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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6호] 낚시와 기다림

낚시와 기다림

낚시전문가 만쿨피싱(김세훈)

 

[출처: pixabay]

 

낚시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미끼를 꿰어 물고기를 잡는 데 쓰는 작은 쇠갈고리”, “여러 가지 도구로 물고기를 낚는 일“로 정의합니다.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 사회에서 각인된 유전자 덕분인지 사람은 누구나 수렵의 본능이 존재합니다. 이전에는 먹고살기 위해 행하던 생명유지활동이 현대사회에서는 재미와 즐거움 또는 성취감을 위한 레저스포츠의 형태로 행해지는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낚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낚시에 자연스럽게 입문하게 되었고 현재는 다양한 SNS에서 낚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낚시는 제게 있어 다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유일한 취미이지요. 또한 주 5일 근무가 시행되면서 취미 활동을 즐기려는 인구의 증가와 동시에 각종 미디어를 통해 낚시의 매력이 알려지면서 부동의 1위 등산을 제치고 1,000만 인구가 즐기는 최고의 레저 스포츠 활동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중년층과 남성에 한정되었던 낚시의 인기가 젊은 층까지 확대되었고 심지어 어린이까지 동반한 가족 단위 체험형 취미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낚시를 즐기는 장소에 따라 환경적으로 구분 짓자면 크게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로 나눌 수 있는데 저는 민물낚시로 입문하여 성장하였고, 지금은 바다 배낚시를 주력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인천의 바다 배낚시는 계절별로 다양한 어종을 잡을 수 있는 곳인데 3월부터 우럭낚시를 시작으로 겨울철 휴식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배낚시가 시 작되는 시기입니다

 

인생고기를 잡기 위한 일 년 중 딱 한 달... 그리고 한 번의 입질

특히 4월과 5월에는 대광어 다운샷 낚시가 시작되는데 이때는 생미끼를 이용한 낚시가 아니라 작은 물고기 모양의 웜(Worm)이라는 가짜 미끼를 달아 대상어종을 유혹해 잡는 루어(Lure)낚시입니다. 대광어 (넙치)는 인천 자월도 해역에서 산란철을 맞아 얕은 수심까지 들어오게 되는데 이때를 기다렸다가 인생고기를 잡으려는 전국의 조사(낚시를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말)들이 인천으로 모여듭니다. 대광어는 작게 는 70cm 크게는 1m가 넘는 녀석도 잡히기 때문에 이 시즌을 기다리는 조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산란철 이후에는 먼 바다로 돌아가기 때문 에 4월~5월 약 1개월간 짧은 기간 동안 낚시가 가능하고 많은 마릿수 를 잡기보다는 큰 녀석 한 방을 노립니다. 한 번의 ”털컥” 하는 입질을 기다리는 장르지만 운이 좋으면 대물광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대광어 다운샷 낚시는 한 마 리도 잡지 못하는 소위 “꽝”을 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많은 조사님들이 출조합니다. 인생고기를 잡기 위해 일 년 중 한 달을 기다리는 조사님들을 응원합니다.

 

성격이 급하면 잡을 수 없는 바다의 미녀 참돔, 입질의 기다림

대광어다운샷 시즌이 마무리되는 6월부터 쭈꾸미낚시 금어기가 풀리는 8월31일까지 참돔타이라바 시즌이 시작됩니다. 타이라바는 타이(도미)+라바(러버지그)의 일본어의 합성어로 참돔 낚시용 러버지그를 줄여서 타이라바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2008년부터 서해 군산 앞바다에서 새로운 낚시 기법으로 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하며 현재까지도 많은 낚시꾼이 전국 각 지역에서 타이라바 낚시를 즐겨하고 있습니다. 평균 수온이 높은 제주도에는 1년 365일 타이라바 낚시가 가능하고 4월부터 거제 통영/여수/고흥/완도권 6월에는 인천권에서 낚시꾼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즌이 시작됩니다. 인천권 타이라바 낚시로 잡을 수 있는 어종은 참돔을 주 어종으로 우럭/광어/노래미/장대/백조기/장어/성대/농어 등 정말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만큼 지루할 틈이 없는 장르입니다. 어떤 녀석이 물어줄지 기대감도 있고 아주 매력적인 장르입니다.

타이라바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다림입니다. 낚시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캐스팅(채비던지기) 후 포인트에 채비가 바닥에 가라앉으면 천천히 감아올리면서(5바퀴~10바퀴) 참돔의 입 질을 기다리는데 리트리브(릴을 돌려 라인을 회수하는 동작) 중 입질이 들어오면 바로 챔질하지 말고 등속도로 감아 줍니다. 이때 기다리지 못하고 섣불리 챔질을 하게 되면 참돔을 볼 수 없습니다. 참돔이 한 번 에 훅(바늘)까지 먹어주면 좋지만 대부분 스커트나 지렁이를 끊어 먹는 예신을 보이고 등속도로 감아올렸을 때 타이를 좇아오다 공격성과 호기심이 높아지면서 훅이 입속까지 흡입이 되면서 본신으로 이어집니다. 드렉을 치고 나가는 반전이 되면 베이트릴의 스풀을 엄지로 잡아 주고 부드럽게 만세하듯 로드를 올려 챔질을 해주면 됩니다. 참돔은 힘이 좋고 옆으로 치고 나가는 속도가 빨라 손맛이 좋은 대표어종으로 많은 조사님들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참돔 타이라바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챔질 타이밍인데 본신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바다의 미녀 참돔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생활낚시 대표장르 주꾸미&갑오징어낚시... 시즌의 기다림 그리고 날씨에 대한 분노

참돔 타이라바 시즌이 끝나면 9월1일 주꾸미와 갑오징어낚시 금어기가 해제되어 많은 조사님들이 항구로 모이게 됩니다. 주꾸미 낚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낚시 장르로 출조하기 위해서 연초에 배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시즌 때 출조하지 못할 정도로 대표적인 생활 낚시입니다. 주꾸미 낚시채비도 간단하며 잡는 법 또한 어렵지 않고 많은 마릿수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습 니다. 주꾸미 낚시는 에기라는 일본식 전통 어구를 사용하는데 횃불로 쓰다 버린 나무 조각에 흰 오징어가 달라붙은 것을 보고, 불에 그을린 나무 조각에 바늘을 달아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주꾸미의 주 미끼인 작은 새우 모양으로 만든 가짜 미끼로 최근에는 국내 조구사가 다양하고 품질 좋은 에기를 출시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시즌 초반 충남 앞바다 조황이 좋고 시간이 흐를수록 평택, 인천 권도 조황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주꾸미를 잡기 좋은 물때는 조류가 약한 무시~3물까지 또는 조류가 서서히 느려지는 12~15물까지가 최적입니다. 이런 물때는 조사들끼리 황금 물때라고 불리는데 주말이 겹치는 날은 1년 전에 예약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에기를 달아 채비를 바닥에 내리면 주꾸미가 새우로 착각해 덥석 올라타게 되고 조사들은 무게감의 변화로 입질을 파악해 챔질하게 되면 에기 끝에 뾰족한 바늘에 주꾸미가 걸려 올라옵니다. 먹성과 호기심이 강해서 에기를 보면 공격적으로 먹으려고 달라붙는데 이물감을 느끼면 금세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되고 조사들은 주꾸미와 밀당하며 정확한 챔질과 타이 밍으로 주꾸미를 잡아내야 합니다. 지역마다 그리고 물때마다 다르지 만 적게는 50수, 많게는 200~300수까지 잡을 수 있고, 맛도 좋아 겨울철 반찬거리 마련으로 상당히 좋은 낚시장르입니다.

문제는 주꾸미낚시 시즌이 9월~10월이라 한반도 가을철 태풍이 자주 올라오는 시기와 비슷합니다. 원래 한반도 태풍은 장마 이후 8월 달이 강력했으니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평년기온 상승으로 태풍의 시기도 조금씩 느려지는 것 같네요. 일 년 전부터 좋은 물 때 주말에 주꾸미낚시 가려고 예약한 조사님들이 태풍 영향 때문에 출조를 못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저 역시 출조 때마다 정말 거짓말처럼 기상이 악화되어 출조를 못 하거나 굉장히 힘들게 낚시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 다. 비가 내리거나 강풍이 불면 위험도하고 민물 유입으로 바다에 염도가 낮아지면 주꾸미 활성도가 낮아 낚시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강풍은 바닥에 있는 갯벌을 뒤집어 흙탕물이 되면 아무리 고급 에기를 사용해도 주꾸미 눈에 보이지 않아 주꾸미를 잡을 수 없게 되지요. 오랜 기간 동안 학수고대하며 주꾸미 낚시 출조 일만 기다렸는데 기상 때문 에 낚시를 망친다면 속이 많이 상합니다.

9월 중순 이후에는 갑오징어낚시를 함께 병행하면서 낚시를 진행 합니다. 갑오징어는 몸통에 뼈가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성격이 난폭하고 먹이 욕심이 있어 에기를 붙잡고 배에 올라와서도 강한 이빨로 물기도 합니다. 10월이 넘어서면 크게 성장에 어른 신발크기 만큼 크다고 하여 ‘신발짝갑오징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철저히 바닥에서 생활 하는 주꾸미와 다르게 바닥에서 한 뼘 정도 높이에서 유영하기 때문에 채비도 조금 다르지만 주꾸미와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생활낚시입니다. 묵직한 손맛은 물론 막 잡아 올린 갑오징어는 싱싱한 횟감으로도 좋고 통 찜으로 즐기거나 오징어 볶음으로 인기가 좋습니다. 11월까지 주꾸미갑오징어낚시가 계속되고 겨울이 되며 인천 바다낚시는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낚시 시즌이 매번 돌아오는 것을 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 간다는걸 느낍니다. 계절별로 낚는 어종도 다양하고 낚시 방법도 다르니 각자 좋아하는 낚시를 즐기기 위해 조사들은 시즌을 기다리지요. 낚시와 기다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항상 기다리는 시간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출조를 기다립니다. 혹시 오늘은 대물을 하지 않을 까? 어떤 녀석이 얼굴을 보여줄까? 등등 많은 기대와 부품 속에서 낚 시와 기다림을 즐기며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습니다.

 

- 만쿨피싱(김세훈)

스포츠·레저분야 인플루언서 / 유튜브채널, 네이버 블로그 운영

낚시동호회 Team MJT 운영 / 조구사 바낙스 필드스탭

조구사 델리온 필드스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