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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8호] 세상의 이슈를 접하는 방법

세상의 이슈를 접하는 방법

- 실시간 검색어 폐지와 그 이후 -

 

오유선 기자

 

“어젯밤 실검(실시간 검색어) 확인했어?”

“어쩐지 실검에 통신사들 떠있더라니... 카톡 서버 터졌다.”

“실검에 1호선 떠있네... 또 연착됐나 봐.”

 

https://www.pngwing.com/ko/free-png-bfgoe

 

 

올해 초까지 많은 사람들이 하루의 시작, 중간, 그리고 끝을 함께 했던 주요 일과는 바로 실시간 검색어의 확인이었다. 그날그날의 이슈를 확인하고, 재난 상황 등의 속보를 접하고, 스타들의 뜻하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되는 등 실시간 검색어는 오랜 기간 세상일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아갈 수 있었던 주요 통로 중 하나였다. 하지만 국내 포털 사이트의 양대 산맥인 다음과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가 차례로 폐지되면서 실검의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방법 혹은 여타 몇몇 포털 사이트에 여전 히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용률 자체가 낮다 보니 그 활용 정도와 효과 또한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지난 몇 년간 실시간 검색어의 포맷과 이용 방식은 계속해서 변화를 겪어왔다. 어느 날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못 보던 필터가 형성되어 있어서 내가 분야별 관심 정도를 설정해야 하기도 했고, 보다 직관적이었던 검색어 차트의 포 맷은 점차 복잡한 모습으로 변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 히 높은 이용률을 자랑하던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진 이후, 특 히 코로나19 사태로 도무지 집 밖의 소식을 접하기가 힘들어 진 요즘에는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지면 서 문득 ‘실검’의 부재를 느끼기도 한다. 이어서 다음과 같은 의문들이 연달아 떠오르기도 한다. ‘실시간 검색어는 어쩌다 폐지된 걸까?’, ‘사람들은 실시간 검색어의 폐지에 대해 어떻 게 생각할까?’, 그리고 ‘요즘에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세상 밖의 이슈들을 접하고 있을까?’

 

 

실시간 검색어, 16년간의 역사

 

실시간 검색어는 2020년 2월 ‘다음’, 2021년 2월 ‘네이버’에 서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2005년 서비스가 첫 실시된 이후 약 16년간 자랑해온 역사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오랜 기간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이용해오면서, 검색어를 접하기까지의 근본적인 제공 방식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이용률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네이버 실검’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실시간 검색어는 어느 한 시점의 절대적인 검색 수에 따라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검색량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그 비율을 기준으로 산출 되어 왔다. 이를 보다 자세히 알아보면, 약 15초 사이에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에 입력된 검색어의 입력 횟수와 최근 약 10 분 동안 진행된 해당 검색어 입력 횟수의 평균과 표준편차 등 을 산출하여 그 증가폭이 큰 검색어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자칫 검색어 조작 및 광고성 도배 등의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었으며, 수년간 많은 비판 과 피드백을 받으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왔다. 네이버의 경우 2017년에는 ‘급상승 트래킹 히스토리 서비스’ 제공을 시작하여 검색어 순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래프로 제시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 2018년 서비스의 정식 명칭이었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급상승 검색어’로 바꾸며 검색어의 선정 기준을 보다 세분화, 구체화한 바 있다. 이후 2019년에는 서비스를 개편하며 연령대별, 분야별로 개인이 관심사를 설정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인공지능 기능을 더해 개인별로 차별화되는 시스템을 제공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이용 자들의 능동적인 정보 소비 트렌드의 추구’라는 이유로 종료 되었다.

 

 

‘실검’ 폐지에 대한 상반된 입장

 

실시간 검색어 폐지의 공식적인 이유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용자들의 능동적인 정보 소비를 위함이었지만, 서비스가 시행되었던 기간에 검색어 조작 의혹, 기업의 상업적 이용, 어뷰징 기사 증가 등의 이유로 끊임없이 폐지에 대한 요구가 이어져 왔다. 우선 가장 많이 제기되었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 의혹의 경우, 앞서 살펴본 산출 방식과 같이 짧은 시간 동안의 검색어 입력 횟수를 늘리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의 동 원을 통한 조작의 위험성이 존재했다. 이와 관련하여 기업에서 는 이벤트 진행 등을 목표로 특정 검색어를 순위에 오르게 하는 등, 소비자 유입이라는 상업적 목적만을 위해 열을 올리게 되 었다는 의견 또한 존재했다. 그리고 온라인상의 화제가 된 기 사들을 반복적으로 유사하게 게재해 포털 사이트에 많이 노출 되도록 하는 ‘어뷰징(Abusing)’ 기사 또한 문제가 되었는데, 이 러한 어뷰징 기사는 결과적으로 정작 주요한 뉴스들이 주목받 지 못하고 밀려나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과 위험성의 증가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다양한 개선의 노력 에도 폐지에 대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하지만 막상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된 이후, 많은 사람들 은 기존의 실검 서비스 이용으로 누릴 수 있었던 이점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실시간 검색어라는 이름 그대로 실시간의 이슈를 바로바로 파악 하기 힘들어졌다. 비단 연예계 혹은 스포츠계 등 스타의 소식이 아니더라도, 정치, 사회, 경제, 국제적인 이슈를 아무 노력 없이 접하는 시대는 지나게 되었다. 다음으로 보다 일상과 관련 된 사항으로 넘어가 보자면, 각종 재해 혹은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하기 힘들어졌다. 출근 시간 대중교통의 고장 혹은 연착 소식, 태풍과 폭우 등의 급작스러운 이상기후 현상, 그리고 SNS 서버 문제 등 각종 인터넷 서비스의 오류에 대처하기 힘들어 졌다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무엇보다 앞서 말한 의견들을 포괄하는 가장 큰 아쉬운 점은 바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슈 유튜브와 알고리즘

 

글의 시작 부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국제적 이슈는 고사하고 주변 사람들의 소식도 경험 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실시간 검색어 폐지 이후 각종 소식을 접하기 위해 많이 찾는 것은 이슈 유튜브다. 이슈 유튜브 중에는 모든 분야의 전반적인 이슈 를 다루는 채널도 있는가 하면, 연예계 위주의 이슈를 전하는 채널, 국제 정세 및 정·재계의 이슈를 전하는 채널 등 특정 분야의 이슈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채널 또한 다양하게 존 재한다. 이용자들은 이중 원하는 이슈를 다루는 채널을 구독 하며 그야말로 실시간 검색어 폐지의 지향점이었던 능동적인 정보 소비를 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용자가 특정 이슈를 관심 있게 접하고 난 후에는 그 순간부터 알고리즘에 의해 유사한 분야 및 입장의 영상들이 한동안 지속적으로 제공된다. 결국 나의 관심사와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정보를 기반으로 알고 리즘이 형성되지만, 그 안에서 나의 관심사와 정보의 선택이 점차 수렴될 가능성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사실 이슈 유튜브를 구독하면서 유사한 영상들을 반복해 서 접하는 것보다 더 우려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점은 바로 세 상사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슈 유튜브 영 상들의 댓글을 보다 보면 ‘이런 소식은 찾아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것 같은데’ ‘이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 등과 같은 반응이 적힌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확실한 건 해당 댓글을 쓴 작성자가 접하지 않는 분야의 이슈 영상에서 도 그러한 내용의 댓글이 달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지고 분야별 이슈 영상들이 각개전투를 벌이는 상황 속, 특정 분야와 시각에 수렴하지도 않고 영상들의 흐름 속에 함몰되지도 않는 균형의 감각이 그야말로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