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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4호] 학교 폭력 : 과거와 현재

 

출처 : netflix

고등학교 음악 교사 김용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연일 화제다.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였던 인물들에게 처절하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어찌 보면 단순하고 뻔한 드라마가 대중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대중들은 왜 다소 클리셰적인 드라마에 열광을 하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글로리’를 보며 감정 이입과 공감을 하며, 악을 응징하고 복수하는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아 보인다. 사실 필자는 ‘더 글로리’를 시청하지 않았다. 여러 매체에 관련 영상과 스포일러들이 올라와 드라마의 줄거리를 결국 간접적으로나마 알게되었지만, 직접 시청하기는 꺼려졌다. 드라마에서 연출되는 자극적인 장면들로 인해 복수라는 소재가 혹여 학생들에게 미화되지 않을지, 혹은 과거 학교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주지는 않을지 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과거의 학교 폭력 

 

과거  ‘학폭’이란 단어는 현재와는 다르게 흔히 쓰이지도, 언급되지도 않는 다소 생소한 단어였다.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의 사회적 통념에서는 폭력이라는 행위가 쉽게 정당화되었던 것 같다. 필자가 고등학생인 시절, 한번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여자 연예인이 학창 시절에 자신을 괴롭힌 동창생을 만나는 장면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피해자였던 연예인은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당했던 ‘학교 폭력’을 이야기하고자 했지만, 가해자는 이를 단순한 장난 혹은 관심의 표현으로 포장하였다. 프로그램 MC를 비롯한 방청객들은 화해와 용서라는 행위를 피해자에게 강요했고, 심지어 시청자였던 본인까지도 ‘학창 시절에 그럴 수 있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 시청했던 것 같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학교폭력을 친구들끼리의 '짖궂은 장난'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2차 가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에는 소위 말하는 일진 학생들이 마치 엄석대와 같이 교실을 장악하고서 위압감을 무기로 쓰는 일이 빈번했다. 힘이 약하거나 내성적인 학생들은 가해자의 먹잇감이 되었고, 대다수의 교사들은 폭력을 목격하더라도 아이들이 혈기 왕성하게 지내는 것으로 안일하게 생각하며 넘겨왔다.

 

  그도 그럴 것이 교육 현장에서는 폭력적인 체벌이 학생들에게 당연하게 사용되었으며, 가끔 체벌 문제가 공론화되더라도 사회적인 통념으로 별 큰 문제없이 지나가기 십상이었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교사가 출석부를 몽둥이처럼 사용하는 일은 이상한 모습이 아니었다. 교사가 머리끝까지 화가 나면 소매를 걷거나 손목시계를 벗는 일도 빈번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인해 체벌 장면들이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제보되며 체벌이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학생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큰 흐름 또한 국내로 유입되었다. 그 결과, 한국이 선진국형 교육으로 탈바꿈되는 과정에서 2010년 서울시교육청의 체벌 금지 명령과 2011년 개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통해 폭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체벌은 과거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약 13년이 지난 현재에는 사회적인 통념을 비롯해 교육 현장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학교 폭력의 현주소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는 학교 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유인, 명예훼손 및 모욕, 공갈, 따돌림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정의와 같이 현재 학교 폭력이 될 수 있는 범주는 아이들끼리의 가벼운 차원의 싸움이나 다툼부터 보다 다소 무거운 차원의 폭력까지 다양한 유형의 폭력들을 포함하고 있다. 과거 학교 폭력이 일어났을 때 학교 자체적으로 수습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가해자 학생으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할 경우, 먼저 피해자 학생 혹은 피해자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 117 전화, 관할 경찰서를 통해 신고를 접수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학교는 교내에 설치되어 있는 ‘전담기구’를 통해 먼저 학교 자체에서 조사가 진행되며, 학교 측에서 조사된 내용은 ‘학교 폭력 사안처리 보고서’ 형식에 맞게 작성되어 교육지원청에 송부처리 된다. 만약 조사된 학교 폭력 사건이 경미하다고 판단될 경우 자체 종결이 되어버리지만, 사안이 심각하거나 해결되지 못할 경우에는 교육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되어 가해 학생은 봉사, 교육 이수, 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의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교사의 체벌과 학교 폭력에 관한 처분이 더 엄격하게 바뀌었다고 해서 학교 폭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학교 폭력은 오히려 치밀하고 정교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2021년 발표한 ‘서울 청소년 범죄 통계’에서는 학교폭력 신고 내역 중 약 20%가 사이버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학교 폭력의 형태가 진화함에 따라 사이버 폭력이 새로운 학교 폭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버 폭력은 여러 방식으로 교묘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피해자 학생의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팔아 이득을 취하거나, SNS 상에서 허락 없이 피해자의 사진을 업로드한 후 태그 기능을 통해 피해자의 계정을 지목해 괴롭히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자주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신저에서도 사이버 폭력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일어나는 ‘단톡방 왕따’는 단체방에서 피해자에게 험담과 욕설을 하고, 당사자가 나가면 계속 초대해서 괴롭히는 방식인데, 특히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유용하게 쓰고 있는 디지털 디바이스들이 어쩌면 아이들에게 또 다른 폭력을 하는 가해자이자, 피해자를 양성하는 도구로써 쓰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과 걱정이 앞선다.

 

보다 더 나은 환경 

 

 학생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게 하려면 학교 폭력 발생 이 후에 대한 방안보다도 학교 폭력의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최근 많은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 근절에 관해 심도 깊은 교육을 진행하고, 학생들에게 그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 본인들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생들의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청소년들에게 지속적으로 학교 폭력 근절에 관해 예방 교육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지만, 학교 폭력 발생을 낮추기 위해선 학생을 비롯해 학부모, 교사, 학교, 정부, 사회 모두의 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학부모 차원에서는 학부모들은 평소 학생들의 의견을 지지하고, 수용해주면서 올바른 가정교육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인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폭력이 발생되는 이유 중 하나가 학생의 낮은 자존감이며, 학생의 자존감이 낮을수록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타인을 공격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노력을 통해 학생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학교 폭력 발생 시 학교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학생의 부모로서 교사 및 학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해결해야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교사들의 경우, 학생들의 교내 생활과 제일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서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한다. 만약 학생간의 관계에 이상이 있다면, 교사는 적극적으로 나서 학생간의 관계회복을 위해 조력자 역할을 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학교 폭력 발생 시에는 피해 학생에 대한 사후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며, 가해 학생에 대한 관리는 가해자 학생이 긍정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의 협업을 통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학교 폭력 예방과 관리를 위한 정부의 지원 노력도 필요하다. 학생들의 관계 회복과 개인 심리 회복을 위한 전문상담교사들을 보다 촘촘히 배치하여 학생들이 학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더 풍부한 지원 을 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학생들 사이에서 오가는 가벼운 충돌을 외면하지 않고, 인생에 단 한번 밖에 오지 않는 청소년들의 소중한 학창시절을 위해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