 등장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렇게 아티스트와 소속사 및 대중음악 업계가 제공하거나 주최하는 1차 오프라인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홈마와 팬-아티스트들로 구성된 생산자 계급의 팬이 제공하는 2차 창작 콘텐츠를 향유하며 주된 팬 활동을 거의 온라인에서 이어 가는 소비자 계급의 팬이 구분된 모습을 2세대 아이돌 팬덤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어서 3세대 아이돌 팬덤을 살펴보면,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한 팬덤이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구성하거나 활동을 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에 이르렀다는 점과, 보다 다양한 온라인 및 오프라인 콘텐츠를 누리게 되었다는 점을 특징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인해 팬덤의 노력이 들어가는 실시간 문자 투표와 온라인 투표의 힘이 커졌다. 팬덤이 돈을 지불하여 직접 진행하는 수많은 지하철역 및 전광판 광고의 증가, 연습생에게도 들어가는 ‘조공’과 선물,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 생을 홍보하는 등의 행위는 팬덤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사회 속에서 팬덤 활동이 대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취미 활동이나 소비 행위 중 하나로 받아들여질 수 있게 했다. 또한, 소속사와 방송사에서 제공되는 1차 콘텐츠가 다양하게 늘어난 만큼, 이를 편집하고 가공하며 팬들이 직접 생산하는 2차 콘텐츠 또한 급증했다. 3세대 아이돌 팬덤과 소속사 및 아티스트와의 소통의 방향은 양방향적이며 소통의 속도 또한 굉장히 빠른 것처럼 보여진다.

언뜻 보면 3세대 팬덤은 다양한 종류의 1차와 2차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누리며, 팬덤의 영향력과 권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채로 양질의팬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팬덤에게 권력과 영향력이 과연 진정으로 주어졌던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연습생 경연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를 끈 “프로듀스101” 시리즈 모두 그동안의 투표 조작이 드러나 메인 프로듀서 안준영 PD가 사기, 업무방해, 배임, 청탁 금지법 등 수많은 위법행위로 징역을 살게 되었다. 메인 프로듀서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듀서 두 명도 징역이나 벌금형이 선고 되었으며, 소속사 관계자들 또한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위 프로그램은 시청자들과 팬덤을 ‘국민 프로듀서님’이라고 지칭하며 연습생을 응원하는 팬이 바로 기획사 관계자처럼 데뷔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홍보한 점에서 소비자인 팬덤을 기만하고 연습생들의 미래를 바꾸어 버린 사건이다. 이렇듯 팬덤의 활동 범위가 가장 넓어졌으며 향유 가능한 콘텐츠가 가장 다양해졌고 아티스트 및 소속사와 팬덤의 소통이 완전히 양방향적인 것처럼 보여지는 이 시기에 대두되는 새로운 문제는 바로 플랫폼으로의 팬덤 포섭이다. 팬덤에게 제공되는 콘텐츠의 다양성과는 별개로, 고도의 인터넷 기술로 이미 소속사나 방송사 선에서 이미 제한되고 선별된 후 조작되거나 편집이 완료된 콘텐츠만이 제공되기 때문에 팬덤이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인터넷 발달 이전보다 오히려 어려워졌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터넷 전반에서 다양한 웹사이트를 이용하며 자유로이 생산하거나 소비 활동을 하던 팬덤이 특정 공간으로 집결 되기 시작한 것은 2020년이 지나 아이돌 4세대로 넘어가는 아주 최근 일어난 현상이다. 코로나 발생 전후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중음악 업계에서의 가장 큰 화두는 K-Pop 플랫폼의 탄생과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8월 네이버에서 출시한 V-Live 플랫폼을 시작으로, 2018년 12월에 SM Entertainment 는 Lysn 플랫폼을 출시했으며, 2019년 6월에 Big Hit Music은 Weverse 플랫폼을 출시했고, 2021년 1월에는 엔씨소프트에서 Universe 플랫폼을 출시했다. 대중음악 업계, 특히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K-Pop 플랫폼은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에서 수많은 가입자를 모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돌 2세대부터 시작하여 3세대에 이르러 더욱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제공되는 온라인 콘텐츠에 적응한 팬덤은 K-Pop 플랫폼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플랫폼은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검색 엔진, 음악 및 영상 엔터테인먼트, 쇼핑, 소통, 모빌리티 등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쿠팡, 네이버, 카카오톡 등의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플랫폼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사람들의 플랫폼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팬덤 문화는 현재는 자연스럽고 능동적인 사회적 활동 중 하나라고 여겨지지만 기존에는 하위 문화 혹은 저항 문화로 분류되어 왔었다. 현재도 기존의 의미를 어느 정도 계승하고 있는 팬덤 문화마저 자본의 투입으로 인해 플랫폼으로 집결되어 포섭되는 현상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그동안 아주 다각도로 해석되었고 발전해왔던 팬덤 문화가 거대 자본에 의해 플랫폼이라는 특정한 매체, 기술, 형식 등으로 예속되는 현상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K-Pop 팬덤은 현재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향유하기 위해 별다른 선택지 없이 K-Pop 플랫폼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따라서 이들은 K-Pop 플랫폼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이들이 K-Pop 플랫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를 먼저 알아보자면, 애플리케이션의 구현 수준과 완성도 자체가 낮은 것에 대해 팬들의 불만족이 크며, 이에 더해 돈을 지불하는 수준에 비해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실망감이 더 크다는 점이다. 팬들은 돈을 지불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시간 소통이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와의 채팅 알림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팬미팅 혹은 팬 사인회 등의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면 위 행사에 추첨으로 당첨되어야 하고, 이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 내부에서 추가 결제를 통해 앨범 및 굿즈 등의 상품을 구매하거나 응모권만 따로 구매하여야 한다. 앨범, 굿즈, 응모권 등의 상품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닐 뿐더러, 특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을 매 달 요금을 내고 구독도 해야 하고, 공식 팬클럽 칭호와 공식 팬클럽 전용 굿즈를 얻기 위해서도 돈을 내고 공식 팬클럽에 가입을 해야 한다. 또한 애플리케이션 내부에서 가치가 있는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재화(클랩, 러브 등)를 얻기 위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이벤트에 계속 참여하며 위 화폐를 일종의 노동을 통해 얻어야 하며, 정기 결제에 대한 보상으로 플랫폼 재화를 지불받는다. 또한 이런 플랫폼 화폐를 구매하기 위해 실제 돈을 따로 지불하기도 한다. 게다가 매월 멤버십이 갱신되는 구독 요금임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으로 콘텐츠가 계속 올라온다는 보장이 없이, 구독하는 아티스트가 얼마나 팬들에게 채팅을 보내고 싶은지 그 마음에 순전히 달려있으며 구독 시작 이전 시점에 아티스트가 보낸 채팅 메시지는 볼 수 없다. 똑같이 매 달 구독 요금을 지불하는 넷플릭스(Netflix)나 훌루(hulu) 등의 스트리밍 플랫폼과는 확연히 다른데, 구독을 시작하기 이전 시점에 등록된 모든 콘텐츠도 시청 가능하며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세 번째 이유는 팬들 간의 마찰이 쉽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기존 팬덤 활동이 온라인 네트워크 전반적으로 퍼져있어 다양한 웹사이트와 플랫폼에서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대형 자본이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팬덤을 자신의 플랫폼으로 응집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팬과 해외 팬, 단일 아티스트의 팬과 멀티 팬덤, 성인 팬과 미성년자 팬, 안티팬 혹은 사생팬과 일반 팬까지 서로 어울리지 않고 교류할 일이 많이 없었던 팬덤 내부의 다양한 세부 집들이 한꺼번에 같은 공간으로 모이게 되었다. V LIVE, Lysn, Weverse, UNIVERSE 모두 유료 서비스를 따로 구독하지 않는 이상 제한된 상태이지만 무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팬덤은 이렇게 플랫폼의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더문제가 된다는 반응이다. 안티팬의 유입이 쉽고, 이유 없이 다른 팬의 게시물이나 계정을 마구잡이로 신고 처리하여 정지시키고, 전 연령이 사용 가능하기에 기존 트위터나 다른 웹사이트 등에서 ‘잠금’ 계정 혹은 ‘부캐’ 계정을 사용하여 활동할 때보다 언행 등을 조심해야 하며, 아티스트에게는 숨김 처리를 할 수 있지만 모두에게 자신이 쓴 글이 보이기 때문에 여론에 선동되거나, 다른 팬들의 눈치를 보거나, 불쾌한 일에 휘말리기 더 쉬워졌다. 또한 해외 팬과 국내 팬의 팬덤 활동 양상도 다르기 때문에 여러 마찰이 빚어졌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해외 팬들이 2020년에 발생한 Black Lives Matter 운동처럼 해외 팬 사이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던 문제들을 K-Pop 플랫폼에도 가져와 아티스트에게 사회 운동 동참 요구를 펼쳤을 때 이를 환영하지 못했던 국내 팬의 반응 등이 있으며, 아티스트의 보정된 고화질 사진을 본 해외팬들이 백인을 따라하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아시아인들은 자신의 원래 피부색을 인정해야 한다며 사진 속 아티스트의 피부색을 일부러 노란색으로 다시 보정하여 문제가 되었던 사건 등이 있다.

네 번째 이유는 아티스트의 인권 침해 문제가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아티스트 목소리 합성, 모션 캡처를 이용한 뮤직비디오 제작 및 스타일링 게임 등은 아티스트라는 사람에게서 목소리와 겉모습만 분리하여 그 목소리와 겉모습을 서비스를 사용하는 팬의 의도대로 변질시켜 상품으로 작동시킨다는 데서 단순히 영상, 음악, 화보, 라디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나 목소리를 미리 정해진 대사에 합성할 때, 그 대사의 내용이 소위 ‘썸’을 타거나 연애를 하는 것처럼 표현된 경우가 있었는데, 과도한 대상화(objectification)라는 문제가 있다. 또한 구독을 시작한 ‘기념일(anniversary)’을 기록하고, 구독 일수가 늘어날수록 아티스트에게 답장할 수 있는 채팅 메시지의 글자 수가 늘어나는 것 또한 연애 과정과 유사함을 보인다. 위와 같은 “PRIVATE CALL” 혹은 “bubble”과 같은 기능은 스타와의 정신적 관계, 친밀감 교류, 실시간 소통의 경험을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특정 플랫폼에 돈을 주고 구매하는 행위이다. 아티스트의 몸은 목소리, 겉모습 등으로 조각나 상품이 되고 보내는 채팅 메시지마저 팬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이용된다.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이유로는 대형 자본이 팬들의 요구 및 니즈(needs) 파악에 실패했다는 것이 있다. 팬덤이 대표적으로 짚고 넘어갔던 부분은 크게 지난 몇 년 간의 추억을 쌓아왔던 기존 공식 팬카페 폐지 후 여러 아티스트와 알림도 구분되지 않는 종합 플랫폼으로의 입점에 대한 불만과 팬덤이 요구하는 부분, 즉 알림 개선, 서버 증축, 양질의 콘텐츠, 과도한 과금 유도하지 않기 등은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원하지 않는 콘텐츠의 업데이트만 지속된다는 점이 있다. 팬들이 원하지 않는 콘텐츠로는 팬 계정끼리 서로 구독하고 팔로워를 늘리며 친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아티스트를 보려고 가입한 플랫폼에서 팬 계층의 사람들끼리 구독자를 올리기 위해 홍보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또한 콘텐츠 자체에 대한 불만족도 있는데, 인공지능으로 말하고 움직이는 아티스트의 모습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불쾌’ 하고 ‘기괴’하다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평가 후기를 읽어보면 대부분의 팬들은 “팬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아라” 를 플랫폼 제작사에게 강조한다.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함께 공생하고 발전할 정당한 “소비자”로 취급해 달라는 팬덤의 요구를 파악하는 데 제작사와 소속사는 실패한 듯싶다.

어쩌면 팬덤이라는 것은 그 탄생부터 아티스트의 존재 자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집단일 수도 있다. 1990년대에 처음 아이돌 그룹이 등장했을 때는 콘서트를 참석한다거나, 방송국이나 아티스트의 집 혹은 소속사 건물 앞에서 기다리는 등 아티스트의 대면 활동에 참여하고 아티스트를 직접 목격하는 것만이 팬덤의 주요 활동이었다.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매체는 소식 전달용으로 사용되었을 뿐, 팬덤의 주요 활동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직접적인 대면 활동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 인터넷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 팬들은 스스로 팬아티스트가 되어 ‘직찍’과 ‘직캠’을 찍거나 팬픽 혹은 팬아트를 창작하는 등 2차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고,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1차 콘텐츠와 생산자 계급의 팬이 제공하는 2차 콘텐츠를 더욱 활발히 소비 및 유통시켰다. 이 시기부터 아티스트에 대한 충성도와 응원하는 정도를 증명하기 위해 앨범 구매를 인증하고, 콘서트 티켓을 인증하고, 음원 스트리밍 횟수를 캡처하여 인증하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그동안 충분히 투자하고 소비하였다는 것을 인증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소비로 아티스트에 대한 사랑의 척도를 증명하는것은 팬덤 스스로 만들어낸 문화이지만, 결국 그 소비를 유도하는 것은 아티스트와 소속사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팬덤의 다양한 온-오프라인 놀이 문화, 소통 문화, 생산 문화, 그리고 소비 문화가 그토록 복잡한 양상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다양한 활동을 진행, 유지 및 계승할 수 있는 공간과 이를 부추기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팬덤의 모든 놀이, 소통, 생산, 소비 행위 전부가 바로 주체인 ‘나’가 팬덤 활동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는 ‘실제감’ 및 ‘현실감’을 느끼고 표현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팬들이 ‘실제감’과 ‘현실감’을 느끼기 위해 이미 2세대 팬덤부터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이 구분 없이 활용되어 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K-Pop 플랫폼의 등장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 짐작하게 한다. 또한, 이러한 K-Pop 산업의 플랫폼화는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이전부터 거대 자본에 의해 주도된 현상 중 하나였다.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며, 같은 시간대에 있다는 현실감과 곁에 존재한다는 실제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팬덤의 욕구를 잘 파악한 K-Pop 플랫폼은 위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소속사를 포섭하여 ‘공식’ 서비스라는 칭호를 획득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여러 그룹의 팬덤을 한 곳으로 포섭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팬덤은 애플리케이션 자체에도 불만스러운 점이 많고, 돈을 유료로 지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며, 제공받고 있는 서비스나 콘텐츠에도 만족스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는 아티스트와 다른 팬끼리의 놀이 문화, 소비 문화, 소식 공유, 활동 참여 등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플랫폼을 다운로드하고, 개인정보를 제공하며 서비스에 가입을 하며, 돈을 지불하고 있다. K-Pop 플랫폼의 등장과 확산으로 팬덤만 손해를 보는 것 이 아니라 대형 자본을 가지지 못한 중소형 기획사 및 소속사도 피해를 입고 있다. 위와 같은 K-Pop 플랫폼에서 온라인 콘서트 혹은 팬미팅과 같은 행사를 실시간 중계하면, 평균 30% 에서 50% 사이의 수수료가 부과된다고 한다. 한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플랫폼이 떼어 가는 수수료가 많게는 55%까지 나온다고 한다. 위와 같은 수수료는 클라우드 서버 비용, 네트워크망 송출 비용, 홍보 비용, 중계 송출 장비 비용 등으로, 해외 팬이 많지 않은 신생 아이돌 그룹 혹은 중소형 기획사 출신 아티스트에게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에 더해 아티스트 개런티, 스태프 인건비, 공간 대여 비용, 조명 및 AR과 VR 등 신기술을 여러 가지 사용하는 다양한 무대 장치, 저작권료, 부가세 등 기본으로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당장 온라인 콘서트로 성공을 거둔 사례만 해도 대형 기획사인 하이브(HYBE)의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와 SM Entertainment의 소속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 콘서트(비욘드 라이브) 두 경우뿐이다.

이와 같이 변화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K-Pop 플랫폼은 당장에 이용자를 포섭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위와 같은 사업 모델이 오래 지속될 수 있으려면 팬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응할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며, 대형 기획사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중소형 연예기획사에도 공평한 계약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팬덤은 당장의 소외감에 플랫폼을 무조건 수용할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팬덤으로부터 가져가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팬덤을 바라보는 플랫폼의 관점은 어떠한지, 플랫폼의 의도는 무엇인지, 플랫폼의 수익 모델은 어떠한지 비판적으로 판단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는 기업과 동등한 위치에 있으며, 팬덤이라는 집단에 속해 있다고 하여 더 낮은 계급의 소비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더 높은 계급의 소비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특수한 환경과 배경을 지닌 채로 발전해 온 팬덤이라는 집단은 그동안 하위문화 혹은 10대 여성의 전유 문화 라고 취급받아 온 그 특수성을 인정하되, 1세대 아이돌부터 3세대 아이돌까지 변화하며 지나온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팬덤 또한 이와 같은 아티스트의 변화와 함께 공진화하며 변화했다는 것을 기업과 팬덤 스스로 모두 인정해야 한다.

팬덤 플랫폼을 통해, K-Pop 산업의 기반은 더 이상 아티스트의 대면 활동뿐만이 아니며, 비대면으로도 활동과 소통을 진행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 발병 이전부터 거대 자본에 의해 주도되기 시작한 K-Pop 산업의 비대면화와 플랫폼화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구현 기술 완성도 부족, 콘텐츠와 서비스 내용과 관련한 팬덤의 요구 파악 부족, 중소형 기획사의 불이익, 수익 창출 모델의 불안정성, 플랫폼 관련 규제 및 법률 등 사회적으로 논의와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또한 AR과 VR 혹은 인공지능 등의 최신 기술을 사용한 아티스트의 모습 재현과 아티스트의 인권 침해 여부 탐구, 온라인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저작권 문제, 팬덤이 K-Pop 플랫폼에 가입하고 참여하며 발생하는 개인정보 침해와 무임금 플랫폼 노동, 대형 연예기획사의 추후 미래 사업계획 및 거대자본과의 연계, 온라인 플랫폼 팬덤의 정체성, 플랫폼 서비스에 참여하는 아티스트의 사생활 침해 및 계약시간 외 노동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논의거리는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K-Pop이 다소 민족주의적 관점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적이고 거시적인 면모에만 집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문화적 측면, 개인 간의 관계 등 미시적인 면에서도 모두 발전하기 위해서 더 깊은 논의가 진행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