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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호] 지하에는 분명 낭만이 있다

dreaming marionette 2024. 10. 24. 17:00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공공커뮤니케이션&공공외교 석사과정 정채영

 

 최근 신촌 연세로 옆 스타광장을 걷다 보면 심심찮게 공연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느 공연자들과는 다릅니다. 얼핏 보면 댄스팀 같은데, 노래를 부르는 걸 보니 티비에서 보던 아이돌인가 싶습니다. 그러나 티비에서 보는 아이돌이라기엔 풍기는 분위기나 특히 바로 앞의 관객들 분위기가 여느 아이돌들과는 다릅니다. 이들은 바로 '지하아이돌'입니다. 지하아이돌이라는 어감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지만, 이들은 그 누구보다 무대를 사랑하는 어쩌면 가장 순수한 사람들입니다. 

  지하아이돌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의 국민 걸그룹 'AKB48'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AKB48은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컨셉으로 도쿄 아키하바라에 전용 극장을 두고 거의 매일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던 아이돌과 달리, 현장에서 직접 관객들과 소통하며 활동합니다. AKB48이 연 라이브아이돌 (일명 지하아이돌) 시장은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점과 내가 응원하는 아이돌이 미완성의 상태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을 등에 업고 성장하였습니다.

 지하아이돌이라는 의미도 주로 지하 공연장에서 활동한다는 의미로 불리는 말인데요. 현재 한국에서도 2017년 국내 첫 공연을 시작으로 거의 매일 홍대·합정·신촌 일대에서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공연이 진행됩니다. 국내 지하아이돌은 밴드, 힙합, 어쿠스틱 위주로 전개되던 인디 라이브 장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 열기에 힘입어 신촌 스타광장 버스킹, 현대아울렛 동대문 버스킹, 용산 아이파크몰 4층 '더가든' 광장 버스킹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서브컬처 행사인 '서울 코믹월드', '일러스타 페스' 등에도 초청되어 무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초청을 넘어 '라이브 아이돌 페스티벌' 개최와 일본과 대만 등의 해외 원정 라이브를 통해 국내 지하아이돌에 대한 뜨거운 관심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하돌은 어떻게 운영될까?

 대부분 셀프 프로듀싱으로 진행하나, 최근에는 소속사의 프로듀싱 아래 활동하는 아이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음이 맞는 멤버들끼리 팀을 결성하거나 소수가 주도하여 멤버들을 모집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팀을 꾸립니다. 결성 이후 소속사에 합류하여 활동하는 그룹도 있고 소속되어 활동하다 소속을 떠나 자체적으로 활동하는 그룹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유닛그룹을 꾸려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이돌도 많습니다.

 

지하돌 공연 관람 방법

 공연은 보통 ① 아이돌 그룹(혹은 소속의 대행)이 주최, ② 공연장(또는 행사 측)에서 주최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특정 아이돌 그룹이 데뷔(오히로메), 신체제 혹은 새 멤버 발표, 신곡 공개(리리이베), 생탄제 등의 이유로 공연을 주최하는 경우입니다. 특정 그룹이 주인공이 되어 주최하는 경우 외에도 정기 혹은 비정기적으로 공연을 주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자는 공연장 자체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공연으로 소극장 공연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더욱 쉬울 것입니다. 

  공연 예매를 위해서는 아이돌 그룹의 공식 계정에 업로드된 공연 관련 게시물을 확인 후 게시글 속의 링크를 통해 예매하는 방법과 공연장 주최 공연인 경우에는 공연장 홈페이지에서 바로 예매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주최하는 그룹 외에도 출연진들의 공식 계정에도 전부 공연 관련 정보가 업로드되는데, 최근에는 더욱 편리한 공연 스케줄 확인 및 예매를 위해 '지하아이돌넷', '아지토' 등의 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왼) [출처: X(구 트위터) @DENPAMARU_OFCL] 아이돌 그룹의 공식 계정에 업로드 된 공연 게시물

(오) [출처: X(구 트위터) @aroaro_hall] 공연장 공식 계정에 업로드 된 공연 게시물

 

 

공연은 보통 단독공연(원맨), 두 그룹의 합동공연(투맨) 및 3그룹 이상의 공연들로 진행됩니다. 생일자가 주인공이 되는 생탄제의 경우에는 생일 주인공을 필두로 출연진이 돌아가면서 유닛으로 무대를 하기도 합니다.

  공연 관련 공지를 보시면 예약특전(메아테 특전)이라는 용어가 나올 텐데요, 공연 예매 시 어느 그룹을 보러 온 관객인지 체크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후 관객 수에 따라 티켓값을 정산하기 위함인데요, 따라서 관객들이 본인들을 선택해 주게끔 각 그룹마다 포인트, 특전권 등 예약특전을 제공합니다.

  공연을 관람하다보면 갑자기 일부 관객들이 들어 올려지는 신기한 장면을 보게 될 텐데요, 바로 내 오시(최애)의 솔로 파트 때 1:1 대면이 가능한 '리프트'입니다. (때에 따라 1:n이 되기도 합니다) 보통은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거나 미리 트위터를 통해 부탁하는 경우, 현장에서 부탁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때에 따라 아무도 리프트를 올라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 때나 리프트를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이는 직캠 혹은 공연장에서 타이밍을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공연 후 멤버들과 교류하는 '특전회' 문화

  공연이 끝난 후 보통 줄을 서는 순으로 특전회를 진행합니다. 공연에 따라 예약 순으로 대기번호를 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약 2시간 동안 각 그룹별로 특전회를 진행합니다. 특전회 참여 의사가 없다면 참여하지 않고 자유롭게 퇴장이 가능합니다. 특전회 중간에도 자유롭게 출입 및 퇴장이 가능합니다. 각 그룹(혹은 소속)의 스태프를 통해 특전권을 구매 후, 스태프 혹은 아이돌에게 전달하면 '체키'를 찍으며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특전권은 보통 5,000원~10,000원 사이이며, 교류 한 번에 '체키'는 최대 3장까지 사용이 가능합니다. 보통 교류시간이 90-100초이므로 '체키'를 많이 찍게 되면 그 시간만큼 대화할 시간이 줄어들긴 하지만, 체키를 더 많이 가지고 싶다면 해당 방법 이용도 괜찮습니다. (1회에 2장 이상의 체키를 찍는 행위를 보통 마토메라고 칭합니다.)

 

지하돌 공연의 세트리스트와 의상

  공연에서는 보통  커버곡과  '오리곡'으로 나뉩니다. '오리곡'이란 오리지널곡으로, 해당 그룹이 직접 발매하는 노래를 의미합니다. (국내외 음원 사이트에 등록되어 있는 노래들도 있습니다) 셀프 프로듀싱 혹은 디렉터를 통해 음원 및 안무를 제작하며, 앨범 및 뮤직비디오까지도 발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연 때마다 오리곡 및 기존 타 아이돌의 커버곡을 적절히 섞어서 세트리스트를 구성하며, 세트리스트는 그룹의 상황 등에 맞게 자유롭게 변동됩니다. 또한 K-POP 아이돌 그룹이 매 앨범마다 중심이 되는 의상을 구비해놓듯 지하아이돌은 '오리복'이라고 불리는 직접 제작한 각자의 의상이 있습니다. 보통 '오리복'을 입고 무대를 진행하나, 가끔 공연의 컨셉이나 상황에 따라 특별의상 혹은 옷 바꿔입기 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리복'은 멤버 변동에 따른 신체제 등의 특별한 이벤트에 맞춰 새로 '오리복'을 제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하에는 낭만이 있다"

순수하게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자신의 모든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돈이 최고라고 여겨지는 세상에서 꿈을 우선으로 두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지하아이돌들은 그저 무대가 좋아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아서 오늘도 무대를 서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지하에는 분명 낭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어쩌면 가장 순수한 사람들덕분에 낭만을 배우고, 이들을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열기와 낭만과 사랑이 많은 아름다운 지하에서, 각자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출처 : 티스토리 @nab218, '240825[푸름]이 지워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