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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143호] 참여관찰 연구의 실제: 외국인 자율방범대의 사례_김민석

참여관찰 연구의 실제: 외국인 자율방범대의 사례

일반대학원 사회학과 석사과정 _ 김민석

 

 학위 논문 수준의 결과물에서는 물론이고, 국내 학계에서 참여관찰을 통해 이루어진 연구는 한정적이다. 질적 연구를 수행했다고 하면 우리가 인터뷰라고 칭하는 심층 면담 내지는 집단 심층 면담(FGI)을 떠올리듯,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질적 연구는 면담을 통한 자료 수집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참여관찰은 문화인류학에서 주로 이용하는 연구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의 참여관찰 연구는 교육학이나 마케팅 분야에 편중되어 있으며, 필자의 전공인 사회학에서는 일부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17년 가을학기 대학원 학술대회에서 필자가 수행 중인 연구를 주제로 발표를 했던 것은, 바로 이것이 참여관찰을 바탕으로 한 현장 연구 방식을 채택하였다는 연구 방법의 희소성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당시 발표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참여관찰 연구를 수행하면서 마주칠 수 있는 난관과 그 극복의 경험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참여관찰의 시작

 석사과정에 입문한 초보 연구자는 학사과정 때보다 배로 늘어난 과업의 양에 허덕이게 마련이다. 게다가 전공을 달리하여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이중의 고민을 안게 되는 셈이다. 동시에 대학원생으로서 자신의 학위 논문을 완성해야 한다는 공통의 과제를 마주한다. 경험 연구를 수행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어느 사례를 연구할 것인지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참여관찰 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연구 대상 혹은 연구 참여자와 대면하는 현장 침투의 과정은 피할 수 없다. 필자의 경우 국내에 거주 중인 이주민 문제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였다. 특히 <황해> <신세계>, 최근에 이르러서는 <청년경찰>이나 <범죄도시>에 이르기까지 영화뿐 아니라 타 미디어를 통해서 형성되는 조선족, 즉 한국계 중국인 집단의 이미지와 국내 사회에서의 실제 모습과 현상에 관심을 두었다. 이들은 공식 집계되는 국내 외국인 수 중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는 최대 이주민 집단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이주민과 가장 접하기에 용이한 것으로 알려진 종교 단체나 다문화센터 시설이 아니라, 외국인 자율방범대를 사례를 현장으로 삼아 연구의 시발점으로 결정한 것은 그 고민의 결과다. 외국인 자율방범대란 안산이나 대림동, 가리봉동과 같은 국내의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enclave)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결성하여 관할 기관과 협력관계를 맺고 치안 활동을 실시하는 일종의 지역 결사체다. 2007년 영등포구에서 최초로 실시되면서 치안 활동의 모범 사례로서 각 지역으로 확산되어, 현재 전국 수십여 개 지역에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례를 선정한 후에는 문헌을 통한 충분한 예비 조사를 수행함과 동시에 해당 집단의 담당자나 지도자에게 접촉하여 현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히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실제로 이 사전 면담의 과정에서 연구의 목적과 참여관찰을 통한 현장 연구를 실시하려는 이유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예비 조사를 통해 사례가 되는 집단이나 현장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수적인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필자의 경우 경찰백서와 같은 공식적인 자료의 기록이나 언론 보도가 해당 사례에 대한 연구 논문보다 실제적으로 더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문헌 탐색의 과정을 거친 후 해당 지역의 외국인 자율방범대의 담당자라고 할 수 있는 관할 지역 경찰서의 담당 부서 직원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방범대의 대장을 소개받고 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수행되는 방범대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필자가 접근했던 관할 경찰서의 직원과 방범대장이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역할을 한 셈이다.

 

참여관찰 수행 시 겪을 수 있는 어려움

 라포는 질적연구에서 양질의 자료를 얻기 위해 필요한데, 초보 연구자로서 연구 참여자와의 라포 형성 문제는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과연 연구 참여자에게 얼마나 어떻게 접근해야 충분한 라포 형성이 이루어지는지는 주관적이면서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해당 연구를 실제로 진행하면서 깨달은 바로는, 예비 조사를 통해 현장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몇 차례의 첫 대면에서 연구 참여자의 특성을 파악해야 연구 참여자와 원활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바꾸어 말하자면, 막연히 현장에 머무는 시간과 연구 참여자와 만나는 횟수가 라포 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필자는 초기 단계에서 연구 참여자가 연구자와 공유하는 문화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가령 필자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A 지역의 외국인 자율방범대 구성원들은 모두 이 지역의 외국인 상인 연합에 소속된 일원으로서 정해진 휴일이 없이 매일 오전부터 새벽 늦은 시간까지 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른바 먹자골목으로 한국인에게도 익히 알려진 지역에서 요식업에서 도·소매업까지 각자 다양한 상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생활 체계를 파악하여 심층 면담으로 이어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게다가 또 다른 연구 참여자인 관할 기관의 직원들은 공무원이라는 신분의 특성 상 연구자인 필자에게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으며, 이들이 제공해줄 수 있는 정보 또한 매우 제한적이었다. 결국 필자는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으로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1년 간의 참여관찰 수행 기간 동안 결석없이 꾸준히 정기 순찰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친밀성을 쌓을 수 있었다.

 참여관찰은 일반적으로 문화기술지(ethnography)를 작성하는 활동이 동반된다. 문화기술지는 현장 연구를 수행하면서 관찰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참여관찰 연구로 축적할 수 있는 자료의 근간이 된다. 연구자로서 관찰 활동뿐만 아니라 현장에 소속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기록은 짧은 토막글, 즉 메모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함께 순찰 활동을 하는 동안 메모나 녹취를 수행할 경우 현장에서의 일상성이 왜곡될 가능성을 염려하였다. 이미 일종의 지역 치안 제도로서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자율방범대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보도가 수 년에 걸쳐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에 필자의 행위를 연구가 아닌 취재로 오인하여 연출된 모습을 재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가피하게 현장에서의 기록이 어려울 경우, 가급적 해당 참여관찰 수행 직후 연구자만의 공간으로 복귀하여 작성할 수 있다. ‘무엇을 기록할 지는 결국 연구자의 연구 질문에 달려있다. 현장에서조차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무의미하기 때문에 연구자로서 무엇을 보고 듣고 기록할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기술지 작성에 관한 교본이라고 할 수 있는 Writing Ethnographic Fieldnotes』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The ethnographer seeks a deeper immersion in others’ worlds in order to grasp what they experience as meaningful and important. … These descriptive accounts select and emphasize different features and actions while ignoring and marginalizing others. … Descriptions differ in what their creators note and write down as ‘significant’.”

, 연구 질문에 따라 무엇이 기록할 만큼 중요하고기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중요하지 않은지는 연구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달려있다. 따라서 만약 두 연구자가 같은 현장에서 참여관찰을 수행하더라도 서로의 문화기술지 내용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이주민에게 외국인 자율방범대 활동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라는 연구 질문을 바탕으로 방범대 활동이 이루어지는 방식, 연구 참여자 간의 대화 방식과 내용으로 유추할 수 있는 관계 구조에 집중하여 관찰하고 매 회 수행마다 3페이지 내외의 기록지를 작성하였다. 현장 연구 초기에 연구 질문이 모호했더라도 이와 같은 관찰과 기록을 반복하며 진행하는 과정에서 점점 구체화할 수 있다.

 전술하였듯이 참여관찰을 수행하는 연구자는 동시에 사례 집단의 내부자로서 이중적인 정체성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때로는 연구 참여자와 동화되기도 한다. 윤리적 측면에서 중립적 위치를 지키는 것이 올바르다고 믿고 있는 필자와 같은 초보 연구자에게 가장 혼란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같은 지역 주민으로서 일상적으로 방범 활동에 참여하는 내부자의 입장을 취하면서,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주었던 관할 경찰서의 담당자와 외국인 자율방범대의 방범대장을 중심으로 연구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는 등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냄으로써 그 간극을 넘나드려 시도했다. 때로는 게이트키퍼가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력자가 되어주기도 하는데, 필자의 경우에는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망각하지 않고 내부자와 외부자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받았다. 관할 경찰서의 담당 직원으로서 해당 지역의 외국인 자율방범대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활동을 수행한 그는 필자가 새로운 방범대 구성원을 만날 때 마다 연구자로서 대신 소개를 시켜주는 한편, 방범대의 간담회나 연말 행사 등 공식·비공식적인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다.

 

마치며

질적 연구 중에서도 참여관찰 방식이 유용한지 여부는 해당 연구의 연구 질문과 사례에 달려있다. 발리 섬의 닭싸움 문화를 통해 심층놀이(deep play)의 개념을 서술한 클리포드 기어츠(1973) 외에도, 정신병원 내부에서 상징적 상호작용과 낙인(stigma)의 과정을 설명한 어빙 고프만(1961)이 참여관찰을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연구라 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으로는 시카고 빈민 지역을 탐구한 수디르 벤케테시(2008)의 연구가 알려져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참여관찰은 제 3세계의 원주민, 빈민, 외국인 등 주류 사회의 외곽 내지 경계 밖에 자리한 집단을 연구하는데 주로 채택된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해당 사례가 외국인 이주민을 중심으로 조직되고 이루어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실제로 방범대원으로서 참여한 내부자의 입장에서 그 활동의 의미파악을 시도했다. 따라서 참여관찰 방법은 다른 질적 연구 방법보다 비교적 시간과 노력이 더 요구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수 개월 혹은 수 년의 기간 동안 연구 사례 집단의 내부자로서 시간을 보낸다. 기어츠와 고프만은 각각 발리 섬의 주민과 정신병동의 보조원으로 2년여간 생활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내부자의 입장에서 동고동락하며 관찰하고자 하는 현상을 직접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질적 연구 수행 방법 중에서도 가장 질적 연구다운방법으로 참여관찰을 꼽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