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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6호] 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 증진 방안

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 증진 방안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창호 선임연구위원

<사진1. 출처:pixabay>

 

소셜미디어, 메타버스, GPT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게 됨에 따라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고 유용한 정보를 찾는 능력인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2022325<디지털기반의 원격교육활성화 기본법>을 시행하면서 디지털 미디어 문해교육을 법제화하였다. 이에 따라 학교장이 학교에서 실시해야 하는 디지털 미디어 문해교육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접근 및 활용 능력 향상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이해 및 비판 능력 향상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사회참여 능력 향상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민주적 소통 능력 향상 등 네 가지이다. 2022 개정 교육 과정에서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생태 전환교육 및 민주시민교육을 전 교과에 반영하는 것과 미래세대 핵심역량으로 디지털 기초소양을 강화하고 정보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게 강조되었다. 디지털 소양은 디지털 지식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이해, 평가하여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생산,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허위 조작 정보가 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찾기가 어렵다 보니 청소년들은 가짜뉴스나 편향된 정보에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가령,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묻지마 범죄사건에서도 가짜뉴스가 많았고 실제로 이를 유포한 사람들은 10대 청소년이 대부분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허위 정보를 사실로 믿게 될 가능성이 크고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 확증편향을 갖기 쉽고 극단적 사고에 빠질 우려도 있다. 이는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지나친 혐오나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 시기부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에도 충분히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관점과 사고에 노출될 필요가 있다.

 

낮은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 수준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청소년의 디지털 정보 파악 능력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역량을 측정한 경우 한국 학생들은 25.6%의 낮은 정답률을 나타내 OECD 평균 47.4%에 크게 못 미쳤다(김나영, 2021).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경험도 OECD 평균에 비해 낮았다. 가령, 온라인정보의 신뢰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에 관한 교육을 받은 한국학생은 55.0%(OECD 평균 69.3%)였고 피싱 또는 스팸 이메일을 식별하는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한 한국 학생의 비율은 34.7%(OECD 평균 41.2%)이었다. 특히 학교에서 학습 목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경우가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았으며 디지털 기기에 대한 흥미도 비교적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김혜숙, 신안나, 김한성, 2020).

 

이처럼 한국 학생들은 읽기 역량은 뛰어났으나 디지털 문해력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들에 비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학교 현장에서 잘 이뤄지지 않았고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수업에 적용하는 경우도 부족하였다. 이러한 원인은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문해교육의 상당 부분이 미디어의 윤리적 사용이나 제작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이나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교육은 법적으로 하게 돼 있어 미디어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 교육이 많은 실정이다. 따라서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이해 교육이 활성화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 증진 방안 비판적 사고의 강화

 

미디어 문해교육의 핵심은 비판적 사고의 형성에 있다. 미디어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제도적, 산업적 측면을 청소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요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 자본주의의 상업적 속성, 미디어와 권력과의 유착, 미디어와 자본과의 관계 등에 대한 비판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언론의 소유구조 파악은 미디어 산업과 뉴스 콘텐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만일 특정 기업이 언론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 기업의 이익을 반영하는 기사들이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하기가 힘들어진다. 또한 어떤 언론이 특정 기업의 광고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 언론은 그 기업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쓰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정치적 성향도 뉴스 콘텐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동일한 뉴스라도 진보, 보수적 입장을 표방하는 언론사에 의해 각기 다르게 보도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사의 정치적 이념 성향을 알고 있어야 언론보도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뉴스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분석 틀이 있어야 한다. 일례로 필자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 중 누가라는 부분이 뉴스 기사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분석해 볼 수 있다고 본다. ‘누가의 경우는 뉴스 정보원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정보원이 뉴스에 많이 보도되었는지를 파악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입장을 지지하는 정보원의 이야기가 많이 인용되었다면 뉴스의 공정성이란 측면에서 이 기사를 비판해 볼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를 보면 라는 부분으로 비판적 접근을 해 볼 수 있다. 즉 왜 이 전쟁이 발생했는지를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지를 분석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뉴스가 사실들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특정 이슈나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를 전달하는 것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이런 비판적 분석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은 뉴스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번 고민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지금 청소년은 유튜브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튜브를 많이 이용한다. 유튜브의 경우에도 허위 정보가 많고 객관적 사실보다 주장들이 많아 청소년들이 자칫 잘못된 인식과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독도가 일본의 땅이라든지 지구는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는 주장이 여전히 유튜브에 나돌고 있다. 앞서 우리 나라 청소년들이 사실과 의견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결과를 논의한 바 있다. 이런 결과대로라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에 현혹돼 주장을 사실로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유튜브를 볼 때도 비판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특히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때문에 자신이 보고 싶어 하고 믿고 싶어 하는 콘텐츠만을 계속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런 알고리즘 작동 원리를 충분히 숙지한 후 유튜브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챗GPT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GPT를 사용한 사람이라면 이 생성형 AI가 인간이 수행하기에 오래 걸리는 일을 순식간에 해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챗GPT는 어떤 주제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GPT가 확산되면서 이용자들의 경험담이 온라인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찾아줘서 도움이 됐다는 글도 많지만, 거짓정보를 알려주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례도 많다. GPT의 경우 학습하지 않은 사실에 무지하고 수학적, 논리적 추론 과정에서 약점이 있을 수 있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천현득, 2023.4.13.). 또한 학습된 데이터일지라도 그 데이터가 편향되거나 품질이 낮을 수 있고 생성된 정보가 편향되거나 부정확할 수 있다(정제영 외, 2023).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학습한 후에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편향되거나 불완전한 경우 편향되거나 불확실한 정보가 생산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GPT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인공지능 시대에도 비판적인 사고와 안목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의 핵심은 비판적 사고력을 신장하는 데 있다.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이 갖춰지면 어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더라도 그 매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나영 (2021). 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세상에서의 문해력 계발. 교육정책포럼, 338.

진천: 한국교육개발원.

김혜숙, 신안나, 김한성 (2020). OECD PISA 2018을 통해본 한국의 교육정보화수준과 시사점. 대구: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정제영, 조현명, 황재운, 문명현, 김인재 (2023). GPT 교육혁명. 서울: 포르체.

천현득 (2023.4.13.). 챗지피티 앞뒤로 던지는 질문들...‘사실, 성찰없다. <교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