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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148호] 남의 집 프로젝트 — 남의 집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만들다

우리 집 말고 너네 집! 남의 집의 문이 열렸다.

남의 집에서 집주인의 취향을 나누는 거실 여행 서비스.

 

이승은 기자

 

남의 집 프로젝트는 낯선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고 모르는 사람 집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석하여 다양한 직업과 취향을 가진 이들의 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로 사람들을 모아, 모르는 사람의 집을 구경시켜주고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남의 집 프로젝트의 문지기이자 대표 김성용 씨를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부 수업의 특강 자리에서 만나 뵐 수 있었다.

전혀 모르는 남의 집을 찾아가 집주인 취향을 즐기는 일명 ‘남의 집 프로젝트’는 아직 1년 반밖에 안 되었지만 남의 집을 찾는 게스트 수는 700명이 넘는다. 집주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집에서 노는 문화를 만들었다.

남의 집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자칭, 타칭 ‘문지기’라고 불리는 김성용 씨가 있다. 김성용 씨는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생으로 원래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하며 일명 IT 문과생이었다. 회사원이었던 그가 회사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처음에 장난삼아 시작했던 것을 키워 자신의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셰어하우스에서 지내던 김성용 씨는 아는 형과 함께 살다 보니 자신의 집이 마치 아지트 느낌이었다고 한다. 집에서 노는 게 굉장히 재밌었고 술집이나 카페에서 노는 것과 달리 집이 주는 묘한 느낌이 좋았다. 우리 집에서 놀러 오는 것이 상대방 입장에서는 남의 집이니까 장난처럼 SNS 계정부터 만들면서 시작하였고 그때가 2년 전 1월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연희동 셰어하우스 거실을 오픈하였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좋아서 회사를 나오고 전문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가 회사까지 나오면서 이 일을 제대로 해보기 위해서는 가설검증이 필요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할 적 항상 가설검증을 하던 습관이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김 대표가 말하는 첫 번째 가설검증은 ‘모르는 사람의 집에 놀러 갈 사람이 있을까‘였다고 밝혔다. 모르는 사람이 우리 집에 와야 하므로, 처음에는 대외활동 주고받는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홍보 글을 업로드 했다. 1시간도 안 돼서 신청 알람이 오고 반응이 좋아 다양한 컨셉으로 카테고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남의 집 도서관’이 바로 두 번째 컨셉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연희주민센터에서도 연희동 주민들을 위해서도 남의 집 도서관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남의 집 도서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가설검증은 ‘모르는 사람을 집으로 초대할 사람이 있을까’였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플랫폼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며 경험하게 되는 체험은 이미 다양한 양면적인 플랫폼들 사이에서 가능한 부분이다.

모이면 돈이 되는 것. 유튜브도, 카카오도 모두 같은 원리였다. 문을 열고 모이도록 만들라! 그래서 다양한 문들을 열기 시작했다.

 

뭐 이런 것까지

집이라는 공간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아이템들이 나온다. 집에서는 일얘기는 하지 않고 시답잖은 얘기가 가능하니 말이다.

남의 집 모임 형태로 열린 주제는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취미부터 특이한 취향까지 다양하다. 김성용 씨는 “뭐 이런 것까지…….”라고 할 정도로 소소한 취향들을 끄집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남의집 마그넷’은 집주인이 여행 간 도시들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마그넷을 모으기 시작하였고 게스트분들과 여행 추억을 어떻게 간직하는지 등에 대해 나누기 위해 문을 열게 된 상자다. ‘남의집 고수’는 베트남 고수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수로 만든 음식들을 미친 듯이 먹어보기 위해 문을 열게 되었고, ‘남의집 아침’은 호스트분의 라이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체험이다. 아침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침을 어떻게 보내는지, 나에게 아침은 어떤 의미인지 등을 이야기 나눠보는 체험이다. 이밖에도 ‘남의집 보이차’, ‘남의집 필름카메라’, ‘남의집 수립과 기록’등 ‘뭐 이런 것까지’가 가능한 체험들이 많다.

김성용 씨가 말하는 세 번째 가설검증은 남의 집 모임 형식 말고 다른 것을 찾다가 발견하였다. 집을 독립서점 혹은 카페처럼 사용할 수 있을까였다. 집은 열어두어 낯선 사람들과 취향을 공유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지만, 대화에 서툰 호스트분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대화를 뺀 남의 집을 만들어 본 것이다. 남의 집 서재로 카테고리를 만들어, 호스트 집에 초대된 게스트들이 대화 없이 호스트 집에 있는 책을 읽든, 자신이 가져온 책을 읽든 상관없이 책만 읽고 체험을 할 수 있다.

네 번째 가설은 해외에서도 가능할까였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참에 문지기인 김성용 씨에게 먼저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분들이 먼저 문을 열고 싶다고 요청을 했다. 이로써 해외에도 문을 열게 되어 스페인, 호찌민, 이스탄불, 도쿄, 크로아티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도 남의 집에서 놀 수 있다!

이렇듯 남의 집은 집으로 떠나는 여행 가치를 여행 서비스로 만들게 되었다. 처음 방문한 공간에서 낯선 이들과 어울리는 여행들의 경험을 이제 일상에서도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상 속에서 여행 같은 경험은 우리가 마냥 입 밖으로 툭툭 던지고 했던 말들을 문지기 김성용 씨는 진짜 만들어낸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만큼 미지의 공간도 없다는 말이 굉장히 진하게 남아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2만 원만 내면 누구나 들어가서 구경할 수 있지만 ‘집’이라는 공간은 굉장히 사적이기 때문에 미스테리한 느낌을 준다. 또한, 과거에는 ‘집’이라는 공간이 가족들이 함께 사는 주거지라는 기능이었다면 현재 1인 가구가 500만 명이 넘어서면서 소규모 가구의 집들이 많아지면서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주택난에 시달리는 젊은 사람들이 겨우 구한 비좁고 개성 없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하며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이렇듯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으로 남의 집 프로젝트는 지난 1년 반 동안 거실을 공개한 집주인이 100명 게스트는 700명이 이르렀다. 오픈 지역 또한 서울뿐만 아니라 제주도 그리고 해외까지 뻗어있기 때문에 더 많은 지역과 나라에서도 집주인들이 문을 열 수 있게 만들 셈이라고 한다.

대화가 핵심인 남의집 프로젝트가 강조하는 두 가지 요건은 의외로 ‘익명성’과 ‘단발성’이다. 그는 익명성에 대해 “서로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특별한 기득권이 없다”라고 말했으며, 단발성이 중요한 이유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말 못 했던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을 남의집 프로젝트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건 내일 안 볼 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느슨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남의집 프로젝트가 가는 방향이다.

 

김성용 씨는 “여행 비즈니스 플랫폼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다른 여행 플랫폼과의 차이점은 여행 동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플랫폼들은 여행 동기를 먼저 가진 뒤에 플랫폼에 접근하지만 남의집 프로젝트는 여행 계획이 없던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여행을 이끌어낸다”고 덧붙였다.

일상 속에서도 언제든 작은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남의 집이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 남의집 페이스북 페이지 ;  김성용 대표 ]

 

[ 남의집 홈페이지 ]

 

[남의집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