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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4호] 교도소의 또 다른 수용자, 교도관

[출처: Pixabay]

교도관 임소현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같은 직업일지라도 다루는 분야에 따라 업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할 것이다. 그 중 공익을 위해 애쓰는 직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관, 소방관, 혹은 환경미화원 등의 직업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자신 있게 ‘교도관’이라고 답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교도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직업이자, 그들에게는 어떤 고충이 있을지 관심조차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교도관에 대해 더욱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그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한 사람이라도 더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이 글을 작성해 본다. 

 

담장 안으로 들어서며 

 

학창 시절부터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제복 공무원'에 대한 꿈. 그 꿈을 구체화 시킬 나이가 되면서, 교도관이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올바르게 교정, 교화시킨 수형자가 출소 후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몫을 하게 된다면 그만큼 공익의 신장에 도움이 된다. 또한, 위험성이 높은 수형자를 구금하여 관리함으로써 사회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교도관이라는 직업은 더욱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도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교도관? 힘들겠다. 위험하지 않냐” 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냐마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니만 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교도관이 절대 위험한 직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 매 순간 수형자 곁을 지키며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하는 교도관이 수형자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겁을 낸다면 온전히 역할을 다할 수 있겠는가? 나는 지금도 출근하여 근무복으로 갈아입는 순간이 가장 즐겁고 교도소가 내 집처럼 편안하다. 교도관의 제복이 가지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조직에 대한 소속감이고, 또 하나는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다. 이 옷을 입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교도관으로서의 업무를 하는 데 있어 정당한 권리를 얻게 되고 그 권리를 행사함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내 몫이기 때문이다. 

 

 

담장 안에서의 하루 

 

나는 지난 1월 초 신규 임용되어 근무한 지 3개월 된 신입 교도관이다. 근무하는 교도소는 전체 수용자 400명 미만, 그중 내가 관리하는 여자 수용자는 30명 미만인 규모가 작은 교도소이다. 이제 겨우 3개월 차인 풋내기가 뭘 알겠냐마는, 이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적은 인원을 관리하면서도 정말 다양한 수형자들을 만나보았다. 혼자서는 잘 걷지도 못하는 만 77세의 노인 수형자부터, 한국말이 매우 서툰 외국인,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 등 몇몇의 특이 수형자 중에 나는 임산부 수형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6개월간 4회의 마약을 투약하여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마약사범이었는데, 입소한 지 보름이 조금 지난 시기에 임신 판정을 받았다. 내가 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이미 출산일이 다가와 만삭에 가까운 상태였다. 자비 구매 물품인 철분제와 비타민제를 꼬박 꼬박 복용하고, 매일 운동시간마다 무거운 배를 부여잡고 부지런히 걷는 등 태아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조용히 응원하던 수형자였다. 한 달 전 가석방 출소하였고 최근에 출산했을 것이다. 고졸 검정고시 공부를 희망하여 혼자서 공부하다 구속으로 중단된 상태라며 마약을 끊고자 하는 의지가 아주 강해보였는데, 아이도 건강히 출산하고 산모도 올바르게 교정되어 정상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본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교도관 

 

교도소에서의 인권이란 누구의 인권을 말하는 것일까? 대게 수용자의 인권을 말한다. 교도소에서 매질 당하고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에 수감된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은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옛말이다. 수용자를 관리함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사항 중 한 가지는 교도관이 아닌 수용자의 ‘안전’이다. 주말 및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수용자들의 운동시간이 보장되는데, 이때 담당 직원은 항상 안전교육을 실시해야한다.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가 수용자가 본인의 부주의로 다치는 경우에도 그 책임은 담당 직원이 지게 된다. 또한 수용자들은 본인의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여기는 경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할 수 있고, 원할 때마다 담당 주임에게 자유롭게 면담도 신청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전화 부스를 설치하여 더 많은 횟수의 전화를 더 자유롭게 이용 할 수 있게 되었고, 매주 천주교, 불교, 기독교 등의 종교집회를 실시하는 등 수용자의 인권보장에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날로 좋아지고 있는 수용자들의 처우에 반해, 교도 관에 대한 처우는 열악한 실정이다. 간혹 수용자들이 직원을 골탕 먹이려는 의도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하고, 직원을 협박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지만 이를 막을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현실이다. 내가 임용되기 전 들었던 여러 교육들 중에 인권위에서 직접 오셔서 해주신 인권 관련 강의가 있었다. 강의가 끝나고 잠시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느 동기 한 분이 업무 중 발생하는 교도관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어떤 구제방법이 있는지를 질문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아직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도관을 두고 '교도소의 또 다른 수용자'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나는 교도관의 인권 신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국민들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을 향한 국민들의 무관심의 실태를 나는 너무나도 알고 있다. 나조차도 한때 교도관의 인권이 라던가, 교도소 내부에서 일어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나마 요즘 들어 교도관이 출연한 방송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교도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시각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17 방영된 교도소를 배경으로 드라마슬기로운 감빵생활 시청률 11% 넘기면서 파급력을 자랑했다. 손쉽게 접할 없었기에 미지의 영역이었던 교도소 내부를 샅샅이 공개하고, 드라마 출연한 다양한 성향의 교도관들과 웃음을 자아내는 수용자 캐릭터가 사랑받으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몸에 받았다. 또한 인기예능 퀴즈 블럭 실제 현직 교도관이 출연하여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었는데, 교도관이 가장 최근에 방영되었던 넷플릭스 웹예능 '피지컬100'에도 재차 출연하여 활약함으로써 큰화제를 모았다. 이렇게 교도관이 매체에 노출되어 눈도장을 찍게 된다면, 교도소를 떠올렸을 수용자에게 맞춰져 있던 초점이 자연스럽게 교도관에게로 옮겨질 것이라 나는 믿는다. 교도관에 대한 처우가 점차 좋아진다면 그들이 나은 교정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결과는 고스란히 사회를 성장시키는 데에 이바지할 것이다. 지금 순간에도 전국의 많은교도관들이 담장 안을 지키며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글이 바람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겠지만,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이 있듯이 작은 속삭임일지라 끊임없이 목소리를 낸다면 언젠가 커다란 메아리로 돌아올 것이라 소망하며 부족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