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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6호] 인플레이션이 일상이 된 New Normal 시대 부동산 자산의 변화 : 인플레이션 하에서 부동산 자산은 안녕하신가?

인플레이션이 일상이 된 New Normal 시대 부동산 자산의 변화 : 인플레이션 하에서 부동산 자산은 안녕하신가?

 

원광대학교 금융학과 최 남 진

출처 : Pixabay

 

 최근 국제적으로 관심이 가장 큰 경제지표를 꼽자면 단연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주장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에서 설정하고 있는 목표 물가(Inflation targeting) 또한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인플레이션이 경제주체들에게 주요 관심사가 되어 감에 따라 실질 가치 감소를 헤지(hedge)할 수 있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관심 또한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인플레이션 시대

 

긴 세월 동안 전 세계는 저물가의 골디락스(Goldilocks) 시대를 향유해 왔다. 이렇듯 장시간

전 세계가 저물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학계에서는 여러 가지 원인을 지목하고 있지만 국제화를 통한 분업 및 저임금 노동력 활용 때문이라는 것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공장을 자처했던 중국의 국제화는 1980년대 시작되었으며 이로 인해 재화의 가격이 낮은 상태를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저물가 현상은 -무역 갈등을 시작으로 저물어 갔다. 이후 COVID-19 팬데믹 발생으로 글로벌공급망(Gloval Supply Chain)이 훼손되며 국제화를 통한 저물가 시대는 사실상 종식되었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 이나 전쟁 발발로 에너지,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공 급에 문제가 생겨 물가 상승을 압박하였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미국의 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지난 202269.1%, 영국은 2022109.6%, 동기간 독일은 8.8% 각각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 역시 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이 지난 202276.3%를 기록하며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이런 급격한 물가 상승은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들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전환을 촉진시켰다. 미국은 당시 제로였던 FFR(Federal Fund Rate) 금리(상단)202375.5%까지 인상하였으며 영국은 202365.00%, 한국 역시 202313.50%까지 인상하였다. 현재 각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다소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안정된(다소 과열된) 고용시장과 높은 근원 소비자물가를 유지되며 물가가 어느 정도 수준을 지속해서 유지되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대(New normal)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 사이 동태적 관계

 

물가와 주택 가격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다(이영수, 2012; 백인석·장근혁, 2022). 즉 주택 가격이 물가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물가가 주택 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선 전자는 자산 효과(Wealth effect)로 설명할 수 있으며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경우 이를 자산 증가로 받아들인 경제주체가 소비를 증대시키면서 총수요 경로를 통해 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자산효과가 명확히 나타날 경우에만 가능한 경로로 많은 연구들이 시기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를 나타내고 있어 단정하기는 어렵다(최남진 외, 2016). 다음으로 후자는 물가가 상승할 경우 주택 가격이 상승함을 설명한다. 이는 주택 가격이 미래 기대되는 임대료 현금흐름(cash flow) 합계의 현재가치(Present value)를 전제로 한다. 즉 물가 상승으로 전세 혹은 월세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이들의 현금흐름 합계인 현재가치 역시 상승함을 설명한다. 물가 상승이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인플레이션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즉 물가 상승이 수요 측 요인(경기 순응적, procyclical)에 의해 발생한 경우 물가 상승과 함께 주택 가격이 상승하며 실질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

 

반면 물가 상승이 공급측 요인(경기 역행적, countercyclical)에 의해서 발생한 경우 물가는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주택 가격은 하락하며 실질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Good friend and King, 1997; Blinder and Rudd, 2008; Ermolov, 2022). 더욱이 물가 상승이 중앙은행의 목표 물가를 상회하여 중앙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실시할 경우 물가 상승 요인에 따라 물가와 주택 가격 사이 관계가 각각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즉 물가 상승이 수요측 요인으로 발생한 경우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물가와 주택 가격이 모두 안정화되는 경로를 따름으로 실질 가치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견해 볼 수 있다. 반면 물가 상승이 공급측 요인으로 발생한 경우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은 주택 가격에는 직접 영향을 미치지만, 공급측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임으로 주택 가격의 실질 가치는 하락할 수 있다.

 

주택 가격과 인플레이션 헤지(Inflation Hedge)

 

통계청의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자산 중 실물 자산은 77.5%이며 이 중 73%가 부동산 자산으로 다른 주요 국가에 비해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발생한 인플레이션에 대해 부동산 자산에 대한 인플레이션 헤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인플레이션 헤지(Inflation Hedge)는 인플레이션 기간 자산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만큼 변동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의 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의미로 정의된다(최남진(2023)). 따라서 인플레이션 헤지를 인플레이션과 자산 수익률 사이 관계로 명시하며 인플레이션 충격을 인플레이션 위험으로 정의하여 인플레이션 위험 헤지로도 정의한다(Fama and Schwert, 1977; Bekaert and Wang, 2010; Connolly et al., 2021; Neville et al., 2021; Fang et al., 2022).

인플레이션 헤지는 피셔가설(Fisher, 1930)과 인플레이션 중립성(inflation neutrality)으로 설명 할 수 있으며 Attie and Roache(2009)는 이를 통해 기업들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재화 가격에 이를 전가함으로써 실질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인플레이션 헤지를 설명하였다. 따라서 이를 통해 우리는 주택 가격과 인플레이션 헤지를 정의할 수 있다. 즉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기간 주택 가격이 동반 상승한다면 실질 가치에는 변 화가 없으므로 부동산 자산은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있다고 정의할 수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 기간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면 실질 가치 역시 하락하기 때문에 부동산 자산은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 없다고 정의할 수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하에서 부동산 자산은 안녕하신가?

 

앞서 주택 가격과 인플레이션 헤지에 대한 정의와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의 동학적 관계에 대해서 살펴봤다. 이를 통해 우리는 최근에 발생한 인 플레이션하에서 부동산의 실질 가치 변동을 측정해 봄으로써 국내 부동산의 인플레이션 헤지 가능성을 측정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최근에 발생한 인플레이션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많은 학자들이 최근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수요와 공급 측면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급격한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유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공급 측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오현희, 박선우, 2022). 실제로 한국은행(2022)과 한국경제연 구원(2022, 보도자료)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최 근 인플레이션 현상 비교를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 현상은 공급측 요인이 크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대한 근거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생산자물가 상승 기간이 길고, 원화 기준 원자재 수입 물가가 더 크고 오래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최근 인플레이션 하에서 부동산 자산의 헤지 효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해당기간(20201월부터 202212) 경제이론에 근거한 5변수(금리, 통 화량, 물가, 총생산, 주택 가격) SVAR 모형을 설정하여 금리 인상 충격에 대한 물가와 서울 아파트 가 격 상승률(KB부동산 허브 데이터) 반응분석을 실시하였다.

 

 

금리 1% 충격에 대한 소비자물가 반응

 

금리 1% 충격에 대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 반응

 

 

 추정 결과 금리 1% 상승 충격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2개월 후 최대 0.8% 상승시킨 후 3개월 후부터 하락하여 6개월 후 최대 0.4%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공급 측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 물가를 상승시키고 장기적으로도 물가 하락을 제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1% 금리 상승 충격은 5개월 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최대 4.2%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충격의 효과가 길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공급측 요인에 의해 발생한 인플레이션 하에서 금리 인상 충격에 대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상반된 방향을 보이며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이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하향 안정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무역 갈등이 유지되고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역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언제든 커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공급측 요인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더욱이 급격한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물경제가 양호한 점은 서비스 물가 상승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 환경이 지속된다면 전통적 경제 이론에 근거한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서 부동산 자산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