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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7호] e-sports는 sports인가?

한신대학교 e스포츠 융합대학원 주임교수 최 은 경

출처 : getty images

2023년 이스포츠는 국내 언론이 특히 주목하는 이슈 중 하나이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선보인 이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이스포츠를 2022년 중국-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승격시켰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되었던 아시안 게임이 20239월 개막을 했고 e스포츠는 첫 국제스포츠 대회 정식종목으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이스포츠 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에서 이스포츠 종주국이란 명성을 가진 한국과 이스포츠 신흥 강국들이 7개의 종목(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도타2, 리그오브레전드(LoL), FIFA 온라인 4, 스트리트 파이터 5, 펜타스톰, 몽삼국2) 메달을 두고 경쟁했고, 한국은 출전한 4개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땄다.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종목의 선수들은 게다가 군 면제라는 약속된 보상도 받았다.

 

아시안 게임에서 활약한 이스포츠는 11월에 다시 큰 이슈를 만들었다.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통칭 롤드컵결승전에서 우리나라의 SK텔레콤 게임단 T1이 중국 웨이보 게이밍을 꺾고 우승을 한 것이다. 롤드컵은 결승전이 열린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는 118,000석의 입장권이 10분 만에 매진되었고. 경기 당일 광화문 광장에는 15,000명의 관중들이 모여 거리 응원을 했고, CGV는 영화관에서 중계 응원을 하는 티켓 서비스를 할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1990년대 후반 스타크래프트로시작한 이스포츠 전성기는 2011년 등장한 리그오브레전드로 다시 부흥기를 맞이했다고 평가받는다. 예컨대 2011년 첫 롤드컵 총상금은 10만 달러(13000만 원)였지만, 한국과 중국 프로팀이 참여하면서 상금 규모가 커져 올해는 총상금이 222만 달러(28억 원)였고, 고척돔 티켓 판매만으로 40억 원의 수익을 창출했으며, 전 세계에서 롤드컵 결승전을 시청한 사람은 1억 명, 누적 접속자는 4억 명을 기록했다. 게다가 롤드컵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과 코카콜라, 오포, 레드불, 유튜브 게이밍 등 기업의 후원과 광고 투자를 고려할 때 2023년 롤드컵의 경제효과는 약 2,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스포츠에 대한 사회 문화적 현상과 경제적 효과로 인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건 분명하다.

 

사실 한국은 2012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이스포츠를 진흥하고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당시 한국보다 큰 이스포츠 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도 야구, 축구, 농구 같은 일반 스포츠처럼 이스포츠 선수를 프로선수로 인정하면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자 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게이머들에게 스포츠 종목 선수들과 같은 비자를 발급하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2023. 10대와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스포츠 중 하나로 꼽는 이스포츠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사람 간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는 스포츠 대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시대가 이제는 게임물을 매개로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상상하지 못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기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스포츠는 스포츠일까? 이 질문은 이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논의하면서 학계에서 벌어진 큰 논쟁이다. 스포츠 학자들은 스포츠의 개념에서 이스포츠를 비교했는데, 현대사회 스포츠의 개념을 연구한 슈츠(Suits, 1978; 2018)는 스포츠의 조건에는 규칙이 있는 게임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허용되는 수단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규칙을 갖춘 게임이 기술(skill), 신체성(physical skill), 폭넓은 지지자들(wide following), 안정성(stability)을 충족할 때 비로소 스포츠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게임은 신체활동으로 구성된 기술이 필요하며, 지지자들이 있어 지속 가능할 때 스포츠가 된다. 하지만 마이어(Meier, 1988)는 모든 스포츠가 제도화된 것은 아니며, 관습과 전통과 같은 규제적 측면은 스포츠 본질에 부수적인 것이라는 관점에서 스포츠에서 제도화를 필수적 요소로 보는 것을 비판했다.

 

구트만(Guttmann, 1978)은 현대적 스포츠를 세속주의(secularization), 공정성(equality), 전문화(specialization), 합리화(rationalization), 관료주의적 조직화(bureaucratization), 수량화 (quantification) 그리고 기록 추구(quest for records)라는 7가지 개념으로 정의했는데, 그중에서도 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경쟁 규칙을 강조했다. 짐 패리(Jim Parry, 2019)는 반면 스포츠를 인간의 활동, 신체 활동, 신체적 기술, 경쟁, 규칙 그리고 제도화라는 6가지 요소로 정의했는데, 이것은 현대 스포츠를 정의하는 척도로 발전했다(박성주. 2021. 28-30). 이스포츠가 스포츠가 아니라고 주장한 Parry(2018)는 이스포츠는 큰 근육을 움직여 활동하지 않고, 건강하지 못하며 교육적 가치가 없고 신체적 탁월성이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 이스포츠 선수, 프로게이머의 신체성을 측정하는 실증 연구들이 활발하다. 예를 들면 FPS(First-Person Shooter) 게임 유저와 일반인의 반응속도를 비교했고, 선수들의 등, , 어깨, , 손의 움직임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면서 사격, 바둑 선수와 비교하거나 이스포츠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통증의 종류, 게임 시간, 손놀림을 측정하면서 신체활동을 측정해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스포츠의 개념과 정의는 시대에 따라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면서 스포츠 대회의 성격과 종목 경쟁에 대한 전제조건도 변해왔다. 즉 인간이 경쟁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새로운 스포츠를 만들어 함께 즐기고자 하는 본능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는 본질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이스포츠는 스포츠의 본질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가 게임물이란 매개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매개물의 개념이 스포츠 플레이에 있어 필요한 도구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이스포츠는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디지털 영상과 컴퓨터 기술로 만들어진 게임물이 있고, 각 게임물의 장르에 따라 주어진 복잡하고 정교한 규칙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람 간 대결이기에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라는 주장은 설득되기 어렵다. 실제 지난 20여 년 한국에서 시작된 이스포츠는 각종 대회에서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었고,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시청한 팬들이 꾸준히 이스포츠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다만 e스포츠는 이전 세대나 사회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게임물과 새로운 규칙들 그리고 새로운 대결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전통적인 스포츠들과 구별된다. 따라서 e스포츠가 현대 스포츠에 부합하는지 혹은 현대 스포츠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 어떻게 개념화하고 분류해야 하는지 논의하기 위해서는 e스포츠가 어떤 게임물로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최은경. 2022).

 

세계 최초로 이스포츠진흥법을 제정해 이스포츠 선수들이 행하는 이스포츠 경기 활동을 전문 이스포츠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스포츠 대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스포츠 대회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제도의 합리성과 정당성에 대한 경험과 제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이스포츠 종목이 될 수 없듯이, 이스포츠에서 종목은 단순히 게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매개해야 하고 승부를 겨룰 수 있어야 하는 특성이 있어야겠지만, 스포츠 정신과 제도로서의 원칙 그리고 스포츠 오락 상품으로서의 가치와 잠재력이 현장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결국, 이스포츠 국제 대회 특히 복합장르 대회에서 공식 종목을 선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한 정치와 경제가 개입하게 된다. 게임 이용자 수(누적 다운로드 이용자, 동시접속 이용자, 이용자 국적 등), 게임 개발사의 경제적 규모, 게임 개발사의 국적, 게임 내용의 다양성 등 다양한 가치들이 현실에서 충돌하기 때문에 복합장르 게임대회를 지속해서 유지한다는 것은 상당한 정치가 요구된다. 즉 게임 IP를 가지고 있는 종목사부터 개최 국가의 정부, 선수와 팀, 관련 협단체들의 사회적·경제적 합의(consensus)를 이끌 조정기구도 필요하다(최은경 외 2021). 이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올림픽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은 이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활성화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이스포츠의 저변이 확대되고 아마추어와 프로 이스포츠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스포츠 교육과 다양한 종목의 리그가 같이 성장해야 한다. 이스포츠 산업과 시장, 심지어 교육에서도 최고가 되려는 중국과 미국의 빠른 추격은 우리에게 위기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 미국뿐만 아니라 이스포츠의 신흥 주도국들과 함께 이스포츠 종주국으로 쌓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글로벌 이스포츠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스포츠로 통합되고 연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스포츠의 미래 세대를 위한 진정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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