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고

[164호] 문화에 따른 설득 방식 : The Culture Map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타인을 설득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표출하는 방식은 개인이 속한 문화 속에 내포된 철학적, 종교적, 교육적 배경에 기반한다. 즉 설득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통합된 방식이 없고, 당사자의 문화 배경과 사회적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메시지 강도도 중요 하지만, 소통방식과 설득 기술도 큰 역할을 한다. 

 

결론을 내리기 전에 변인에 관해 설명하고, 방법론과 데이터를 제시한 후 가설에 대해 설명하는 세밀한 설득 루틴이 잘작동 되는 경우도 있지만, 요건부터 설명함으로써 상대방의 주의력을 잡는 방법도 있다. 이처럼 서양에서는 원칙 우선 추론(Principle- first reasoning)과 응용 우선 추론(Application-first reasoning) 두 가지 설득 추론법이 있다. 원리우선추론은 일반적인 원리나 개념에서 출발해 결론과 현실 도출하는 연역적 추론(Deductive reasoning)으로도 알려진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은 죽는다 ▶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이처럼 전체에 대해 진인 것을 부분에 적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응용우선추론은 일련의 관찰된 사실들로부터 결론을 추출하는 귀납적 추론 (Inductive reasoning)으로도 부른다. ‘어제와 오늘 해가 동쪽 에서 떴다 ▶ 내일은 오늘과 같다 ▶ 내일은 해가 동쪽에서 뜬다’의 논리같이 특수 사례에 대한 관찰을 통해 보편적 특징이나 관계를 이끌어내는 추리 방법을 의미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 추론 방법은 기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추론 방법을 모두 수행할 수 있으나 개인마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추론의 틀이 있다. 이는 개인의 성장 과정에서 많은 요인의 영향에 의해 형성되는데, 특히 개인이 속한 교육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인은 교육과정에서 강조된 추론 방식을 더 자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수학 공부를 예로 들면, 원리부터 배우는지 수식부터 외우는지 그 순서가 나라마다 다를 수 있고, 이는 개인의 사고방식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앵글로색슨족 국가(Anglo-Saxon countries)에서 수식 먼저 배운 후에 반복적인 연습과 검증을 통해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교육시스템을 적용한 경우가 많다. 반면, 독일,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중남미 국가는 개념과 이론부터 이해한 후 적용 단계로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문화와 교육방식으로 인한 추론 방식의 차이는 대인 간 커뮤니케이션 과정 중에서도 드러난다. 연역적 추론에 익숙한 개인은 귀납적 추론에 익숙한 개인과 협업하게 되면 서로 맞춰야 할 부분이 많을 수도 있다. 원칙 우선인 문화에서 자란 개인은 ‘왜(why)’를 주목하기 때문에, 복잡한 이론과 개념을 설명한 후에 주장과 결론을 도출하는 것을 선호한다. 응용 우선 문화가 익숙한 개인은 ‘어떻게(how)’에 초점을 둘 수 있다. 이런 경우에 개인은 서술과 의견표현으로 시작해서 나중에 개념과 결론을 설명하는 순서에 적응한다. 응용 우선 문화에서 메시지 전달 시 요점 요약이나 포인트 메시지로 시작해 구체적으로 실용적인 논의를 통해 합의를 달성하는 방식이 수월하게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 

 

(그림 1)

 

미국 작가 에린 메이어(Erin Meyer)는 저서 <The Culture Map>에서 설득 기준에 따른 국가별 위치를 제시하였다(그림 1참조). 이 그림에서 국가의 절대적 위치보다는 각 나라에 대해 두 가지 추론 방식의 상대적 중요성을 제시하였다. 추론 방식이 각 나라의 철학적 뿌리가 되어가, 이에 따라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영국은 응용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미국과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원칙 우선 특징이 보인다. 중남미 국가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은 미국보다 원칙 우선 경향이 강하지만,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유럽 나라 그리고 러시아 보다 약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나라는 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자는 다른 시각 에서 아시아 문화와 서양 문화를 비교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문화는 서양 문화에 비해 배경 그리고 개인과 배경 간의 관계에 초점을 둔다. 중국을 예로 들면, 전통적인 중국 종교와 철학은 상호의존성과 상호연결성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즉 개인이나 사물 뿐만 아니라 그들이 처하는 배경과 그 배경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믿음을 가지며 ‘전체적 사고(holistic thinking)’를 취한다. 서양 종교와 철학의 공통적 특성은 특정 개인이나 사물을 배경으로부터 분리하여 분석하는 ‘구체적 사고(specific thinking)’ 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는 대화 패턴으로 이어진다. 개인이나 사건 자체를 주목한 서양인은 중국인이 핵심을 언급하지 않고 돌려서 이야기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며, 중국인은 서양인들이 상호의존 관계를 무시하며 의사결정을 쉽게 내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전체적 또는 구체적 사고방식은 개인의 편향 보다는 일종의 사회적 규범이나 통합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 사고’ 가 적용된 문화 환경의 경우, 개인은 상세하고 분명한 정보와 지시가 있으면 더욱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으며, ‘전체적 사고’ 문화에서는 맥락과 조각들이 하나로 완성되는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긍정적 영향력을 끌어내는 데에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한국 사회의 경우 맥락(context)이 설득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된다. 맥락은 의사소통을 참여한 개인 간의 상호이해를 돕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공유 요소를 뜻한다. 저맥락(low-context) 문화에서의 대화는 명확하면서 구체적이다. 많은 정보가 시작부터 언급 되며, 질문과 설명이 오고간다. 반대로 고맥락(high-context) 문화에서는 소통 참여자가 ‘분위기를 읽는다’. 즉 공유된 문화와 맥락으로 명시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고맥락 문화에 익숙한 개인 간의 소통은 원활하게 이루어질 테지만,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소통하는 경우 뚜렷하고 투명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양성과 글로벌이 추세가 된 지금, 많은 조직은 다국적과 다문화 팀을 구성함으로써 높은 창의력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아가서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시도는 문화 차이로 인한 많은 도전을 동반하여 쉽지 않은 일이다. 효과적인 문화 간 협업이 작동될 때까지 필요한 시간은 단일 문화보다 길고 더 많은 관리와 조정이 필요하다. 수월한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두 가지 팁이 있다: 먼저,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팀원들이 있을 때, 각 문화를 대표하는 팀원중 국제적 협업 경험이 있는 팀원을 뽑아서 문화 간 협업을 담당하며, 나머지 팀원들은 익숙한 방식대로 일한다. 이러한 방식은 적응 시간과 문화 간 갈등으로 인한 비효율성을 줄인다. 둘째, 목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혁신과 창의력이 목표일 때 다양한 문화 배경이 도움이 되지만, 속도와 효율이 목표이면 단일문화 배경으로 구성한 조직이 다문화보다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본문은 미국 작가 에리 메이어(Erin Meyer)의 저서 <The Culture Map> 일부를 요약 및 해석한 글임 *** 

 

참고문헌 

Hall, E. T. (1976). Beyond culture. Anchor. 

Meyer, E. (2016). The culture map (INTL ED): Decoding how people think, lead, and get things done across cultures. PublicAffairs. 

Nyssen Guillen, V. I., & Deckert, C. (2021). Cultural influence on innovativeness- links between “The Culture Map” and the “Global Innovation Index”. International Journal of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6(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