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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56호] <제인> : 당연함을 바라고 오롯하게 산 여인 : 당연함을 바라고 오롯하게 산 여인 고 재 혁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당연함. 절대성과 상대성을 동시에 가진 말이 아닌가 싶다. 너무 뻔해서 말을 꺼내는 것이 어색한 일에 대해서 쉽게 쓰는 말이기에 당연하다는 말은 내재적으로 절대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당연하다는 말은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 당연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 당연한 일에 포함되지 않아서 당연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그렇기에 당연함 혹은 당연하다는 말은 외재적으로 상대적이다. 이런 당연함의 내재적 절대성과 외재적 상대성은 서로 충돌하기 마련이다. 당연하다는 말이 아무 문제없이 사용되고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갈등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당연함의 절대성만 발휘되는 세계는 있을 수 없다. 개인에 따라 당연함의 정.. 더보기
[156호] 플랫폼 노동의 현상과 과제 플랫폼 노동의 현상과 과제 권 오 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플랫폼 노동의 현상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AI나 빅데이터에 의해서 가능해진 고도의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그때 그때의 수요에 따라 초단기적으로 노동력을 활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모델이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일감을 얻는 사람(이하 편의상 “플랫폼 노동자”라고 한다)의 취약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플랫폼 노동이 기존의 노동법 체계에 던지는 가장 큰 고민은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가이다. 그런데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통제력을 직접 행사하기보다는 ① 플랫폼 노동자에게 일할 여부를 선택하게 하고, ② 일을 하기로 한 경우에는 플랫폼이 제공한 매뉴얼에 따라 일을.. 더보기
[156호] 이방인으로서의 생활 이방인으로서의 생활 주 남 (서강대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일에 번아웃이 되어 승진 직전에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왔다. 일에 지쳐있던 나에게 한국 유학 생활은 행복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일종의 회피이기도 하다. 일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시끄러운 주변인들의 평가에서 벗어나는 것이 소원이었다. 유학을 온 후, 나는 한국어학당에 다니며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았다. 대학원에 입학한 후에는 명동 화장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좋은 사람들만 만나면서 나의 유학 생활은 알차고 행복한 날들로 가득 채워졌다. 어느새 한국에서 생활한 지 3년이 되었다. 유학생활이 쉽고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세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뀌었다. 겨울방학이었던 나는 여행객으로 가득 찼던 명동이.. 더보기
[156호] 지극히 정치적이지만 아직도 정치로 불리지 못하는 이슈, 돌봄과 돌봄공공성 지극히 정치적이지만 아직도 정치로 불리지 못하는 이슈, 돌봄과 돌봄공공성 박 선 경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코로나19 재난 위기로 인해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런 변화를 잘 보여주는 몇 편의 광고들이 있다. 한 음식배달서비스앱 광고는 멀리 사는 자녀의 생일상을 앱으로 쏘라고 권한다. 어떤 커피 광고는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을 하는 엄마에게 커피 타고 쉬어가라고 한다. 케이블의 키즈맞춤형 VOD 서비스 광고는 심지어 부모를 향한 일종의 협박으로 시작한다. 식탁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통화중인 엄마는 아이가 공차며 노는 소리에 업무가 방해되자, 아이에게 잠깐만 티비를 보고 있으라고 말한다. 이어서 나오는 멘트는 “아이를 티비 앞에 방치하는 이 잠깐만이…….”로 시작하며 부모의 .. 더보기
[156호] 학생 연구자의 ‘사이 시간’ 학생 연구자의 ‘사이 시간’ 김 선 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매일의 스케줄이 줌(ZOOM)에 접속하는 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 강한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된 작년 12월 이후의 일이다.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건 약속의 기본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장소를 빠뜨리기 시작했다. 소규모로 사람들을 모아서 하던 강의와 스터디, 질적 연구자의 일상인 인터뷰, 각종 회의까지 줄줄이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랜선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상은 어떻게 보면 좀 더 효율적이었다. 옷을 차려입고 장소까지 가는 시간의 수고를 들이는 대신, 상의만 대강 챙겨 입고 모니터 앞에 앉으면 일할 준비가 끝난다. 이동 시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 같은 시간 안에 좀 더 많은 일정을.. 더보기
[155호] <블랙미러: 밴더스내치(2018)> 선택이 있었는데 없어요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김희주 최근 넷플릭스는 재미있는 시도 중이다. 각 콘텐츠에서 이용자가 스토리에 개입해 자신의 선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바로 그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까지 10개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공개하였는데, 이 글에서는 그중 를 집중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의 한 에피소드로, 시리즈 중 유일하게 인터랙티브 콘텐츠 형식으로 제작되었으며 2019년도 에미상 최우수 TV 영화 부문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선택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침 식사로 어떤 시리얼을 먹을 것인지, 버스에서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지와 같은 선택을 하면서 이용자는 이러한 인터랙티브 방식에 적응하게 된다.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이용자는.. 더보기
[154호] 영화 <밀양>을 통해 본 트라우마와 인간의 대응 석사과정 이 가 효 (LI JIAYI) 코로나19가 우리의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올해 초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수많은 바이러스 중 특히 코로나19 와 같이 생존에 관련된 충격적인 경험에 의해 굵은 전용신경 회로가 구축되면 그 비극성으로 전체성이 형성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안과 우울, 무기력, 스트레스에 중독된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이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이 많다. 하지만 바이러스보다 우리의 삶을 더욱 해치는 것들은 눈으로 보이지 못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한 가을의 밤 영화 다시 찾아보았다. 일상생활에 널리 사용되면서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가 다소 가벼워졌다고 볼 수 있으나, 사실 트라우마는 정신 건강의학과의 진료 항목에 .. 더보기
[154호] 밖에 있다.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호 규 현 [코로나의 초대 : 미디어 속으로] 인간에게는 다양한 욕구가 있다. 식욕, 성욕, 수면욕과 같은 생리적인 것들과 명예, 재물, 지식과 같은 특정 대상을 향하는 것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종류가 있다. 매슬로우(Maslow. A. H.)는 이러한 인간의 욕구가 5가지 범주를 갖고 우선순위가 있다고 보았다.(Maslow. A. H. 1943)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 및 소속의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충족시키고 다루는 방법에 대해 개인은 사회화를 통해 학습하고 내재화한다. 각자만의 ‘욕구 충족 메커니즘’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 나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위기는 이 안정적인 기제가.. 더보기
[154호]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주체와 윤리 - 김초엽,「최후의 라이오니」를 중심으로 원양해 ‘포스트’라는 접두사는 단순히 무엇의 이후라는 의미에서 나아가 무엇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함의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 처음 발발하여 전 세계로 확산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매체의 곳곳에서 발견되던 ‘포스트-코로나’라는 단어에 의문이 들었던 것은 바로 이 ‘포스트’라는 단어에 내포된 의미 때문이었다. 패딩과 코트를 입어야 했던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이 바이러스가 다시 패딩이나 코트를 입어야 할 계절이 돌아오고 있는 이 시점까지 지속되리라고 믿지 않았으며,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몇몇의 예측이 분명 과장된 괴담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편을 가르고 싸운다. 어쩌면 그것은 모두의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다는 당연하고도 씁쓸한 진리로.. 더보기
[154호] 의사파업과 보건의료의 공공성 시민건강연구소 김새롬 공공의대와 의대정원확대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9월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의 파업중단결정으로 일단락되었다.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은 국시거부투쟁(?)을 철회하지 않았고, 의과대학 교수들 역시 단체행동으로 인해 제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2020년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완전히 종료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의대생, 전공의, 의사를 대표하는 조직 각각이 기존의 대표를 탄핵하거나 새로운 대표를 뽑기 위해 분주한 상황임을 생각해보면,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당장 다시 시작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해도 무방해 보인다. 비교적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적이었던 한국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높아진 상황에서 발생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