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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호] 코로나19 상황 속 클래식 성악가들의 이야기

코로나19 상황 속 클래식 성악가들의 이야기

박우승 기자

사진 : 대면 레슨시 사용하는 대형 아크릴판 

 

 2019년 12월 이후로 벌써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 약 1년 3개월이 넘었지만,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여전히 무자비하게 국내 공연예술산업들을 짓밟고 있다. 매 순간 우리 곁에 친근하고 당연하게 존재해 있었던 연극, 무용, 뮤지컬, 영화, 오페라, 클래식 공연 등의 공연 예술산업들이 처참히 무너지며 공연 예술산업 종사자들은 현재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영화, 대중음악 등의 일부 문화산업 역시 상황은 좋지 않지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온라인 콘서트 등 다양한 미 디어 플랫폼 콘텐츠들과 접합, 장르 나름대로 진화와 융합을 반복하며 코로나19 상황에 맞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대면 활동 비중이 훨씬 큰 클래식, 뮤지컬, 연극, 무용 등의 공연 예술은 여러 가지로 난황을 겪고 있다. 본 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있는 공연예술 종사자들 중 클래식 음악계의 성악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현 상황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클래식 성악 전공자들은 보통 어떤 진로를 택하게 될까? 대부분의 국내 클래식 성악 전공자들은 예고 혹은 사레슨 등 을 통해 음대에 진학하여 성악을 전문적으로 공부, 졸업한 후 여러 갈래의 길로 나누어지게 된다. 성악 전공자들은 대학 졸업 후 주로 오페라 가수, 음악 교사, 시립 합창 단원, 레슨 지도, 해외 유학, 합창 지휘, 교수, 솔리스트, 뮤지컬 배우 등 성악가로서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게 되는데,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과 방역 상황 속에서 오페라 가수, 해외 유학, 솔리스트, 합창단 단원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성악가들은 매우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워진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과 기존의 성악 연주 사이에는 큰 벽이 형성되어 있다. 성악이라는 공연예술은 가치와 목적을 대면 상황에서 들려주고 보여주는 연주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미디어 환경과 융합되기엔 그 한계점이 분명히 있다. 일부 클래식 연주자들은 미디어와 융합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클래식(Classic)은 미디어의 관점에서 보면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과거에는 엘리트층들을 위한 주류 문화였으나 현재에는 주류 문화보다 매니아 층 소비가 높은 일종의 하위문화, 비주류 문화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그 한계점이 더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성악가들은 어떻게 지내며 어떤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지 좀 더 가까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유학생 겸 오페라 가수인 바리톤 변동민과 겸임교수이자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테너 왕승원을 zoom상으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먼저 LA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성악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바리톤 변동민 씨는 코로나가 발생 한 이후로 유학생으로서, 성악가로서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 이후의 생활에 대해 “2020년도 3월부터 락다운(lockdown) 생활로 인해 LA 지역 전체에서 공연을 못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약 6개의 오페라가 포함되어 있는 공연 일정들이 줄줄이 취소되며 상황이 삭막해졌다. 하지만 당장 무대 위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발성,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돌아보며 기본기에 다시 충실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되어 오히려 개인적 음악적 퀄리티는 향상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된 것 같다.”라고 말하며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생긴 시간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또한 클래식 예술이 미디어와 융합하는 것에 대해 변동민 씨는 “내추럴한 사운드를 구성하고 있는 성악이 미디어와 융합 하는 순간 생동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많은 성악가들이 염려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하였다. 변동민 씨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결국 사운드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인 효과를 얼마나 융합시키는지가 관건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카메라 무빙, 각도, cg효과 등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성악 분야가 무궁무진하게 발전되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서울에 있는 두 대학교에서 겸임교수직을 하며 오페라 가수 활동을 하고 있는 테너 왕승원씨는 코로나 상황 초기에는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라 대책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코로나 초창기에 실행한 비대면 레슨에 서는 발음(딕션, diction)을 봐주는 것 외에는 실질적으로 학생의 발성 및 노래를 실제로 봐주기 어려워 학교, 교원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 많은 혼란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각 대학교에서 가령 큰 강의실에서 코로나 상황에 알맞게 학생과 교수가 멀리 거리를 두고 학생과 교수 사이에 큰 아크릴판을 설치하는 식의 대면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레슨 생들에게 큰 효과가 있는 그룹 레슨까지는 부담이 되어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전문 연주자들에 대해 왕승원씨는 코로나 상황에서 제일 심각하게 보아야 할 부분은 오로지 연주를 생계로 하고 있는 성악가들이라고 강조하였다. 왕 교수는 “현재 나라에서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재난 지원금을 비롯해 자영업, 소상인들도 나라에서 지원을 받고 있지만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듯이 예술가들 또한 마찬가지로 지원이 많이 부족해 말라비틀어져가는 것 같다.” 고 덧붙여 말하였다.

 

 또한 왕승원씨는 “대중들은 예술을 단순히 취미로 인식하기 때문에 예술을 생계로 하는 예술가들의 심각성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간혹 다른 일을 구하면 되지 왜 예술 활동을 굳이 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속상하다. 성악은 단순한 행위가 아닌 딕션, 발성, 해석, 연기, 테크닉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는 어려운 학문이다. 성악가는 평생 학자와 같이 성악이라는 학문만을 연구해왔는데, 하루아침에 자신이 연구해온 모든 것들을 쉽게 포기하고 내려놓을 수 없다.”라며 성악가들의 고충에 대해 털어놓았다. 

 

 시대를 호령했던 헨델, 슈만, 모차르트, 베르디 등의 과거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들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서 오직 신선 하고 새로운 것들만 추구했다. 어느 순간부터 성악은 문명의 발전과 함께 서서히 비주류 문화가 되어 현재에는 과거의 옛 영광에만 집착하고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바로크, 고전, 낭만시대 등부터 이루어져 온 보수적인 전통에 사로잡혀 있는 성악 장르가 이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진보적인 요소들을 공격적으로 추구해야 하며 다소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면 또한 접목시켜야 한다. 오로지 오페라가 중심이 아닌 성악 내에서 좀 더 신선하고 새로운 비주류인 음악에 관심을 두거나 미디어에 접목시켜 볼 수도 있고, 크고 장황한 오페라가 아닌 콘서트나 리사이틀 등에 무게를 좀 더 실을 필요가 있다. 현재 성악가들은 시대의 흐름을 파도처럼 맞으며 매번 위기를 겪고 있다. 옛말에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그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삼을 것인지가 앞으로 클래식 성악가들에게 남겨진 숙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