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고

[163호] 서로의 돌봄이 필요한 시대

방문 간호사 권 미 영

 

지난 11월 15일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넘어섰다. 1999년 60억 명을 돌파한 이후, 2011년에 70억 명을 넘어서 다시 11년 만에 10억 명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증가하는 세계 인구의 추이와 달리, 통계청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1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인구 성장률인 - 0.18%를 기록한 이후, 올해 역시 마이너스 성장률인 - 0.23%를 기록하며 2022년 현재 5,162만 명의 인구수를 보이고 있다. 백세 시대를 노래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평균 기대수명을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점차 노인 인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노인 인구를 의미하는 65세 이상의 인구수는 지난 10년 넘게 꾸준히 증가하여 901.8만 명 (0~14세 593.4만 명, 15~64세 3,667.5만 명)을 기록하면서, 전체 인구의 약 17.5%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중 20%를 넘는 사회는 초고령사회에 해당하며, 우리나라는 2026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인들을 돌보고 지원하는 요양보호사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50대에서 70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요양보호사의 연령대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점차 노인이 노인을 돌보고 있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4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간호사로 근무한 후 현재 방문 간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퇴직 후 방문 간호사로 일하게 된 과정과 이를 통해 접하게 된 요양보호사의 현실을 알아보고, 결국 서로가 서로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기 위하여 이번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1980년대 초 수도권 소재 종합병원의 간호사로 입사한 후 2021년 중순 퇴직하기까지 약 40년 가까운 세월을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중환자들과 간병인들을 보아왔다. 저마다의 이유로 입원하게 된 환자들은 꾸준한 케어와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었고, 그런 환자들과 그들을 케어하는 간병인들을 보며 누군가를 돌본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의료 차원의 진료 및 치료와 더불어, 환자와의 정서적 교감 및 서비스의 중요성 또한 다시금 깨달았다. 그러던 중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되면서 요양보호사 제도가 시행되었고, 이후 2009년 말에 노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 평생 누군가를 간호하는 일을 해오다 보니 해당 자격증에 관심이 생겼고, 이후 병원 근무와 병행하면서 준비 과정을 거치고 2010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2021년 중순에 정년퇴직한 후 잠시간의 휴식 기간을 가지던 중, 간호사 근무 경험과 10여 년 전 취득한 자격증을 활용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에 대한 사명감과 더불어, 솔직히 40년 가까이 일을 해오던 입장에서 수입이 중단되었다는 부담감 역시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방문간호 센터를 통해 거주지 근처의 가정을 방문하는 방문 간호사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수급자의 가정에 방문하여 간호 및 진료의 보조, 요양과 관련된 상담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방문 간호사로서 활동하면 자연스럽게 해당 가정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양한 방문 요양보호사분들을 접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을 돌보고 지원하는 요양보호사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져가고 있다. 방문 요양보호는 보통 한 가정당 주5일 3시간의 근무가 일반적이다. 1~5등급까지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중, 3~5등급을 받은 사람의 가정은 1일 3시간, 1~2등급을 받은 사람의 가정은 1일 4시간까지의 방문이 가능하지만, 1~2등급의 경우 시설 등급으로 요양원 등의 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요양보호사들의 주 업무는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하여 간병 및 수발, 목욕, 그리고 
재활 서비스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요양보호사의 주 연령대는 50~70대로, 그들 또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2020년 기준 활동하는 요양보호사의 총인원인 455,693명 중 60대가 202,354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이어서 50대가 171,884명, 70대가 39,494명으로 순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식사 보조 및 약 복용 안내, 간단한 신체활동 지원 등의 업무는 많은 어려움 없이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더라도, 욕창 방지를 위한 자세 변동, 목욕 보조 등 신체적으로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요양보호사에게도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또한 최근 요양보호사에 대한 이해 및 인식이 많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요양보호사의 업무에 대한 인지가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남아있다. 서비스의 초창기에는 요양 보호사의 개념과 업무 범위에 대한 오해로 인해 파출부로 인식하는 상황이 왕왕 발생했는데, 가족이 거주하는 방의 청소 및 이불 세탁, 마당일, 기타 가사를 요청하여 난감해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들을 위한 서비스 제도로서의 업무를 숙지하는 것과 더불어, 기관 차원에서도 어르신 및 보호자에게 방문 요양 서비스에 대한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 알려드리는 일 역시 중요하다.

 

요양보호와 간호를 포함한 돌봄의 행위는 앞으로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증가하는 노인 인구와 늘어가는 평균 수명으로 우리는 점점 더 서로가 서로를 돌봐야 하는 미래를 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랜 시간 간호사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경험해온 돌봄과 그 현장에 있는 요양보호사의 현실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