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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3호] 여러분은 간호사가 필요하십니까?

여러분은 간호사가 필요하십니까?

간호대학생 원 선 정

나이팅게일의 정신으로 코로나와 맞서는 간호사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보건 의료 문제점에 대해 매일 같이 이야기하곤 합니다. 2019년 전 세계를 뒤집어 놓은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는 우리 삶의 일부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 2020년 3월,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로 인한 팬데믹을 선언했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이례적으로 오랜 기간 우리 곁에 머물고 있으며 보건 의료 체계까지 무너뜨리고 수많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저는 지금, 최전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와 아직까지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간호사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오늘의 간호사들은 간호사의 어머니로 불리는 영국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과 너무나도 닮아 있습니다. 나이팅게일은 영국 크리미아 전쟁에서 전염병으로 인한 부상병들을 간호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간호사입니다. 나이팅게일은 ‘간호는 직업이 아니고 사명이다’, ‘간호사는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긍지와 가치관에 따른 간호활동을 하는 것이다', ‘간호란 질병을 간호하는 것이 아니고 병든 사람을 간호하는 것이다’라는 간호 이념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 간호학과 학생들은 3학년이 되면 간호사로서 자신의 간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해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거행합니다. 오늘의 간호사들은 나이팅게일의 정신을 가지고 현장에 뛰어들어 감염병 환자를 돌보고 간호하고 있습 니다. 간호사는 환자의 질병뿐만 아니라 질병과 관련된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상태를 총체적으로 돌보는 ‘전인간호’를 수행합니다. 그렇기에 질병이 중심이 아니라 환자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개별적인 간호를 제공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확진자는 전 세계적으로 2019년 말부터 지금까지 1억 700여만 명이 넘고 사망자도 340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누적 확진 자가 2천400여만 명이고 사망자도 2만750여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의료진의 감염도 증가해 의료진 감염자만 8천 명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들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와의 긴 전쟁에서 수많은 환자에게 전인적 간호를 할 수 있는 간호사의 필요성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간호사가 위태롭다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발생하기 전 에도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지속되고 있었 니다.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로 인해 언론과 매체에서 간호 자원 활용에 대한 주제가 떠올랐고 이제야 간호인력 문제가 수면 위로 상승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임상간호사 수는 OECD 국가들 중 최하위권에 속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인구 천 명당 임상 간호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 중 우리나라는 5.8%로 OECD 평균 1.2%보다 높습니다. 면허가 있어도 임상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활동 간호 인력은 인구 천 명당 4.2명으로 OECD 평균인 9.2명보다 한참 아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간호사 한 명이 맡고 있는 환자의 수가 일평균 15.2명입니다. 우리의 활동 간호인력은 왜 적은지? 활동 간호사 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 초창기에 응급실로 밀려드는 환자들과 그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중증 환자들로 인해 응급실도 병상처럼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간호사들은 최선을 다해 환자들을 돌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환자 수가 늘어날수록 간호사 인력도 늘어나야 하지만 간호인력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병상 확보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간호인력은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간호사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간호사의 적정 환자 기준조차 없습니다. 코로나 환자가 대거 발생한 상황에서 2시간마다 근무를 교대하도록 지침이 만들어졌지만, 간호사들은 인력 부족에 방호장비 부족까지 겹쳐 4~5시간 근무가 일상화되었습니다. 간호사의 육체적 피로도는 증가하고 코로나 환자에게 침습적인 시술 및 치료가 이루어지면서 간호사의 감염 위험은 커졌습니다.

 

화가 뱅크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코로나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들을 위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은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바꿀 영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게임 체인저, Game Changer : 영국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가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종합병원 응급실 벽에 남긴 벽화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바꿀 영웅을 의미한다.

 

간호협회는 간호사의 적정 배치 기준을 마련하고 적정한 수당을 지급하도록 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건의했습니다. 그 결과, 국회에서는 제3차, 4차 추경을 통해 격려 수당 지급안을 마련했고, 건강보험 수가를 통해 감염 관리 지원금 신설 등의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이것은 현재 중증의 환자들을 간호하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Help Nurse, Save Nurse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되기 위해서 먼저 환자 중증도 및 간호 요구도에 따른 정확한 간호인력 배치가 시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호인력의 불균형이 큽니다. 따라서 간호인력의 무분별한 증원보다는 전문적인 간호인력의 증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간호현장에서 간호사의 안정적인 수급이 어려운 상태이므로 간호법 제정을 통해 체계적인 간호사 양성과 배치로 양질의 간호인력을 배출하고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현재 38개 OECD 국가 중 대부분인 33개국이 독립된 간호법을 제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간호법은 국가 책임하에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간호사들의 육성, 배치, 교육, 적정 간호사 확보, 장기 분석 마련 등 여러가지 제공 체계와 수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법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간호법 제정에 대한 여론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성인 남 녀 천 명 을 대상으로 찬성은 70.2% 반대는 9.3%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보건의료인 3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은 76.1%, 반대는 23.9%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의 결과가 보여준 만큼 간호법은 간호사들에게 절실한 법이지만, 간호법이 제정됨으로써 영향을 받는 타 보건 직종과의 합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환자에게 질 높은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건강도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기 위한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환자에게 더 많은 의료혜택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 더 많은 환자를 집중적으로 간호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