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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반수사학 시대와 소통의 진실 우찬제 (국어국문학과 교수) 말의‘홍수’와 소통의 위험 『홍수』에서 르 클레지오는 안개와 폐허의 장벽 뒤에서“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낙원”을 응시한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미묘하고도 아련한 희열을 주던장소였다. 그런데 인간은 결정적이고 급속하게 그 낙원을 상실했다. 실낙원의 증후는 다채롭지만, 그 중“소리들은 소란으로 변”했다는 대목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말[言語]들은 그 광란의 무용을 다시 시작했다. 말들은 서로 얽히고 덧붙여지고, 분할되고 하는 것이다.”말의 광란은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말은 인간의 정신을 넘어서고, 정신은 말을 따라가지 못한다. 소란한 소리로부터 인간의 소외 양상은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말들은“계속 이어지고 거대해지는데, 정신은 그만 십분의 일초가 부족하여 정신이.. 더보기
[108호] 소통(疏通)과 한국의 학술 문화 김경만(사회학과 교수) 학문에서의 소통이란 무엇이며 또 기능은 무엇인가? 대학원 신문사에서 소통에 관한 글을 부탁받았을 때 주저 없이 응낙한 이유는 내가 이 질문에 대해서 오랫동안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소통이란 그 사전적 의미가“막히지 않고 잘 통함”인데, 학문에서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보통 우리는 어떤사람이 꽉 막힌 사람이라고 할 때 이 사람과“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 철학과 사회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주제였으며, 지금도 그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합리성 개념과도 소통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즉, 어떤 사람이 합리적(rational 혹은 resonable)인 사람인가라고 물어볼 때 우리는 소통이 되는 사람, 즉대화가 되는 사람을 말한다. 예를.. 더보기
[108호] 소통을 허하라! 소통을 허하라! 서강에는 대학원 신문이 없다. 신문이 없다는 것은 각 단과대학의 소식을 간추려 전할 매체가 없음을, 연구동향과 성과를 알릴 수 있는 소통(疏通)의 장(場)이 없음을 말한다. 소통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단절을 낳고, 이러한 단절은 분과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학문적 요구에 장애로 작동한다. 대학원의 목적이 지식인의 양성이라면, 그리고 이 지식인이 결코 고립된 영역에 한정된 기능인이 아니라면, 소통의 단절을 극복하고 틀지어진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야말로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모두에게 요구되는 소임이 아닐까. 때문에 신문을 만드는 것은 단지 하나의 매체를 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말 그대로 서로를 통(通)하게 하는 길이며, 동시에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작지만 견고한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