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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3호] 대한민국 공군 학군사관후보생에 대하여

대한민국 공군 학군사관후보생에 대하여

대한민국 공군 학군사관후보생 조 영 훈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진다. 국가의 부름에 본인의 의무를 다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현역 병사로 입대하는 방법, 부사관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방법, 혹은 간부, 즉 장교로 임관하여 군 복무를 하는 방법으로 크게 나뉜다. 이 세가지 큰 틀에서도 또 세부적으로 방법이 나뉜다. 이 중에서 장교로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일반적인 방법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첫째, 육, 해, 공군 사관학교에 입학하여 졸업 후 육, 해, 공군 장교가 되는 방법이 있다. 둘째,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 후 학사 자격을 취득한 뒤 시험을 통해 학사사관후보생으로 선발 되어 기본 군사훈련을 대략 12주 정도 수행하고 장교로 임관하는 방법이 있다. 셋째, 학군단 즉 ROTC가 창설된 대학교에 입학하여 대학교 3, 4학년 때 학군사관후보생으로 선발된 뒤 정해져 있는 군사교육, 기본 군사훈련 등을 수행하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임관하여 군에서 의무복무 기간 이상으로 군 복무를 하는 방법이 있다. 이 중에서 현재 국내 6개 대학에만 존재하는 공군 학군사관 후보생, 그들의 대학생활과 기본 군사훈련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학군사관후보생의 본격적인 생활은 대학교 3학년부터 시작된다. 3학년이 되기 전 1, 2학년 때 학군사관후보생을 미리 선발하고 이때 필기시험, 면접, 신체검사, 신원조회 등을 진행한다. 이후 3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에 OT와 본인 의류 및 보급품을 받기 위한 피복측신을 진행하고, 2주간의 동계 기본 군사훈련을 다녀오게 된다. 공군의 경우 현역병들도 마찬가지고 부사관, 장교 후보생 모두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에 입교하게 된다. 장교 후보생 중에서도 학군사관후보생은 임관 전 총 10주의 기본 군사훈련을 받게 되는데 2022년에 입단한 51기 공군 학군사관 후보생 기준 3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 때 동계 입영 훈련 2주, 3학년 여름방학에 하계 입영 훈련 5주, 4학년을 마치고 임관 직전 겨울방학 때 동계 입영 훈련 3주를 받게 된다. 2022년 동계 기본 군사훈련은 코로나19의 심각성과 그때 당시 진주 교육사령부 내의 코로나19 집단감염 및 확산으로 입교할 수 없어 교내 교육으로 대체되었다. 2주간의 동계 기본 군사훈련은 각종 보급품 수령, 군인화 교육, 기본 이론 등을 진행한다. 말 그대로 2주 동안 사회와의 완전한 단절을 통해 후보생들을 군인화시키고 사회의 물을 완전히 빼내는 것이다. 그렇게 기본 군사훈련을 마치고 3학년이 됨과 동시에 교내 학군단에서 입단식을 진행하고 제51기 학군사관후보생으로 군인과 대학생이라는 복수의 신분을 가지고 생활하게 된다.

 

학군사관후보생의 대학교 3학년 생활은 다른 일반 대학교 3학년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자신이 수강 신청한 과목을 수강하여 수업을 듣고 동급생들과 선후배들이 어울려 같이 학업 생활을 이어 나간다는 점이 같다. 하지만 필수적으로 수강하여야 하는 안보학 과목들과 학군단 수업이 존재한다는 점이 다르다.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공군 학군단이 존재하는 한국항공대학교의 경우 화요일과 금요일에 학군단 수업이 존재하며 각각 2시간, 4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소에 학교에 다닐 때 군인들의 제복과 같이 학군 사관후보생은 단복을 착용하고 생활한다. 각각 학군단마다 단복 착용에 대한 규칙은 다르겠지만 한국항공대학교의 경우 학군단 수업이 있는 화요일, 금요일에만 단복을 입고 등하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학군사관후보생으로서 지켜야 하는 원칙과 규칙이 존재하지만, 이것은 각각의 학군단마다 상이하다.

 

학군사관후보생은 군인과 민간인 사이 애매한 위치에서 두 가지 신분을 동시에 가지고 생활하는 불편하고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을 받을 시 형법과 군법 모두 적용하여 처벌받게 되고, 학생 신분으로서 해외여행을 갈 때도 해외여행 신고서를 작성하고 군에서 허가증을 내어 주어야 해외에 나갈 수 있다. 또한 군인의 신분이기에 각종 군인 혜택과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최대한 대민 마찰도 피해야 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고, SNS 이용에도 신중을 가해야 한다. 이렇게 학기 중에는 군인 신분과 함께 일반 대학교 학생들과 어울려 생활하게 된다.

 

학기가 끝나고 지정된 방학 때에는 입영 훈련을 다녀오게 된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2학기 넘어가기 전 여름방학에 하계 입영 훈련을 다녀온다. 찜통 같은 여름에 진주 교육사령부에서 5주간 기본 군사훈련을 받게 된다. 전투 뜀걸음, 화생방, 소총 실탄사격, 각개전투, 유격, 기지 방호, 재난 통제 등 여러 가지 군사훈련을 받게 되고 각종 이론도 학습하게 된다. 기본군사훈련 기간에는 전국에 있는 6개교인 한국항공대학교, 한서대학교, 한국교통대학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경상국립대학교의 공군 학군사관후보생이 모두 모여 같이 훈련받게 된다. 제일 먼저 진행하는 2주 간의 동계 입영 훈련 때 51기 후보생들은 입영 훈련을 진행하지 못하여 하계 기본 군사훈련 때가 되어서야 모두 처음 만나는 자리였기에 어색하고 낯설기도 했다.

 

공군 학군사관후보생은 다른 육군, 해군 학군사관후보생과는 달리 일반자원과 조종자원으로 특기가 나뉜다. 조종 특기 자원은 한국항공대, 한서대학교, 한국교통대학교 3개 학교에 존재하는 항공운항학과 학생이 대상이다. 조종자원은 임관 후 13년 의무복무가 원칙이며 일반자원은 3년 의무복무가 원칙이다. 조종이란 우리가 흔히 아는 전투기 조종, 수송기 조종 등으로 나뉘며 일반자원들은 임관 직전 자신의 특기를 정하게 되는데 보통 본인의 전공이나 취득한 자격증에 따라 특기 지원을 하게 된다. 특기는 관제, 기상, 항공 통제, 방공포, 무기 정비, 정보, 공보정훈, 보급수송, 회계, 인사 등이 있으며 이 특기들은 매년, 그리고 기수마다 TO가 다르며 본인이 신청한 특기에 배정 받지 못하게 될 수 도 있다.

 

학군장교의 장점은 무엇일까? 모두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장교의 장점은 리더십이다. 임관하고 자대배치를 받고 소위로 군 생활을 시작하면서 밑에 적게는 10명 이하, 많게는 20명 이하의 부대원을 두게 된다. 10명에서 20명의 인원을 책임지고 잘 이끌어 간다는 것은 본인의 리더십 능력이 발전할 수 있으며 그 나이대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일 것이다. 또한 3년간 의무복무를 하게 되면서 직무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쌓을 수 있다. 관제 특기를 예로 들면, 장교는 직접적으로 관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관제하는 관제병이나 부사관들을 통솔하고, 관리하고, 책임을 지는 역할을 하지만, 그런데도 관제를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시스템이 돌아가는지 모두 알아야 하기에 직무 경험을 간접적으로 쌓을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장교를 한다는 것은 병역의 의무도 수행함과 동시에 리더십 능력도 향상할 수 있고, 더욱 값진 직무경험을 쌓을 수 있기에 안 할 이유가 없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단점도 존재한다.

 

우선 너무 긴 의무복무 기간이다. 현역 병사로 입대하여 군 복무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육군 기준 18개월이다. 현역병과 비교했을 때 2배의 기간을 군에서 보낸다는 것이 사회초년생인 20대 초,중반 성인 남성에게는 매우 크게 느껴지고 장교를 할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또한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병사 월급 인상이다. 2023년도부터 대한민국 병장 월급이 130만 원 으로 오를 것으로 예정되며, 2025년에는 200만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와중에 장교 월급 인상은 아무런 이야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갓 입관한 소위 1호봉의 월급은 약 175만 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되면 2025년 병장 월급이 소위 월급보다 높게 지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장교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3년간 육,해,공군사관학교 입시 경쟁률 및 학군사관후보생(ROTC) 지원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고, 사관학교 자퇴생 수 또한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ROTC 등을 대상으로 단기 복무 장려금을 현재 지급하고 있는 600만원에서 50% 인상한 900만원을 지급하고 장교 봉급 인상 이야기도 조금씩 꺼내고 있지만 여전히 장교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그리 반갑지는 않은 소식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슈들 속에서도 장교가 가지는 메리트는 확실히 존재한다. 공군 기준 일반자원은 대한민국 성인 남성으로서 병역의 의무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고 한 번 하는 군 생활 값지게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장교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대다수이고, 조종자원의 경우 전투기 조종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자신에게 주는 명예와 자부심을 꿈꾸며 장교의 길을 선택한다. 51기 공군 학군사관후보생으로서 첫 번째 하계입영훈련을 마칠 때 한 중위가 임관을 앞두고 마지막 입영 훈련을 마무리한 50기 학군사관후보생을 대상으로 전한 말이다. “2022년 뜨거운 여름 따가웠던 태양 아래 찬란하게 빛났 던 학군 50기를 기억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공군 장교로서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자부심, 대한민국 공군 장교로서의 명예. 그것들을 기반으로 우리는 대한민국 공군 장교가 되는 것이 아닐까? 여러 사회적인 이슈, 장교가 되는 것에 대한 회의는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나라는 없어지지 않고 군대는 존속하기에 그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인식개선은 이루어질 것이고 따라서 보다 나은 군 생활과 복지가 이루어지는 것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