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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3호] 자극성을 좇는 미디어 … 이대로 괜찮은가? - MBN <고딩엄빠>를 보고

자극성을 좇는 미디어 … 이대로 괜찮은가?

- MBN <고딩엄빠>를 보고

한양대학교 미디어인포매틱스학과 석사과정 정 혜 경

 

“그래서 저 프로그램은 취지가 뭐라고?”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TV나 유튜브를 보다가 <고딩엄빠2>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마다 터져 나오는 불만 섞인 질문이다. “대체 저 사람들은 어떻게 방송에 저렇게 자신들을 밝히고 나오는 거야?”, “저런 게 방송이 될 수가 있는 게 맞아?” MBN 예능 <고딩엄빠>는 ‘10대에 부모가 된 고딩엄빠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좌충우돌,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리얼 가족 프로그램’1) 이라는 설명 하에 올해 3월에 시즌 1이 방영되었고, 6월부터 현재까지 시즌 2가 방영 중이다.

 

<고딩엄빠>는 10대에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고딩엄빠>의 남성현 PD 는 “많은 사람이 쉬쉬하지만,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10대의 성 이야기’를 소재로 하다 보니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쏠린 게 사실”이라며 “10대 엄마, 아빠라는 주제를 통해 10대 의 성에 대한 내용을 전반전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2) 이른 나이에 아이를 가졌지만, 태어날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 ‘기특한’ 선택을 한 어린 소년, 소녀들이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낳아 살아가는 실상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 그러나 이들의 삶이 모두에게 ‘기특한’ 삶으로 보일까?

 

프로그램의 취지에 따르자면 이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야 할 모습은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이들을 향한 부정적 시선들, 따르는 한계와 어려움들을 비추는 동시에, 그 모든 역경과 고난들을 이겨내고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이어 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생명의 탄생은 그 자체로 너무나도 고귀한 것이며, 결혼, 임신, 출산은 정말 축복받고 축하받아 마 땅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부부간의 합의하에 계획된 임신과 출산에 한정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지 못한 일이더라도 그 일이 기쁨으로 다가올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그러나 방송에서 보여주는 ‘고딩엄빠’들의 모습을 살펴보자. 저축은커녕 남편의 배달 알바로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사는 가족,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로 인해 싸우고 뛰쳐나와 근근이 살아 가는 모습, 10년 동안 아이를 5명이나 낳아서 감당 안 될 정도 로 힘들게 키우는데 남편은 무직, 그런 상황에 아이가 생기면 또 낳겠다는 발언, 13살 어린 아내를 시녀 부리듯 부려 먹는 꼰대 남편, 아이들이 모두 집에 있는데 이루어지는 폭언과 폭행, 19살 에 아이를 낳고 아내 혼자 3년을 넘게 키웠는데 양육비를 18만 원 준 남편, 구치소에 간 남편과 떨어져 홀로 아이를 키우는데 살림도 육아도 불안불안한 어린 엄마, 아기에게 냉동 인스턴트 볶음밥을 먹이는 엄마 …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정말 이것이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당차고 ‘기특한’ 삶인 것인가?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리고 나오는 사연들을 쭉 보면, 미성년자인 여학생과 성인 남성 간의 이뤄진 임신과 결혼 이야기가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여성이 10대, 남성이 30대 때 첫 아이가 생긴 부부, 부모님께 임신 사실을 숨긴 뒤, 19살에 미혼모 센터에서 홀 로 아이를 출산한 사연 등 다양한 미성년자 아내-성인 남편의 이야기들이 소개되었다. 방송이 나간 뒤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커졌는데, 미성년자의 경제적, 정신적 취약함을 이용해 성적 으로 착취하는 ‘그루밍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미성년-성인 간 관계를 단순히 ‘나이 차이를 극복한 사랑’으로만 그려냈다는 것이다.3) 이에 대해 네티즌들 역시 “세상 물정 모르는 여고생에게 잘해주면서 코 꿴 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미성년자와 관계하면서 피임도 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 인가?”,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응원해 주는 반응만 나올 줄 알았느냐” 하는 비판적인 반응이 대부분 이었다.

 

<고딩엄빠>에는 미성년자와 성인 간의 관계, 어린 소년· 소녀들의 임신과 출산, 성적 가치관에 대해 깊이 있는 문제 제기 와 교훈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에서는 전문 가들을 패널로 섭외하여 생활의 조언, 법적 조언들을 더 해주는 것으로 이를 이루고자 한 것 같지만,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특히 몇만의 조회수가 나오는 접근성이 좋은 영상 플 랫폼 유튜브(YouTube)에는 불화와 갈등의 모습이 달린 영상 들이 자극적인 제목, 섬네일을 단 채 올라온다. 물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알아야 할 성관계와 출산에 대한 상식들!’이라는 제목의 영상들도 올라오긴 한다. 그러나 ‘“목사 아들을 계획적 으로 꾀었다고...” 시부모님을 놀라게 한 고딩 엄마의 충격 고백!’ 이라는 제목의 영상의 조회수는 21만 회, ‘열여덟에 10살 연상 남을 만나 임신한 고딩맘의 사연!’ 영상의 조회수가 10만 회인 것에 비해 해당 영상의 조회수 4.4천 회에 그쳤다. 이것만 봐도 사람들이 어떤 주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시선을 두는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부부들, 엄마들에게 가해질 시선과 비판들, 무분별한 악플들도 문제지만, 그 부부의 아이들의 방송 후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온전히 부모 의 선택으로 방송에 노출된 아이들은 지금 당장은 어린 아기니까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부모는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의 영향, 사생활 보호, 인권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 해봐야 한다. 물론, 이런 일들에 주눅들지 말고 당당한 삶을 살 아라, 편견과 사회적 시선을 이겨내고 떳떳한 삶을 살아라, 하 며 용기를 북돋아 주고자 할 수 있다. 그 부모의 잘못이 자식의 잘 못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이해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 가 그 사연의 당사자라는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자신의 아버지는 구치소에 가 있고, 어린 엄마가 자신을 홀로 키웠지 만, 그 살림은 엉망이었다든지 자기 부모가 서로 폭언, 폭행을 퍼부어가며 싸우던 집안에서 동생을 돌보았다는 등의 배경을 TV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에게 알리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다른 사람의 사연을 소개하는 콘텐츠는 많다. 요즘에는 특히 자신의 가정사, 자신의 트라우마나 고충을 밝히며 상담받는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성행 중이며, 이 방송들은 분명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방향성이 그들의 문제 상황, 문제 행동, 갈등의 모습, 불행해 보이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시청자들에게 소비되는 자극적인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딩엄빠>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예시로 들어 이야기했지만, 현재 이런 프로그램들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등의 많은 콘텐츠 속에서도 지극히 자극적인 소재들, 내용 들이 인기 있게 소비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는 무분별한 미디 어의 노출에서 한 발짝 떨어져 올바르고 도덕적인 판단기준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MBN 프로그램 홈 - <고딩엄빠2> https://m.mbn.co.kr/tv/904

텐아시아, '고딩엄빠2', '미성년자성인' 성관계+임신자극만 남은 '고딩엄마'[TEN스타필드] https://tenasia.hankyung.com/tv-drama/article/2022120166934

경향신문, “폐지하라요청 쇄도···시청자들이 고딩엄빠에 뿔난 이유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211281621001#c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