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sggpaper dreaming marionette 2014.12.31 19:31

 

 

서강_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의 등장 배경과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김_ 제조문화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이나 일본에는 이미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차고에서 무언가를 스스로 만드는 문화가 쌓여 오래전부터 가라지(garage) 문화가 있었고, 일본에서는 공방에서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공방 문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만 유독 사회적인 영향 또는 문화적인 요인에 의해서인지, 공간적이나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서인지 그런 것들을 수행 하지 못했던 것이죠. 해외에서는 이미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가 가리지(garage) 문화나 공방 문화로 자라나고 있었는데, 이것을 촉진시킨 것이 바로 디지털 제조(digital fabrication)의 등장입니다. 예전 같은 경우에는 장인이 망치를 다루면서 자신의 기술을 함축해서 제품을 제조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누구나 디지털 제조를 통해서 전문적인 기술을 대체하는 것이죠. 이렇게 누구나 제조할 수 있다는 데에서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가 발현되고 촉진되는 것입니다.

 

서강_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는 제조업의 민주화, 네트워크화를 예견하는 일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김_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가 제조업의 민주화를 이룬다는 것은 소위 장인이나 전문가만 독점하고 있던 기술을 누구나 디지털 기술과 메이커 스페이스를 이용해 필요한 물건을 만고 유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즉, 누구나 3D 캐드 모델링이나 2D 캐드 모델링을 간단히 배우고 3D 프린터나 레이저 절삭기, CNC와 같은 디지털 제작 장비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제조업의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같은 경우는 제3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물류의 혁명을 일으켰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면 그 쪽의 시차에 맞춰서 새벽에 일어나 전화를 해서 재고가 있는지 확인하고 제품을 패키징해서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서 한국에 들어오겠죠. 그러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름 낭비, co2 배출로 환경도 나빠집니다. 이렇게 소모되는 모든 것들이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가 되면 파일만 값싸게 사면 됩니다. 파일은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국경 없이 단 1초 만에 전송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손쉽게 해외에 있는 제품들도 바로 옆에 있는 팹랩과 같은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에서 쉽게 제조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와 네트워크가 관련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강_ 그러나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이나 정보독점 같은 배타적 경제 영역의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김_ 일단 해외에서는 오픈 소스(open source)라는 문화가 굉장히 활발해요. 어떤 제품을 만들었을 때 이것을 어디서 어떻게, 얼마의 시간과 돈을 들여 만들었는지 제반 소스를 다 공개를 하는 것입니다. 굉장히 활발하게 이러한 문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있거나 제품을 만들면 “특허 등록해야지.”, “내거야.”, 나만 돈 벌거야. 이렇게 생각하죠. 그런데 오픈 소스의 가치는 아두이노(Arduino)라는 소형 보드를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피지컬 컴퓨팅을 하기 위한 기기인데, 작은 컴퓨터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그런데 아두이노를 만든 회사가 이 컴퓨터를 오픈 소스화 했어요. 그렇다면 이 회사는 어떻게 돈을 버느냐? 이 회사는 메이커(maker)들을 대상으로 아두이노를 판매하고 우선 그 메이커(maker)들만의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 메이커들이 만든 제품이 다른 사람들에게 팔리기 시작하면 결국 아두이노 시장 자체가 극대화되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파이를 키우는 것이죠.

팹랩이 지니는 첫 번째 가치도 바로 이 오픈 소스입니다. 누구나 나의 가치를 공유하고 더 나은 상품 더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팹랩의 가치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기술이 융합이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팹랩과 같은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가 늘어나면서 제작 문화와 오픈 소스가 같는 가치가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가 자리 잡는 것이라고 봅니다.

 

서강_ 팹랩(Fab lab)의 기원에 대해 설명해달라.

(팹랩-Fab lab은 제작 실험실-Fabrication laboratory의 준말이다-편집자 주)

김_ 팹랩은 미국 MIT 원자비트연구소의 닐 거센필드 교수가 대학 커리큘럼의 일환인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방법(how make an almost anything)’을 맡아 가르치면서 10년 전 도입한 개념입니다. 3D 프린터나 이런 디지털 제작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교에서도 교수님들이 이미 10년 전부터 RP라는 이름의 3D 프린터를 쓰고 계셨습니다. 'RP가 뭐냐'하면 Rapid prototype이예요. 이것을 일반 학생들이 쓸 수 없었던 이유는 가격이 비쌌기 때문입니다. 그런 랩을 구성해야 하는데 초기 자본이 많이 들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많은 학생들에게 전파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값싸게 랩을 구성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팹랩이 처음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저가형 3D 프린터, 저가형 레이저 커터, 저가형 CNC와 핸드툴이 들어간 팹랩이라는 공간을 구성하게 됐고, 이것을 한곳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 내에서 확장을 시키고 전 세계로 뻗어나간 것이죠. 지금은 현재 전 세계 600여개 소에 팹랩이 있습니다.

 

서강_ 팹랩 서울(Fab lab Seoul)은 세운 상가 안에 위치해 있다. 이 곳, 세운 상가 외에도 창신동 봉제 노동자, 구로공단 제조업 노동자 등 전통적으로 기술 노동에 속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도 기술 제작에 참여하고 숙련공이지만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기술 노동의 민주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들과 같이 소외된 기술 노동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이 있었는가?

김_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창조 경제라는 이름하에 창업을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창업의 대부분이 해외에 있는 사례를 많이 들여와서 성공시킨 것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소셜 커머스 쿠팡과 같은 것이나 IT 쪽, 어플리케이션이 대박 나서 창업을 한다든가 하는 식이죠. 하지만 정작 한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은 제조 산업이거든요. 고산 대표님(팹랩은 고산 대표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타이드 인스티튜-TIDE institute가 운영 중인 곳이다, 편집자 주)은 이런 제조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조업을 한 번 키워보자는 생각에서 이곳 팹랩을 기획하고 제조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인 이 세운 상가에 팹랩을 만든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 청계천 일대가 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우주선도 만들고 미사일, 탱크도 다 만들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이쪽에 자리를 잡게 되신 것이죠.

세운 상가를 살리고자 서울시랑 얘기를 해서 서울을 제조문화가 활발한 도시로 만들고자 계속 미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 심천에 가면 전자부품 백화점이 있어요. 그곳에 가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전자부품들을 다 살 수 있습니다. 요즘 IOT(Internet of things), IOE(Internet of everything), 웨어러블 장치(Wearable device) 등 이런 것들이 첨단 기술이 집약된 칩들이 들어가는데 우리 나라는 여기서 그런 칩들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기계부품들이나 옛날 기술들 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 것들을 중국에 빼앗기는 것들이 아쉬워서 세운상가 일대에도 첨단 부품을 파는 백화점같이 재탄생을 시키고자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강_ 팹랩 서울이 정부 의존도가 높고 친기업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정부 기금 및 하향식 스페이스 형태로 운영되는 메이커 스페이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_ 사실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를 운영하는 사람은 자본을 끌어오기 위해 민간기업과의 협업 또는 정부 자금으로 운영하는 것이 타협이기도 하지만 가장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만드는 사람들은 이러한 바탕이나 여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순수하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이 두 가지는 분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를 운영하는 사람은 민간과 정부의 자금을 활용해서 제작자(maker)들이 이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제작자들은 순수하게 만드는 행위에 집중해서 공간과 장비를 이용할 수 있죠. 정부 의존도가 높고 친기업적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하는데, 결국 자립을 내세우던 해커스페이스는 없어졌어요. 해커스페이스는 회원들의 등록비를 가지고 임대료를 내면서 운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충당이 안 되다 보니까 이런 일들을 계속 벌려나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사실 임대도 임대이지만 장비도 계속 새로운 것이 들어와야 하고 유지, 보수, 관리가 계속 이루어져야 하는데 언제까지 쌈짓돈을 가지고 운영할 수가 없는 것이죠.

사회적 기업도 더 큰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돈을 아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재투자가 이루어져야 가치를 더 넓은 곳에 효과를 전파시킬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커스페이스는 소수를 위한 곳이에요. 자금이 들어오고 펀딩을 받아서 자금도 늘어나면 베풀 수 있고 가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것이죠. 정부의존도가 높고 친기업적이라는 비판은 외부에서 보면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돈을 너무 쫓는 것 아니냐, 우리끼리 해서 하면 되지. 이것은 정말 현실적인 대답이 아니에요. 운영을 해보게 되면 맞지 않아요. 어찌됐든 이용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 이용료를 내고 자유롭게 이용하면 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그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서 그만큼 열심히 펀딩을 많이 받아야죠. 그래야 가치를 다시 환원할 수 있는 거구요. 이런 비판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저도 고민이 많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치를 더 많이 전파하기 위해 이게 맞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강_ 지속 가능성이라는 부분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인가?

김_ 맞습니다. 저도 처음에 회의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들이 있었어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부 자금이 들어오면 정부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 것이 싫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싶고 사람들과 모여 창의적인 것만 만들고, 사회에 이슈를 던질 수 있는 일만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그런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의 문제가 생겨서 팹랩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해외에 있는 팹랩처럼 잘 이루어지려면 전체적으로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가 전 국민에게 퍼져야 해요. 오픈 소스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거나 그런 문화가 견고히 자리 잡으면 그 때는 그들 스스로 마땅히 돈을 지불하면서 운영하면서 문화를 확산 시킬 수 있다고 믿어요. 하지만 그 문화가 퍼지기 전까지는 정부나 민간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그 문화를 더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 초기 우리나라 실정에는 이게 맞고요. 그 비판도 맞아요. 최종적으로는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 자립해서 하는 것이 맞죠. 지금 현재의 방향성대로 자립성을 가진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서강_ 현재의 제작문화가 가지는 한계점은 무엇이고, 이것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달라.

김_ 궁극적으로는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가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융합해서 사회에 이슈를 만들 수 있는 창조적인 물건이 나와야 합니다. 가치 있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요. 그런데 아직 성숙한 제작 문화가 자리 잡지 않다 보니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는 이유가 개인의 사업 아이템을 만들거나 졸업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어떻게 보면 PC방 오는 거예요. 돈 내고 PC를 이용하고 나가는 거예요. 3D 프린터 뽑고 나가고. 그래서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억지로 메이커톤(makerthon)이라는 워크숍 행사나 사회적 아이디어 대회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모이고 결과물을 내는 상황이에요. 현 제작문화는 사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그들이 자발적으로 융합해서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개인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문화라는 것이죠.

 

서강_ 산업형 제작 문화와 개인 제작 문화 사이의 대립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 대립의 결과를 예측해본다면?

김_ 대립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트렌드가 변할 것 같아요. 기존의 제조는 획일적으로 기업과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물건을, 생산자가 찍어내는 것을 소비자가 소비하는 형태였잖아요. 엘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보면 프로슈머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소비자가 소비자와 생산자의 벽을 허물고 생산 활동까지 한다는 의미죠. 앞으로 그 3차 산업 혁명이 시작될 것이고 이것을 대변하는 것이 3D 프린터, 디지털 제작이거든요. 당연히 소비자들은 너무나 관심사가 다양해서 갖고 싶어 하는 것이 다 다르죠. 자기 취향에 맞게 제작(customize)하고 싶어 하고요. 개인 제작 문화는 이런 것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제조 기술의 발전과 어우러져서 산업 자체가 그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립관계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제조 문화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으로 보는 쪽이 맞을 것 같습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