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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7호] 지역중심과 문화균형발전의 과제

영월문화관광재단 문화도시본부 본부장 김경희

 

 

‘문화도시 영월, 어두운 석탄광산(鑛山)에서 빛나는 문화광산(光山)’으로 도약

출처: 영월문화관광재단 제공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체부장관이 지정하는 도시를 말한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04곳의 지자체가 공모에 참여, 현재까지 24곳이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그 중 강원도 영월군이 3만 8천여 명의 가장 적은 인구로, 문화체육 관광부의 제4차 법정문화도시(2022)로 지정되었으니 고무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문화로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지역 간 문화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적 목표는 같다.

 

  영월군의 문화도시 선정은 의미가 남다르다. ‘가장 인구가 적은 문화도시’ 타이틀뿐만 아니라 과거 국가 발전을 위한 지역발전에 그 쳤던 도시가 지역주도로 새로운 성장 기반을 찾겠다는 문제의식이 분권형 균형발전 정책으로의 전환 필요성과 지방시대 추진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영월군은 1960년대 경제성장 추진 과정에서 광산산업으로 대한 민국의 성장을 주도한 곳이다. 영월의 광산에서 캐낸 풍부한 지하자 원과 광물들은 대한민국 곳곳 도시와 공장, 도로의 불을 밝혔다. 이렇듯 화려한 정점에 섰던 영월은 산업 구조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폐광으로 인해 13만 명에 달하던 인구가 3만 8천여 명으로 줄어들고, 30.5%의 높은 고령 인구 비율로 지역사회 활력이 저하되었다. 영월은 문화도시를 통해 광산산업 몰락으로 인한 인구감소, 지역 경제 침체 등의 문제를 ‘문화의 힘’으로 극복하며, ‘어두운 석탄광산(鑛山)에서 빛나는 문화 광산(光山)’으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특성화 전략으로 문화도시에서 처음으로 도시 매력도를 높여 생활인구(관계인구)를 늘리고, 고향사랑기부금제와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인구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감은 비단 영월군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영월군이 제시한 ‘지역소멸 대응형 문화도시 모델’은 문화정책 이 도시정책 중심으로 전환됨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계획이 아닌 실효성을 위해서 세밀한 정책 설계, 실행 체계의 지속성, 체계적인 운영이 필수다.

 

 

 

지역주도, 지역 내 현안 해결은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이 필요!

  지역과 지방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주체로 등장한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부분의 역할이 강조되어 왔다. 국민 개개인이 바로 지역의 주인으로 지역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관 주도의 하향식 정책 추진과 이벤트성 문화 프로젝트가 많이 일어나는 지역문화 현장에서 도시문화전략을 시민의 힘으로 만든다는 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 실행을 위해서는 민관거버넌스, 연대와 협력, 정책추진 역량과 책임감 등 경험에 의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영월군은 문화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간과 행정이 유기적 협업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다. 주민들과 함께 ‘시민행동으로 빛나는 문화충전도시’라는 비전을 세우고, 문화의 힘으로 ‘사이사이-사람충전’, ‘굽이굽이-활력충전’, ‘구석구석-공간충전’의 미션 완수를 위해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 나섰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며 매우 중요한 목표라는 것에 지역주민들이 공감했다. 문화도시를 통해 스스로 정책을 기획하고 실현해 보는 작은 성공 경험을 했고, 이를 통해 영월은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주민 참여와 지역 주도의 첫 관문, ‘문화영월반상회’

출처: 영월문화관광재단 제공

 

  문화자치와 지역주민 참여 기반 조성은 문화도시의 중점목표다. 영월 군의 문화도시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사이사이-사람충전’은 지역주민의 자발성을 바탕으로 ‘단절된 이웃을 단단한 관계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속 가능한 시민문화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람, 그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이 필요했다. ‘문화도시 시민 추진단’ 모집공고를 통해 12개 분과 96명으로 구성된 ‘문화영월반상 회’를 구성하였다. 청소년, 청년, 예술인, 교사, 활동가 사업가, 언론인 까지 다양한 연령층, 다채로운 직업군들이 매달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분과별로 정책실험도 진행한다. 10월 31일에는 ‘문화영월총회’를 열어 분과별 정책발표회도 진행되었다. 물론 지역 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논의하는데 한계점도 있었지만,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논의를 통해 ‘시민의 힘이 도시 자산력’이라는 생각으로 규모를 확장 중이다.

 

 

 

문화인재를 양성, 문화를 캐는 ‘문화광부학교’

  문화광부학교는 문화인력양성 과정으로 지역문화 견인과 지역 발전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지역자원의 소멸을 문화자원의 충전으로’라는 목표를 두고, 문화기획자, 시민기록자, 축제기획자, 관광인력양성, 문화예술교육(어린이) 5개 과정을 운영하며, 100여 명의 주민들이 문화광부로 참여 중이다.

  인력 양성을 위해 전문가 교육과정과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교육생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채워나가고 있다. ‘사람이 없다’는 시골의 한계점을 극복하면서 지역의 자립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다양한 활동 기회를 부여하며 문화 분야의 일거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주민 스스로 계획부터 실행까지, ‘주민제안 백(100%)써!’

  주민제안백써는 주민 3명 이상으로 구성된 팀이 기획부터 진행, 예산 집행, 결과공유까지 전 과정을 제안하고 참여하는 사업이다. ‘굽이굽이-활력충전’이라는 핵심가치에 맞춰 ‘정체된 시간을 동적인 시민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다.

  두 가지 사례를 들어 보면 ‘CFH(Choice For Human: 인간을 위한 선택)’ 팀은 영월중학교 교사와 학생 5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안전한 등굣길 만들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지역 대학교수에게 도움을 받아 ‘스쿨존 사고예방 알림이 서비스앱’을 직접 개발했고, 2023년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영월로 귀촌한 50대 여성들의 모임 ‘깨발랄영월오춘기’ 팀은 영월에서 평생 살아온 어르신들의 굴곡진 인생이야기를 취재하고, 이야기와 엮어 자수로 만든 인생그림책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렇듯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자율성을 키우고, 지역 사회에 내재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누구나 누리는 문화, ‘우리동네 문화충전소’

  ‘구석구석-공간충전’이라는 핵심가치에 맞춰 ‘개별적인 공간을 개방적인 공유로’ 만들기 위해 동네마다 문화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우리동네 문화충전소’는 영월읍에 편중된 문화거점 공간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마을회관, 카페, 공방 등 동네의 가까운 공간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올해 20개의 공간에서 실험 중이다. 공간운영자가 각 마을별, 공간별 특성에 맞게 직접 기획한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해 공간을 문화롭게 활성화하고 있다.

 

 

 

정책과 실제 현장의 괴리감 해소를 위한 노력

  영월군이 문화도시 사업을 하면서 많은 시도를 했고, 지역이 변화를 이끈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책과 실제 현장의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많다. 문화도시 사업계획을 주민과 함께 설계 하고 실효성을 제고했지만, 지역문화 현장은 녹록지 않다. 주민참여, 지역주도, 연대와 협업, 마을공동체, 지역문화콘텐츠, 도시브랜드 등 무게감 있는 과업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고, 시대의 변화와 함께 복합적인 위기에 대응해야 하며, 가시적인 성과라는 단기목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중심과 문화균형발전’은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균형 있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작동하는 유연한 거버넌스도, 자율적인 주민참여도, 도시이미지를 넘어 도시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도상에서 작은 소도시가 사라지기 않기 위해서는 지역의 필요성과 지역 주도의 지역 맞춤 계획이 필요하다. 문화도시가 해법이 될 수는 없지만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함께하며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문화도시를 통해 도시이미지와 인적·문화적· 산업적·환경적 가치를 높여 영월군이 지역소멸 위기를 문화로 극복한 매력적인 강소 도시로 거듭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