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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누구를 위한 서강 50주년인가 박승일 기자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반짝이는 네온사인 간판에 눈이 현란하다. 개교 50주년을 알리는 간판이 길 가는 사람들을 호객하는 잡상인의 몸짓마냥 요란하고 분주하다. 그 요란한 자기과시는 자본의 첨단인 명동거리를 장식하는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불편한 것은 그 형용색색의 형광색이 갖는 촌스러움 보다 5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욕망의 현상학이다. 그 간판은 그저 정문 앞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앞을 지나는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개방되어 있으며, 때문에 공간학적 위상을 갖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서강에 대한 광고이기에 독점적 위치를 점할 수 있으며, 결코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우리의 눈을 침범해 들어온다. 그리고는 결코 하나로 수렴될 수 없는 서강인들을 학교의 영광을.. 더보기
[108호] 손병두 총장 4년을 되돌아보다 곽중현 (사회학과 석사과정) 손병두 총장 4년을 되돌아보다 “서강은 지금 상처 받은 마음을 보듬어 주고, 각 구성원들의 하소연을 경청하면서 흩어진 의지들을 모아나갈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할 때이다. 이러한 리더십이 단순히 호기로운 자신감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서강대학교 13대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후보자들의 공개 소견발표회와 개별 면담을 거쳐, 지난 4월 14일 3명의 후보가 추천되었다. 이제 재단이사회가 3명의 후보 중 1명을 총장으로 선임하는 일만 남았다. 별탈 없이 절차들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현(現) 손병두 총장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차기 총장의 선출은 현 총.. 더보기
[108호] MB 시대 디렉터스컷 혹은 딕태이터스컷 홍성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 MB 시대 디렉터스컷 혹은 딕태이터스컷 영화 연구에서 가장 활발한 연구 분야 중 하나는 작가주의 연구이다. 작가주의는 불어인 오떼리즘(auteurism)을 번역한 것으로 작가, 저자라는 뜻의불어 auteur에서 유래하였다. 대체로 영화 연구자들은 일련의 시간의 누적 속에 지속적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펼친 영화감독에게 작가의 칭호를 부여하곤 했다. 새롭게 작가를 발굴하거나 기존 작가를 재조명하기도 했다. 영화를 산업이 아니라 예술로 격상한 이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창조한 이로 작가를 평가했다. 작가의 존재로 인해 영화 매체는 음악, 문학, 미술과 같은 다른 예술 매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제작자의 상업적 통제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레 자신의 .. 더보기
[108호] 길 위에서 함께 배움을 청하며 『추방과 탈주』의 저자 고병권을 만나다 『추방과 탈주』의 저자 고병권을 만나 현 한국 사회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길 위에서 함께 배움을 청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탈주에 대한 구체적 실천 지점을 함께 사유해 보고자 한다. 이 책은 어떤 계기로 쓰게 되셨나요? 제목이 많은 말을 하는 것 같은데요. 사실 이 제목은 2006년 가을쯤에 결정된 제목이니까 책으로는 2년 반 만에 나오게 되었네요. 원고는 매번 필요할 때마다 쓴 것이라서 사실 2년 반 동안 연구했다는 것은 거짓말이고요.(웃음) 책 앞에 썼지만 2006년 초반에 우리사회에 있었던 새만금 문제, 대출이 미군기지 건설, 노대통령의 한미 FTA선언 등을 보고 뭔가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그래서 그냥 걷자는 제안을 했는데,기왕 걸을 .. 더보기
[108호] 진화론의 진화-생물학을 넘어 사회학으로 가다 다윈 200주년 -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 기념 취재기자 안진선 진화론의 진화-생물학을 넘어 사회학으로 가다 진화론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문화, 예술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윈은 이를“진화론과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사례”라고 언급했으며 유전학자 도브잔스키는 진화의 개념을 통하지 않고 생물학의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생물학의 영역을 넘어 진화론은 사회를 해석하는 사회 생물학, 인간의 심리를 해석하는 진화심리학, 그리고 경제를 설명하는 진화경제학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사회생물학 고래는 부상당한 동료를 함께 수면으로 밀어 올리고, 코끼리는 넘어진 동료를 함께 일으켜 세워준다. 매를 처음 발견한 지빠귀는 경고음을 냄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지만 다른 새들이 도망갈 수 있도록 .. 더보기
[108호] 생명 기원을 밝히기 위한 한판 승부-진화 vs 창조 다윈 200주년 -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 기념 취재기자 안진선 인간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고갱의 미술 작품 제목이기도 한‘인간 근원에 대한 탐구’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모든 사람의 화두였던 동시에 미지의 영역이었다. 생물의 생성문제를 논하려는 시도는 고대부터 있었다.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흙, 물, 공기, 불이 결합하고 분리하면서 생물을 만든다고 믿었고, 아낙사고라스는 물고기에서 유래됐다고 믿었다. 철학자 데카르트,스피노자, 라이프니츠, 칸트, 헤겔도 인간의 근원에 대해연구했으나 관념적인 수준에 그쳤을 뿐 과학적인 증거를 제안하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종교만이 이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항해술이 발달하고 탐험이 늘어나면서 그 동안.. 더보기
[108호] 소크라테스에게 길을 묻다 엄정식(철학과 명예교수) 소크라테스에게 길을 묻다 오늘날 우리가 처해 있는 입장과 고대 아테네의 역사적 상황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시민들에게“너 자신을 알라!”라고 외치던 그 절박한 상황이 우리의 입장과 놀라울 정도의 유사점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들과 우리들 사이에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엄청난 거리가 가로놓여 있고, 또 급속한 과학 문명의 발달로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양자 사이의 유사점에 주목하고 이것을 문제 삼는 이유가 무엇일까. 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이 더 본질적인 요소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유사점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아테네를 통해 한국을.. 더보기
[108호] 2000년대 거대한 변환과 칼 폴라니 구본우(중앙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2000년대 거대한 변환과 칼 폴라니 만약 리스크의 정확한 계산이 실제로 가능했다면, 신자유주의의 신봉자들이 말해왔던 것처럼, 인류에게 가장 효율적이고도 안전한 유토피아의 세계가 열렸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위기는 리스크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사회 전체를 이 리스크 계산의 바탕 위에 움직이도록 만든다는 것이 바벨탑을 쌓는 일에 불과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사회 전체가 자본시장이 됐을 때, 사회는자본시장의 논리를 감당할 수 없고 자본시장의 운동 방식은 사회의 변화무쌍함을 감당할 수 없다는 단순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어제까지의 지구 경제는 자유로운 시장 거래, 지구적 자본시장 통합, 치솟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사람들이 금융.. 더보기
[108호] 근대과학의 이념 이정민(KAIST 인문사회과학부 대우교수) 근대과학의 이념 1245년 파리 대학. 얼마 전 자기 스승을 따라 옮겨왔다는 한 학생. 스물이나 되었을까? 선생처럼 머리를 짧게 깎고 흰 옷 위에 검은 망토를 걸친 모습에서 교단에 몸담은 수사임을 알 수 있다. 강의 주제는 최근에 이 대학에 들어 온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 난해한 개념과 미묘한구분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경청한다.“자연을 탐구 할 때에는 창조주 신이 자유 의지에 따라 창조한 모습이 로 무너지기까지 자연에 대한 기본 탐구 방식이었다. 이렇게 자연에 대한 탐구에서도 실험이나 관찰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권위가 중시되었다는 점에서 중세 대학은 근대 대학과 같은 연구 기관이 아니라 기독교 세계에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을 흡수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세워진 기.. 더보기
[108호] 인간의 조건과 소통 원용진(신방과 교수) 인간의 조건과 소통 해녀의 잠수는 보물 캐기다. 숨 가쁜 잠수를 하지만 해녀는 바다 밑바닥 모든 것을 샅샅히 건져 올리진 않는다.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도움될 만큼만 건져 올릴 뿐이다. 인간이 역사를 만드는 방식도 이 같지 않을까. 인간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그를 자신의 삶과 연결시킨다. 과거의 삶에 담긴 보물을 캐 현재로 가져온다. 그리고 미래를 새롭게 연다. 해녀의 잠수 작업처럼 보물을 캐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인간 능력을 아우구스티누스는탄생성(natality)이라며 노래했다. 바다 속 보물을 캐는 행위는 해녀 자신 만을 위한 것은아니다. 자신의 생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과도 연관됨을 해녀는 알고 있다. 그의 잠수는 결코 개별적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