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고

[166호] 공익목적의 신상털기는 허용되는가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출처:freepik

 

주지하는 바와 같이 얼마 전 40대 교사 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수년째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는 악성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지목된 학부모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올라오는 이른바 ‘신상털기’가 행해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들 학부모의 가게 유리창에 항의 쪽지가 가득 붙었고, 가게 앞은 깨진 달걀 등의 쓰레기로 가득찬 상황인데, 신상털기는 사적 보복일 뿐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숨진 교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잇단 교사 사망사건에 대한 ‘분노’로 인하여 가해자들에 관한 개인정보는 소셜미디어상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신상털기 내용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 이러한 신상털기 자체는 또다른 가해자를 만들게 됨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러한 신상털기가 사적 복수에 해당하고 이 또한 폭력이자 범죄일 뿐이라고 한다. 정부나 수사기관이 제대로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사람들이 스스로 사적행위에 나서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지상정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공적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점검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법적 시각에서 신상털기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면, 이 행위는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및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침해로 형사 처벌될 수 있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경우 그것이 사실이든 허위의 사실이든 처벌의 대상이긴 하지만 사실일 경우 공익을 목적으로 한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신상털기가 공익적 행위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현재까지 공익적 행위로 판단된 사례는 없는 것 같다. 한편 신상털기를 통해 소셜 미디어에 공표한 행위는 형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명예훼손죄를 범한 것인데 정보통신망 법에는 형법에서와 같은 공익에 의한 위법성조각사유 규정이 없어 사실인 경우라 하더라도 예외 없이 형사처벌의 대상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 대한 위법성조각사유 규정은 존재하지 않지만,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상 ‘비난의 목적’이 있어야 하므로 신상털기와 그 공개 행위가 가해자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이러한 사실을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이른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아울러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에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면, 공익을 목적으로 한 신상털기와 개인정보공개가 반드시 위법하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형사법상 범죄는 규정이 아니라 해석에 따라 범죄성립 여부가 좌우되어서는 안된다는 이른바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존재하므로 이 원칙에 맞도록 보다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비단 이번 사건에서뿐 아니라 언제부턴가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를 분노케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분노를 참지 못하는 네티즌들이 범죄자 등 주요 관련자의 이름, 얼굴, 직장 등 다양한 신상정보를 알아내서 인터넷에 공개하여 비난하는 이른바 신상털기 행위가 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댓글 등 여러 곳에서 부당한 행위를 범한 타인을 저격하고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는 마음에 이에 동조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때로 그 수위가 지나쳐 마녀사냥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현상은 과연 단순한 불법적 분노 표출 행위에 불과한 것일 뿐인지 아니면 사회적 정의감을 표출하는 ‘표현의 자유’이자 사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필요한 행위인지 평가해 볼 필요가 있 다. 네티즌들의 정의 실현을 기치로 하는 이러한 신상털기 행위와 소셜미디어에의 공표 행위는 가해자 의 권리침해 여부를 떠나 헌법상 알권리 충족을 위해 허용되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헌법상 알권리가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헌법에는 알권리에 관한 명문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알권리 혹은 정보공개청구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법원의 판례는 더욱 확고한 입장인데, 헌법재판소가 1989년 및 1991년 결정에서 알권리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규정에서 도출될 수 있다고 처음 선언하였고 이후에 는 표현의 자유 외에도 헌법상 재판청구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선거권, 인격권 등에서 알권리의 근거를 발견함으로써 알권리는 확고한 판례로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되어 왔다. 처음 결정에서 는 알권리가 표현의 자유의 전제이자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종속성이 강조되었으나, 이후 결정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분리된 독자적 권리로서 알권리를 다루면서 알권리가 표현의 자유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즉, 헌법상 알권리는 독자적 기본권으로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7 조 제1항을 근거로 도출될 수 있는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기본권’으로 파악되고 있다.

 

알권리가 갖는 기능은 진리 발견, 합리적 결정, 균형 있는 사회발전, 권위억제, 국민의 정치참여 등으로 열거되어 왔는데, 문제는 이러한 알권리가 상대적으로 누군가의 개인정보 등 인격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선정주의적, 폭로주의적 언론보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그러한 인격권 침해는 주로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로 요약된다. 명예훼손은 개인의 명성이나 신뢰에 대한 침해를 말하며 문서, 인쇄물, 초상, 사진 등에 의한 악의적 공표로서 사람에 대한 기억을 증오 비방, 경멸, 조롱에 노출시키는 행위 등을 지칭한다. 이에 대하여 개인정보는 헌법상 프라이버시로 보호되고 있는데, 개인의 사사로운 일을 당혹하게 하는 공적 폭로, 성명이나 초상의 남용, 개인사의 왜곡된 공표, 개인 생활이나 독거 및 은둔생활이나 조용히 지낼 권리에 대한 침입 등이 프라이버시 침해 유형으로 열거된다. 이러한 개인정보 침해는 신상털기에 의해서 대체로 가능한 것이다.

 

알권리의 출발점, 즉 표현의 자유를 보호함으로써 얻는 공익과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등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이익을 어떻게 비교 형량하여 한계를 설정할 것인가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언론보도나 개인적 공표로부터 개인정보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함이 바람직하지만, 이를 이유로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학술전문가들은 이러한 충돌에 대한 해결책으로 진실을 적시하거나, 실질적 해악에 대한 반응이거나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등에 알권리의 충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익의 범위는 공직자와 공적 인물 및 공적 관심사 등에까지 확대하고 있는데 예컨대, 공적 인물로는 배우, 운동선수, 연예인 등의 자 발적 유명인, 그리고 범죄자와 그 가족, 피해자 등의 비자발적 공적인물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알권리의 내용과 범위에 대한 학술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그다지 활발하지 못하여 이에 관한 한국적 공익기준의 설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의 인터넷 사이버공간에는 상식 이하의 불법 및 범죄행위와 일탈행위가 줄을 잇고, 이에 놀라 분노하는 네티즌들이 그 분노를 참지 못하고 관련자들의 신상을 적극적으로 캐내어 인터넷 사이버공간에 공유하는 행위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러한 행위는 대부분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명예훼손죄에 해당하고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침해에 해당하는 행위라는 것이 현행법의 결론이다.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사실에 관한 공익적 표현의 경우 명예훼손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형법 규정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공익적 목적의 신상털기와 공표행위는 이를 범죄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미투운동과 흐름을 같이 한다고도 볼 수 있고, 부당 불법한 비윤리적 행위자를 사회에 고발하는 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행법 해석의 결론으로 신상털기와 그 공개는 범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 그 개선을 위한 입법 조치가 요구되는 바. 엄격한 요건 하에서라도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경우 비방의 목적을 구성요건으로 하고는 있으나 통상 타인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를 공개하는 순간 비방과 비난이 이어지기 때문에 법률규정을 이대로 두기보다는 공익목적의 위법성조각 규정 등 구체적인 입법적 개선 조치가 요망된다. 신상털기와 그 공표 행위가 공익을 위하여 행해지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사회적 불법 및 일탈행위에 대한 사실 파악과 그 정보공유를 통한 정의 실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충실한 연구를 통해 관련 법률규정의 최소한의 개선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