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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8호] ‘팬 플랫폼’ 그물망에 갇힌 팬덤

 플랫폼 기업과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팬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팬덤 시장을 흡수하여 수익을 내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의 영향으로 현장 콘서트, 팬미팅, 공개 음악 방송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팬과 스타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은 온 라인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기획사들은 스타를 알리고 팬덤을 확장하기 위해 여러 플랫폼으로 들어가고 있다. 온라 인 디지털 시장에는 팬플랫폼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과 플랫폼 기업들은 소셜 미디어에 흩어 져 있던 팬덤을 플랫폼에 집결시키고 외부에 존재했던 제품의 유통과 거래를 들여왔다. 

 

 팬플랫폼의 수익원은 음반, 굿즈, 멤버십의 유료 제품, 팬미팅, 콘서트 등 온라인 공연, 유료 구독을 통해 사적 메시지로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예능과 같은 독점 콘텐츠 등이 있다. 플랫폼을 만들면서 이용자 정보를 활용하여, 일 상적이고 자연스럽게 팬들의 지출로 이어나가는 망을 만들고 있다. 

 

글로벌 팬 플랫폼, ‘위버스’


 팬 플랫폼의 대표주자는 위버스, 버블, 유니버스 등을 꼽을 수 있다. 위버스(Weverse)는 하이브(HYBE, 전 빅히트엔터테인먼 트)의 자회사인 위버스 컴퍼니가 지난 2019년 6월 출시한 글 로벌 팬플랫폼이다. 팬들은 위버스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커뮤니티에 가입해, 아티스트에게 글과 사진을 남길 수 있으며, 아티스트가 올린 사진과 글을 볼 수 있다. 

 

 위버스 앱 다운로드 수는 천 만회를 넘었다. 위버스는 단 순한 팬클럽, 커뮤니티가 아니다. 팬클럽의 관리, 굿즈 판매, 온·오프라인 콘서트 예매 등을 위한 종합 플랫폼이다.  닐슨 미디어 한국 디지털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 위버 스 이용자의 성별과 연령 비중은 여성이 96%, 10대가 46% 이다. 위버스는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데, 유지율은 85.7%, 재 이용일수는 13.4일에 달한다. 위버스 이용자 중 64%는 위버스 에 입점 아티스트 공식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위버스샵을 이용하고 있다. 위버스의 독점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아티스트 별 멤버십 구독을 구매해야 한다. 

 

 현재 위버스에는 빅히트 뮤직 소속의 방탄소년단(BTS), 투 모로우바이투게더(TXT), 빌리프랩 소속 엔하이픈(ENHYPEN), 플래디스 소속 세븐틴이 있다. 또한, 와이지(YG)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블랙핑크(BLACKPINK) 등 국내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해외 아티스트까지 ‘입점’해 있다. 플랫폼이라는 시장에 마치 아티스트들은 점주가 된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입점하다 보니, 점차 구조가 복잡해지고, 잦은 업데이트와 알람 오류 등으로 이 용자들을 불편을 겪기도 했다.

 

팬 플랫폼의 시초, 네이버 ‘브이라이브’

 

 국내 팬 플랫폼의 시초는 네이버의 브이라이브(V LIVE)이다. 브이앱으로 불리는 브이라이브는 네이버가 2015년 9월 1일 공식 출시한 스타와 팬이 함께 하는 동영상 실시간 방송 서비스 플랫폼이다. 팬들은 스타의 채널에 가입하여 스타의 실시간 소통 방송은 물론 라이브 무대 방송을 볼 수 있으며 시청자들 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이 플랫폼은 라이브 방송 을 통해 팬과 지속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브이라이브는 지난해 전 세계 다운로드가 1억 건을 돌파 했다. 브이라이브에는 채널 1,454개가 있으며,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미국, 말레이시아, 태국, 스페인, 홍콩 등 16개국에 서 이용되고 있다. 스타들의 비대면 팬 소통 수단으로 브이라 이브를 자주 이용하는 만큼, 브이라이브는 K팝 아이돌 팬의 필수 앱으로 자리 잡았다. 

 

 브이라이브는 연예기획사와 손을 잡고 확장 공사를 벌였다. 네이버는 2020년 4월 SM엔터테인먼트 그룹과 전략적 제휴 를 맺고, 1천억 원을 투자했다. YG엔터테인먼트에도 총 1천억 원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 1월 네이버는 브이라이브 사업을 하 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에 팔고, 위버스컴퍼니 지분 49%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되었다. 한때는 경쟁 팬 플랫폼 업체였던 두 업체의 결합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플랫폼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다수 존재해 경쟁이 제한될 우려는 적다고 판단해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하이브는 위버스와 브이라이브를 합친 새로운 통합 플랫 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라이브 방송에 특화된 브이라이브와 콘텐츠 생산에 강점이 있는 위버스가 통합되면서 플랫폼 운영 에 시너지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됐다. 브이라이브는 월간 활성이용자수가 최소 3천만 명에 달한다. 위버스는 가장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입점해 있다. 이 둘의 통합은 국내 팬 플랫폼 1위를 달성하기에 충분하다.

 

팬과 아티스트 ‘1대 1 채팅’ 플랫폼, ‘버블’


 리슨 버블(Bubble)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디어 유에서 지난해 출시한 팬 플랫폼이다. 버블은 카카오톡과 유사 한 형태로 팬이 선택한 아티스트가 전체 메시지를 보내면, 마치 1 대 1 채팅처럼 팬 개인에게 수신되는 형태이다. 아티스트 가 직접 작성한 메시지와 실제 음성을 받을 수 있고, 아티스트 가 팬의 답장을 확인하면 숫자 1이 사라지는 등 메신저를 주 고받는 느낌을 준다. 아티스트는 팬들이 보낸 답장을 하나의 대화방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고, 팬들은 아티스트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를 기준으로 3차례 답장을 보낼 수 있다. 


 팬이 아티스트와 대화를 하려면 구독권을 결제해야 한다. 버블은 기획사별로 별도의 앱을 내려받아야 하며 구매한 이용 권의 인원수만큼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선택할 수 있다. 팬들은 메시지 수신을 원하는 그룹을 선택한 후, 원하는 멤버 수만큼 구독권을 결제할 수 있다. 1인권 4,500원부터 16 인권 5만7,000원까지 가능하다. 버블 방문 빈도가 높은 아이 돌 멤버를 ‘버블 효자’라고 부른다. 팬들은 버블 답장을 주는 횟수인 버블 방문 빈도 통계를 내어 버블 구독 멤버를 추천 한다.

 

 장기구독자를 위해 구독한 날로부터 기념일이 시작된다. 기념일 기준으로 1~49일까는 30자, 50일 50자, 77일 77자 등 글자 수가 추가된다. 버블에서 제공되는 아티스의 메시지, 사진, 영상, 음성 등 모든 콘텐츠는 유료회원만을 위한 독점 콘텐츠이다. 대화 내용은 개인 소장만 가능하다. 이를 외부로 유출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미션과 보상, 게임사 팬 플랫폼 ‘유니버스’


 ‘유니버스(UNIVERSE)’는 게임사인 엔씨소프트가 올해 1월 출시 한 팬 플랫폼이다. 올해 6월 7일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0만 을 돌파했다. 몬스타엑스(MONSTA X), 더보이즈, 오마이걸, 브레이브 걸스, 강다니엘 등 아티스트들이 하나의 플래닛으로 존재한다. 

 

 기본 멤버십은 월 3,500원이며 멤버쉽 1인권(월 7,900 원)~70인권(22만9,000원)까지 결제가 가능하다. 유니버스의 유료화폐는 러브(Luv)이며, 유니버스 내 활동으로 모을 수 있는 무료 화폐는 클랩(Clap)으로 부른다. 마치 게임처럼 팬들 이 미션을 달성하면 굿즈와 응모권 교환에 필요한 클랩을 획득 한다. 유니버스의 특징 중 하나는 AI 보이스 기반의 ‘프라이빗 콜’이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상황에 맞춰 제공한다. 

 

 팬 랭킹, 배지 모으기 등 팬덤 활동을 기록하며, ‘서포트 하기’ 랭킹제를 도입하여 팬덤 간의 경쟁을 유도한다. 이러한 플랫폼의 구조 속에서 ‘현질’하게 만들고, 체류 시간도 길어 진다. 이 플랫폼의 경우 앱의 지연과 오류 등 사용자 경험이 떨어지고 팬의 심리를 이용한 돈벌이라는 비판과 함께 외면 받아 이용자 수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팬들은 팬 플랫폼을 이용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소통하고 있다.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팬의 참여와 움직임은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면서, ‘소비자’라는 주체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덕질’에는 돈이 필요했다. 팬들은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팬사인 회에 당첨되기 위해 수십, 수백 개의 앨범을 사서 ‘앨범깡(앨범 을 사서 깐다)’을 한다. 기획사의 마케팅과 전략에 팬들은 어느 새 익숙해져 간다. 이제 기획사는 플랫폼을 통해서 팬덤 시장 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으며 이용자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높이기 위해 더욱 촘촘하게 소비 구조 를 설계할 것이다. 팬 플랫폼이 몸집을 키우는 이 현상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