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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73호] ‘자비의 사도’ 교황 프란치스코를 기억하며 본문
이헌준 신부(예수회, 서강대 교목교수)
사랑의 목자, 가난한 이들의 벗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지난 4월21일 지상의 사명을 마치고 하느님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부활절 월요일 아침, 교황청 재무원장인 케빈 페럴 추기경은 다음과 같은 말로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전했습니다. “교황님의 일생은 주님과 교회의 봉사에 온전히 바치셨습니다. 그는 복음의 가치를 충실하고 용기 있게, 그리고 모든 이들을 향한 보편적인 사랑으로 살아가도록 가르치셨습니다.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하여 헌신하셨습니다. 주 예수의 참된 제자로서 남기신 모범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교황 프란치스코의 영혼을 자비로우신 삼위일체 하느님의 품에 맡깁니다.”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접하고 그를 만났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무엇보다 2013년 3월에 선출된 교황님을 그 해 12월 로마에서 마주했던 순간이 계속 머리 속에 떠올랐습니다. 로마의 한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교황님께서 미사에 참석한 모든 예수회원들을 만나신다고 합니다.”라는 말이 들려왔고, 한명씩 교황님 앞에 나가 그와 악수하고 포옹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차례가 오기까지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렸던 시간을 기억합니다. 사진과 화면으로 본 모습보다 키고 크고 풍채가 있었으며 악수를 청하는 손은 매우 부드럽고 따뜻했습니다. 잠시 동안의 마주침이었지만 그가 남긴 인상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듯했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예수회원들을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뜻이 안아주시며 진심으로 격려해 주시는 교황님으로부터 깊은 위로를 받은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는 교황으로 재임하며 넓은 품과 따뜻한 손의 온기로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는 이들을 자신의 품에 모두 안으려고 하셨고, 차갑고 어두운 자리에 따뜻한 희망의 빛을 건네는 일에 온 삶을 내어주었던 분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을 알리는 뉴스들에서 그를 묘사하는 표현은 그가 살아온 삶을 그대로 반영해 주었습니다. ‘사랑의 목자’, ‘가난한 자들의 벗’, ‘자비의 사도’, ‘빈자들의 교황’이라는 그에게 붙은 이러한 수식어들은 그리스도교의 정신과 예수회원으로서 이냐시오의 영성을 몸소 살아내신 발자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의 교황은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교회 내 불문율을 깨고 최초로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선택한 사람, 교황에게 부여되는 모든 특권과 배려를 내려놓고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을 따라 가난을 어머니로 모시고,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며 소탈하고 검소한 생활방식과 성품으로 살아오셨습니다. 어디를 방문하든지 그곳에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사회적 약자들을 잊지 않고 그들을 직접 찾아가 위로를 건네주셨던 분이셨습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도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을 찾아가 위로의 사명을 수행하셨습니다. 광화문에서 시복미사가 열릴 때, 구석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분들의 천막을 찾아 가셨습니다. 이뿐 만이 아니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분들을 만나셨습니다. 가슴 한쪽에 달린 노랑리본을 보고 누군가가 정치적인 이슈가 있으니 노랑리본 뱃지를 빼는게 좋겠다는 제안에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응답하시며 노랑리본 뱃지를 계속 달고 계시기도 했습니다.
교황님은 방한 중에 비공시적 일정으로 서강대 예수회 공동체를 방문하셨을 때에는 이런 일화도 있었습니다. 교황님께서 건장한 체격이라 비교적 큰 의자를 준비했었는데, 교황님 수행원이 “교황님께서는 큰 의자는 원치 않으십니다.”고 해서 지금 예수회 센터 3층에 전시되어 있는 작은 의자를 급하게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교황님은 그 작은 의자를 맑은 미소로 좋아하시면서 앉으시기도 했습니다. 교황님은 예수회 공동체 방문을 마치시고 떠나시며, 구약 성경의 이사야서 40장 1절의 구절,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이라는 메시지를 남기셨습니다. 그러면서 교회의 모든 성직자들이 양 냄새가 나는 ‘위로의 사목자’로서 상처 받고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고 이들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가 자신의 상처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냈듯이, 프란치스코 교황도 늘 자신의 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드러내면서 사람들 앞에 자비의 얼굴로 나섰습니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강복을 건네기 전에 자신을 위해 먼저 축복해줄 것을 부탁하셨고, 취임 때부터 재임기간 내내 부족한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기를 잊지 말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상처와 부끄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다가오는 소탈하고 겸손한 교황님의 얼굴에서, 세상의 상처 자국과 고통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손길에서, 아픔과 상처들의 얼굴을 몸소 찾아 가셨던 발걸음을 통해 자비의 사도로서 사명을 수행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여러분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십시오.”(루카 6,36)라는 예수의 말씀을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 지상생활을 하는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자비의 사명을 다 이루시고 자신의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아셨나 봅니다. 그는 부활 대축일 아침미사에 모습을 드러내어 우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시고, 자신을 자비로운 부르시는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2022년 6월 29일에 교황님의 사목 표어이기도 한 “자비로이 부르시니”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교황님의 유언은 죽음 이후에도 가난하고 겸손한 삶을 살고자 했던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덤은 지면 아래 있어야 하며, 단순하고 특별한 장식 없이 ‘Franciscus’라는 이름만 새겨져 있어야 합니다.”라고 남긴 그의 유언은 교황으로 선출된 첫 순간부터 선종 이후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예수만을 따르고자 했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 줍니다.
교황님은 누구보다 젊은이들을 사랑하신 분이셨습니다. 젊은이들이 교회의 희망이라며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너무나 행복해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교황님이 젊은이들에게 건넨 메세지를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바로 걷는 것입니다. 젊은이가 걷고 있을 때는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물이 흐를 때는 좋습니다. 하지만 물이 멈추면 좋지 않게 됩니다. 더러워지고 안에 병균이 가득 차게 됩니다. 지쳐 멈춘 물은 가장 먼저 썩기 시작합니다. 걷지 않는 젊은이도 마찬가지로 고인 물처럼 영혼은 썩게 됩니다. 그러니 나아가세요. 항상 걸으세요. 희망을 갖고 앞을 바라보세요. 용기를 가지고, 기쁨을 가지고 나아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언제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프란치스코 교황님, 저희 곁에 함께 해주신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걸은 신 자비와 사랑의 길 저희도 따라 걷겠습니다. 취임 때부터 재임기간 내내 연설을 마칠 때마다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늘 마음을 모아 기도하면서 어디에 있든 당신을 생각하며 미소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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