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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32호]각기 다른 을(乙)의 목소리를 듣는 청년 노동조합


각기 다른 을(乙)의 목소리를 듣는 청년 노동조합









서강대학원신문(이하 서강)> 청년유니온이 출범한 지 5주년이 된 것을 축하한다. 청년유니온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달라.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이하 김)> 청년유니온은 2010년 3월에 출범했고 노동조합(이하 노조)이다.  서울, 경기, 인천, 대구, 경남, 부산 등 7-8개 지역에 약 1,000명 정도의 조합원으로 이루어진 전국 단위 조직이다. 

어떤 문제를 평가하고 진단하고 평론하는 것,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진단하는 것을 넘어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 유닛이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청년유니온은 기존 노조가 청년 문제를 포괄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생각한 당사자들이 직접 유닛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서강> 청년유니온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또한 지난 5년간의 활동 중 활동 초기 목표로 한 것을 얼마나 이루었는가?

> 저는 창립하기 직전에 가입했고, 이 조직을 1년 동안 준비했던 팀이 있다. 제가 보기에는 이 팀이 어떤 한(限)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이들이 청년유니온을 만들 당시에 30대 초반이었고 지금은 30대 중후반이다. 당시 그들에게는 ‘이 문제를 이렇게 하다가는 망한다.’ 라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보시는 것처럼 밝고 유쾌한 느낌을 더 적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 절박함에서 표현이 다양하게 빠져나오는 것 같다. 이것이 없으면 표현이 나이브하게 된다.  

활동 초기 목표라고 한다면 이 문제가 존재하고 있는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시키는 것. 이것이 가장 주요 활동의 목표였다. 그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과 모델들을 만드는 것이 지난 5년의 가장 큰 목표였는데, 다 한 것 같다.


서강> 왜 ‘청년’이고, 절박함을 해결하는 수단이 ‘노조’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 경제위기라는 과정에서 경제위기가 모든 사회 구성원들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청년세대에게 미치는 특수성이 있다. ‘청년세대들이 다른 세대들보다 더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노동 시장을 보면, 이미 노동 시장 안에 자리를 잡고 있던 세대가 경제 위기의 타격을 입는 것과 아직 진입을 하지도 못한 세대가 타격을 입는 것은 완전 다른 문제다. 이미 시장에 진입을 한 세대와 달리 경제 위기의 타격이 청년세대에게 집중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그 동안 공기업에서 대기업에서 대졸 초임을 깎는 문제에 대해서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주체가 없었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자기 얘기는 아니지 않나. 저는 이런 문제를 청년이라는 키워드로 말하고 싶었다. 

청년세대의 삶의 문제는 낮은 소득의 문제, 주거비, 교육비, 등록금으로 대표되는 높은 삶의 비용과 그것을 메우는 빚이었다. 위와 같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문화적으로 박탈되고 이름이 삭제당하는 것을 보며 일단 소득과 고용안정에서 시작하자고 정했다. 

청년 세대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고민을 하다가 일본에 ‘수도권 청년유니온’이라고 저희보다 10년 정도 먼저 유사한 활동을 한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활동을 보고 ‘괜찮네, 가져와보자’라고 하면서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서강> 청년유니온의 사업 내용이 대부분 규약에서 언급하는 여러 가지 권리(문화권, 인권 등) 중 노동권, 생활권 확보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다. 

> 권리라는 것이 다 맞물려 있다. 그래서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자.”라는 것보다 그 시기마다 부각되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에 집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표현상 드러나는 것이 이 두 가지에 집중된 것처럼 보이게 해석할 수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해석의 영역이고, 이것만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서강> 당연한 질문이지만 궁금하다. 청년유니온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규직인가? 그리고 ‘알바’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저임금이나 4대 보험, 휴무수당 등을 보장하고 있는가?

> 참 어려운 문제이다. 사무실에서 근무하시는 분은 정규직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저희가 노동조합이다 보니깐 2년 동안 임기가 작동된다. 임기가 작동되는 기간 동안 집행부가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딱 정규직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1기, 2기 만들었던 사람들도 지금은 각자 다른 데서 일을 하고 있다. 각자의 현장에서. 그래서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누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임금 책정이라든지 최저 임금, 4대 보험은 다 적용되게끔 하고 있다. 기본은 하자는 것이다. 물적 토대가 취약해도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기본을 보장해야 일을 하며 힘들어도 스스로 의미와 보람을 찾아나갈 수 있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해야 하는 일에 비해서 물적 토대가 너무 취약하다. 청년이 특히 그렇지 않나. 어르신들은 돈 금방 모으시지만 젊은 사람들은 네트워크가 없다보니 돈 모으기가 매우 힘들다. 


서강> 위 질문을 한 이유는 청년유니온에 속한 조합원들이 대부분 청년이기 때문이다. 편견인지 몰라도 펀딩의 지속성이 약할 것 같고, 규모도 다른 조합에 비해 작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인 운영이라든가 재정 운영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 재정 상황을 먼저 말씀드리면, 지금 조합원이 1,000명 정도 있고 후원회원이 있다. 후원회원은 나이는 좀 찼지만 지지하고 싶다는 사람들인데, 약 450명 정도 있다. 그래서 회비 수입을 내면서 노조에 재정을 지원하는 사람이 약 1,400여 명 정도 된다. 

전체 수익을 놓고 봤을 때, 회비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90% 정도다. 전체 나머지 10-20퍼센트는 사업비로 충당하거나 지원 사업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산 총액 대비 재정으로서는 건전성, 안정성의 비율은 생각보다 높다. 총 실링 자체가 작은 것이 문제다. 조직 전임자는 6명인데, 사실 전임자가 10명, 20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 저는 저희 사무실에서 ‘사장놈’이라고 불리는데 사장된 입장에서 이 자원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까, 총 실링을 어떻게 늘릴까가 늘 고민이다. 그래도 예산 총액을 놓고 봤을 때 재정 안정성의 비율은 나쁘지 않다. 청년유니온에 많이 가입해주셨으면 좋겠다.


서강> 다른 노조에 비해 조합원들이 지니는 특징이 있다면?

> 일단 저희는 의사결정체계가 빠르다. 물론 기본 총회도 있고 여러 가지 의사 결정 기구가 있지만 의사 결정 속도나 사업을 집행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다른 청년 단체들도 비슷할 것이다. 이것은 확실히 ‘청년’의 특징이다. 길고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피로감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조직이 사이즈가 작은 것도 있을 것이다. 

청년문제는 어제 이슈가 오늘 이슈일 수 없다. 아침 신문을 보다가 이슈가 되기도 하고, 누구 얘기를 듣다가 화가 나서 일인 시위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작년 10월 달에 2년 계약직을 하시다가 정식 전환 안 되시고 돌아가신 분이 있다. 저희가 보도된 당일에 그 보도를 확인하고 그날 밤에 텔레그램을 작동시켜서 그 다음날 오전에 일인 시위에 나섰다. 사실 이 사안에 담당 노조가 있다. 그런데 이곳은 나중에 의사결정 갖춘 후 팀을 꾸려서 대응하기 시작하셨다. 대응을 시작하시면서 어떤 분이 저희한테 이렇게 말씀하셨다. 먼저 나서줘서 고맙다고. 자기 사업장의 문제지만 어쩔 수 없이 의사결정 구조 등의 시간차가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저희는 속도감이 있다.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대전제에 기초하여 토론이 폭넓기도 하다. 어떤 절차를 거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원을 가동시킬 때 현실적인 감각을 통해 빠르게 작동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 점이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서강> 경제적인 측면 이외에 ‘청년’ 비영리단체로서, ‘청년’노조로서 활동하는 데 느끼는 어려움이나 한계가 궁금하다. 

> 엄청 많다.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누구나 말로는 청년을 말하니까. 저희가 제기한 가치나 내용이 있고 다른 단체가 추구하는 가치와 내용이 있다고 했을 때, 자신의 해석 틀만 가지고 다 설명하시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저희가 한참 설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으신 것 같다. 시민사회나 노동조합이 많이 노쇠화하고 있다. 20년 전에 일했던 사람이 지금도 실무자다. 이런 것에 대한 위기감은 있는데 이 문제가 왜 안 풀릴까에 대한 고민을 잘 안하신다. 그런데 청년 유닛이 잘 뜨다보니 과도하게 의존하시는 경향이 있다. 지원은 없고 요구는 크다. 

첨언하면 저는 사회에서 청년을 부르짖는 현 상황이 사회가 청년들을 소모하는 방식이라고 본다. 지금 사회가 청년이라는 단어를 작동하는 방식이 이렇다. ‘장그래 살려야 된다.’고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내놓은 방안이 ‘노동시장이 이중구조화 되어 있고 정규직이 과보호되어 있으니 정규직을 과보호하면 비정규직 못 살린다.’는 워딩을 사용한다. 청년을 전형적으로 파는 것이다. 사실 비정규직을 살리려면 비정규직에 집중하면 된다. 여기에만 집중해도 할 일이 많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안하고 정규직의 과보호를 중심에 두고, 정규직을 덜 보호해야 비정규직이 산다고 말한다. 분명 청년으로 대표되는 나를 살려주겠다는 것인데 나를 살려주겠다는 내용은 없고 남을 때려주겠다고만 한다. 저희는 우리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되묻고 싶다. 


서강> 그래서 청년 세대 스스로 늘 이슈가 되고 있지만, 뭐가 나아지는지 실감을 못하는 것인가? 

> 저는 이게 매우 나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이슈가 뜨는데도 아무것도 안 되어있네.’라고 청년들이 느껴버리는 그 순간 말이다. 개인의 노력을 통해서 자기 삶을 쇄신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노력하고 사회적 조건이 받쳐준다면 내 삶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사회적 믿음을 갖게 될 텐데, 최근 그러한 믿음이 다 삭제 당하고 있다.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회적 희망에 대한 믿음 자체를 상실해 버리면 사회는 작동하지 않는다. 


 

서강> 최근 청년 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늘었다. ‘열정페이’라는 단어나 드라마 ‘미생’ 등이 크게 이슈가 되었다. 이처럼 사회적 분위기 조성으로 인해 청년유니온의 활동이 탄력을 받았거나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청년유니온의 활동이 단체의 노력이나 활동보다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으로 인한 반사효과를 얻게 되리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어떤 주체 활동과 사회적 메시지는 상호작용한다고 본다. 청년유니온이 그동안 활동을 통해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지난 5년 동안 드러난 것이다. 예를 들어 저희가 보도자료 하나를 내면 그 다음날 되면 라디오 작가들이 전화가 온다. 저희가 제기한 것이 이슈가 되고 그 과정에서 각 주체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늘어난다. 그러다보면 라디오 작가들이 인터뷰 이후에 스스로 다른 아이템을 찾는다. 청년 관련 아이템 찾아서 회의한 후 저희에게 전화가 온다. 코멘트 달아달라고. 이런 것을 저는 이건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일 5년 전에 청년유니온이 없었더라면, 청년 문제가 터졌을 때 청년의 입장을 물어볼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 없었을 것이다. 저는 그래서 두 가지가 상호작용한다고 본다. 물론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면 활동을 할 때 탄력을 받는다. ‘장그래’ 봤냐. ‘열정페이’ 봤냐는 식으로 말하면 되니까. 그런데 반대로 저희의 사회적 책임도 같이 늘어난다. 






 ‘2014 패션업계 청년착취대상’을 시상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청년유니온과 패션노조. 디자이너 이상봉이 청년착취대상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출처: 시사IN, 2015년 1월 12일, 벌써부터 치열하다 ‘2015 청년착취대상’)


서강> 청년 세대를 위한 노조의 설립은 청년 세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순기능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청년 세대와 비청년세대를 구분 지어 다른 세대와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세대 갈등이라는 얘기가 말은 하기가 되게 쉽다. 직관적이니까. 앞에서 말한 예를 다시 이용하여 정규직 과보호와 비정규직의 상관관계를 세대 갈등을 들어서 설명하면 쉽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실제로 이 안에서 작동하는 디테일이 사라진다. 청년 노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정말 많다. 사회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자원을 투입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세대 갈등을 들이대면 소모적인 방식으로 가게 된다. 세대 갈등에 대응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반대로 청년유니온이라는 청년 노조가 생김으로 인해서 사실 40-50대 중년 이상의 양대 노총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대 노총이 정부, 기업과의 힘의 균형 축이 안 맞는 부분에서 저희는 청년들의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내는 주체로 기능한다. 다른 노조에게 파트너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른 노조와 함께 노동계의 입장을 강화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메시지를 만들어 협력할 수 있다. 싸우는 데 에너지를 쓰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서강> 최근 ‘갑을관계’, ‘을의 반란’과 같은 키워드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청년유니온의 활동도 ‘을의 반란’ 혹은 ‘을의 권리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갑처럼 보이는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을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을과 또 다른 을의 싸움’이 되어 무한히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청년유니온의 활동 중 ‘갑과 을의 연대’ 혹은 ‘을과 갑으로 오해 받는 을의 화해’를 위한 활동은 없나? 

> 최근 최저 임금 논의가 많다. 최저 임금 올리면 영세 자영업자 다 죽는다고 하는 것이그 논리다. 그 과정에서 알바생들이랑 영세 자영업자들이랑 싸운다. 여기에 디테일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최저 임금은 사실 올라야 한다. 그러면 영세업자는 어떻게 하느냐.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입장을 세워 놓고 영세업자의 문제를 같이 이야기하면 된다. 영세업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말이다. 저희가 영세 자영업자 하시는 분들이랑 같이 해서 최저임금에 관한 공동 선언을 하려고 한다. 청년 자영업자, 영세 자영업자 포함해서. 실제로 이런 일들이 가능하다. 최조 임금이 오르면 영세 자영업자 다 죽는다는 것은 이상한 소리라고 누군가가 말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 문제도 있으니까 갑질 문제도 같이 얘기해도 될 것이다. 

을간의 화해라고 하셨는데 을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결코 균질하지 않다. 균질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해주고 듣고 싶은 얘기를 듣게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디테일이 필요한 것이다. 저는 그동안 99:1의 논리로 ‘을은 하나다’는 논리나 균질하지 않은 집단에 똑같이 추상적인 얘기들만 해왔다는 것이 지금의 시민사회가 무기력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균질하지 않은 얘기가 있으면 누가 더 고통스러운지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게 토론하면 된다. 

저는 영세업자들 만나면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당신이 힘든 것에서 인건비 총액이 얼마를 차지하냐고, 건물 임대료 문제가 가장 큰 문제 아니냐고 말이다. 사실 임대료가 정말 비싸다. 그래서 실질 임금은 안 오르는데 건물 값은 계속 오른다. 그래서 오죽하면 건물주가 조물주보다 낫다는 표현을 하겠나. 전체 비용에서 임대료 문제가 크다면 임대료랑 싸워야 한다. 물론 이분들도 우리한테 하는 말씀이 있다. 알바생들은 왜 이렇게 자주 그만두냐고 하시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를 ‘같이’ 하면 된다. 못할 것 없지 않나. 큰 틀에서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만 서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다. 그런데 하면 된다. 


서강> 대학원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대학원생은 사회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대학원생도 평범한 청년의 한 부류다. 대학원생도 다른 청년들처럼 똑같이 자신의 미래가 불안정하다고 여긴다. ‘대학원생’이라는 아무도 관심 없는 집단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최근 2-3년 사이 대학원생들이 자기 목소리를 갖기 시작하는 흐름이 기본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말씀드린 것처럼 을의 디테일이 균질하지 않다는 것을 기준으로 봤을 때, 대학원생들이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모여서 하나의 유닛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청년유니온 활동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신호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 점이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말해도 좋다.”는 신호 말이다. 그것이 저희한테 가장 큰 자부심이다. 청년유니온이 2010년에 시작한 이래로 청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에 저희의 기여도가 있다면 말해도 좋다는 신호를 전달했다는 점일 것이다. 

저희는 대학원생들이 박탈감과 억울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90년대 후반에 10대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었던 메시지는 “네가 잘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 밟고 올라서서라도 좋은 학교에 가야되고 높은 학력을 가져야 한다.”, “대학원까지 가든지 대기업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3,4년간 청년들이 눈이 높고 수동적이라고 한다. 심지어 한국 노동 시장에 핵심적인 문제가 고학력층이 많은 것이라고까지 한다. 고학력은 실제로 많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일지라도 쏟아져 나오는 고학력층을 받아들일만한 산업구조,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책임도 분명 있다. 그런데 이런 책임은 묻지도 않고 무조건 ‘고학력이 문제다’라고 한다. 누가 대학, 대학원에 가라고 했냐고 말을 듣는 것에 대학원생은 이런 억울함을 느끼지 않나. ‘고학력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순간, 산업구조의 재편이라든지 노동시장의 질서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책임을 삭제한다. 지금 이런 식으로 청년 세대를 삭제하고 소모하는 방식으로 언어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생들은 대학원생들을 포함한 사람들이 살아갈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논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자칫하면 저학력과의 갈등이 되어 “너희는 그래도 고학력이잖아.”라는 답이 없는 논쟁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것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는 정말 치열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

 

서강> 앞으로 청년유니온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 저희가 궁극적으로 뭘 하면 좋겠는가? 청년들이 부모세대에 비해서는 물질적 가치의 총량 자체가, 물적 토대의 총량 자체가 적지는 않다. 밥은 먹고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청년 세대의 문제는 내일과 미래가 삭제되어 있다. 지금 청년들은 계약이 끝나면 잘릴 수도 있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청년세대의 일상적 상태이다. 

부모세대는 처음 20대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라고 할지라도 직장에 들어가서 경력이 쌓이며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고 소득이 오른다. 그러니까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이런 부분이 삭제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어떤 노력을 보상받을 가능성이 없어지고 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 노력이 보상받는다는 명제가 삭제 당하고 있는 이러한 상태를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상태를 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