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20. 12. 23. 09:00

김 도 헌 (대중음악평론가, 웹진 IZM 편집장)

 

 

출처: 스브스뉴스

 

  ‘힙(Hip)’에 대한 정의부터 내릴 필요가 있겠다. 원래 ‘힙하다’, ‘힙스터’는 유행과 거리가 멀다. 영미권에서의 ‘힙’한 무언가는 개인의 기호와 정체성을 중심에 두고 트렌드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힙한 음악’의 마니아들 역시 원래대로라면 대중음악 주류를 지배하는 팝스타들의 음악 대신 소규모 공연장에서 자본의 개입을 최소화한 상태로 노래하는 인디 아티스트들을 따르게 된다.


  한국에서의 ‘힙’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언제부터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힙하다’는 ‘핫하다’ 또는 ‘트렌디하다’와 비슷하게 통용된다. 여기저기서 많이 쓰니 익숙해졌지만 ‘요즘 힙한’이라는 단어는 아직까지 어색하다. 가장 거리가 멀어야 할 두 개념이 같은 뜻으로 묶인 격이다. 그런데 음악에 있어서 ‘힙’은 어느 정도 근거 있게 활용된다. 유튜브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힙한 음악’을 검색했을 때 케이팝 아티스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완전한 언더그라운드, 반골, 인디 음악만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힙’이라는 단어가 적어도 음악에서는 익숙한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싶어 하는 음악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2020년 한 해 록, 힙합, 알앤비,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수많은 곡들이 조명을 받았고 그중 주류 미디어의 수혜를 입거나 소문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곡들이 범대중적으로 ‘힙한 음악’이라는 칭호를 수여받았다. 멜론, 지니, 벅스 등 오랜 시간 대중의 선호를 좌지우지해왔던 스트리밍 서비스의 주류 차트들이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개편되고 유튜브와 SNS가 빠르게 감상의 주도권을 차지하며 음악에서의 ‘대중’은 ‘수많은 취향의 집합체’로 재구성되었다.

 

  그렇기에 ‘올해 인기 있었던 음악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겠다. 하나는 TV조선 <미스터트롯>, MBC <놀면 뭐하니?> 같은 미디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인기를 얻은 트로트 가수들과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 환불원정대의 ‘돈 터치 미(Don’t Touch Me)’ 등이다. 둘째로는 방탄소년단, 여자친구, NCT, 트와이스 등 케이팝 그룹들이다. 세 번째가 바로 ‘힙’에 해당하는 인기곡들이다. 전세대, 전 사회 계층이 즐기진 않았으나 각자의 영역에서 확고한 지지층을 끌어모아 2020년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음악이다. 그 기반에는 유튜브 등 뉴미디어 상의 선-유행이 있었고, 이를 캐치하여 적극적으로 확장 혹은 도입의 과정을 거친 노래들이 ‘힙’을 넘어 ‘주류’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출처: 블루바이닐

  백예린은 국내의 힙스터들이 고대하던 새로운 유형의 아이돌 스타다.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KPOP스타> 출신의 박지민과 함께 알앤비 듀오 ‘피프틴엔드(15&)’로 활동했던 그는 2015년 솔로 데뷔 EP <프랭크(Frank)>를 통해 더 넓은 음악 세계를 꿈꿨다. 언젠가부터 TV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국내 각지의 인디 록 페스티벌에 자주 얼굴을 비치던 그는 2017년 난지한강공원에서 자신의 미공개곡 ‘스퀘어(Square)’를 불렀는데 이것이 백예린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비바람이 치는 페스티벌 현장과 달리 해맑은 표정으로 자유로이 노래 부르는 이 영상은 1,2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오래도록 정식 발매되지 않은 ‘비공식 히트곡’의 지위를 누렸다.

 

  자신감을 얻은 백예린은 2019년 JYP에서의 마지막 작품 <아워 러브 이즈 그레잇(Our Love Is Great)>을 발표하며 완벽한 음악 노선 전환을 선언한다. 밴드 베이스의 팝 록 보컬로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지켜줄게’,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을 소화하는 모습에 ‘피프틴엔드’ 시절부터 그를 기억한 팬들부터 인디 록, 알앤비를 사랑하는 ‘힙스터' 팬층까지 환호를 보냈다. 결정타는 2019년의 마지막 달 발표한 첫 정규 앨범 <에브리 레터 아이 센트 유(Every Letter I Sent You.)>였다. 지난 시간 백예린이 차곡차곡  쌓아둔 곡들을 모아둔 이 앨범에는 앞서 언급한 ‘스퀘어’가 정식 수록되어 있었다. ‘스퀘어’는 한국 스트리밍 차트 최초로 1위에 오른 영어 가사 곡이 됐고, 그 열풍은 2020년 초반부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출처: Youtube 온스테이지ONSTAGE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 에피소드를 통해 이름을 알린 박문치(본명 박보민)는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하는 노스탤지어 흐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1996년생 박문치는 그가 태어나기 전 유행했던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중반까지의 댄스 음악을 선보이는 프로듀서다. 민수, 죠지 등 신예 싱어송라이터들의 곡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복고의 숨결을 불어넣은 그는 작년 인디 뮤지션 달라, 준구, 힙합 아티스트 기린이 참여한 ‘널 좋아하고 있어’로 주목받기 시작해, 올해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더불어 ‘박문치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박문치의 인기에는 2010년대 말부터 대중음악계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한 ‘뉴트로’가 있다. 1970년대~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AOR(Adult Oriented Rock) 스타일의 풍부한 스트링, 긍정적인 메시지와 선율, 고급스러운 코드 진행 음악이 다시 돌아오며 김현철, 윤수일, 장필순, 김완선 등 과거의 이름이 현재로 돌아왔는데 이것이 ‘시티팝 리바이벌’이다. 1990년대 음악 방송을 24시간 송출하는 방송사 유튜브 채널은 팬들에게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정겨운 별명을 얻었는데, 그 속에서 사라진 노래 ‘리베카’를 부른 무명 가수 양준일이 발굴되어 올해 초 복고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 레트로 흐름을 명민하게 포착한 프로그램이 <놀면 뭐하니>로, ‘깡’의 우스꽝스러움이 놀이 문화로 재발견된 가수 비와 과거의 스타 이효리를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로 엮어 1990년대 가요풍의 ‘다시 여기 바닷가’를 올해 여름 최고의 히트곡으로 만들었다. 후속 프로젝트 ‘환불원정대’ 역시 과거의 스타 이효리와 엄정화를 활용한 레트로 메이킹이 주요 문법이다.

 

출처: Youtube Imagine your Korea

 

  마지막으로 ‘범 내려온다’의 주인공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5월 정규 앨범 <수궁가>를 발표한 이날치는 음악 감독 장영규를 주축으로 젊은 다섯 명의 소리꾼과 드러머 이철희, 베이스 정중엽이 2019년 결성한 팀이다. 네이버의 라이브 시리즈 ‘온스테이지 2.0’에 출연해 ‘범 내려온다’를 부른 영상이 조회수 800만 회 이상을 기록하며 주목을 끌더니, 한국관광공사의 유튜브 광고 시리즈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가 총 조회수 3억 회, 시쳇말로 ‘대박’이 나며 2020년 최고의 주목받는 곡에 등극했다.

 

  이날치의 감독 장영규는 이미 2015년 소리꾼 이희문, 추다혜, 신승태와 함께 밴드 씽씽(SsingSsing)을 꾸려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2016년부터 유럽 및 해외 지역에서 활발한 공연을 펼치던 씽씽은 전통 민요를 디스코와 펑크(Funk)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팀으로, 2017년 미 공영 라디오 채널 NPR의 인기 라이브 포맷 ‘엔피알 뮤직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NPR Music TIny Desk Concert)’에 한국인 최초로 출연하며 음악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이날치는 씽씽 해체 이후 2018년부터 장영규가 세심하게 준비해온 프로젝트였으며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흥행에 날개를 달았다. ‘범 내려온다’가 ‘힙’한 음악으로 통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이들이 판소리 ‘수궁가’를 바탕으로 활동하면서도 국악의 요소를 과감히 내려놓은 채 춤추기 좋은 리듬과 댄스 음악을 고수하여 접근성을 높인 데 있다. 두 번째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활약이다. 전자를 통해 이날치는 전통문화에 대한 세간의 고정관념과 접근 난이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후자에서 보이듯 그 성공이 음악 자체의 힘보다 영상 및 퍼포먼스에 집중되어있다는 불안 요소도 안고 있다. 물론 올해는 이날치와 더불어 씽씽 이후 이희문의 ‘오방신과’, 추다혜의 ‘추다혜차지스’ 등 다양한 국악 기반 밴드들이 양질의 앨범을 발표한 해였으나, 이것이 단발성 히트로 잊히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한 활동이 요구된다.

 

  21세기 들어 한국 가요계는 주류 미디어, 거대 기획사의 자본과 영향력 없이 대중적 히트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  2010년대 중반까지 ‘인기곡’은 구매력 강한 팬덤 기반의 케이팝 그룹들이 주도하거나 인기 가수들의 차지였다. 하지만 유튜브의 영향력 증대 및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보편화는 주류에 반감을 갖고 있던 불특정 다수를 일정하게 묶어 ‘힙’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영향력 집단으로 부상시켰다. 2020년의 백예린, 박문치, 이날치는 몇 년 전부터 산발적으로 보였던 그 조짐이 커다랗게 발현하여 ‘올해의 인기곡’으로 자리 잡은 경우다.

 

  다채로워지는 음악계의 모습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앞서 이날치의 경우에도 언급한 바 있듯, ‘힙’의 주류화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면 흥미만이 남아 순간의 유행, 트렌디한 어떤 것으로 잊힐 위험을 내포한다. 고유의 개성이 규격화되었을 때 끊임없이 새로운 대안, 반골의 ‘힙’이 솟아 그 자리를 대체하는 환경이 건강한 토양이다. ‘힙’한 발걸음을 꿈꾸는 이들의 롱런을 결정짓는 것은 재미가 아니다. 2020년 한 해의 히트에 멈추는 대신, 2020년대를 돌아봤을 때도 의미가 있을 장기적 흐름을 기획할 거시적 시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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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연과사람 2021.02.26 11:58  Addr  Edit/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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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20. 12. 23. 09:00

 

 

박우승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출처 : Pixabay

 

2020, 코로나 악재 속에서 20대는 하늘 높이 치솟은 부동산과 취업난을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들 속에서 많은 20대들이 이제는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 않은 주식에 발을 들이고 있다. 특히 대학생들은 주린이(주식+어린이)를 자칭하며 자신들이 소유한 다양한 금액의 목돈을 주식 계좌에 쏟아 붓고 기업들간의 자본 경쟁 전쟁터에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뛰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6(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을 합산했을 때 2020년도 20대의 주식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38.8%,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대의 신용거래융자는 약1600억대에서 약 4000억으로 늘어났으며 신규 계좌 수 또한 약 250만개를 기록하며 20대들 사이에서 주식 열풍이 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대가 주식을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2017년 비트코인 상승을 목격하고 경험한 세대 이자 유튜브,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의 소셜 네트워크들의 활성화 등으로 인해 기존의 주식에 대한 정보를 쉽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 각종 스마트 폰에서 어플 시스템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짐으로 인해 취업 불황이 닥쳐온 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함으로 인해 막대한 기본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과는 달리 적은 자금으로 손 쉽게 벌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20대들 사이에서는 주식에 관심이 쏠려있다. 이와 더불어 20대 대학생들은 통학을 하며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버는 것보다 편하게 용돈 벌이를 할 수 있는 주식을 선호한다.

 

20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주식 매매는 주로 어떻게 이루어질까? 간단히 말하자면 주식의 매매 성향에는 크게 장기투자, 단기투자 이렇게 2가지 종류의 매매 성향이 있다. 장기 투자는 말 그대로 기업의 미래가치를 계산하고 장기적으로 한 종목(기업)에 꾸준히 돈을 넣어놓은 후 미래에 기업이 자신의 목표만큼 성장했을 때 수익을 실현하는 투자이다. 반면 단타, 투기라고도 불리는 단기 투자는 특별히 기업에게 호재가 되는 이슈 혹은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테마를 찾고, 그 이슈 혹은 테마가 기업과 만났을 때 일시적으로 가치가 급등하거나 오르는 것을 예상하고 빠르게 해당 기업의 주식에 들어간 후에 가치가 급등할 시 바로 수익을 실현하고 나오는 매매 법이다.

 

두 가지 종류의 매매 성향 중 좀 더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바로 단기 투자이다. 단기 투자는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한순간에 오보 혹은 악재로 인해 급락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양날의 검과도 같은 단기 투자는 언론의 매우 강력한 지배에 놓여있다. 말 그대로 기사 하나에 기업의 시가 총액이 급등할 수도, 급락할 수도, 개인 투자자들이 웃을 수도, 울분을 토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몇가지 상황을 예로 들자면 올해 1116일 주식 시장이 끝난 직후 A기자가 찌라시성 오보 기사를 내보냄으로 인해 B 회사의 주가는 급락하며 타격을 입었고, C 회사는 급등하였다. 이후 기사가 오보로 판명 났고, A기자는 3번의 기사 내용 수정을 통해 내용을 정정했지만 급락한 B 회사는 이미 타격을 받아 투자자들이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받았고, 급등한 C 회사 또한 오보로 인해 급락하게 되었다. 이에 양측에서 피해를 입은 많은 투자자들은 국민 청원에 오보를 보도한 A기자를 고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또한 일반 언론보도와는 다르게 주식의 상황을 주제로 하는 증권 해설형 기사도 있다. 이와 같은 기사들은 대부분 빠르게 급등한 주식이나 급락한 주식, 그리고 주목해야 될 주식 종목을 짚으며 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사람들은 기사의 달콤한 속삭임 등에 쉽게 현혹되어 종목에 투자했다가 자칫 낭패를 보기도 한다. 올해 1010일자 상장을 시작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수많은 언론들이 앞다투어 엄청난 주식 상품으로 보도하였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주식에 다양한 사회 계층들이 자신이 보유한 돈들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처음 나온 날짜를 기준으로 주가는 35만원에서 시작했지만, 수일 뒤 14만원까지 폭락 하고 말았다. 신혼부부, 약혼자, 주부, 대학생 등등 다양한 사회 계층들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보았고, 급기야 주식은 환불이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환불 요구가 빗발치는 사태까지 발생 했다.

 

이러한 상황들을 통해 알 수 있듯 언론은 주식장에서의 개인 투자자와 기업, 외국인매수자들의 금전적 흐름,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의 본질적 정치 모델인 주식시장을 자연스럽게 통제하고 권력으로 지배하는, 일종의 헤게모니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알튀세르가 언급한 정치, 문화, 경제의 반영물이 이데올로기적 사회 장치인 언론을 통해 신자유주의의 최대 반영물인 주식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으며 주식시장은 현재 현대인들에게 거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종합해본다면, 언론은 그것의 존재 자체만으로 오로지 경제적 가치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스템의 구조를 더욱 견고하고 굳건히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결코 언론의 역할이 모든 분야에서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자유주의가 건설해 놓은 주식의 장에서 언론의 역할이 헤게모니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확실하다.

 

현재 견고하게 짜인 신자유주의가 반영된 주식 시장 속으로 너도 나도 들어오고 있는 20대 대학생들은 현재 돈을 쫓음과 동시에 돈에게 쫓기고 있다. 하루에도 엄청난 양으로 쏟아지는 보도는 실시간으로 순식간에 주식 시장이 주목하는 스포트라이트를 예기치 않게 바꾸기도 하고, 한 기업의 시가를 급격하게 떨어트리며 용돈 벌이를 목적으로 돈이 필요해 단기 투자를 하는 대학생들에게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돈을 쟁취하고자 돈을 쫓아갔지만, 쫓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돈에게 자신이 역으로 쫓기게 되는 그야말로 비극적 코미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수익 실현이 되는 상황도 올 수 있지만, 이 상황도 결코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선 하루 종일 주식호가창과 뉴스 기사들, 커뮤니티 등을 수시로 돌려봐야 하며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 정작 본인의 학업에 집중하지 힘든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주식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끊임없이 나오고있다. 하이 리턴인 만큼 하이 리스크, 자신의 종목에 베팅하는 점들이 도박의 특징과 흡사한 부분에서 주식을 도박으로 보는 시선도 아직까지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2020년 암울한 시기에 주식 재테크가 꼭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당장 자신의 꿈과 학업을 위해 노력해야 될 학생들이 주식 장에 뛰어들며 언론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집착하고, 주시하며 언론에게 휘둘리게 되는 언론의 노예로 전락하여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채 신자유주의가 펼쳐놓은 거대한 덫에 빠져 주식 장이 만들어 놓은 돈을 쫓고 돈에게 쫓기는 쳇바퀴 통에 자신들이 들어갈 수 있음을 인지하고 각별히 주의해야 된다고 경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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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 2021.01.03 12:24  Addr  Edit/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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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20. 12. 23. 09:00

 

정지경 북경수박사문화발전유한공사 프로젝트 디렉터

 

 

 

COVID-19 영향으로 전세계 영화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 2020 중국 영화 흥행수입이 북미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지난 10 14, 중국 영화 흥행수입은 193000 달러(22117 ) 같은 기간 북미지역의 192500 달러(22060억원) 넘어섰다[1].

 

물론 팬데믹 상황의 영향이 컸지만 중국 영화계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미국시장을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2019 중국을 강타한 흥행작 <유랑지구(流浪地球)> <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 내수 시장의 흥행만으로도 전세계 흥행 성적 TOP 20 이름을 올릴 정도로, 중국 영화 업계는 이미 막강한 인프라가 완성되어 있다.

 

SF 동양판타지처럼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는 장르는 중국이 강세를 보일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대작 영화들 사이에서 중국 청춘 영화가 꾸준한 성공이 눈에 띈다. 2019 10월에 개봉한 <소년시절의 (少年的你)> 15.59 위안을 벌어들이며 역대 중국 청춘 영화 흥행 수입 1위를 차지했다.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되던 10 전만 해도 '중국 영화' 하면 몇몇 키워드로 설명이 끝났다. 장예모와 첸카이거로 대표되는 5세대 감독이나, 지아장커로 대표되는 6세대 감독들. 예술영화 혹은 고전 사극이나 무협영화.

하지만 최근에는 OTT플랫폼을 통해서 한국에서도 더욱 다양한 장르의 중국 영화를 손쉽게 접할 있게 되었다.  < 훗날 우리>, <소년시절의 > 등의 중국 청춘 영화들이 한국의 청년층들에게 잔잔한 반응을 얻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청춘 영화 <안녕, 나의 소울 메이트(七月与安生)> 한국 리메이크 소식까지 들려왔다.

 

2013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们终将逝去的)> 성공 이후, 중국에서는 매년 20 이상의 청춘 영화가 만들어져 왔다. 여타 장르에 비해 선호 관객층이 명확하고, 개런티가 높은 유명 배우 대신 청춘의 이미지에 맞는 신인 배우를 써도 관객의 수용도가 높아, 제작비 대비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장르로 많은 제작사들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있다.

 

 

 

<2013-2019 역대 중국청춘영화 TOP10>

No

제목

상영일

감독

박스오피스

(RMB)

1

소년 시절의

2019.10.25

청궈샹

15.58

2

훗날 우리

2018.4.28

류뤄잉

13.61

3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2013.4.26

자오웨이

7.19

4

총총나년

2014.12.5

장이바이

5.86

5

소시대3

2014.7.17

궈징밍

5.26

6

소시대4

2015.7.9

궈징밍

4.89

7

좌이

2015.4.24

수요펑

4.85

8

소시대

2013.6.27

궈징밍

4.84

9

동탁적니

2014.4.25

궈판

4.55

10

치자화개

2015.7.10

허죵

3.79

 

 

인기 소설가 '궈징밍(郭敬明)' 브랜드 파워가 크게 작용한 소시대(小时代) 시리즈를 제외하고, 중국 청춘 영화의 흥행 상위권 영화들은 특정한 패턴을 보인다.

 

학기가 시작된다. 기숙사에 각지에서 개성 넘치는 친구들이 모인다. 동성 사이에 의리와 우정이, 이성 사이에 애정이 싹튼다. 밝고 싱그러운 과거와 어둡고 쓸쓸한 현재가 교차적으로 묘사된다. 어린 청춘의 끝자락에서 누군가는 낙태를 하고, 누군가는 죽는다. 어른이 주인공들은 물질을 추구하며 '현실을 깨달았을 '이라 자조하는 동시에 가라앉은 목소리로 후회와 그리움을 토로한다.

 

사실 '청춘'이란 단어와 '후회' '그리움' 뗄래야 없는 정서일 것이다. 다만, 중국 청춘 영화에서 정서가 낙태와 죽음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그려지는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 한국관객들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는 대만의 청춘 영화의 건강함과 비교하면, 중국 청춘 영화가 가지는 어두운 정서는 더욱 명확해진다.

 

중국의 청춘 영화는 해피엔딩을 그리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겉으로는 성공했더라도 무언가를 상실했다. 아예 제목부터가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이고 총총 떠나버린 시절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항상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는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는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 훗날 우리>2008년으로 시작하는 과거는 컬러 화면으로, 10 재회한 현재는 흑백 화면으로 묘사한다. 너의 사랑을 잃는 순간, 세상은 색을 잃어버렸다는 대사를 통해 부가설명도 잊지 않는다. "이후, 우리는 모든 가졌지만, 우리를 잃었다 (后来, 我们什么都有了,却没了我们)" 포스터 카피까지, 노골적으로 상실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중국어로는 '()'. 잃다, 놓치다, 상실하다, 낙담하다, 실의에 빠지다, 목숨을 잃다는 뜻이다.

 

중국 청춘 영화의 상실의 정서는, 초고속 성장과 배급주의에 가려진 사회적 소외와 실패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더욱 짙어진다. 성공을 쫓아 사랑을 버리고 미국을 주인공이 시민권을 얻기 위해 서양인과 위장결혼 하지만 결국 이혼하고 다시 돌아온다거나(<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미국에서 멋진 삶을 사는 주인공의 몽타주로 시작하지만, 영화의 중반에서 몽타주가 모두 가짜임을 보여준다거나(<동탁적니(同桌的你)>). 북경 호구(户口)[2] 가진 남자라면 아무 조건 없이 사귄다거나(< 훗날 우리>), 지독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살해를 저지른다거나(<소년시절의 >). 중국에서 사회 곳곳 시스템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장르는 청춘 영화가 유일하다.

 

과거 베이퍄오(北漂) [3]농민공의 삶을 다룬 왕샤오슈아이(王小) 감독의 2001 <북경자전거(十七岁的单车)> 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있는 당시, 북경의 낙후한 골목풍경을 담았다는 이유로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6세대 영화들이 중국 하층민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세계영화계에서 환영을 받자, 중국정부는 아예 상영허가증 없는 영화의 해외영화제 참가를 금지하며 6세대 영화를 검열했다.

 

이렇게 자국 사회의 부정적 단면을 보여주는 것에 특히 민감한 중국이, 청춘 영화에 한해서는 엄격한 심의 기준을 다소 느슨하게 풀고 있다. 폭력, 혼전임신, 낙태, 원조교제, 죽음. 중국의 청춘 영화의 과격한 키워드들은 이미 6세대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던 것들이었다. 리얼리즘에 천착했던 중국 6세대의 전통이 시장의 산업화와 함께 장르의 표피를 통해 청춘 영화에 일부 계승되었다. 기실 6세대 영화가 담았던 상실의 정서를 청춘 영화에서도 동일하게 담고 있음에도 후자는 문제 없이 상영되고, 또한 흥행한다. 심의? 상관없다. 어차피 겉으로는 실패한 첫사랑의 이야기일 뿐이지 않는가?

 

재미있는 점은 최근 년간 성공한 중국 청춘 영화를 순서대로 열거하면, 자체로 하나의 연대기를 완성한다는 점이다. 70후를 그린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80후를 다룬 <동탁적니> , <총총나년>, 뒤를 90후를 그린 <좌이> 이었고, 급기야 00후의 <소년시절의 > 개봉하여 성공을 거뒀다. 영화들은 앞서 언급한 청춘 영화의 패턴을 계승하면서도 시대 배경에 따라 각각의 영화들이 주인공들이 가지는 고민의 디테일에 차별점을 두고 있다.

 

< 훗날 우리> 동안의 청춘 영화가 다루지 않았던 주인공들의 졸업 후부터 어른이 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청춘 영화라면 의례 등장하던 낙태나 죽음도 없다. 사스나 올림픽 역사적인 사건 묘사를 통해 시대적 향수를 자극하는 대신, 매년 춘절을 기점으로 서사를 전개하며 변화하는 사회구조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는 점도 새롭다. 2008, 마을 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여 설음식을 나눠먹던 풍경에서 점점 사람이 줄더니, 이제는 아버지 혼자 춘절을 보내고 있는 모습은 쓸쓸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 훗날 우리> 중국 청춘 영화 특유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다른 영화들이 그리지 않았던 공백을 메운다. 중국의 청춘 영화는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진화하고 있다.

 

한국 영화 역시 청년층의 고충을 다방면으로 다루고 있다. <엑시트> 재난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주인공으로 현재 한국 청년층의 상황을 비유했고, <리틀 포레스트> 에서는 심신이 지친 청춘들에게 치유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영화가 장르의 안에서 캐릭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청춘의 고충을 이야기한다면, 중국의 방식은 직접적이고 과격하다.

 

중국 청춘 영화에 보내는 한국 청년들의 공감과 지지는, 한국 영화에서 그저 가볍게 덮어두었던 내면의 깊은 상처를 알아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1]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0101702109931054001&ref=naver

[2] 중국의 호적 개념. 도시를 기반으로 주어져, 해당 도시의 호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많다. 부동산 구입, 자동차 구입 교육에서 혜택을 받을 있는 북경 호적인 비싼 값에 거래된다.

[3] 일거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 북경에서 생활하는 외지인. 북경에서 생활하지만 북경 호적을 갖지 못한 사람을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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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20. 12. 23. 09:00

-교수님, 어떤 책을 읽을까요?

 

 

조재희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출처: 교보문고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당연시되는 말과 행동 그리고 태도를 통해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을 수 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지금까지 본인이 무심코 남들에게 보여줬던 비의도적인 차별적인모습을 돌아보면서, 선량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나 차별할 수 있음에 대해 숙고할 기회를 갖는다. 책을 읽은 후, 나는 덩치 큰 사내가 마주 오는 여인을 보고는, 길의 한편으로 비켜서서 걷고 시선을 가로수 잎으로 돌리는 장면을 떠올려 본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

 

 

 

출처: 교보문고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에서 독자는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톱사슴벌레는 미루나무를 좋아하는데 다리가 약해. 그래서 미루나무를 세게 차면 사슴벌레가 뚝 떨어진다!”라는 동네 형들의 얘기에 냇가를 따라서 늘어서 있던 미루나무를 발로 차고 다녔던 기억이 났다. 나무가 굵어서 어린 아이의 발차기로는 꿈쩍도 하지 않고 발만 아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 이상 우리 아이들과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리처드 루브는 아이들에게 있어서의 자연의 중요성을 절절히 서술한다.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 리처드 루브 -

 

 

 

세상은 단 한 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으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항상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모스크바의 신사]의 주인공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은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호텔의 다락방에서 기거하면서 호텔에 격리된 삶을 살고 있고, 이전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 속에서 살게 된다. 호텔로 한정된 지극히 좁은 세상은 자유롭고 풍유롭게만 살아온 백작에게는 지옥 일진데, 기품과 유머를 잃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이 오히려 유쾌하다. 로스토프 백작은 디지털화로 인해 무한의 공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삶을 사는 우리에게 중심을 잡고 남을 배려하는 삶이 주는 따스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모스크바의 신사] - 에이모 토울스 -

 

 

 

원용진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문화연구(Cultural Studies)가 꿈꾸었던 연구의 전형이었지 않았을까. 이 이후의 문화연구 작업들은 이로부터 미끌어져간 연속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문화연구와는 너무 큰 간극을 가진 저술이다. 현실 정치가 이뤄지는 방식을 자신들의 정치 철학, 혹은 정치 이론을 숨긴 채 그러나 꼼꼼히 적용해가며 만든 책이다. 이후 대처리즘 논쟁을 촉발시키는 전초 역할을 한 이 저작을 부산대의 실력있는 임영호 교수가 번역 중이라 하니 기다려진다. 40년이 자니서 번역본이 나오는 셈이니 이를 계기로 한국의 문화연구가 제 몸을 추스르는 계기도 되었으면 한다.

 

 

 

 

 

 

Policing the Crisis: Mugging, the State, and Law and Order

Stuart Hall, Chas Critcher , Tony Jefferson , John Clarke, Brian Roberts

 

 

 

 

 

 

텔레비전의 내용과 형식이 분석될 수 있으며 그 분석이 세상사는 사람 꼴과 연결됨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누구든 텔레비전을 해석해 비평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살짝 눌러주고 텔레비전 비평도 전문 비평 영역이 될 수 있다는 힌트를 전해주었다. 과도하게 문학이론을 빌려와 비평하지 않으면서도 문학이론을 텔레비전만큼이나 대중화시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피스크를 세계적인 대중문화비평가, 이론가로 이름을 떨치게 한 책이다.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의 비결이 이 책 행간에 숨겨져 있는데 아마 이 책도 그 비결에 기대고 있지 않나 싶다.

 

 

 

 

텔레비전 문화(Television Culture) -존 피스크-

 

 

 

 

 

 

나의 박사 논문 (The Making of National Culture) 이후의 저서나 논문은 대체로 전통의 발명, 민족주의, 국가주의, 권력 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중매체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어떤 내용과 형식을 동원하여 대중 주체를 만드는지를 논의하였다. 기억해보면 홉스봄은 나에게는 숨겨진 가정교사 같은 존재였다. 이 저서와의 만남을 통해 언어적 전회(linguistic turn)를 꾀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모든 자연스러움에 대해 의구심을 던져보는 자세를 갖추게 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 펼쳐진 온갖 연행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한 나의 박사논문에는 홉스봄에 빚진 바를 적지 못했다. 괜찮다면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이 자투리를 빌어서라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이 책에 다시 방점을 찍으며 존경을 전하고 싶다.

 

만들어진 전통 -에릭 홉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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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20. 12. 23. 09:00

넷플릭스 따라잡기 : 소설의 드라마화 구상 포인트

- 보건교사 안은영 REMAKE -

 

오유선 기자

 

출처: 네이버쇼핑

 

 

 

최근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무심히 역내 스크린을 바라봤을 때, 지하철에 타서 유튜브의 영상을 클릭했을 때, 지하철에서 내려서 버스로 환승했을 때 계속해서 눈에 띄는 광고가 있었다. 바로 20209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광고였다. 평소였으면 별생각 없이 또 광고군하며 지나쳤겠지만 이 드라마, 어딘가 심상치 않다. 분명히 직업이 보건교사로 나와 있는 주인공이 스타워즈 광선검을 연상시키는 장난감 칼과 어쩐지 고급지게 생긴 비비탄 총으로 학교에 나타나는 괴물들을 퇴치하고 있다. 게다가 학교에 나타나는 괴물들은 누가 봐도 최종 보스같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말랑말랑하고 귀여운 느낌마저 들었다.

 

결국 호기심에 굴복해서 보건교사 안은영을 검색해보았다. 포털 사이트에 나오는 로그라인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명랑 판타지 시리즈. 광고를 보면서도 예상했지만 과연 넷플릭스에서 제공할 만한 소재였다.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나가려는 순간 드라마의 기본 정보 밑에 원작 소설링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의 호흡은 견디기 어렵지만 원작 소설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책을 주문하고 앉은 자리에서 바로 다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점점 확실해지는 생각은 넷플릭스가 이 책을 드라마화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책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전략OSMU(one source multi use)는 현재 수많은 작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OSMU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주로 소설, 웹툰, 웹소설 등의 원작을 드라마, 영화, 공연 등의 장르로 실사화의 방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소설 혹은 만화로 감상하던 이야기를 실제 배우의 연기로 보는 건 마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지닌다. 하지만 원작을 바탕으로 누가, 무엇을, 어떻게 구현하였느냐에 극찬을 받기도 하고, 어쩌면 상상으로 남는 편이 나았을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원작을 다른 장르로 변환하는 데에는 각 장르에 맞는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본 글에서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만 읽은 시점에서 드라마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구상점을 생각해보았다. 구제적으로 초등학교부터 수능까지 계속해서 들어왔던 이야기의 3가지 요소인 인물’, ‘사건’, 그리고 배경의 차원에서 고려해보고자 한다.

 

 

 

※ (본 글에는 보건교사 안은영원작 소설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물 : 중심인물의 전사, 명확한 적대 세력, 조연급의 학생들과 교직원들

 

우선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을 읽고 드라마화를 생각했을 때, 중심인물들의 전사를 보여주는 장면이 들어간다면 좋을 것 같았다. 원작 소설의 경우 3인칭 시점으로 전개가 되면서 각 인물들의 심정과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그때그때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소설을 읽을 때는 안은영의 어린 시절이나 홍인표의 가족 관련 이야기들이 단편적으로 제시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따라가거나 인물의 심정에 이입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드라마를 감상할 때에는 사건이 진행되는 도중 인물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반복해서 보여주기는 어렵다. 인물들의 심정을 매번 독백으로 보여주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안은영의 특별한 능력으로 과거에 일어났던 일, 학교를 중심으로 얽혀있는 홍인표의 가족사 등을 보다 깊게 보여주는 부분을 만들어준다면 해당 장면으로 인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건 물론, 이후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각 인물의 행동이나 생각 또한 공감하기 쉬워질 것이다.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는 악역이라 부를 존재가 크게 세 부류로 나온다. 하나는 물론 안은영이 학교에서 퇴치해 나가는, 학생들에게 해를 입히는 악한 젤리들이다. 또 다른 악역은 소설의 네 번째 에피소드에 나온 원어민 교사 매켄지로, 홍인표의 기운을 노리고 접근하면서 학생들에게 해를 입히는 등 소설 중 가장 중요한 악역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악역은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오는 홍인표의 소개팅 상대였던 신지영으로, 인표를 통해 학교에 접근해서 봉인되어 있던 용을 깨우며 학교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이를 드라마화할 때에는 세 부류의 악역의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우선 젤리들의 경우는 안은영이 퇴치해야 하는 대상으로, 각 에피소드의 원인이 되는 핵심적인 존재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보며 드라마에는 개별적인 에피소드가 아닌 전체적으로 주인공 측과 대립하는 조직 혹은 세력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특히 지하실의 비밀을 알고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극 전반을 통해 전반적으로 등장하며, 후반부의 회차에서 본격적인 대립과 클라이맥스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러한 역할은 소설 상에서는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한 신지영의 서사를 각색할 경우 배후의 존재를 통해 대립 세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초중반에 위기감을 주었던 매켄지의 경우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악역의 역할이 가능할 것 같았다. 초반에는 주인공과 대립하는 사건을 겪지만 주인공과 싸우면서 일종의 정이 들게 되고, 후반부에는 은근한 조력자의 역할도 하는 인물로 설정하는 방향을 구상해 보았다.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의 일상에 등장하는 조연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원작 소설의 경우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각 에피소드별로 사연을 지니고 나오는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주로 학생 혹은 다른 선생님인데, 소설은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에피소드가 끝나면 대부분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의 경우 학교의 모습과 그 안의 선생님, 학생들의 실제 모습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 중반 에피소드의 사연자가 되는 학생이라도 초반부터 학교의 일원으로 얼굴은 등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드라마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본인의 에피소드가 끝난 후에도 소소한 역할을 갖게 되는 조연급 학생 및 교직원들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건 : 에피소드의 선택과 각 사건들의 연결점

 

 

앞서 말했듯 원작 소설은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각 에피소드가 동일한 분량, 동일한 비중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드라마화를 진행할 때에는 기계적으로 각 에피소드를 한 회로 만드는 것보다는 적절한 선택과 배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첫 에피소드인 사랑해 젤리피시의 경우에는 주요 인물의 소개와 더불어 안은영과 홍인표의 첫 만남, ‘젤리로 인해 학생들이 집단 자살 소동을 일으키는 사건의 스케일 등 드라마의 첫문을 열고 한 회를 온전히 할애하기에 충분하다. 반면 바로 다음 에피소드인 토요일의 데이트메이트의 경우에는 안은영과 홍인표가 놀토에 만나면서 점차 가까워지는 내용으로 다소 분위기가 가벼우면서 짧은 느낌이 있다. 이처럼 원작의 에피소드의 성격에 따라 비중의 확대, 축소 및 두 에피소드의 결합 등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에피소드를 선택하고 배열했으면, 각 사건들을 연결해줄 지점 또한 필요하다. 소설의 경우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이 모여 있으므로 각 사건의 시점 혹은 상황의 연결고리가 없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인물 부분에서 언급했던 바와 유사하게 드라마에서는 연속되는 시간 속에서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 에피소드에서 다른 에피소드로 넘어갈 때의 연결점 역할을 하는 요소가 필요하다. 모든 에피소드에서 이러한 지점이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개별 사건들의 분절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다면 드라마의 긴 호흡을 따라가는 이용자들이 훨씬 유기적이고 통일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배경 : 현실 세계와 안은영이 보는 세계의 간극과 조화

 

 

보건교사 안은영의 주인공 안은영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모습의 세계를 볼 수 있다. 소설 혹은 드라마를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표지 및 포스터 이미지의 젤리가 대표적으로 안은영의 눈에만 보이는 존재이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실사화가 됐을 때 가장 궁금했던 점이 바로 안은영의 눈에 보이는 세계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였다. 원작 소설은 3인칭으로 전개가 되면서 안은영 시점에서 서술되는 배경 묘사와 그때 안은영의 심정,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배경 묘사와 그들의 심정을 명확히 구분해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경우 한 번에 한 가지의 모습밖에 볼 수 없으므로, 안은영의 시점과 다른 사람들의 시점 중 하나를 택해서 보여줘야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는 주인공에 대한 작품은 많이 있고, 각각의 작품이 이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독특한 방식들이 있다. 안은영의 경우에는 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상상을 하며 배경적인 측면에 대해 고려해보았다.

 

 

소설 등의 문학작품에서 즐길 수 있는 활자 기반의 장르, 웹툰과 만화와 같은 이미지 기반의 장르,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 기반의 장르, 그리고 공연과 같이 현장성을 기반으로 하는 장르까지 각각의 장르는 고유의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을 때 그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원작 소설은 그 자체로 매우 재밌고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이와 동시에 판타지적인 설정, 각각의 매력 있는 사연들, 개성 있는 인물 등 드라마로 구현될 때의 강점 또한 분명했다. 드라마로 변환할 경우 이에 대한 특징을 고려할수록 더욱 좋은 작품이 만들어질 거라는 생각을 하며 원작 소설만 읽은 상태에서 나름의 구상을 해보는 기회를 가져 보았다. 여유가 생기기를 희망하는 연말에 직접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구상한 점들을 비교해볼 것을 계획해보며 이번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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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20. 12. 23. 09:00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김희주

 

 

( 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1031407001&code=960100)

최근 넷플릭스는 재미있는 시도 중이다. 각 콘텐츠에서 이용자가 스토리에 개입해 자신의 선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바로 그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까지 10개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공개하였는데, 이 글에서는 그중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블랙미러>의 한 에피소드로, 시리즈 중 유일하게 인터랙티브 콘텐츠 형식으로 제작되었으며 2019년도 에미상 최우수 TV 영화 부문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선택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침 식사로 어떤 시리얼을 먹을 것인지, 버스에서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지와 같은 선택을 하면서 이용자는 이러한 인터랙티브 방식에 적응하게 된다.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이용자는 더 중요하고, 심오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입사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동료가 권하는 마약을 복용할 것인지, 아버지를 죽일 것인지, 죽인다면 시체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같은 다소 거북하고 피하고 싶은 선택마저 반드시 해야만 한다. 매 선택은 앞으로의 이야기에 영향을 주며, 선택에 따라 결말도 달라진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게임 제작자인 스테판과 그 주변 인물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어렸을 때 자신의 인형을 숨긴 아버지와 그 인형을 찾느라 어머니의 기차 시간을 바꾸게 한 자신 때문에 어머니를 기차 사고로 잃은 트라우마가 있는 스테판은 아버지를 증오하며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헤인즈 박사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한편 스테판은 독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책인 밴더스내치를 원작으로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데, 처음으로 출근한 게임 제작사에서 자신이 좋아하던 제작자인 콜린을 만난다. 이후 스테판은 게임을 제작해 나갈수록 자신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환각에 시달리고, 여러 악몽을 꾸며 정신이 피폐해져 간다. 이러한 기본 스토리를 바탕으로 이용자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여러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공식적인 결말은 5개이지만 약간씩 다른 매우 많은 결말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는 때때로 자신이 정말 선택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선택 분기가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약을 버린다약을 변기에 버린다처럼 사실은 같은 것을 물어보는 선택지가 등장하거나, 양쪽 선택지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도 결국 같은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 이러한 선택지가 계속해서 등장하다 보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선택에 있어서 몰입도와 흥미가 저하되고 선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선택만 해라)식의 전개 또한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였다. 특정 선택의 경우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명시적으로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아주 허무한 결말을 보여준 후 처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그리고 하나의 결말을 보더라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지 않고 이전 선택지부터 다시 선택할 것을 유도하기 때문에, 결국 이용자들은 제작자가 의도한 결말을 모두 볼 때까지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하게 된다.

이러한 반복 시청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매 분기의 선택이 스토리를 미세하게 달라지게 하기 때문에 다른 결말을 보기 위해서는 한참 전의 선택으로 돌아가서 그 시점부터 다시 시청하며 다시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똑같은 것을 다시 볼 때마다 드는 피로감이 상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작품 내내 악몽에 시달리는 스테판과 모든 엔딩을 볼 때까지 이 영화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이용자가 겹쳐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스토리 상 많은 아쉬움이 눈에 띄었다. 물론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인 만큼 기술적 한계가 수반되었겠지만, 선택지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 스토리 탓에 결론적으로 이용자가 맞이하는 결말과 상관없는 너무 많은 장치를 심어 놓았다는 점, 그리고 그러한 장치를 위해 너무 많은 내용을 스테판의 꿈으로 처리해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구조가 특히 아쉬운 점이었다.

 

결국 이 작품의 주제는 작품 속 스테판이 자신의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대사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게이머에게 너무 많은 선택지를 주려고 했었다. 그 가지를 모두 잘라냈다. 게이머들은 자유 의지가 있는 줄 알지만, 결국 엔딩은 내가 정한 대로다. 다양한 결말을 위해 뿌려진 장치들이 이 주제를 중심으로 수렴되는데, 평행세계를 논하던 콜린의 대사 자유 의지가 있는 줄 알지만 실제로는 미로에 갇혀 있어, 그리고 스스로가 자유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으며 자신의 삶 전체가 어떤 단체의 조종 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스테판의 망상과도 부합되는 주제의식이다.

 

이용자가 직접 개입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작품의 주제가 결국 자유의지에 대한 부정이라니, 역설적이게 느껴진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스테판이 제작한 게임이 성공적으로 발매되는 결말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스테판의 게임을 넷플릭스 콘텐츠로 리메이크하려는 한 제작자는 스테판의 게임이 매우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고 이해하며 뉴미디어의 자유도를 언급하지만, 그 역시 제작 중 스테판과 마찬가지로 자유의지를 상실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미디어가 주는 자유의지에 대한 환상마저 거짓이었으며 우리 모두는 미디어에 의해 정해진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말이었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블랙미러> 시리즈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는데, <블랙미러> 또한 넷플릭스라는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시리즈임에도 늘 미디어와 기술 발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주제를 다뤄왔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블랙미러: 밴더스내치>가 이처럼 역설적인 메시지를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 전달한 것은 그 자체로 이용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줌과 동시에 주제 자체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효과적인 시도였다.

 

결국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선택에 집착하며 좋은 결말을 보기 위해 매 분기로 돌아가 선택을 바꿔가며 반복하는 순간 이용자는 선택의 미로에 빠지게 된다. 마치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선택 때문에 고통받으며 자유도가 높은 게임 밴더스내치에 집착하는 스테판처럼, 원하는 결말을 보기 위해 아무리 되돌아가서 다시 선택을 할지라도 이용자는 결국 자유의지를 상실한 것 같은 씁쓸함을 맛보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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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20. 12.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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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20. 12. 23. 09:00

정 나 영 (뮤지컬 작곡가)

 

  (사진 출처 : https://likejp.com/3379)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음악을 쉽게 만난다. 그러다 다시 듣고 싶거나 소위 괜찮은 노래는 수집하고,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 그 중에서 BGM처럼 깔리며 스쳐 지나가는 음악도 있겠으나, 뮤지컬 넘버처럼 극적으로 부각되어 인생의 테마음악이 되고, 여전히 곁에 있는 음악도 있다. 

 

  그렇게 하나둘, 차곡차곡 쌓인 플레이리스트는 나의 서사와 기록을 담고, 역사가 된다. 그래서 어느 계절에 만났던 음악을 같은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듣는다거나,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 ‘그 음악’이 떠오른다거나 하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계절, 날씨, 시간대에 따른, 혹은 스트레칭, 산책, 소풍, 청소, 이동, 작업, 독서 등등의 생활패턴과 내 감성에 꼭 들어맞는 플레이리스트들이 있다. 마침 계절은 바뀌었고,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꺼내든 나의 보물이자 유물 같은 겨울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어느 겨울날, 아침부터 고요한 새벽까지 함께할 수 있는 방구석 플레이리스트. 당신에겐 조금 낯선, 혹은 반가운 순간이 되길 바라며.

 

#아침 #침대 밖은 위험하니까 #음악으로 세계여행 
•Keren Ann - Les Mercenaires 
•Asgeir - In the Silence (Dyrð i dauðaþogn)

: 겨울을 싫어하는 내가 겨울의 매력을 알게 된 순간이 있다.  창문을 오래 열어두어 차가운 공기가 가득한 방안에서, 오직 몸만은 뜨듯한 장판과 극세사 이불로 보호된 채로 침대에 누워있을 때, 그리고 이른 겨울 아침, 제주도 여행에서 아우스게 일(Asgeir)의 음악을 만났을 때이다. 아이슬란드 가수인 아우스게일의 ‘In the Silence’는 ‘Dyrð i dauðaþogn’라는 제목의 아이슬란드어 버전으로 먼저 발매가 되었다. 발매 직후 아이슬란드 국민 열 명 중 한 명이 소장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져 영어로 번안된 앨범을 내게 됐다. 하나의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추운 나라의 뮤지션들은 기가 막히게 찬 공기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잘 만든다. 어쿠스틱 사운드 바탕에 공간감 있는 우아한 보컬이 아이슬란드 풍경을 담은 가사와 어우러져 차분하고 투명한 겨울 아침이랑 잘 어울린다. 

#정오 #맛점 #오늘의 추천요리 
•염신혜, 선우정아 - Blossom 
•이소라 - Rendez-Vous


: 겨울 볕이 방안에 차오르는 점심시간, 그저 한 끼 때우기 위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지만, 잘 차려진 밥상을 나에게 대접 
하는 것도 중요한 일. 그리고 그럴 땐 부드럽고 다정한 느낌의 재즈 음악을 찾아 듣는다.

이소라의 랑데부(Redez-Vous)는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보사노바로, 그녀의 4집 앨범인 ‘꽃’에 수록된 곡이다. 이소라의 목소리는 어떤 곡이냐에 따라 온도를 달리하는데, 이 곡에 들리는 따듯하고 담백한 그녀의 목소리와 보사노바가 겨울 오후에 오밀조밀 잘 녹아든다. 

#오후 #햇살이 창문을 넘을 때 #차 한잔 
•Hekuto Pascal - Fish in the pool / 花屋敷 (애니메이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 OST)   
•Jazztronik - Room 204


: 차 한잔하며 멍 때리기 딱 좋은 시간. 이럴 땐 가사 없는 음악을 선호한다. 따스한 방안, 깊게 들어온 볕, 찻잔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그리고 이 공간을 완성하는 음악인 ‘Fish in the pool / 花屋敷’. Hekuto Pascal의 Fish in the pool / 花屋敷’은 일본영화 <러브레터>, <4월 이야기> 등을 만든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에 나오는 곡으로, 가사 버전으로도 들을 수 있다. 감독 특유의 아련한 감성이 담긴 영상에 음악이 고스란히 녹아들 수 있었던 이유는, 감독인 이와이 슌지를 필두로 만든 3인조 유닛 밴드 ‘헥토 파스칼’이 음악을 담당했기 때문인데, 현재는 6인조로 재편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함박눈이_나린다. 
•Various Artists - Dream Scenery II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OST) 
•이문세 - 옛사랑 
#해질녘 #단지 오늘의 해가 넘어가는 것뿐인데 
#낯선 감정 
•테시마 아오이&칸노 요코 - Because 
•김윤아 - 길 (드라마 ‘시그널’ OST)
: 일찍 지는 해가 아쉬워서일까? 겨울 하루 중 이 시간대에 유난히 형언할 수 없는 온갖 감정으로 마음이 일렁인다. 그리고, 그래서 김윤아의 길을 찾게 된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김혜수의 메인 테마곡으로 사랑받았던 김윤아의 ‘길’은 전반적으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도브로>라는 어쿠스틱 기타의 보틀넥 주법을 활용해 마치 황야, 사막을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질감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 위에 김윤아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컬이 매력을 더하며, 낯설지만 익숙하기도 한 감정들이 흘러갈 수 있게 도와준다. 

#저녁 #춥지만 따뜻하니까 #겨울답다 
•Honne - Warm on a cold night 
•Toki Asako - Black Savanna 
  
•에피톤 프로젝트 - 플레어 (Vacal. Azin) 
: 긴 겨울밤의 시작, 조명이 방을 밝히는 저녁에는 분 위기, 상황에 따라 듣고 싶은 음악도 달라진다. 저녁 식사와 함께 가 
볍게 한잔할 수도, 랜선 파티를 하며 도란도란 수다를 떨 수도, 집중해서 과제를 하거나, 작업을 할 수도, 캔들이나 워머의 은한 불빛 아래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도. 이렇듯 각자의 겨울밤은 다르겠지만, ‘Honne’의 ‘Warm  on a cold night’로 시작하는 밤은 꽤 근사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밤 #온기가 필요해 
•양희은 -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말 
•이소라 -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자이언티 - 눈 (feat.이문세) 
  
: 겨울엔 ‘춥다’ 하나로 온기를 갈구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생존에 직결되는 온기부터, 소소하게 즐기는 따스함까지. 당연히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줄 음악도 필요하다.  자이언티가 작사, 작곡한 ‘눈’은 자이언티와 이문세가 함께 부른 곡이다. 어렸을 때 눈이 오길 바랐던 기억에서 시작된 노래라고 하는데, 둘의 음색의 조합이 묘하게 뭉클하다.  
눈이라고 썼지만, 희망이라고 읽어도 된다는 자이언티의 마음이 느껴지는 눈을 들으면 노래가 흘러가는 동안만 일지라도 포근한 온기가 채워지는 것 같다.

#새벽 #어둠은 문밖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자우림 - 샤이닝 
•Asgeir - Heimfrin
: 이따금 쉬이 잠 못 드는 밤이 찾아오면 그대로 새벽까지 내 달린다. 그런 새벽을 채워주는 건 자우림의 ‘샤이닝’이다.  
 ‘꼭 필요한 부분만 채워 놓은 연주의 소박한 분위기, 슬픈 진실을 이야기하는 존재에 대한 노래.’ 자우림 6집 타이틀곡을 고민할 당시, 김윤아가 ‘샤이닝’에 대해 언급한 듯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그녀의 말처럼 꼭 필요한 부분만 채웠기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공감과 위로를 준다. 가사 그대로를 따라가다 보면 깊게 공감하며 위로를 받고, 어느새 괜찮아져 잠이 들기도, 혹은 조금 울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연말에도 #신나게 #놀기도 하며 살아가세 
•넬 - 사는게 니나노 (넬 ver.) 
•Otto know - Dying for you


: 몇 년 전, 페이코에서 국악 ‘태평가’를 여러 아티스트가 자신의 스타일대로 작업해 보여주는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중, 12월에 발표된 넬의 ‘사는게 니나노’는 밝은 정서인 태평가가 넬을 만나 모던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유의 멜랑꼴리하지만, 공간감이 풍부한 사운드로 12월 겨울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 시국이라는 말이 언제부턴가 유행한, 유독 허탈하고 허망했던 2020년도 한 달 남짓 남았다. 그렇다고 2019.5년으로 만들지도 못하니 다소 억울하고 어정쩡한 한 해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절실하게 느낀 한 해이기도 했다.  부디 안전하고 평온한 연말이길. 코로나가 없는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길. 그런 바람을 담아 오늘도 내 방구석에서만큼은 니나노 니나노 늴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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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20. 12. 23. 09:00

새로운 News가 필요해?

<뉴닉>, <추척단 불꽃> 새로운 저널리즘 View

 

양아라 기자

 

 

  우리는 뉴스가 필요하다. 우리는 뉴스를 종이신문과 텔레비전이라는 전통매체의 시간에 뉴스를 보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신문의 지면과 TV 뉴스프로그램은 한 언론사가 선별하고 구성한 뉴스의 서사를 보여주는 뉴스 스토리텔링이며, 우리에게 중요한 뉴스 창구로서 기능하고 있다. 시민들은 포털과 SNS, 유튜브 등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고 있고, 뉴스 미디어 이용의 중심축은 피씨(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뉴스 미디어의 사사화가 이뤄졌고, 시민들의 미디어 이용 행태는 변화하고 있다. 뉴스의 창구의 다양해지고 있지만, 기성 언론 불신과 가짜 뉴스라고 불리는 허위·미확인 정보의 범람 등 저널리즘의 위기라고 말한다. 뉴스는 차고 넘치는 데, 볼만한 뉴스가 없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반면 내 입맛에 맞는 뉴스만을 골라보는 독자들은 필터버블 (filter bubble)에 갇히거나,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 로 확증편향에 빠지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새로운 언론과 독자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언론 대 독자의 이항대립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은 내부적으로 전문/비전문, 주류/대안 언론이라는 저널리즘의 오랜 이분법적인 틀에서 탈피해야 한다. 언론과 독자 모두에게 어떠한 뉴스를 어떤 방법으로 보도할 것인가라는 뉴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미래의 저널리즘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N번방의 최초 보도자인 <추척단 불꽃>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저널리즘의 모습을 살펴보기로 하자.

 

 

뉴닉(NEWNEEK), 바쁘지만 세상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뉴스

[사진 출처: 뉴닉 홈페이지 화면(www.newneek.co/)]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등장한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인 <뉴닉>. 이들은 우리 세대가 볼 뉴스가 없다는 문제의식에 출발해, 2018년 겨울 20-30대 친구들을 대상으로 꼭 알아야 하는 이슈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모든 세대는 각 세대만의 저널리즘을 창조한다라는 말처럼, 뉴닉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주 독자층으로 삼고 있다. 뉴스 독자들의 뉴스 이용 형태가 변화함에 따라 뉴스 미디어와 뉴스 형식도 변화해야 했다. 독자들은 일상에서 어디에서든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손안에서 뉴스를 볼 수 있어야 했다. 이들은 주 3, ··금 아침마다 메일로 뉴스레터를 전송하고 있다. 세대와 상관없이 뉴닉의 뉴스 이용 패턴에 맞는 구독자들은 뉴닉을 자신의 뉴스 매체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뉴닉은 독자들의 틈새 시간을 공략했고, 일상생활의 접점에서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새로운(NEW) 괴상한 멍청이(NEEK: nerd 멍청이+geek 괴짜)를 뜻하는 뉴닉은 ’, ‘재미’, ‘진정성을 추구한다. 뉴닉은 현재 약 25만명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뉴닉은 구독자에게 뉴닉커라는 별칭을 붙이며 소통하고 있다. ‘뉴닉 송이라는 주제가를 만들며 홍보하며 미디어와 구독자 간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있다.

 

 

  이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기성 언론과 차이점을 보이는 것은 그들만의 문법이 있다는 것이다. 역피라미드형의 스트레이트 뉴스 보도 형식과 달리 새로운 기사 작성 방법을 선보인다. 특히 뉴닉의 캐릭터인 고슴이가 뉴스 콘텐츠를 전달한다는 점도 레거시 매체와 다른 점이다. 고슴이는 구독자에게 시각적인 흥미를 유발하며, 뉴닉의 탄생과 과정에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뉴닉의 상징이자,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존재로서 작용하고 있다. 고슴이는 이슈의 핵심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하는데 이는 뉴스의 의문/대화형형식을 보여준다. 구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정보를 짧고 쉽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뉴닉은 구독자가 뉴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을 쉽게 설명하고, 중요한 뉴스 사안들을 흥미롭게 그들의 삶과 관련 있는 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달하며,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뉴스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반응을 정리해서 해설하고 있다. 뉴닉은 ‘5분 뉴닉’, ‘국내정치’, ‘국제·외교’, ‘경제’, ‘노동·’, ‘인권’, ‘테크’, ‘문화’, ‘환경 ·에너지’, ‘코로나19’ 등 이슈 키워드를 중심으로 비교적 다양한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닉은 시사 이메일 뉴스레터를 넘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그들의 취재력, 경쟁력이 될 것이다.

 

 

 

‘N번방최초 보도자 추적단 불꽃’,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뉴스 스토리텔링에서 필수적인 요소는 이야기(story)이다. 기사 한 줄로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기사의 파급력은 크다. 한 가지 이슈에 쏠려있는 획일적인 보도 속에서 심층적인 탐사보도라는 날카로운 질문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저널리즘 정신을 일깨운다.

 

 

  20199월 디지털 성범죄 'N번방'의 최초 보도자인 동시에 최초 신고자는 두 명의 대학생이다. '추척단 불꽃'이다. 기자를 꿈꾸던 두 명의 대학생들은 공모전을 준비하다, 불법촬영물 관련 취재를 시작했고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처음 발견해 가시화했다. 이후 이들은 1년 넘게 지인 능욕방’, ‘딥페이크방’, ‘박시방등 불법촬영물이 유포되는 100개의 대화방에서 잠입 취재했고, 디지털 성범죄의 실상을 세상에 밝혀냈다. 두 명의 여성은 언론인으로서 탐사보도를 통해 권력을 감시하고 목소리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제공했다.

 

[사진 출처: 불꽃추적단,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책 표지]  

 

  이들의 취재현장은 미성년자들에게 잔혹한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고, 이 범죄에 가담한 가해자들이 우글거리는 텔레그램방이었다. 추적단 불꽃은 취재하면서, 성착취 사진과 영상에 장기간 노출돼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며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성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이 사건을 취재하고 방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기록했고 <성착취 가해자들의 연대기>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추적단 불꽃은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라는 책에서 기사 하나 쓰자고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신고를 해야 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잔혹한 범죄 앞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것은 방관에 가깝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들은 더이상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해자들을 추적했고, 경찰에 자신들의 취재 내용을 제공하며 수사에 협조했다. 또한 추적단 불꽃은 한겨레, 국민일보, MBC, SBS에도 제보하며, 언론에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기꺼이 그들의 취재원이 되기도 했다. ‘단독보도를 선점하기보다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들은 제보 과정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유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그들의 취재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들은 취재를 통한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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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20. 12. 23. 09:00

하태현 기자

 

 

리그오브레전드 케이팝 걸그룹 K/DA (출처: 라이엇게임즈)

 

 

K/DA가 누구야?

 

  2018년 여성 4인조 가수로 데뷔한 K/DA1는 라이엇게임즈가 제작한 리그오브레전드(LoL, 롤)의 캐릭터 아리, 이블린, 아칼리, 카이사로 구성된 가상 케이팝 걸그룹이다. K/DA는 ‘2018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개최지인 한국에서 최초로 데뷔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K/DA의 데뷔곡 ‘POP/STARS’는 공개 열흘 만에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가 5,000만을 넘었고, 현재(2020년 12월 1일 기준) 조회 수가 4억 회를 돌파했다. 이어 아이튠즈와 빌보드 차트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물론, K/DA의 데뷔와 활동이 처음부터 팬들의 환호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롤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가상 아이돌이 된다는 사실은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동시에 기이한 일로 여겨졌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엄연히 구분되어 있으며, K/DA는 롤의 세계관 속에서 활동하던 가상 걸그룹으로서 ‘컨셉’에 불과한 그룹인데 이를 현실 세계로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유저들의 우려를 환호로 바꿔놓은 것은 단연 양질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탄탄한 음악 구성이었다. 
기존의 캐릭터를 재해석하고, 예상을 뛰어넘는 뮤직비디오나 음악은 ‘외국 게임 회사가 만드는 케이팝이라니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냐’는 우려를 단숨에 수그러들게 했다. 

 

  K/DA의 두 번째 공식 활동은 2년이 지난 뒤에 중국 상하이의 ‘2020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었다. K/DA는 새로운 타이틀곡 ‘MORE’를 공개했다. 2년 전과 비교해 K/DA의 구성에는 변화가 있었다. 중국인 국적의 려위위(Lexie Liu)가 신규 캐릭터 세라핀을 맡으며 5인조 케이팝 그룹이 된 것이다. 세라핀의 합류에 유저들의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다. 케이팝을 콘셉트로 잡은 K/DA ‘MORE’의 브릿지에 중국어 노랫말이 몇 소절 나온다는 사실은 단연 화제거리였다. 

 

  네티즌들은 케이팝 가수가 중국어로 케이팝을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케이팝은 한국어로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케이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심지어 2020년 K/DA 공연에서 중국인 캐릭터인 세라핀은 한국인 캐릭터를 제치고 센터 자리를 차지했는데,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세라핀 불매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안그래도 케이팝 그룹에 중국인이 등장해 중국어를 하는 것도 불편한데, 중국인이 한국의 것(케
이팝)과 한국인의 자리를 뺏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급기야 케이팝에 중국인 멤버를 추가한 것을 두고, 중국의 동북공정의 또 다른 외양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러한 양상을 두고 다음과 같은 질문이 가능할 것이다. 대체 케이팝이 뭐길래? 

 

 

 

케이팝이란 뭘까?


  케이팝(K-POP)은 한국 대중음악을 다른 음악과 구분하기 위해 산업적으로 만든 단어이다. 한류라는 용어가 중국에서 붐을 일으킨 한국 대중문화를 가리키는 용어라면, 케이팝은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000년대 중반부터 보아(BOA)와 비, 장나라 등이 일본과의 협업 및 현지화를 시도하면서 케이팝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됐기 때문이다. 즉, 한국에서 ‘가요’로 분류되는 음악이 해외에서 수용되면서 케이팝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현준(2005)
은 케이팝을 “한국 음악산업을 통해 생산되고 동아시아권에서 소비되는 대중음악 및 그와 연관된 문화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국제적 고유명사”라고 정의한다. 2000년대까지도 한국의 음악은 주로 ‘가요’ 라고 불렸는데, 한국 밖의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가요를 케이팝으로 부르면서 지금과 같이 굳어졌다는 사실을 볼 때, 케이팝이라는 용어는 ‘한국이 아닌 나라들을 위해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신현준, 2013, 31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케이팝은 ‘한국스러운’ 혹은 ‘한국다움’을 지니고 있는 지역적 음악 장르로 이해되곤 한다. 실제로 음악의 장르를 규정하는 데 있어 국적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때도 있다. 음악이 만들어진 지역이 어디인지, 그로 인해 구성된 음악적 스타일은 어떠한지에 따라 다른 음악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장르로 인정되기도 하는 것이다. 팝에 국적이 붙어서 생성된 음악적 갈래의 위치를 보면,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케이팝(K-POP)은 다양한 국가들의 팝 예컨대, 제이팝(J-POP), 라틴팝(Latin-Pop), 스웨디시 팝(Swedish Pop), 칸토팝(Canto-POP), 만다린팝(Mandarin-POP)과 구분되는 지점에서 한국의 대중음악을 지칭한다. 특정 장르에 대한 지칭이 아닌 국가를 기준으로 한 분류인 것이다.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K/DA가 케이팝 걸그룹으로 불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네 명의 캐릭터(아리, 이블린, 아칼리, 카이사)가 각각 메인보컬, 리드보컬, 리드댄서, 래퍼 등을 맡고 있으며, 뮤직비디오에서도 케이팝의 문법을 따랐던 것이다. 여느 케이팝 걸그룹이 그렇듯, K/DA에도 한국인 멤버가 포함되어 있었다. 메인보컬 아리는 한국 아이돌 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이 맡았고, 리드보컬 이블린은 ‘매디슨 비어(Madison Beer)’가, 래퍼 아칼리는 (여자)아이들의 ‘소연’이, 그리고 메인 댄서 카이사는 ‘자이라 번스(Jaira Burns)’가 맡았다. 이렇게 두 명의 한국 가수와 두 명의 미국 가수는 라이엇게임즈의 걸그룹으로 결성되었고, 영어 가사와 한국어 가사를 혼용한 노래인 ‘POP/STARS’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와 달리 전지구화 흐름에 따라 지역과 지역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 가운데 케이팝을 여전히 ‘한국을 통한’ 대중음악으로만 볼 수 있을까? 이는 케이팝의 소비 과정이 한국에 한정지어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음악도 케이팝이라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다. EXP EDITION의 사례는 케이팝이 국적을 벗어난 장르가 될 수 있는지 묻는다. EXP EDITION은 2015년 뉴욕에서 데뷔한 뒤 2년이 지나고서 한국에서 데뷔한 K-POP 그룹이다. EXP EDITION은 한국인이 없이 구성된 케이팝 아이돌 그룹인데, 이들은 뮤직비디오에서 한국 아이돌이 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한다. 심지어 스스로의 음악 장르를 케이팝으로 정의하지만, 한국어로 된 가사는 전체 가사의 10%도 안 된다. 한국어가 거의 들리지 않는 K-POP인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유럽 최초의 K-POP 걸그룹 가치(KAACHI)가 있다. 걸그룹 가치는 영국에서 시작한 케이팝 걸그룹으로서, ‘케이팝 스탠더드’에 맞추고자 노력한다. 가치에는 한국인 멤버가 있으며 이들을 기획한 사장도 한국인이지만,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이 케이팝 걸그룹의 
음악을 K-POP으로 부를 수 있을까? 만약 부를 수 있다면, 지금 이 시대의 K-POP은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K-POP(케이팝)의 K=KOREA를 넘어서

 

  다양한 음악이 케이팝이 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케이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음악은 엄연히 존재한다. 한국의 록(Rock)음악이나, 힙합, 인디(indie)음악은 케이팝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듯이, 그 경계는 모호하지만 구분점은 있는 듯 하다. 분명한 점은 국내외 케이팝 수용자들은 케이팝을 한국과 분리된 장르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케이팝은 한국 문화의 일부로 사고된다. 그렇기에 케이팝에 한국적인 특징이 배어있지 않은 케이팝은 어색하다고 받아들여지거나, 다른  장르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가 인종적이고 민족적인 요소와 맞닿아있다는 사실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마주하게 한다.

 

  K-POP의 ‘K’는 코리아(KOREA)의 K를 의미한다. 한편, 이를 한국인만의 K로 사유하는 인식은 케이팝의 생산과 수용 과정에 끼어드는 다양한 주체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국인’이 아닌 다른 인종과 민족, 그 중에서도 특정한 민족을 향해서 ‘너는 케이팝에 끼어들 수 없다’는 식의 발화에는 모종의 우월감과 폭력이 묻어있다. 사실 국내에는 이미 트와이스와 같이 국내에는 이미 트와이스와 같이 9명의 멤버 중 4명이 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그룹도 있으며, 나아가 JYP는 일본인으로만 구성된 케이팝 걸그룹 니쥬(NiziU)를 데뷔시킨 바 있다. 이미 다양한 국적의 가수들은 케이팝을 전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K/DA에 중국인 가수가 합류한 것을 두고 케이팝의 진정성을 묻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유달리 ‘중국’을 향해서 강조되는 케이팝의 진정성에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중국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다양한 맥락과 배경에 대한 고려 없이 쉽게 분석될 수는 없다. 그러나 케이팝에 등장하는 한국(한국어)과 중국(중국어)을 대립적으로 사유하면서 ‘우리의 케이팝에 들어올 수 있는 외국인’과 그렇지 않은 타자를 선별하는 행위에 
담긴 폭력성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혼종성의 시대에 우리만의 고유 것이 없기에 케이팝을 한국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할 순 없다. 다만, 케이팝을 한국인의 것으로 인식하고 부르면서 과도하게 타자를 밀어내고 있다면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케이팝의 진정성을 한국인과 한국어라는 민족 중심적 특징이 아닌, K-POP(케이팝)의 K=KOREA를 넘어서는 작업을 모색할 때다.

 

 

참고문헌 

신현준 (2013).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 한국 대중음악을 읽는 문화적 프리즘>. 서울: 돌베개

 

 

2020년 K/DA 두번째 타이틀곡 'MORE' (출처: 유튜브 RARE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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