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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5호] 코로나 시대, 공연이란 무엇일까?서강대학교 60주년, 뮤지션 최고은의 ‘우정의 정원으로’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이 시국에 공연이 웬 말인가. 코로나 시대의 공연은 어떠한 의미일까. ‘위험’일까 아니면 ‘새로운 도전’일까 끊임없이 따라붙는 물음표였다.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이라는 무대 한복판을 차지하고 앉아있다. 우리의 삶이 코로나에 밀려나도, 일상의 주인공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서강대는 올해 개교 60주년을 맞이했다. 11월 18일 오후 8시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서강대 6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가 열렸다. 

 

[사진 설명: 뮤지션 최고은 씨가 서강대학교 개교 60주년 기념 콘서트에서

노래하는 모습, 온라인 생중계 화면 (2020.11.18)]

 

  이 공연은 동문, 재학생, 신입생 등 서강인을 위한 헌정 공연으로 진행됐다. 온라인 사전신청을 통해 약 100명이 참석했다. 온라인 관객들은 카카오톡 TV를 통해 공연 생중계를 감상 할 수 있었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동문 뮤지션 최고은(프랑스문화학 03학번)씨가 학교 무대에 섰다. 그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인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에 2014년, 2015년, 2019년 세 차례 한국인 최초로 공식 초청됐던 뮤지션이다. 황현우(일렉기타& 베이스), 박상흠(일렉기타&베이스), 주소영(바이올린), 김다예(첼로), 민상용(드럼)과 함께 공연 무대에 올랐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 온라인 강의실서 
서강대 60주년 기념 공연의 ‘스토리텔링’ 시작 


서강대 60주년 기념 콘서트는 <미디어스토리텔링 연구> 강의를 진행하는 원용진 교수와 학생 21명이 지난 9월부터 약 2개월간 준비한 공연이다. 학생들은 기획, 연출, 중계팀 총 3팀으로 구성되어, 공연 주제와 아이디어를 모으고 의견을 나누며 공연을 경험했다. 학생들은 공연 포스터와 팸플릿을 직접 만들고, 직접 온라인에서 홍보하고 관객을 모았고, 콘티, 무대 배경 영상·소품 준비, 조명 디자인을 구성했다. 학교의 도움을 받아 카메라 촬영, 온라인 실시간 중계를 실시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비대면 수업이 이루어졌고, 학생들은 주로 메신저를 통해 소통하며 각자가 맡은 업무를 진행했다.

 

서강인의 라디오 60Hz : 서강의 주파수를 맞추다
‘사랑’, ‘우정’ 그리고 우리들의 ‘일상’ 이야기

 

  콘서트는 최고은 씨의 <Listen to the radio> 곡으로 시작을 알렸다. 이 공연은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했던 서강인들을 위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담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서강인의 라디오: 60Hz(헤르츠) : 서강의 주파수를 맞추다>라는 테마로 열린 공연은 관객들의 사연으로 구성했다. 1부의 사연은 ‘사랑’, ‘우정’, ‘일상’ 순으로 이어졌다. 첫 곡이 끝난 후 테이블에 마주한 사회자와 뮤지션의 첫 대화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사회자인 이범승(서강대 15학번)가 첫 번째 사연 주인공의 닉네임을 읽자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회자는 “천국에서 온 천사의 편지”라고 말했다.

 

닉네임 <솔로천국 커플지옥>: 

 

  “저는 스물세살 모태솔로입니다. 저랑 친한 친구들이 요즘 다 연애 중인데 맨날 저한테 연애상담을 해요. 하... 그런데 제가 연애를 해봤어야 말이죠. 친구들이 저한테 연애상담을 할 때마다 저는 마치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가 된 기분입니다. 어쨌든 전 올해도 저의 짝을 만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은 다 연애하는데 나는 연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 희귀하다, 그런 느낌인 거죠. 남들과 다르다면 외롭다고 하잖아요. 유니크해지기 위해서 이 고독을 견뎌야죠 뭐.” 

 

  사회자는 사연 주인공에게 “아직 두 달이 남았다”라고 응원했다. 최고은 씨는 “제가 딱 스물세 살에 첫 연애를 시작했다. 솔로천국 커플지옥님이 마치 영화 <클래식>을 보면 주파수를 과거로 연결하는데 제가 저에게 보내는 이야기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고은 씨는 “노래의 많은 주제가 사랑이기 때문에 노래들을 부르면서 간접적으로 사랑을 경험했고, 그 뒤로 시련을 겪으면서 깊이 교감하면서 노래를 부르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연에 어울리는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와 <ain’t no sunshine>을 불렀다. 캄캄한 객석, 핀 조명만이 뮤지션을 비추는 순간, 관객들이 함께 뮤지션을 응시하고 그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분들에게 ‘우정’은?
“언제든지 모일 수 있는 우리가 꿈꿔왔던 우정의 정원으로”

 

  두 번째 사연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은 코로나19 때문에 동기들 얼굴도 못 보고 집에만 있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고은 씨는 “대학 시절의 8할이 광야(서강대 록 밴드 동아리)의 활동”이라며 “시간만 나면 동방에서 광합성 한다는 핑계로 앉아있고, 친구들과 선후배가 있으면 이야기하다가 자체 휴강을 많이 해서 공부를 우정 쌓기로 대학 시절을 보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친구에 관한 이야기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히며, SNS에 “여러분들에게 우정이란 무엇인가요”라는 글을 올리고 팬들이 보낸 글을 가사로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든 ‘우정의 정원으로’(공동작사: 최고은, ‘보리차 끓이는 정원사들’)라는 곡을 소개했다.

 

  최고은 씨는 ‘우정의 정원으로’라는 부분을 함께 따라부르기를 제안했고, 마스크를 쓴 관객들은 조심스럽게 노래를 따라불렀다. “어제가 남긴 사소한 약속들은/ 하나둘씩 미뤄졌지만/언제든지 모일 수 있는/우리가 꿈꿔왔던 우정의 정원으로/ 우리가 가꿔가는 우정의 정원으로/만나서 안아 줄게 우정의 정원으로”라는 가사는 현재의 맥락과 맞닿아 있었다. 최고은 씨의 기타 연주에 맞춰 관객들은 배경 영상에 나오는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불렀다.

 

“네가 있는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
불편해진 일상, 만날 수 없는 상황 속 건넨 ‘위로’

 

  이날 마지막 세 번째 사연의 주제는 ‘일상’이었다. 사연의 주인공은 엄마와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았다. 사연자가 작년 한 해 해외 봉사로 한국을 떠나 있는 동안 갑자기 아버지께서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셨고, 그 이후 엄마는 간이침대에서 9개월 동안 병간호를 해야 했다고 전했다. 갑작스럽게도 불편해진 일상생활이 벅차기도 했지만, 엄마는 오히려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살아가시며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할 자신에게 ‘딸아, 네가 있는 곳에서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라고 따듯한 위로도 해주셨다며, 엄마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을 이야기했다. 최고은 씨는 사연에 공감하며, “엄마가 오늘 공연장에 오셨다”라고 말했다. 최고은 씨의 어머니는 전라도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딸의 공연을 감상했다. 최고은 씨는 사연자를 위한 곡으로 <Ordinary songs>와 <Limbo in limbo> 두 곡을 선정하며 열창했다. 

 

  2부에서는 최고은 씨는 <sunrise>, <monster>, <가야>, <사랑의 축가>, <no energy>, <storm>을 불렀다. 관객들은 공연장 로비에서 나눠준 야광봉을 흔들며 무대를 감상했다. 그의 마지막 곡인 <highlander>를 끝이 나자, 관객들은 앙코르를 외쳤다. 공연이 끝난 이후 최고은 씨는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서로 만나길 원하는 뮤지션과 관객이 현장에서 만날 수 없는 상황이 자꾸 일어났다”라며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당연시되었던 풍경들의 소중함과 애틋함이 매우 커졌고,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을 공연장에서 맞이했을 서로의 애틋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변수, 아니 이제는 우리 일상의 상수가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험 부담을 안고 공연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또 관객들은 이 시국에 공연을 보러 와 줄까 걱정이 앞섰다. 서강대 60주년 기념 콘서트가 개최되기 바로 전날인 17일 방역 1.5단계로 격상 발표가 보도됐다. 이후 11월 19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에서 1.5단계로 올라갔다. 객석 간 거리 두기를 시행했고, 관객들은 방역 수칙을 준수했다. 공연을 준비했던 박지영 씨는 “갑자기 확진자가 늘면서 공연을 하루 앞두고 공연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공연 당일까지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았지만, 실제 공연은 온라인으로 보는 것과 차원이 다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다음날인 19일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보도가 나왔고, 추가 감염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공연 이후에 코로나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코로나 시대에 한 공간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공연자와 관객이 노래를 통해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공연을 보러 간다’는 말에 담긴 ‘장소’가 주는 의미가 있었고, 몸으로 체험하는 ‘현장감’이 있었다 코로나로 잃어버렸던 관객의 목소리는 체험의 표현으로서, 뮤지션과 함께 공연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할 수 있었다. 뮤지션과 관객의 뮤지션과 관객의 상호작용 안에서 퍼포먼스가 발생하고, 사이에 존재했다. ‘코로나 시대, 공연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라고 줄곧 뒤 따라다녔던 물음표에 ‘느낌표(!)’를 찍는 경험이었다. 


  공연장에는 콘서트에 대한 설렘과 코로나19 감염이라는 불안이 공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뮤지션과 관객이 함께 공간을 채우는 일종의 소속감을 느꼈을 것이다. 무관중의 온라인 콘서트는 물론 공연자와 시청자가 상호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고 입체적인 공간을 네모난 화면에 납작하게 눌러버린 느낌을 받았다. 온라인 공연과 오프라인 공연의 선호도는 사람과 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온라인 공연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프라인 공연을 선호할 수 있고,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공연의 방식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공연자도 관객도 오프라인 공연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 쪽이 막혀있는 상황에서는 관성의 법칙처럼 반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코로나19 무대 막이 내리고, 내년 연말에는 새로운 공연의 막이 올라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