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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호] 서강대 대학원생들의 자치권 회복을 꿈꾸며

dreaming marionette 2012. 2. 11. 21:06


윤희한 (대학원 총학생회장)


대학원총학생회에서 한 학기 넘게 활동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느낀 점은 학교와 대학원생들이 합의보다는 마찰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달리 올해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대학원생들의 불만은 꾸준했다. 이에 서강의 대학원 사회가 가진 문제의 한 단면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번 학기 초, 장학금 분배 문제로 각 학과 대학원생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장학금 지급 규정이 수정되면서 기존에 가정형편이나 성적 등을 기준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지급되던 학과장 장학금이 TA장학금에 통합되어 없어진 대다, 이전에 비해 장학금 총액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학원생에게 가장 예민한 사항이기에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사실 대학원생들의 불만은 1학기 개강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도서관의 대학원 전용 캐럴이 법학전문대학원에 할당됨으로써 기존의 22개에서 절반인 11개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대학원총학생회는 1학기 내내 도서관 및 학교본부와 이 문제를 가지고 논의를 했고, 대안으로나마 이번 학기부터 운영되는 X관 열람실에 대학원 전용 공간을 얻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1학기말에는 교수책임 강의시간을 15시간에서 12시간으로 축소하기로 해 인문사회계열 대학원생들의 수업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 문제는 교수와 학생간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문제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다행히 이번 학기에는 강의 축소 없이 정상적으로(?) 이전과 비슷한 과목수가 개설되었다.

각각의 마찰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학원총학생회는 학교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외국인 학생 유치’,‘법학전문대학원 선정’,‘우수한 교수 영입’등…. 사실 모든 이유들이 서강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고, 들은 대로라면 다른 학교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서강의 대학원생들이 처해있는 환경, 그리고 각 학과별 상황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장학금 제도를 없애도 상관없는 학과가 있는 반면 반드시 필요한 학과도 존재한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위한 공간 양보에는 갈 곳 없는 논문학기 대학원생을 위한 대책이 전제되어야 했다. 교수책임강의시간 축소 문제는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를 너무 평등하게 생각한 경우이다. 일련의 학교 정책들을 보면 대학원생들의 상식과 괴리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이러한 괴리는 소통 부재에서 기인하고 결과적으로 사후 대책에 급급한 상황만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학원총학생회는 매 학기 초 과대표자회를 통해 대학원생들과 개별학과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근본적인 한계는 있다. 현재 서강대 대학원의 과대표자들은 거의 대부분 조교장 업무를 맡고 있는 대학원생들이다. 실제 과를 대표한다기보다 학과 행정 업무의 책임자 성격이 강하다. 대학원생들의 자치권 회복을 위해서는 책임 있게 과를 대표할 선출 대표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원총학생회도 이들이 운영하는 구조로 개편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 서있는 대학원총학생회가 진정한 대표성을 띠고 대학원운영과 발전을 상시적으로 모색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대학원생들의 자치 활동들에 대한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 올해처럼 대학원총학생회가 전년에 비해 깎인 자치학회 학술 예산에 대한 요구에 힘을 빼선 안 된다. 오히려 더 많은 자치 학술사업을 집행 할 수 있도록 장려해 대학원생들의 학술 의욕을 증진시킬 의무가 있다. 지난 9월 23일, 경희대 대학원총학생회가 주최하는 국제 학술대회에 초청받아 참관하러 갔다. 대학원생들이 자체적으로 해외 대학원생들을 초청해 세션을 나누어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자리였다. 진정한 대학원 국제화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11월 말에는 중앙대가 개최한다. 두 학교는 대학원 자치 학술활동이 가장 활발한 학교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발표한 중앙일보 대학평가에는 경희대가 서강대 위에 쓰여 있었다. 대학교는 대학원의 수준을 통해 평가 받고, 대학원의 수준은 대학원생들의 연구의욕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대학원생들은 스스로 힘을 기르고, 학교는 아낌없는 지원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