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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호] 커져가는(Giant) 보폭(Step)에 바빠지는 발걸음들 본문

기획

[162호] 커져가는(Giant) 보폭(Step)에 바빠지는 발걸음들

dreaming marionette 2022. 10. 28. 09:00

오유선 기자

 

“코로나도 끝나가는데  오랜만에 해외여행이나 가볼까.”


코로나19의 규제 완화와 연휴 특수 등 활기를 되찾는 듯했던 여행업계 는 최근 다시금 한숨짓게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6월, 2009년 이후로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1,400 원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이 올랐으면 단순히 미국 여행만 피하 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난데없이 필리핀 물가가 급등하고 전반적인 여행심리가 위축되는 등 예상치 못한 변화가 들려온다. 일반적으로 외화 결제 비중이 높은 항공사의 고충은 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환율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면 빠지지 않고 연방준비 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빅스텝(Big Step),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에 이어 울트라 스텝(Ultra Step) 까지 점점 더 커져만 가는 보폭 이야기와 더불어 도대체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대략적으로나마 정리하고 알아보고자 한다.

 

상대적인 통화 가치, 환율
우선 현재 어디까지 상승할지 미지수인 환율에 대해 알아보자. 환율 의 사전적 정의는 ‘자기 나라 돈과 다른 나라 돈의 교환 비율’이다. 즉 환율은 상대적 가치를 지니는 대외적인 돈의 가격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그리고 가장 익숙하게 작용하는 원· 달러 환율을 생각해보면, 올해 초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를 유지했던 반면 2022년 한 해 동안 꾸준히 올라 10월 초 기준 1,400원대를 기록 하고 있다. 즉 1달러의 가격이 1,100원대에서 1,400원대로 약 300원 가량 올랐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때 각각 달러는 강세를, 원화는 약세를 보인다고 말하며,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 달러는 약세를, 원화는 강세를 보인다고 말한다.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은 수없이 많지만, 주요 원인으로는 해당 국가의 수출과 수입, 외국 자본의 유입과 유출, 그리고 금리의 인상 과 인하라고 볼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게 되는 조건 볼 때, 우선 수입 증가로 인한 무역 적자 심화가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출 대비 수입이 증가할 경우, 국내 달러의 공급이 부족해 지면서 환율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유입보다 클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주로 해당 국가의 성장이 저조할 때 발생하며, 이 경우 외국인은 해당 국가의 투자가치 가 낮아진다고 판단하여 부동산, 채권 등 해당 국가의 자산을 매각 하여 달러를 살 수 있기에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 

다음으로 금리의 변동으로 인하여 환율이 변화할 수 있는데, 이는 해당 국가의 금리와 미국의 금리 변동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역시 원·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생각해볼 때, 대한민국의 경우 금리를 낮 추면 원화를 보유할 때의 이자 보상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화의 매 력이 감소하며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금리를 인 상한다면 달러의 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원화를 매각하여 금리가 높은 달러로 바꿀 가능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환율 역시 상승하게 된다. 이는 비단 원화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자본이 달러로 이동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달러는 국제 무역의 표준 결제 수단이기 때문에 시장이 위기를 맞는 경우 달러의 수요가 증가한다.

 

수요와 공급에 의한 돈의 가격, 금리
앞서 살펴본 환율의 변동 원인 중 최근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슈는 바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환율의 증가다. 금리의 사전적 의미는 ‘빌려준 돈이나 예금 따위에 붙는 이자, 또는 그 비율’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간단하게 돈을 사용했을 때 지불해야 하는 값, 즉 돈의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익히 알고 있듯이 모든 가격은 기본적 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며, 돈의 가격을 의미하는 금리 또한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이와 같은 원리로 시장 에서 결정되는 금리를 시장금리라 부른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아닌, 중앙은행에서 통제하는 금리 또한 존재하는데, 이는 중앙은행의 자금 회수와 발생으로 이루 어지는 기준금리에 해당한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기 상황에 따라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기준금리를 정하는데, 시중에 돈의 공급이 많아져 돈의 가격이 낮아질 때(인플레이션) 자금 회수로 인해 금리를 상승하고, 반대로 돈의 가격이 너무 높아질 때(디플레이션) 통화를 발행해 다시 금리를 하강하는 방법으로 이를 조절한다. 이때 통화를 발행할 때 해당 국가의 신용, 즉 국채를 담보로 발행하는데, 미국의 경우 FED가 정한 기준금리에 의해 1일짜리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발행 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금리의 일반적인 변동 폭인 0.25%포인트는 베이비 스텝이라 칭하지만,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경우를 빅스텝, 0.75%포인트 인상하는 경우를 자이언트 스텝이라 한다. 미국은 올 5월 22년 만에 빅스텝을 단행했고, 이어서 6월에 1994년 이래 최초 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후, 9월 말까지 3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 을 단행했다. 미국의 계속되는 금리 인상은 유가 급등 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FED는 목표치인 2%의 물가 상승률을 달성할 때까지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밝혔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올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이며, 대한민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의 차이가 벌어질수록 환율 차이도 벌어 질 수 있기에 현재 대한민국의 기준금리 인상 또한 계속해서 제기 되고 있다.

 

커져가는 보폭, 바빠지는 발걸음
미국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된다면, 조만간 1%포인트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울트라 스텝을 단 행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대한 민국은 미국의 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한국뿐 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금융 시장이 연결된 현재 한 나라의 금리 변동은 연쇄적으로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대출 금리가 오를 때마다 국내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연간 이자 또한 상승 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대안 방향과 같이 대한민국의 금리를 무작 정 올리기로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 현재 미국이 인플레를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는 비판의 시각 또한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달러화의 초강세로 현재 주요국의 통화 모두 고전하고 있다.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의 가치가 수십 년 사이에 최저치를 보이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유로 화는 달러당 1유로선이 무너졌고 엔화는 24%가량 폭락했으며 위안화 또한 달러당 7위안 선을 돌파했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9%를 기록 했고, 이에 유럽 중앙은행 역시 사상 첫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상황이다.
계속해서 강세를 보이는 ‘킹(King) 달러’의 위력은 무엇보다 저 소득 개발도상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해 국채 규모가 커진 국가들은 현재 IMF에 잇달아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개발도상국 에 집중돼 있으며, 구체적으로 스리랑카는 지난 5월 일시적 채무불 이행(디폴트)을 선언했고 파키스탄, 앙골라 역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필리핀 또한 10월 2일 기준 달러·페소 환율이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물가 급등을 겪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는 식량 과 에너지 모두 달러로 거래되고 있기에 달러 강세는 개발도상국 에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으며, 이에 세계은행(WB)은 극빈국의 경제 적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커져만 가는 금리 인상 의 보폭에 전 세계의 발걸음이(발걸음이라도 뗄 수 있는 국가들의) 전에 없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공조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