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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140호] 강자성 절연체의 마이크로파 적응기억 현상에 관한 연구

강자성 절연체의 마이크로파 적응기억 현상에 관한 연구

 

 

 

이한주 _ 서강대학교 마이크로웨이브 포토닉스 연구원

 

 

지난 12월 게재된 논문에서 강자성 절연체의 굴절률이 마이크로파 영역의 빛에 의해 비휘발적으로 변화하는 현상과, 이 현상을 통해 마이크로파에 대해 저항기억 소자 (맴리스터; memristor) 와 같은 응답 특성을 갖는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마이크로파는 전자레인지와 같은 가정용 조리 기기에서부터 군사용 레이더, 위성 통신 및 휴대폰 단말기통신 기술 전반에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마이크로파 필터는 이러한 시스템에 가장 중요한 소자로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본 소자는 입력 마이크로파에 의해 조절되는 가변 필터소자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통신 시스템의 주요 소자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할 수 있다. 특히, 마이크로파 신경망을 통해 통신 부하 및 속도를 학습을 통해 스스로 최적화 하는 시스템의 개발은 인공 지능 분야뿐만 아니라 통신 분야에 있어 큰 기술적 진보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시스템의 실제 구현을 위한 기본 소자인 광학 시냅스를 구현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갖는다.

 

 

무어 법칙 (Moore’s law) 의 종언

 

지난 2016, 이른바 반도체 혁명을 이끌어 오던 무어의 법칙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다. 사실, 무어 법칙의 종언은 소자가 그것을 구성하는 원자의 크기보다 작아질 수 없다는 기본적인 물리적 사실에서 예견되어 있었고, ‘포스트 무어시대를 준비해오던 연구가 이미 50여 년 전 반도체 혁명의 여명기부터 시작되었다. 비관습적 컴퓨팅 (혹은 대체컴퓨팅) 이라 통칭되는 이 연구 분야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자연현상을 통해 정보처리 및 연산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물리학 현상을 응용한 예로는, , 전자의 스핀, 그리고 양자현상을 통해 정보를 연산하고 처리하는 기술인 광학컴퓨팅, 스핀트로닉스, 그리고 양자 컴퓨팅 기술 등이 있으며, 생물학적 접근 방식으로는 뇌의 신경망 구조를 전자소자를 통해 하드웨어적으로 모사하는 신경망 컴퓨팅 기술 등이 있다. 이중 하드웨어적 신경망 컴퓨팅 기술은 생물학적 뇌의 월등한 에너지 효율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학습을 통해 수행할 수 있는 범용성, 그리고 동시에 다양한 연산을 수행 할 수 있는 병렬성에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인간 뇌의 신경망 지도가 완성된다면, 하드웨어적 신경망 기술을 통해 인간의 뇌를 하나의 전자 소자에 구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은 정보처리 기술뿐만 아니라 뇌 과학 및 인간에 대한 이해 전반에 걸쳐 큰 진보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하드웨어적 광학 신경망

 

생물학적 신경망을 하드웨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신경망을 이루는 뉴런간의 연결성을 조절하는 시냅스의 기능을 전자 소자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 가장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시냅스 모방 전자소자인 맴리스터는 이전에 인가된 전기적 자극에 의해 소자의 전기전도도가 변하는 특성을 가지며, 이는 생물학적 시냅스가 이전 자극에 의해 뉴런간의 연결을 조절하는 기능과 유사하기 때문에 인공 신경망을 이루는 기초 소자로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멤리스터 소자를 통한 전자기반 인공 신경망은 정보를 전류 및 전압, 즉 전자의 양에 따라 부호화하여 전송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정보처리 속도는 소자를 통해 이동하는 전자의 속도에 의해 제한된다. 특히, 소자의 단위 시간당 정보 처리량 (ex: cpu 클럭)이 증가할수록 더 많은 전자의 이동이 수반되며, 이는 전자의 직접적인 이동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학 컴퓨팅은 광자 혹은 빛을 정보의 매개체로 사용하여 중첩 및 간섭과 같은 광학적 현상을 통해 정보처리 기능을 구현하는 연구 분야이다. 광자는 빠르며(어떠한 정보도 빛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없다), 전자의 이동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적고, 상호간 교차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대역폭의 병렬처리를 구현 하는데 적합하다. 따라서 신경망 기술과 광학 컴퓨팅 기술을 융합할 수 있다면 기존 전자기반 신경망보다 정보처리에 있어 더 넓은 대역폭과 빠른 처리속도, 그리고 더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갖는 연산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1]

 a. 소자의 동작원리 묘사도. b. 본 연구에 사용된 소자의 구성도. c. 실험에서 측정된 자극마이크로파에 따른 투과도 변화.

 

 

광학 시냅스 소자의 구현

 

광학 신경망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광학 신호에 대해 맴리스터와 같은 응답 특성을 갖는 광학 시냅스 소자를 구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광학 시냅스 소자는 광 신호를 선택적으로 투과 및 반사시키는 가변 필터(tunable filter)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광학 필터와 광 신호에 의해 광학적 특성 (굴절률)이 변하는 물질을 결합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다. 빛은 전자기파이기 때문에 물질의 굴절률은 그 물질의 전기 및 자기적 특성에 의해 정해진다. 물질의 광학적 특성이 변화한다는 것은 물질의 전자기적 특성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광학 시냅스를 이루는 물질은 입력 광 신호에 의해 전자기적 특성이 비휘발적으로 변화하는 독특한 성질을 가져야 한다.

지난 12월 게재된 논문에서 이러한 독특한 성질이 마이크로파 영역의 빛과 강자성체의 강한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그림 1a는 논문에서 제시된 소자의 동작 원리를 보여준다. 자연 상태에서 강자성체에는 자기 방향이 균일하게 정렬된 구역인 자기구역들이 존재하는데, 각 자기구역은 길이 와 같은 공간적 구조에 따라 서로 다른 고유 공진주파수를 갖는다. 입사된 마이크로파의 주파수가 자기구역의 공진 주파수와 일치할 때, 자기구역은 공명 현상을 통해 입사된 마이크로파를 강하게 흡수하게 되며, 이 흡수된 에너지로 인해 자기구역의 구조가 변화하게 된다. 강자성체의 자기적 특성은 자기구역의 구조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기구역의 구조 변화에 의해 강자성체의 자기적 특성이 변화하게 되어 강자성체의 마이크로파에 대한 굴절률이 변화하게 된다.

그림 1b-c는 실제 실험에 사용된 소자의 구조 (1b)와 실험 결과 (1c) 를 보여준다. 실험에 사용된 소자는 저주역대의 마이크로파만 투과시키는 필터인 lowpass filter 와 강자성 절연체인 자성 가넷 (yttriumiron garnet) 물질이 결합된 구조를 갖고 있다. 실험은 본 소자에 강한 마이크로파 자극을 가한 후 약한 마이크로파를 통해 소자의 마이크로파 투과도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었다. 측정 결과 소자의 투과도가 이전에 인가된 마이크로파 자극에 의해 가역적이고 비휘발적으로 변화함을 확인하였으며, 특히 자극으로 사용된 마이크로파의 진폭뿐만 아니라 주파수에 의존하여 연속적으로 변화함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주파수 의존적 응답 변화는 광학 시스템이 정보를 빛의 진폭뿐만 아니라 주파수에 담겨 처리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입력된 정보에 따라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할 수 있는 광학 신경망의 구현에 필수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이 결과는 본 소자가 입력된 광학 신호를 기억하고 신호의 투과를 조절한다는 점에서 전자기반 맴리스터의 기본적 특성과 동일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따라서 하드웨어적 광학 신경망의 시냅스 소자로서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