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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호] 청소년자해가 표류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compeeu 2025. 4. 21. 09:00

범죄학박사 ·경영학박사 / 한국지식경영교육협회 회장 한정석

 

 자살에 대한 위기가 설파되고 공론화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극단적 선택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10대 청소년이 최근 5년간 38.4% 이상 늘어나고, 그중 자살 시도자 여성 아동·청소년은 54.1% 이상 증가했다. 청소년들이 SNS의 자해인증게시물을 모방하면서 관심을 받기 위한 놀이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소년 시기는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아동기 때 부정적 감정을 겪은 청소년은 성장 이후에도 부적절감, 공허감, 자기처벌의 감정을 호소하고 실수불안을 느끼며 현실 도피적인 행동을 보인다. 또한, 다른 사람의 거절이나 거부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부에 대한 민감성’으로 주위 시선과 ‘좋아요’로 표현되는 SNS상 관심을 갈망한다. 이처럼 청소년의 혼란스러운 정서적 충동과 스트레스는 공격적인 태도와 삐뚤어진 방어기제로 표출되는 데 그중 대표적인 부적응 형태로 나타난 것이 바로 자해다.

 

△ SNS에 업로드 된 자해인증 후기 캡쳐본(사진=X(트위터))

 

 자해는 자살적 자해와 비자살적 자해로 구분한다. DSM-5에서 정의한 비자살적 자해(Non-Suicidal Self-Injury: NSSI)는 죽을 의도가 없는 ‘자살의도의 부재’로서 신체조직에 위해를 가하는 직접성, 반복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비자살적 자해가 자살 의도 없이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일시적인 도피를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치명성은 낮지만, 반복적·만성적인 행동으로 이어져 자살의 강력한 예측 변인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들 간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SNS 활용을 통해 부정적 태도와 행동양식을 학습하며 공유하는 것은 새로운 문제 양상으로 나타나 청소년들의 부적 영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아동·청소년 자살률이 1983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SNS 자살유발콘텐츠 신고가 4년 새 9배 이상 증가하면서 30만 건에 달했으며, 동시에 필터링을 통한 삭제 건수가 10만건에 달하며 최고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SNS등에서 자해경험을 공유하는 글이 번지며 자살유발콘텐츠로서 문제를 확산시켰다고 지적한다. 실제 SNS의 자해게시글을 모방하면서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주사기를 이용한 사혈 자해, 지방층이 보일 정도로 깊거나 핏덩어리, 상처와 피가 흥건한 자해흔을 공공연하게 인증하고 있었다. 

 

 정부는 오랜기간 청소년의 자살 및 자해를 예방하기 위한 지원 강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전문적인 심리 클리닉, 자립지원수당 및 부모교육확대, 청소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위해 유관기관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했지만, 오히려 자해 건수가 증가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자기통제력이나 인내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감정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자해를 통해 얻는 쾌락적인 자극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충동성이 강한 자해경험 청소년일수록 자해를 통해 쾌락, 희열을 느끼고 있었고, 긁는 느낌의 쾌감과 후련함을 통해 자극의 민감함을 보였다. 또, 피를 볼 때 강한 쾌락을 느껴 일탈을 넘은 높은 수위에 위험성과 범죄성을 동시에 보이고 있었다. 

 

 자해행동의 원인으로 제시되는 가족, 친구, 학업, 외모, 스트레스 또한 문제행동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 극적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해를 경험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타인의 시선이나 의식에 영향을 받거나 지배하는 관종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외모에 대한 의식이 표출되므로 표출 심리와 목적, 상황의 방향성에 따라 자해를 모방한다. 극단적으로 관심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나아가 타인을 이용하는 행위까지도 관찰되고 있다. 이들은 ‘자해로 인한 희열이 병’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이성적인 고찰을 반영한 다음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첫째,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상황적 전개에 대한 지침서가 제시되어야 한다. 자해로 인한 흉터가 성장 이후 큰 후회와 수치심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과 심리적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상황적 이해와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때, 교사와 학부모가 문제상황에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전문적인 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둘째, 지속적인 외모 감시는 자신의 외형을 바라보는 데 부정적인 경험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외모를 의식하는 만큼 외모를 가꾸는 활동이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제시되어야 한다. 관심을 받기 위해 자해와 같은 부적절한 방법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문제의 외모적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보완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건강 문제와 관련된 사항이므로 심리적 자해유형을 파악하고 집군으로 분류해 주기적인 심리적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내에서 정기검진과 같은 예방체제가 시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검사 및 결과자료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 시작점을 청소년 스스로 이해하고 인식하는 훈련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때 소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의 필요성 및 정체성에 대한 올바른 인지 교육도 진행되어야 한다. 넷째, 자해는 스스로 개선하기 어렵고, 자해 사실을 스스로 오프라인상에서 노출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제보가 필요하다. 특정 또래친구의 우울감, 자해가능성이 확인될 시 익명으로 신고하는 제도가 설치되어야 한다. 다섯째, 자해위험과 행동에 관한 개선 교육이 필요하고, 자유롭게 상담할 수 있는 전담커뮤니케이션 상담센터가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학교 및 가족 지지망이 필수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식 및 인지개선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차원의 관심을 요구하는 ‘관종성향’의 영역과 그릇된 외모지상주의, 성형수술의 유행화를 식별하고 SNS의 과장된 현장 및 왜곡된 정책성에 대한 캠페인이 제시되어야 한다. 

 

자해는 분명 자기파괴적 행동이다. 자아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고 미성숙한 가치판단으로 인해 비뚤어진 문제행동으로부터 건강한 방어기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내적 동기를 강화하고 고립감과 소외감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명목상의 대안 제시는 반복되는 행정 낭비에 불과하다. 

 

청소년 자해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가족, 학교, 경찰, 언론 등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