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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112호] 대학원, 다시 소통을 고민하다

dreaming marionette 2012. 2. 15. 22:09

대학원 사회 또한 하나의 공간이라고 한다면, 이 공간에 소통과 교류를 불어넣어 맥동하는 공간으로 일구어 나가는 것이 총학생회의 역할일 것이다.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한 대학(원)생들의 무관심과 각 과 간 소통부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총학생회는 대학원 공간 내에서 어떤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윤희한 전임 총학생회장과 최선아 신임 총학생회장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인터뷰 및 정리/편집부>

Q. 이번에 총학생회에서 발간한 ‘서강대학교 대학원 발전 연구백서’에서도 드러나듯, 현재 학생 자치회가 비교적 잘 운영되는 학과가 있는가 하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거나 활동이 전무한 과가 많습니다. 때문에 총학생회에서도 전체 대학원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에 물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학과 차원의 학생 자치 활동을 활성화 하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윤희한 전 총학생회장(이하 윤):
일단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한 개념 정립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생 자치 활동에서 핵심적인 것은 의사결정기구의 유/무에요. 그런데 대학원 총학생회장을 맡으며 놀랐던 점은 총회를 열지 않는 학과가 많다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특정학과의 경우 조교장이 학생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 역할이란 것이 교수님들이 위에서 결정한 내용을 전달하는 일에 국한되어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학과 차원에서 발생하게 되는 행정적인 문제나 학사적인 문제에 대해 응당 학생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점을 자체적으로 고쳐나가는 제도적 자리가 부족한 것이죠.

최선아 총학생회장(이하 최): 대학원 구조상 학생이 교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각자 나름대로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학과 차원의 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총학생회 입장에서 각 과마다 학생 자치회가 존재한다면 사안이 있을 때마다 각 대표들과 접촉할 수 있어서 아무래도 수월하게 일을 진행시킬 수가 있지요. 그런데 앞서 언급된 것처럼 현재 대부분의 학과에서 학생 대표는 조교장인 경우가 많아요. 행정 업무가 주 역할인 조교장에게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는 없지요.





Q. 학생 자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중 하나가 조교제도와 학생자치 활동 사이의 관계정립인 듯한데요.

최: 각과에서 운영되는 현행 조교제도에서 학생 자치 활동을 떼어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총학생회에서도 학생 자치 활동을 장려해야 할 필요성은 십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조교들과 학생 자치회가 각자의 역할을 전담하면서도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조교는 행정업무를 전담하고 학생장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전담하는 역할분리가 필요한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학생 자치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자치 활동에 장학금을 배정해 주는 것이 한 방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Q. 현재 자치 활동에 장학금이 배정된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윤: 타 학교의 경우를 보면 그 비율이 행정 조교가 받는 80%, 100%보다는 확실히 적은 20%, 심지어 명예직인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많은 학교들이 동일한 고민을 하는 것 같고요. 물론 제가 생각하기에도 학생장의 일이 행정조교의 일처럼 가시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 장학금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봐요. 배분 비율이 낮게 책정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지요. 따라서 합리적인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 과에 배분된 일반 장학금의 일부를 학생장이나 대표에게 재차 배분하는 방법 등이 있겠지요. 신방과가 올해부터 이렇게 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방식들은 각 과마다 따로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논의한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들어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총학생회장님께서 소속되어 계신 정외과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최: 정외과의 경우 조교장이 학생장의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습니다. 즉 행정조교들이 행정적인 일을 담당하고 그 중 조교장이 책임자로서 학생장 업무를 겸임합니다. 따라서 행정적인 업무는 업무대로 신경 써야 하고 동시에 교수님들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터라 조교장이 학생장 업무에 전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에요. 따라서 조교장이나 행정조교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장려할 정도의 장학금을 지급해주고 학생장의 역할을 전담하는 학생을 뽑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정외과의 경우 총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터라 나름대로 의견 수렴이 되는 편인데,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과의 경우에는 그 정도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윤: 사실 총학생회를 잘 꾸려나가기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은 각 과 대표들과 상시적으로 만나는 것이에요. 만약 전체 학과가 동시에 모일 수 없어도 단과대가 구성되어 있으면 5-6명 정도만 부르면 되지요. 학부생들이 하는 중앙위원회가 이런 시스템이거든요. 5-6개 단과대 장만 오면 총학생회장과 함께 7-8명이 회의를 하는 식이지요. 이에 비해 대학원은 단과대라는 것이 없으니 어떤 회의를 하려고 하면 23명을 다 불러야 해요. 그런데 막상 23명을 부르려고 하다보면, 한 과에서 학생장을 부르는 반면 또 다른 과에선 조교장을 불러야 되는 경우가 생기지요. 대표성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어요. 이런 문제를 떠나서, 그나마 그 23명이 매달 만나서 회의를 할 수라도 있으면 나은데, 현실은 학기 초에 한번 만나는 것으로 그치는 형편이에요. 물론 임시 과대표회의를 열수는 있겠지만 몇 년 동안 열린 적이 없고, 그래서 실제론 정기 과대표 회의만 일 년에 두 번, 이게 소통의 전부이지요.

최: 현실적으로 자주 모인다는 것이 힘들다면, 제 생각에는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즉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특정사안을 이슈화하면 활동하기가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그렇지만 홈페이지 활용은 이미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최: 물론 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가 존재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공고만 올리는 수준에 불과했어요. 온라인상으로도 쌍방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했단 거죠. 그래서 이번에 홈페이지를 개편을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이 개편된 홈페이지에 각 과의 대표자들을 가입시키려고 생각중이고요. 일방적으로 메일을 보내는 것 보다는 직접 방문하고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더 나을 테니까요. 

Q. 대표자들과의 접촉 외에 학생 전체와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윤: 현재 학생들과 접촉하는 방식은 주로 조교장 혹은 학생장에게 메일 또는 전화를 해서 총학생회의 소식을 학생들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는 간접적인 방식이죠. 그래서 대안으로 행정팀의 직원들이 쓰는 전체 문자시스템을 쓸 수 없겠느냐고 행정팀의 협조를 구해봤었는데, 예산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 그건 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그 시스템을 이용할 수만 있으면 대단히 편리하겠죠. 굳이 과대표들 거치지 않고 직접 학생들에게 다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메일이나 문자나 어쨌든 쌍방향 소통이 아니긴 마찬가지라고 봐요. 그래서 학생 전체와 접촉하는 차원에서 조금은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서로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인 학생장 제도가 여전히 필요하고 또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학과 내 소통 외에도 절실한 것이 학과 간 소통입니다. 학과 간 소통을 이끌어 내기 위해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원우한마당’, ‘동하계특강’ 등에 대한 총학생회의 자체 평가는 어떻습니까?


최: 개인적으로 학과 간 소통부재가 줄곧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류가 너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자신의 학문 분야에만 몰두하다 보니까 다른 분야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이슈가 무엇인지, 타 과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서로 간에 너무도 무지한 상태인 거죠. ‘특강릴레이’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기획입니다. 즉 동일한 키워드를 다양한 전공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자리를 마련해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갖도록 자극하고, 이를 통해서 학과 간 소통이 조금이라도 활성화되기를 바랐던 것이지요.

윤: 총학생회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가장 힘든 일은 ‘모으는 사업’ 이에요. 원우한마당은 워낙 특이한 사례이고, 그 외에 모든 대학원생들을 ‘모아서’ 하려는 행사는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대학원생은 자기 공부하기에도 바쁘고, 실제로 그러기 위해 대학원에 왔기 때문에 자신이 공부하는 영역 외의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어요. 물론 자기 공부에 도움이 되는 학문적 교류에는 다소 적극적이지만 그 외의 교류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대안으로 들 수 있는 것이 기존에 진행되던 학술대회를 좀 더 잘 운용하는 방법이에요. 우리 학교의 경우 학술대회가 2주에 걸쳐서 진행되고 있는데, 좀 늘어진다는 안팎에서의 지적이 많아요. 그래서 타 학교의 학술대회처럼 좀 더 기간을 타이트 하게 잡아서 여러 세션을 동시에 진행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러면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대학원생들이 같은 날 모이게 될 테니까요. 덧붙여 세션 사이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외부 강사 초청 특강 등을 끼워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싶고요.

최: 그런 학술대회가 주최되려면 대학원 학생들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편의가 제공되어야 할 듯해요. 예를 들어서 학술제 날에 휴강을 해준다든지 혹은 학교에서 조교 업무 같은 것도 양해를 해준다든지 하는 행정적 편의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만약 그런 편의가 뒷받침 된다면 말씀하신 학술대회가 학과 간 소통을 활성화 하는 데 있어서 좋은 방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예전에는 그런 방식의 학술대회에 대한 시도가 없었나요?

윤: 자주 있었습니다. 학술제 회의에서 학술 회장이 “우리도 학술대회를 하루에 하자, 하루에 해서 진짜 교류를 하자, 각자 따로 하지 말고 남들 세미나 하는 것도 보자.” 라고 문제제기를 했었지요. 그런데 기존 방식대로 치루고 싶어 하는 학회가 많았어요. 잘 운영되고 있지 않은 학회들 같은 경우 굳이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기존 방식을 고집하는 거죠. 이것도 고쳐야 하는 부분이에요. 학회가 잘 운영되도록 하려면 더더욱 학술대회를 제대로 열어서 참가하는 학회들에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 현행 학술제의 경우 다른 학회 소속이 몇 명 이상 참가해야 한다는 규정대신 단지 총원만 확보하면 된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학술제가 자신들만의 잔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에는 그런 상황을 방치한 우리 총학생회의 잘못도 있지요. 학회들에게 자극을 줘서 교류를 촉진할 수 있도록 했어야 됐습니다. 따라서 학술대회를 제대로 주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해요. 오히려 원우한마당보다도 학술대회 같은 사업에 보다 신경을 써야하고요.

Q. 대학원에서 외국인 학생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외국인 학생들과의 소통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시고 계십니까?

윤: 안 그래도 이번에 총학생회 외국인 집행부를 뽑았습니다. 우리가 지금 소통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외국인 원우가 100명 가까이 늘어나서 전체 대학원 인원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그래서 고민 끝에 외국인 집행부를 뽑아서 그 집행부를 통해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게 된 것이지요. 물론 이 사업을 단지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 적응을 돕는 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내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과의 교류문제, 언어적인 멘토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포함시켜야 해요.

최: 주변의 외국인 친구들을 보면 한국어가 서툴러 발제를 할 때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래서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 학생 멘토를 통해서 발제를 준비하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받고, 한국인 학생들은 이 친구들에게서 외국어를 배우는 등 상호간에 알찬 교류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 중에 있어요. 그 일환으로 홈페이지에서 서로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같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정책을 실시하려 합니다. 올해 원우한마당 또한 외국인 학생들도 같이 참가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고요.

Q. 현실적인 문제 중 하나로 연구실 공간 문제를 들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윤: 연구 공간 문제는 계속 지적되어온 문제에요. 현재 신생학과인 심리학, 과학커뮤니케이션 학과 같은 경우엔 아예 연구실이 없는 형편이지요. 또 그나마 정외과, 사회학과, 신방과의 경우는 좀 낫지만 종교학과 등 X관에 입주해 있는 학과들의 경우 아직도 옛날 책상이 놓인 좁은 공간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물론 후문에 현재 지어지고 있는 건물을 문과대에 배정한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고 그래서 학교 측에선 건물이 다 지어질 때 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입장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명확한 건 아직 없지요.

최: 기존 X관은 리모델링하여 로스쿨 건물로 사용되고 문과대는 새로 지어진 건물로 이전하는 것이 기본 계획인데요,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좀 심각해요. 현재 X관 연구실에선 자칫 퓨즈가 나갈까봐 난방기를 잘 켤 수가 없는 형편이니까요. 그리고 한편으론, 지금의 이전 계획이 건물이 완성된 후 그대로 실행될 것이냐 하는 의구심도 들고요. 예전 곤자가의 경우가 그랬고 또 AS 관과 K 관 사이에 지어진 신리찌관의 경우도 그랬지요. 어쨌든 학과 간 공간 불균형은 어떤 식으로든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대학원의 총 인원을 따져보았을 때 매우 협소하긴 하지만, X관 열람실의 대학원생 전용 자리처럼 대학원생들이 추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연구 공간을 확충해 나갈 수 있도록 총학생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고민 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신임 총학생회장의 포부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최: 저는 대학원이라는 공간이 앞으로 학생들이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따라서 그런 공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앞서 얘기가 나온 조교장과 학생장의 관계, 학과 간 교류의 문제, 그리고 연구 공간 부족 문제 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소통과 교류에 관해선 온라인/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서 의견을 최대한 많이 수렴하고 경청 하도록 할 거고요. 그래서 궁극적으론 총학생회 자체가 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정말 편한 공간,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