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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57호] 인구절벽 시대의 사회 풍경과 가족의 형태

dreaming marionette 2021. 6. 29. 09:00

양 아 라 기자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Infinity War, 2018)’에 등장하는 빌런 타노스는 손끝을 튕기며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사라지게 했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기반으로 만든 캐릭터인 타노스는 늘어나는 우주의 생명체에 비해 우주 자원은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주의 생명 절반이 사라져야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믿었다. 이는 영국의 경제학자 토마스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의 ‘인구론’(1787)과 맞닿아 있었다.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구와 식량 사이의 불균형으로 기근과 빈곤 문제가 발생해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증가 문제와 함께 오늘날 인류의 또 다른 문제는 ‘인구 감소’이다. 코로나 19 ‘인구 쇼크’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언론에서는 ‘인구절벽 시대’라고 흔히 말한다. ‘인구절벽 (Demographic Cliff)’은 한 세대의 소비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여 다음 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출현할 때까지 경제 둔화를 의미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는 인구 구조에 근거해 미래 경제를 전망하기 위해 인구절벽이라는 개념을 말했다. 그는 한국이 2018년 이후 인구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과연 인구가 감소하면, 나라 경제가 망할까? 우리는 흔히 인구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다른 관점도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과잉 인구를 감당하지 못해 환경 오염으로 병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인구 감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전자의 인구증가 문제는 인구와 식량의 불균형에 있으며, 후자의 인구 감소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불균형에 있다. 특히 국내의 인구 분포에서 도시와 지역 간의 
인구 불균형은 대중교통, 의료서비스 등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불균형의 간극을 어떠한 제도와 시스템으로 좁혀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학령인구의 감소, 대학의 위기

 

  인구피라미드는 점점 빠르게 변형되고 뒤집히고 있다. 바로 저출산과 초고령화의 문제이다. 이는 특정 연령대 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증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빨라 2048년에는 가장 늙은(고령화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1년부터 최근 10년간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4.4%로, OECD 평균(2.6%)에 비교해 약 2배 빠른 수준이며, 노인빈곤율은 2018년 43.4%로 OECD 평균(14.8%)의 3배에 달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대학도 위기를 맞았다. 지역 대학은 신입생 부족과 대학정원 미달을 겪으며 대학 구조 개혁에 돌입했다. 일부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정원을 줄이고,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피해는 지역대학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에 연쇄적으로 퍼져나간다. 청년층의 이주에 따라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교육 의료 등의 생활 인프라는 부족해지고 지역 공동체에 무너져 지역 인구는 또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는다.

 

  이에 교육부는 20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정원의 적정 규모화를 핵심으로 하는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대학별 자율 혁신 계획을 내년 3월까지 수립하도록 하고 5월까지 5개 권역별 기준 유지 충원율을 설정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유지 충원율 충족 여부를 점검해 이를 충족하지 못한 대학에 대해 정원 감축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재정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다. 권역별로 30~50% 대학이 정원 감축 권고 대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대학교 수를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경제적인 문제로 생각하기 이전에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 다음 코로나19 영향과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학교의 역할, 기능의 재편과 교육과정 개선 등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나 혼자 산다’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가구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 tvN <온앤오프>, SBS <미운우리새끼> 등 관찰 예능 TV 프로그램에서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연예인들의 화려한 싱글라이프가 재현된다. 남과는 달리 화려하거나 혹은 나의 일상과 닮아있거나, 행복해 보이거나 외로움을 담고 있는 생활의 모습이다. 통계청 「2019년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2019년 혼인 건수(23만 9천 2백 건) 전년보다 7.2%(-1만 8천 5백 건) 감소했다. 한국 사회의 전체 가구 유형 중 1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체 가구 10가구 중 3가구(30.2%)가 1인 가구로 나타났다. 20대(18.2%)가 전체 1인 가구의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1인 가구 비중은 2014년 이후 매년 증가하여 2019년에는 68.6%로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1인 가구 삶의 질은 높지 않아 보인다. 1인 가구의 경우 대부분 임차 가구로 10가구 중 4가구(38%)가 보증금 있는 월세에 거주하고 있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는 1인 가구는 약 87만 9천여 가구로 수급 대상 가구 3가구 중 2가구 이상이 1인 가구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증가 현상과 함께 사회적 단절로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도 사회적 문제 가운데 하나다. 서울시가 25개 자치구 동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발생한 고독사 54.9%가 중·장년층(50~64세)으로 나타났다. 취업난에 생계의 어려움을 겪으며 홀로 죽음을 맞는 ‘청년 고독사’와 부양하는 가족 없이 빈곤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노인 고독사’도 사회적 문제이다. 정부도 고독사 문제에 대해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이웃의 건강과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공동체 만들기가 절실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외국인 주민은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총인구(5천 177만 9,203명) 대비 4.3%를 차지한다. 이는 17개 시도 인구와 비교 하면 충청남도(218만 8,649명)와 대구(242만 9,940) 사이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총인구 중 외 국인, 이민 2세, 귀화자 등 ‘이주배경인구’가 5%를 넘으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외국인은 한국이라는 공간에 연결되어 있으며 그 속에서 공동체, 그리고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을 대하는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목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를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내려 외국인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지난 3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국인 노동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으로 보고, 서울시에 향후 이와 같은 차별 및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도
록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 사회의 외국인이 느끼는 차별의 두려움과 공포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아시안 혐오 범죄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의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가 아닌 ‘다문화’만의 문제로만 본다면, 또 다른 갈등으로 번져 사회적 문제를 낳을 것이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가족의 현실’에 맞춰 정책도 변화하고 있을까. 가족에 관련된 법과 제도의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민법 779조에서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한정하고 있다. 정부는 자녀 출생신고 시, 부성(父姓) 우선 원칙을 폐기하고 ‘부모 협의 원칙’으로 전환해 사회적 차별이나 낙인에 처할 우려를 개선할 계획이다. 출생신고서나 민법에서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지)’나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로 구분 짓는 것도 폐지하기로 했다.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 시 모(母)의 정보를 일부 알고 있는 경우, 모의 비협조 시에도 법원을 통해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해 지난 4월 17일부터 시행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 사실을 바로 국가기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출생 등록제도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제도의 변화와 함께, ‘다양성’을 가족의 해체라고 바라보는 비뚤어진 관점의 전환도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보고 있다. ‘자발적 비혼모(Single Mothers by Choice)’인 사유리(본명, 후지타 사유리)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자발적 비혼모는 결혼하지 않고 자발적 의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2008년 방송인 허수경 씨가 비혼 상태에서 정자기증을 통한 시험관 아기로 출산한 바 있다. 당시에는 관련 법규가 없어 가능했지만, 현재 비혼모의 출산은 불법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비혼모 출산의 합법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는 현재 KBS 2TV 육아 관찰 예능 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에서 아들 젠과 함께 출연하고 있다. 사유리는 산부인과에서 난소 나이 48세로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고 오랜 고심 끝에 일본의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한 후 지난해 11월 4일 출산했다. 사유리의 슈돌 방송 출연
을 앞두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지상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발적 비혼모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그 경계선 밖의 또 다른 가족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문제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그동안 ‘올바른 가족’이라는 형태는 사회적인 합의라기보다는 국가의 ‘가족계획’과 ‘산아정책’ 에 따라 정의되고 주도되었다. 과거의 낡은 '정상가족 담론'은 현재 한국 사회를 담아내지 못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 가구와 2인 이하인 가구는 절반을 넘어 전체 가구의 58.0%에 달했다. 최근까지 전형적 가족으로 인식됐던 부부와 미혼자녀(핵가족)로 이루어진 가구 비중은 2019년 29. 8%(’10년 37%)로 감소하고 있다. 오늘날 국가는 더이상 근대화, 경제 발전을 명분으로 출산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없다. 가족의 형성은 개인의 삶과 질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형태는 절대적으로 고정적이지 않으며 사회와 문화의 흐름을 타고 형태를 달리한다.

 

  그렇다면 가족이란 무엇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2018)>은 혈연공동체에 균열을 보이며 비혈연으로 맺어진 ‘어느 가족’을 그려낸다. 법적으로 가족이라 인정받을 수 없으나,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의 삶에 맺는 가족의 상은 다양할 것이다. 가족의 해체를 사회의 안정성을 깨트리는 사회적 문제로 그려내기보다, 가족이라는 틀 밖으로 배제됐던 또 다른 가족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다. 아울러 졸혼, 비혼 등 가족의 틀에 가두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받을 수 있는, ‘탈 가족 시대’에 맞춘 제도와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