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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8호] 군의 사각지대

군의 사각지대

박 우 승 기자

출처: NETFLIX

 2021827, 웹툰 <D.P: 개의 날>이라는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가 전 세계적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드라마의 시놉시스는 2014년 강원도의 육군 헌병 부대를 배경으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이탈 체포조(D.P.)에 소속된 정해인(준호역)과 구교환(호열 역)이 탈영병들을 쫓으며 탈영병들이 탈영하게 된 다양한 사연을 마주하는 줄거리이다. 포스터의 왜 그들은 탈영병이 되었나라는 글처럼 드라마에서는 각 줄거리에 나오는 탈영병 대부분을 처음엔 문제가 있고 골칫거리로 묘사하지만, 점차 드라마의 줄거리가 진행되고 그들이 탈영병이 된 계기와 사연들을 비추며 대중들에게 감정이입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총 6회차로 구성된 드라마 ‘D.P.’는 단체로 집합 시켜 구타와 얼차려 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못 박힌 벽 앞에 후임을 세우고 밀기, 후임의 부모님이 보낸 편지를 읽으며 폭언, 수면 중인 후임에게 방독면을 씌우고 물고문, 야간에 후임에게 자위행위 강요 등 군대 내에서 일어날 법한 가혹행위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사회에 많은 관심과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 ‘D.P.’에 대한 견해는 크게 두 견해로 나누어지는데,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군부대는 부조리가 발생하기 힘든 좋은 환경이다라는 견해와 현재에도 그렇지 않다라는 견해로 나누어진다. 전자의 견해는 드라마 ‘D.P.’가 일으킨 파장에서 아마도 제일 큰 질타를 받는 국방부가 포함된 군 입장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D.P.’에 대한 인터뷰에서 군 관계자는 극한의 가혹행위 묘사가 판치는 드라마를 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니 난감하다라는 입장을 이야기한 바 있고, 육군 간부는 주말에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드라마(D.P.)를 함께 보는데 아들이 놀란 표정으로 자꾸 나를 쳐다봐서 민망했다라고 했다. 또한 전인범 전 특수전사령관도 “10~15년 전 군기가 가장 문란한 부대들에서나 일어날 만한 가장 극단적 상황을 모았다라고 자신의 SNS에서 ‘D.P’에 대해 언급하였다. 다른 군 관계자는 “2014년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보기에는 좀 심하다라며 전반적인 느낌으로는 2000년대 중반 정도 일을 극화한 것 같다라고 하였다. 최근에는 국방TV에 나온 현역병이 ‘D.P.’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부조리는 제가 봤을 때 다 사라진 것 같다라고 발언하며 대중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다. 대부분의 군 관계자들은 ‘D.P.’ 의 부조리 장면들에 대해 2000년대 초반에나 극단적으로 있을 법했던 사건들을 ‘D.P.’에서는 극도로 과장해 묘사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대다수의 군 관계자들의 말처럼 과연 ‘D.P.’에서는 10~15년 전에나 있을 법했던 가장 극단적인 일들을 과장해 대중들에게 보여 준 것일까? 우리는 ‘D.P.’의 배경적 시기와 현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먼저 ‘D.P.’의 시기적 배경은 2014년이다. 2014년에는 제28보병 사단에서 선임병들이 후임 한 명을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윤 일병 사건과 제22보병사단에서 병장이 집단 따돌림 등을 견디지 못해 무장 탈영하여 총기를 난사한 임 병장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 해이다. 군 관계자들은 약 10~15년 전인 2000년대 초반에 일어날 법한 일들이라고 했지만, 당장 6년 전인 2014년에도 윤 일병 사건’, ‘임 병 장 사건을 비롯해 부대 내의 가혹행위와 방조로 인해 자살한 이 상병 자살 사건’, 해병대 선임병이 전입 2개월 된 신병에게 소변기를 핥게 하는 해병대 1사단 소변 핥기 가혹행위 사건등 부대 내 각종 부조 리, 가혹행위는 꾸준히 존재했었다.

 

 현 상황인 2021년에도 부대 내 가혹행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공군 여중사가 상사에게 강제 추행을 당한 후,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나 조직적 은폐와 2차 가해로 고통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성추행 피해 사건’, 선임병들이 후임병 1명을 약 4개월간 집단 폭행, 성추행, 감금 등 각종 가혹행위를 저지른 공군 집단 폭행 사건’, 공군교육사령부 조교 두 명이 약 3개월간 후임병들을 상대로 폭행과 유사 성행위, 항문에 십자 날이 달린 전기드릴을 갖다 대는 등의 가혹행위를 저지른 공군 전기드릴 가혹행위 사건’, 군 간부가 운동 경기 중 한 병사를 폭행해 전치 6주의 골절상을 입히고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한 22보병사단 병사 폭행 사건2021년에도 부대 내 가혹행위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들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군 내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사건 피해자의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 등을 책임지고 맡아야 할 지휘관들이 인사 평정 상 불이익, 감찰에 대한 거부감과 피로감 등을 우려해 이를 무마 및 은폐하려는 시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부대 무사고 000일 기록 확보라는 보여주기식의 근본적인 군조직 문화 또한 조직을 더욱더 폐쇄적이고 은폐 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여러 언론에서도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유교적 전통과 군대 문화와의 결합은 철저한 수직관계 확립을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하였고, 군기 확립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병영 부조리와 가혹행위들은 여전히 군의 사각지대에서 존재하고 있다. 군대에서는 군에 적응시키기 위해 오직 개인을 무너뜨리는 과정만 존재하고, 그것을 복구시키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에서 병사들은 개인이 망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제공된 연간 군 자살 사고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도부터 2019년도까지 매년 약 50건 이상의 자살 사망 사고가 꾸준히 존재한다. 2020년에는 자살 사망 사고가 42명으로 전년도 보다 하락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이승엽 교수와 예방의학자 윤창교 기술관이 이끄는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 장병 100명 중 4명꼴로 자살 사고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훈련병, 이병, 일병과 같은 계급이 낮은 사병일수록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확률이 커졌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군대의 철저한 수직관계 속에서 군기 확립의 명목으로 낮은 계급의 병사들에게 삶을 포기할 정도로의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주는 병영문화가 아직도 군 어딘가에서 지속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D.P.’에서 연출된 가혹행위들과 현실과의 교집합에 대해 대중들의 수많은 의견이 쏟아지게 되어 군 내 부조리와 가혹행위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들이 수면 위로 떠 오르자, 결국 국방부에서는 지난 6, 대변임을 통해 정례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 입을 열게 되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드라마 ‘D.P.’에 대한 군 관계자들의 의견들이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냐라는 질문에 지금까지 국방부와 각 군에서는 폭행, 가혹 행위 등의 병영 부조리들을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병영혁신 노력을 기울여왔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일과 이후 휴대 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인해 현재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러한 국방부의 답변은 악성 사고에 대한 예방과 방지가 아닌 병사들에게 악성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휴대기기로 악성 사고에 대해 폭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 5월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페이지에 올라온 국방부의 <장병 복무 여건의 획기적인 개선, 선진병영문화 조서의 출발선>의 내용으로 총 5가지 개선사항인 병 봉급 인상,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허용, 병 자기개발 지원, 부상치료비 지급 환경 조성, 징계제도 개선이 올라왔다. 하지만 국방부가 내놓은 획기적인 개선이라고 하는 것들은 봉급, 휴대기기의 사용, 자기개발 지원, 부상치료비 등 지극히 병사 개인 차원에서의 물질적 차원의 지원들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군대 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부패한 조직 문화들을 좀 더 바로 잡을 수 있는 뚜렷한 개선사항은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징계 제도 개선 부분에서 군기 교육 처벌 일수를 복무기간에 미산입한다는 제도 개선은 부패문화의 근본적인 뿌리를 뽑고 예방하기엔 너무나도 미약하다. 현재 군 내부의 우물 안 개구리 시각으로 부조리와 가혹행위에 대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한계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군에서는 더는 옛날 일이라고 변명하는 것과 부조리와 가혹행위에 대해 은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내부적인 한계점에 대해 인정하고, 외부에서 해답을 구해야 한다. 병영 생활 부조리에 대해 의견을 구하고, 감시를 받고, 더 나아가 통제받을 수 있는 외부적 제도적 장치를 더욱 견고하게 마련하여 문제에 대해 해결하지 않고서는 10, 20년이 지나도 똑같은 사고와 동일한 해법이 나오는 악순환을 겪게 될 것이다. 또한 SNS를 비롯한 각종 매체를 통해 언제든 폭로되어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품에 안고 가는 환경 또한 해결되지 않는다면 계속 지속될 것이다.

 

 대중들은 사회의 현실과 상황을 자신의 주위를 중심으로 보이는 것들로만 쉽게 판단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혹은 자신의 주변에서 보이지 않으면,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많은 사각지대에서는 불평등적, 비인간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D.P.’의 화제성으로 군의 과거와 현재의 부조리 및 가혹행위가 존재하는 사각지대 환경을 많은 사람에게 다시금 상기시켜주었고, 그 결과 군에서도 부조리 및 가혹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가지도록 영향을 미쳤다. 콘텐츠를 통해 실제 현실의 사각지대에 있는 부조리들에 대해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D.P.’가 한국 콘텐츠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앞으로도 김보통 작가의 말처럼 이제는 좋아졌다라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한 ‘D.P’와 같은 콘텐츠 제작을 통해 군 전체의 부패한 문화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 건강한 병영문화를 만들어가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